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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받아들이는 방법 본문

나의 생각

사랑을 받아들이는 방법

빛무리~ 2009. 8. 28.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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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오래 전 일입니다.
무엇 때문에 우울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데, 하여튼 몹시 우울한 날이었습니다.
길을 걷는데, 기운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때 저만치 골목길 앞쪽에서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에이... 울면 안되지..... 아빠가 이렇게 텔레토비 인형하고 과자를 잔뜩 사들고 가는데..."

숙였던 고개를 들어 쳐다보니 한 손에는 너덧 살 정도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의 손을 잡고 다른 한 손에는 인형과 과자를 잔뜩 담은 비닐봉지를 든 한 젊은 남자가 맞은편에서 걸어오고 있었습니다. 그 아버지는 참 젊었습니다. 아직 채 서른도 안 되어 보이더군요.
옆의 어린아이는 무슨 일 때문인지 눈가가 붉어져 있었는데 제가 보았을 때는 이미 울음을 그치고 어리둥절한 얼굴로 무언가 생각하는 눈치였습니다. 그 표정은 마치, "아, 그런가? 내가 울면 아빠한테 미안한 건가?" 하고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 부자와 저는 마치 슬로우 비디오처럼 한적한 골목길을 스쳐 지나갔습니다. 어린아이는 더 이상 울지 않았습니다.

그 젊은 아버지의 목소리에 배어 있던 엷은 서운함이 제 가슴을 찔렀습니다. 아무리 나이가 어리다지만, 이토록 자기를 위하고 사랑하는 아빠의 마음도 몰라주고 울기만 하는 아들에게 그 아버지는 정말 조금은 서운한 것 같았습니다.

그 젊은 아버지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저에게 하느님의 목소리를 들려준 것이었습니다.

언젠가 제가 친한 친구의 어깨에 기대어 눈물을 흘릴 때 그 친구가 저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습니다.

"이렇게 힘들어하면 안되지...너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은데...울면 안되지..."

저는 정말 주책맞을 정도로 눈물이 많습니다. 왜 자제가 안되는지 모르겠어요.


또 하나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것도 아버지의 이야기입니다.

한 아버지에게 신체장애로 걸음을 걷지 못하는 어린 딸이 있었습니다. 그 딸의 생일 날, 아버지는 커다란 과일 바구니를 사들고 귀가했습니다. 딸은 휠체어를 타고 현관 앞까지 아빠를 마중나왔습니다. 그리고 아빠의 손에 들린 선물을 보고는 뛸 듯이 기뻐하며 말했습니다.

"아빠, 제가 그 과일 바구니를 들고 가겠어요."

아버지는 말했습니다.

"아가, 걷지도 못하는 네가 어떻게 이것을 들고 가겠다는 말이냐?"

딸은 활짝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아빠... 저는 과일 바구니를 들고, 아빠는 저를 안고 가시면 되잖아요."

그 말을 들은 아버지는 너무도 사랑스럽고 기쁜 마음에, 딸에게 과일 바구니를 안겨 주고, 자신의 두 팔로는 딸을 번쩍 안아 들고 덩실덩실 춤을 추며 집 안으로 들어갔다나요..^^

*******

또 하나의 생각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한 남자가 길을 가다가 추운 겨울에 꽁꽁 언 손을 내밀고 구걸하는 노인을 보았습니다. 남자는 얼른 주머니를 뒤졌지만 동전 한 닢 잡히지 않았습니다. 남자는 엉겁결에 달려가 노인의 손을 꼭 잡았습니다. 노인은 감격의 탄성을 올리며 남자의 손을 꼭 마주 잡았습니다. 그리고 말했습니다. "아, 차가운 동전을 던져 주는 손은 많았지만, 이토록 따뜻하게 잡아주는 손은 처음입니다." ...

사랑을 하는 것도 어렵지만, 사랑을 받아들이는 것 또한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모릅니다.

나의 모자람, 부족함, 너무 많은 결점들... 그것들이 슬픔보다는 오히려 기쁨의 이유가 되었으면... 오늘도 변함없이 간절한 기원입니다.


1999년 11월 21일

(가톨릭 인터넷 사이트에 십여년간 올렸던 글들을 개인 블로그로 옮기는 작업중입니다. 대부분은 발행하지 않고 저장만 할 생각이지만, 몇 개의 글들은 약간의 수정 작업을 거쳐서 발행을 해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종교적 색채가 많이 묻어나더라도 양해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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