목록나의 생각 (43)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차라리 안 보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보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화가 나서 견딜 수 없습니다. 심장이 두근거리고 입술도 떨립니다. 저녁 시간이 되었지만, 속에서 뭔가 치밀어 올라 밥도 못 먹을 것 같습니다. 송윤아 안나... "날마다 하느님의 순리대로 산다"는 내용의 인터뷰를 했더군요. 하느님의 순리대로... 순리대로... 아... 그녀가 생각하는 하느님의 순리는 대체 뭘까요? 저에게는 하느님의 순리를 모욕하는 말로 느껴집니다. 그러면서 자신의 결혼 문제에 대해 말하기를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처럼 말하는 사람들 때문에 많은 상처를 받았고, 지금도 받고 있지만 굳이 나서서 아니라고 해명할 필요성은 느끼지 않는다... (헐...;;) 연예인으로서 감당해야 할 부분이라는 생각을 한다..." 이런 식으로 답했더..
트위터(twitter)에 죽음을 예고한 뒤 실제로 목숨을 끊은 첫 사례가 발생했다는 안타까운 기사를 보았습니다. 20대 후반의 젊은이가 트위터에 "자살하려 한다. 그동안 감사했다"는 글을 남긴 뒤 사흘만에 목을 매어 숨졌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가족과 동료에게는 별도로 유서를 남겼으며, 유서에는 자신의 경제적 상황을 비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더군요. 그의 죽음이 더욱 안타까운 이유는, 많은 사람들에게 공개적으로 자살을 예고했다는 것 자체가 사실은 죽고 싶은 마음이 없었음을 의미한다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세상을 버리고, 삶을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진심이라면 결코 그렇게 했을 리가 없습니다. 오히려 아무도 모르게, 홀로 조용히 떠나는 방식을 택할 것입니다. 정말 떠나고 싶은 사람은 그렇게 합니다. 자기의 계..
당신이 옷깃을 여미며 집을 나서면 나는 내 몸을 덥히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겨울은 아직도 이 마을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당신이 내 몸 열 여섯 마디를 천천히 밟고 지날 때면 나는 용솟음쳐 당신을 안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끓어오르는 가슴은 차디찬 몸 속에 갇혀 있습니다. 당신 마을의 긴 겨울 동안 벌써 몇 번이고 차디찬 비가 내렸습니다. 봄은 어디쯤 와 있는지, 내일 아침 눈을 뜨면 와 있을지. 이제 당신 마을에 비가 그치고 봄이 오면 당신은 노오란 개나리꽃 한 다발 꺾어들고 초록빛 그리움으로 얼룩진 내 몸 그 어느 마디엔가 잠시 걸터앉아 쉬어가기도 하겠지요. 따사로운 햇살 아래 적당히 달구어진 내 몸은 당신을 안고 들리지 않는 노래를 부르겠지요. 이제도 얼마나 많은 비가 뿌려야 올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래..
지나치게 그리워하면 안 되겠지요. 그건 미안한 일이지요. 잠들기를 두려워하고 깨어나기를 두려워하면서 이토록 그리워하는 건 죄겠지요. 그래서 난 당신에게 용서를 빌려 합니다. 밤새도록 불안한 꿈 속에 흔들리다가 새벽빛 속에 붉은 눈을 뜨더라도 절대 두려워해선 안 되겠지요. 그런데도 난 그리움이라는 기쁨을 마치 무거운 짐처럼 지고 갑니다. 당신은 한 마디 질책도 없고...... 지난 밤에도 꿈을 꾸었습니다. 당신 닮은 한 사람 내 곁에 있는 꿈을. 꿈에서조차 난 당신의 얼굴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늘 닮은 얼굴일 뿐입니다. 그래서 오늘 아침도 붉게 물든 눈을 힘겹게 떴습니다. 정말 미안한 일이지요. 그래서 지금 용서를 빌려 합니다. 너무 그리워하면 안 되겠지요. 그건 죄겠지요. ******* 제가..
어째서 내 마음이 이토록 메말랐는가? 모래바람 부는 사막처럼 물기라고는 조금도 없이 스산하기만 하구나. 눈이 따가워 뜰 수도 없고 목은 바짝 말라붙어 삼킬 침조차 없구나. 이 괴로움은 도대체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 벌써 며칠 전에 문득 가슴이 시리도록 절실하게 떠오른 생각이었습니다. 그리고 며칠간 틈나는대로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나의 마음이 바삭거리도록 메마른 이유가 무엇인지... 스스로 견디기 힘들 정도로 이렇게 된 원인이 무엇인지를 천천히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 아무 이유도 없이 '찬란한 유산'의 장숙자(반효정) 회장이 손자 선우환(이승기)에게 해주던 말이 생각났습니다. "사람을 쉽게 믿지 않는 할머니가, 만난지 얼마 되지도 않는 고은성(한효주)에게 사업과 전재산을 물려주겠다는 진짜..
