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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지붕뚫고 하이킥' 100회에서 신애가 생일을 맞이했습니다. 어린 나이에는 누구나 그렇죠. 자기가 처한 입장이나 상황을 뚜렷이 깨닫지 못한 채, 꿈에 부풀어 있습니다. 현경의 생일에 온 집안 식구들이 합십하여 서프라이즈 파티를 해주었던 것을 떠올리며, 자신에게도 그렇게 해줄 거라는 행복한 기대를 하는 신애의 모습은 어린 아이기 때문에 안스럽기만 합니다. 그러나 세경은 집안 식구들에게 드러내놓고 생일이라고 자랑할 수도 없는 자신들의 입장을 잘 알고 있습니다. 동생이 꿈에 젖어 있는 동안, 언니는 항상 각박한 현실과 싸워야 했으니까요. 세경은 신애를 데리고 나가 떡볶이와 자장면을 사주고, 예쁜 머리핀도 사주고, 케잌에 촛불도 켜서 작은 생일파티를 마련해 주지만, 언니와 단둘이 보내는 생일을 기쁘게 받아들이기..
'지붕뚫고 하이킥'은 이제 종영까지 2개월을 채 못 남겨둔 시점에서, 그들이 앞으로 어떻게 부딪치며 성장하고 화합해 나아갈 것인지, 94회에서 그 전초전을 보여 주었습니다. 저의 시선에는 그 충돌과 화합의 과정이 크게 두 갈래로 나뉘어 보여지더군요. 1. 객식구들의 이념적(?) 충돌 - 세경과 광수, 인나 메인 게임이라고 볼 수 있는 가족 간의 충돌보다 먼저 몸풀기 게임처럼 객식구들의 충돌이 벌어졌습니다. 한 봉지에 100만원 가량이나 하는 르왁커피를 둘러싼 세경과 광수, 인나의 한판 대결이었지요. 사실 이들은 앞으로 같이 살게 될 운명은 아닙니다. 그러므로 굳이 화합의 가능성을 열어두지 않고 그냥 충돌 과정만 표현했는지도 모르겠군요. 하지만 이들이 보여준 만만치 않은 대립각은 앞으로 이 가족이 겪어 나..
옛날 옛날에... 아니, 그렇게 옛날은 아닌지도 모르겠는데... 해리라는 어린 공주님이 살았어요. 공주라고 하니까 아주 예쁘고 사랑도 듬뿍 받았을 것 같지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해리 공주는 그렇지를 못했어요. 해리 공주의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큰 회사의 사장님과 부사장님이에요. 임금님처럼 돈이 많아요. 그래서 언제나 해리 공주는 예쁜 옷을 입고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었어요. 하지만 그냥 그것뿐이었어요. 해리네 나라보다 더 가난한 이웃나라 왕자님과 공주님은 모두 가족들과 어울려 재미있게 노는데, 그 커다란 궁궐같은 집안에서 해리 공주는 늘 혼자예요. 심지어는 크리스마스 이브에도 아빠와 엄마는 해리를 혼자 놔두고 둘이서만 저녁을 먹으러 나갔어요. 할아버지도, 삼촌도 모두 여자친구가 있어서 자기들만 행복했을..
'지붕뚫고 하이킥' 82회는 언제나처럼 두 갈래의 에피소드를 보여주었지만, 묘하게도 그 안에서 보여준 감정은 하나였습니다. 바로 '질투'였지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통 멋지기만 한 그 남자, 신애의 첫사랑인 '발냄새 왕자님' 줄리엔 아저씨가 그만 악동 해리의 눈에 제대로 꽂히고 말았습니다. 하교길에 우연히 만난 신애에게 목마를 태워주는 줄리엔을 보자 해리는 자기도 목마를 타고 싶은 욕망에 불타게 되지요. 집에 와서 자기 아버지 정보석에게 목마를 시도해 보지만 허약한 보석은 일어나지도 못합니다. 어쩌면 보석이 너끈히 해리를 어깨 위에 태우고 일어섰더라도 해리의 허전한 마음은 채워지지 않았을 겁니다. 이미 키 크고 건장하고 멋진 서양 출신 우등 말(馬) 줄리엔을 목격한 이후였는걸요. 자기가 시험에서 100점..
우리 아빠는요, 매일 밤 나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곤 했어요. 백설공주보다도, 오즈의 마법사보다도 훨씬 더 재미있는 이야기들이었어요. 나는 깊은 산 속, 깊은 어둠 속에 누워서 아빠의 이야기를 듣다가 스스르 잠이 들곤 했지요. 텔레비젼도 없고 학교에도 다니지 않았지만, 나는 조금도 심심하지 않았어요. 아빠와 함께 있으면 나의 작은 세상은 온통 재미있는 일 투성이였거든요. 그 이야기들이 모이면 아빠는 나에게 동화책을 만들어 주셨어요. 아빠의 머릿속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은 끝이 없었고, 아빠가 만들어 준 동화책 속에서 나는 행복했는데... 이제 아빠는 내 곁에 없네요. 나는 그리워서, 너무 그리워서 해리의 동화책을 펼쳐 보았지만 그 속에도 아빠는 없었어요. 자기 물건에 손을 댔다고 또 나를 구박하는 해리..
