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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마른 마음을 어떻게 적실 수 있을까? 본문

나의 생각

메마른 마음을 어떻게 적실 수 있을까?

빛무리~ 2009. 9. 17.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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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내 마음이 이토록 메말랐는가? 모래바람 부는 사막처럼 물기라고는 조금도 없이 스산하기만 하구나. 눈이 따가워 뜰 수도 없고 목은 바짝 말라붙어 삼킬 침조차 없구나. 이 괴로움은 도대체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

벌써 며칠 전에 문득 가슴이 시리도록 절실하게 떠오른 생각이었습니다. 그리고 며칠간 틈나는대로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나의 마음이 바삭거리도록 메마른 이유가 무엇인지... 스스로 견디기 힘들 정도로 이렇게 된 원인이 무엇인지를 천천히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 아무 이유도 없이 '찬란한 유산'의 장숙자(반효정) 회장이 손자 선우환(이승기)에게 해주던 말이 생각났습니다. "사람을 쉽게 믿지 않는 할머니가, 만난지 얼마 되지도 않는 고은성(한효주)에게 사업과 전재산을 물려주겠다는 진짜 이유가 무엇이냐고"... 이제 철이 든 손자가 차분하게 물어보니 할머니는 역시 차분하게 대답하셨습니다. "은성이에게는 측은지심이 있어..."

"사람이면 누구나 동정심을 지니고 있지. 불쌍한 사람을 보면서 "아, 불쌍하구나.." 하고 생각하는 것이 동정심이야. 그런데 측은지심은 좀 달라. 측은지심은... 차마 돌아서지 못하는 마음 이거든."

아... 이것이었는가... 싶었습니다. 얄팍한 동정심 하나만 가지고 충분하다 생각하며 살아왔던 지난날이 떠올랐습니다. 내가 측은지심을 발휘한 적이 몇 번이나 있었던가 생각해보니 결코 많지 않았습니다.
남에게 손 내미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는 소극적인 성격 탓이라고 스스로를 위안하기도 했었지요. 그러나... 좀처럼 밖으로 뻗어나가지 못하고 그저 자기 안으로만 파고들어가려 하는 어리석은 나의 모습이, 마치 눈앞에 내면을 비추는 거울이라도 있는 듯 선명하게 비춰지는 순간, 그 모든 것은 핑계일 뿐이었습니다.

메마른 마음을 적시기 위해서는 타인을 내 안으로 끌어들여야 한다는 것을, 그게 정답이라는 것을 문득 깨달은 오늘 이 찬란한 아침에, 다시 한 번 생각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급하게 굴지 말고 천천히 해야겠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급히 먹는 밥은 체하게 마련이고, 안 하던 짓을 너무 갑자기 시작하면 남들이 이상하게 볼 수도 있고 (흠..^^;;), 무엇보다 인내심과 끈기가 매우 부족한 자신을 알기에 처음부터 무리한 시도를 하면 결코 오래 지속되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습니다.

타인을 내 안으로 끌어들이는 방법은, 가만히 생각해보니 참 여러가지가 있었습니다. 손을 내미는 방법에는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것도 있었지만, 내 마음을 그의 마음속에 넣어주는 방법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딘가에서 들은 이야기입니다. 한 남자가 한 겨울 추위에 떨고 있는 걸인을 보았는데, 도와주고 싶었지만 주머니 속에는 동전 한 닢조차 없더랍니다. 순간 저도모르게 달려가서 걸인의 꽁꽁 얼어붙은 손을 덥석 잡았더랍니다. 그랬더니 그 걸인은 떨리는 손으로 말하더랍니다. "아... 차가운 동전을 던져주는 손길은 많았지만, 이토록 따뜻하게 잡아주는 손길은 처음입니다..."

감동적이긴 한데, 실제 상황이라고 가정해보니 결코 실천하기가 쉬운 일은 아니겠더군요. 내 곁에 있는 사랑하는 사람에게도 손 한 번 내밀기가 쉽지 않은데, 모르는 사람의 손을 덥석 잡는다는 것은 지금의 저로서는 무리한 계획이라서 적절치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구나 지금은 겨울도 아니고... (흠..^^;;)


항상 자신을 솔직한 사람이라고 생각해 왔건만, 주위 사람들을 대하면서 내가 그 동안 얼마나 솔직하지 못했는지를 갑자기 깨달았습니다. 사랑한다고, 고맙다고, 당신이 있어서 정말 좋다고... 이런 말들은 왜 못하고 살아가는 걸까요? 언제나 마음은 그러한데, 그 마음 하나 전달하기가 어찌나 어려운지... 점점 더 외로워져 가고 있더군요.

수많은 인명을 앗아갔던 대구 지하철 화재사고시, 죽음을 눈앞에 둔 많은 사람들이 가족에게 전화를 걸어 사랑한다고 말했다는 기사를 읽고 눈물을 흘렸던 일이 기억납니다. 그렇게 급박한 상황에서야 마음을 전할 수 있다는 건 슬픈 일이예요.

조심스럽게 입을 열어 나의 마음 전하기.

이것이 오늘의 결론입니다. 역시 쉽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한 걸음씩 나아가기는 해야 하니까요. 갑자기 생뚱맞게 "사랑한다"고 말하면 그것도 좀 이상할 수 있으니까 (물론 좋기는 하겠지만;;) 가장 쉬운 말은 역시 "고맙다"는 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주 작은 일 하나에도 고맙다는 말을 잊지 않는 것... 바삭거리도록 메마른 마음을 적시기 위해 오늘 제가 선택한 방법은 바로 이것입니다. 새삼스레 떠올려보니 고맙다는 말조차 쓸데없이 아끼고 살았더라구요.

이렇게 햇살이 좋은 가을 날 아침에... 제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해 주셨으니 고맙습니다. 이토록 솔직한 글을 쓸 수 있게 해 주셨으니 고맙습니다... 제 마음을 적시려는 노력을 시작하도록 결심하게 해 주셨으니 고맙습니다... 이렇게 먼저 하느님께 감사를 드리고...

이 허름한 집을 방문하여 이 부족한 글을 읽어 주신 모든 분들께도 너무나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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