어찌도 그리 닮았느냐 사소한 것을 견디지 못하고 올라가고 내려가고 소인(小人)과 저울대 - 인도의 잠언시 - 류시화의 인도 여행기인 "하늘호수로 떠난 여행"이란 책을 좋아합니다. 이른바 문명화된 사회라는 곳에서 살아온 우리의 식견으로는 참으로 이해하기 힘든 인도인들의 삶을 보다 넓은 시각에서 바라봄으로써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그런 책이었습니다.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서도 크게 미안해하지 않고 그것은 시작을 알 수 없는 당신과 나의 존재 근원에서부터 이미 예정된 일이었다고 말하는 사람들. 허락도 없이 남의 음식을 집어 먹으며 누군가 소유권을 주장하면, 그것이 어찌 당신의 것이라 단정지을 수 있느냐고 되묻는 뻔뻔한(?) 사람들. 그들의 삶에서 절대적으로 지켜야 할 규칙이란 없습니다.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일..
내 짝꿍 크레파스는 36색이었습니다. 크레파스 통도 아주 멋졌습니다. 손잡이가 달려 있는 가방을 펼치면 양쪽으로 나뉜 플라스틱 집에 36개의 가지각색의 크레파스들이 서로 빛깔을 뽐내며 들어 있었습니다. 거기에는 금색, 은색도 있었습니다. 내 크레파스는 8색이었습니다. 조그마한 직사각형의 종이 상자에 골판지 이불을 덮고 옹기종기 누워 있는 내 왕자표 크레파스.... 짝꿍이 36가지의 색 중 어떤 색을 선택해야 할지 몰라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을 때, 난 8가지 색을 골고루 색칠하고도 비어 있는 도화지를 놓고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습니다. 내 그림에도 빛나는 황금색을 칠한다면 정말이지 금빛 은빛 세상이 될것만 같았습니다. 그날은 엄마의 모습을 그리고 있었습니다. 난 짝꿍처럼 엄마 손에 금반지를 그려드리지는..
무척 뜬금없기는 합니다만, 갑자기 학창시절에 배웠던 고려가요의 한 부분이 자꾸만 생각나기에 인터넷을 뒤져서 전문을 찾아 보았습니다. 古語로 된 것은 솔직히 저도 스스로 해석하기가 어려웠기에(^^) 누군가가 친절하게 풀어서 해석해 놓은 것을 발견하고 기뻤습니다. 내용을 천천히 음미하면 할수록 깊은 의미를 느꼈습니다. 우리 조상들의 굳센 의지와 강한 사랑을 알 수가 있더군요... 정석가(鄭石歌) 고려가요 바삭바삭한 가는 모래 벼랑에, 바삭바삭한 가는 모래 벼랑에, 구운 밤 다섯 되를 심습니다. 그 밤이 움이 돋아 싹이 나야만, 그 밤이 움이 돋아 싹이 나야만 유덕(有德)하신 님 여의어지이다. 옥으로 연꽃을 새깁니다. 옥으로 연꽃을 새깁니다. (그 꽃을) 바위 위에 접붙입니다. 그 꽃이 세 묶음이 피어야만, ..
"지금 필요한 것은 내 사정이 어떻든 간에 내 자신에게 친절할 것이며 가능한 일들을 향한 열린 마음과 관용의 정신으로 깊숙이 들여다 보는 일이다." - 존 카밧 진 "나는 담배를 하루에 두갑씩 태우고 먹기는 엄청나게 먹어대고 절망의 먹구름에 휩싸인 채 떠도는 등 막다른 길로 치닫고 있었다. 나는 내 자신이 미웠다. 내 육신이 미웠고, 내 썩어빠진 태도가 미웠고, 내 꼬락서니가 미웠다. 나는 무엇인가 바람직한 일 - 음식을 조절한다거나 운동을 한다거나 기분전환을 위해 어떤 일을 시작한다거나 담배를 끊는 등 - 을 시도할 때마다 항상 며칠을 못 넘기고 주저앉기 일쑤였고, 그러다 보니 전보다 더 내 자신이 미워지곤 했다. 어느 날 내가 다시 한 번 담배를 끊어야 겠다고 마음먹고 부산을 떨고 있을 때 여동생이 ..
벌써 오래 전 일입니다. 무엇 때문에 우울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데, 하여튼 몹시 우울한 날이었습니다. 길을 걷는데, 기운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때 저만치 골목길 앞쪽에서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에이... 울면 안되지..... 아빠가 이렇게 텔레토비 인형하고 과자를 잔뜩 사들고 가는데..." 숙였던 고개를 들어 쳐다보니 한 손에는 너덧 살 정도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의 손을 잡고 다른 한 손에는 인형과 과자를 잔뜩 담은 비닐봉지를 든 한 젊은 남자가 맞은편에서 걸어오고 있었습니다. 그 아버지는 참 젊었습니다. 아직 채 서른도 안 되어 보이더군요. 옆의 어린아이는 무슨 일 때문인지 눈가가 붉어져 있었는데 제가 보았을 때는 이미 울음을 그치고 어리둥절한 얼굴로 무언가 생각하는 눈치였습니다. 그 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