원래 오늘 쓰려고 했던 포스팅은 이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다음뷰 베스트에 올라 있는 어느 분의 글에서 '지붕뚫고 하이킥'의 황정음 캐릭터가 많은 비난을 받고 있으며, 누군가는 잘못된 가정교육의 산물이라는 감정섞인 표현도 하는 것 같다는 내용을 읽으니, 또 문득 할 말이 떠오르더군요..^^ 황정음 캐릭터가 잘못된 가정교육의 산물이라는 표현은 제가 한 것입니다. (정음을 좋아하는 지훈이 안타까운 이유) 그리고 그때나 지금이나 제 생각에는 변함이 없고, 그 표현은 감정이 아니라 지극히 이성적인 판단하에서 나온 것입니다. 현재 그녀의 캐릭터를 귀엽고 사랑스럽게 보는 분들은 많이 계시지만, 그렇다고 가정교육을 잘 받고 자랐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과연 계실지는 모르겠군요. 누가 봐도 그건 좀 아니지 않나요? 가장..
아빠... 아빠의 바다는 오늘 어땠나요? 신애와 저는 매일 밤, 잠들기 전에 기도해요. 아빠가 계신 곳에 거친 바람이 불지 않게 해달라고, 그 바다에는 언제나 잔잔한 파도만 일게 해달라고 말이예요. 우리는 잘 지내고 있어요. 조금도 걱정하지 마세요. 나중에 아빠께 보여 드리려고, 신애가 받아 온 시험지랑 성적표랑 모두 잘 간직하고 있어요. 우리 신애, 얼마나 똑똑하고 열심히 하는지, 저는 그것들을 볼 때마다 기운이 새록새록 솟아나요. 아빠도 보시게 되면 분명히 좋아서 펄쩍펄쩍 뛰시게 될 거예요. 며칠 전에 좋은 소식이 있었어요. 길에서 우연히 뵙게 된 할머니를 도와 드렸는데, 뜻밖에도 그 할머니는 엄청난 부자이셨어요. 우리 사정을 듣고 딱하게 여기시더니, 제가 마음에 드신다면서 할머니의 집 일을 도와달라..
'지붕뚫고 하이킥'의 어린 악역 '해리'(진지희)는 그야말로 최강 캐릭터라 할 수 있었습니다. 언제나 "내꺼야!"를 외치며 신애(서신애)의 물건을 빼앗기도 하고, 신애의 먹을 것도 다 빼앗아 먹는 해리의 버릇을 고치기 위해 모처럼 준비한 오빠 준혁(윤시윤)의 계획은 보기 좋게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쉽지 않을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예상에 비해서도 너무 싱거운 결말이었습니다. 이순재의 집에 한 상자의 홍어가 선물로 도착하는데, 가족들 중 아무도 그 독한 냄새를 즐기는 사람이 없어서 처치곤란이 됩니다. 준혁은 해리의 버릇을 고치는 데에 홍어를 이용해보기로 합니다. 치킨이나 피자 등 맛있는 음식 안에 홍어를 한두 점씩 숨겨놓고 일부러 큰 소리로 "신애야, 이거 먹어봐. 정말 맛있다~" 하고 외치면, 아니나 다..
'지붕뚫고 하이킥'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프로그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제 블로그에 자주 들러서 글을 읽어주시는 벗님들은 잘 아실 것입니다. 제가 얼마나 이 프로그램을 좋아하는지, 얼마나 애정을 갖고 수차례의 정성들인 포스팅을 해왔는지를 말입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연속적으로 실망을 안겨주는군요. 글쎄 뭐, 러브라인의 방향이 제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고 해서 탓할 수야 없겠으나... 그보다도 요즈음 방송되는 에피소드를 보면 대체 시청자들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며칠 전, 생뚱맞게 한겨울의 수영장 씬으로 출연자들의 노출을 조장했던 에피소드 역시 그랬습니다. 눈요기, 그 이상의 아무런 의미가 없었지요. 줄리엔강의 명품 몸매를 보고 열광하며 모여드는 아주머니들의 모습 역..
'지붕뚫고 하이킥'의 출연자 중 아역 서신애는 이순재 옹과 더불어 가장 먼저 김병욱 PD에 의해 캐스팅이 확정된 인물입니다. 촬영을 시작하는 시기조차도 서신애의 스케줄에 맞췄다는 이야기까지 들은 기억이 나는군요. 그만큼 서신애는 이 시트콤에서 없어선 안 될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신애의 러브라인도 준비되어 있는데 그 상대는 매우 의외의 인물이 될 것이라는 PD의 귀뜸도 있었네요. 저는 그게 누구일지 매우 궁금했습니다. 왠지 그 상대는 신애와 같은 또래인 어린 소년보다는 어른이 되지 않을까 하고 예상되더군요. 그 중에서도 유력한 인물이 있다면, 세경과 신애 자매에게 많은 은혜를 베풀어 주었고, 신애가 늘 '줄리엔 아저씨'라고 부르며 졸졸 따르는 외국인 줄리엔강이 있겠습니다만, 만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