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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인(小人)과 저울대 본문

나의 생각

소인(小人)과 저울대

빛무리~ 2009. 9. 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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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도 그리 닮았느냐 
 
사소한 것을 견디지 못하고
 
올라가고
내려가고

소인(小人)과 저울대 


                         - 인도의 잠언시 -


류시화의 인도 여행기인 "하늘호수로 떠난 여행"이란 책을 좋아합니다.
이른바 문명화된 사회라는 곳에서 살아온 우리의 식견으로는
참으로 이해하기 힘든 인도인들의 삶을
보다 넓은 시각에서 바라봄으로써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그런 책이었습니다.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서도 크게 미안해하지 않고
그것은 시작을 알 수 없는 당신과 나의 존재 근원에서부터
이미 예정된 일이었다고 말하는 사람들.

허락도 없이 남의 음식을 집어 먹으며  
누군가 소유권을 주장하면,
그것이 어찌 당신의 것이라 단정지을 수 있느냐고 되묻는
뻔뻔한(?) 사람들.

그들의 삶에서 절대적으로 지켜야 할 규칙이란 없습니다.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일도 없습니다.
심지어는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조차도...
모든 것은 어쩌면 태초부터 예정된 일이었으니까요.
만난 사람은 헤어지게 마련이고
헤어진 사람은 언젠가 또 만나게 마련이니까요.

그저 오늘 숨을 쉬며 살아 있음에 감사하고
혹시라도 내 곁을 스쳐 지나는 낯선 여행자가 있다면
그가 어디에서 왔는지 궁금해하고,
그가 길을 잘 모른다고 한다면
자신의 생계일을 하루 동안 팽개치고서라도
일일이 끌고 다니며 안내를 해 주고,  
그가 잠잘 곳이 없다고 한다면
비가 줄줄 새는 자신의 방이라도 내어 주며
그렇게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당연한 사람들.

그들의 대범함이란 너무 지나칠 지경이라
어쩌면 그것은
오늘날과 같은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그들의 발전을 더디게 만드는
원인이 되고 있는지도 모르지요.

그러나... 우리...
잠시 멈추어서 내 곁에 서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돌아볼 여유조차 없이
출근 시간에 허덕이고, 마감 시간에 발을 동동 구르고,
주고받는 한 마디 말에 다투고 끓어오르고...  
그런 시간들이 쌓이고 쌓이면서

어느 순간,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안에 새겨진 깊은 상처가 느껴질 때
한 번쯤 인도인들의 삶을 떠올려 보는 것은
부드러운 치료약이 되어 주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담담한 듯 평온한 듯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때로는 그럴만한 일도 아닌데
그냥 씩 웃어 버릴 수도 있을만한 아주 작은 일인데
그것이 너무 억울하고 답답하고 슬퍼져서
미친 것처럼 엉엉 울어버리고 싶어질 때가 있습니다.

이미 지워져 버렸다고 생각했던
내 지나온 날들의 수많은 상처들은
결코 지워진 것이 아니라 그저 가라앉아 있었을 뿐임을,
내가 애써 대범한 척 하며
두꺼운 이불을 그 위에 뒤집어 씌워버렸던 것임을  
그런 때면 느낍니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소인(小人)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내가
작은 무게에도 영락없이 흔들리는 저울대와 같은 사람이라고 해도
그 자체를 부끄러워하지는 않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또한 내 곁의 어떤 사람이 그렇다 해도
그를 탓하거나 나무랄 필요도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럴 때면 그저 나 자신에게,
또는 내 곁에 있는 그 누군가에게
조용히 다음과 같은 인도의 노래를 들려 주겠습니다.




당신은 나를 무한케 하셨으니

그것은 당신의 기쁨입니다.
이 연약한 그릇을
당신은 비우고 또 비우고 또 비우시고
끊임없이 이 그릇을 싱싱한 생명으로 채우십니다.

이 가날픈 갈대 피리를
당신은 언덕과 골짜기 넘어 지니고 다니셨고
이 피리로 영원히 새로운 노래를 부르십니다.

당신 손길의 끝없는 토닥거림에
내 가날픈 가슴은 한없는 즐거움에 젖고
형언할 수 없는 소리를 발합니다.

당신의 무궁한 선물은
이처럼 작은 내 손으로만 옵니다.
세월은 흐르고
당신은 여전히 채우시고
그러나 여전히 채울 자리는 남아 있습니다.

                                          
- 타고르 ’기탄잘리’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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