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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회자정리 거자필반(會者定離 去者必返)"이란 법화경의 한 구절로서 "만난 사람은 반드시 헤어지고 떠난 사람은 반드시 돌아온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어느 정도 인생을 알아갈 때쯤이 되면 '회자정리'의 먹먹한 슬픔에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에 비해 '거자필반'에는 공감하기가 쉽지 않다. 떠났다가 돌아오는 것은 떠나기보다 훨씬 어렵고,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는 것 또한 헤어지기보다 훨씬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거자필반'까지는 도달하지 못하고 '회자정리'에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짐작컨대 '거자필반'을 '회자정리' 뒤에 붙여둔 것은 중생의 애달픔을 불쌍히 여긴 성현들의 위로가 아니었을까 싶다. (물론 아주 가끔씩은 '거자필반'의 기적이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다..^^) 작년 가을부터 소소한..
아직도 우리에게 '한일전'의 의미는 컸다. 단순히 '외국'과의 경기가 아닌 '한일전'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감정이, 정식 스포츠 경기도 아니고 예능 프로그램에서까지 열렬하게 솟구쳤으니 말이다. 예전처럼 단일민족 국가라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내세울 수 없는 글로벌 시대에, 오히려 그랬다가는 편협한 국수주의라든가 비윤리적인 인종차별의 일환으로 여겨질 수 있는 이 시대에, 일본('일본인'이 아니라 '일본'이다)을 상대하는 한국인들만의 독특한 감정을 그 어떤 외국인이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까? 부당한 국권 침탈과 잔인한 식민통치는 결코 잊혀질 수 없는 역사의 상처이나 오래 전에 지나간 일이고, 우리의 감정도 더 이상 치떨리는 미움이나 증오까지는 아니다. 그러나 한국인의 가슴에는 아직도 풀리지 않은 응어리가 분..
요즘 끝없이 새롭게 발전하는 '런닝맨'을 보면 정말 유쾌하고 즐겁습니다. '이상한 나라의 런닝맨' 이라는 제목으로 꾸며진 이번 주의 방송 역시 신선한 아이디어로 가득했지요. 최종 미션인 비밀의 문 열쇠를 얻기 위해 멤버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수많은 보물상자를 열어 보았는데, 그 안에는 각종 기상천외한 아이템이 들어있어 예상치 못한 재미를 주었습니다. 케이크를 먹으면 이름표가 커지거나 줄어들고, 빨간 하이힐이 나오면 남자들도 10분 동안 그것을 신고 다녀야 하는 등, 보물상자에는 주로 미션 수행을 어렵게 하는 장애물들이 숨겨져 있었죠. 뚜껑을 열면 무조건 착용하고 수행해야만 하는 거였습니다. 이광수를 위해 마련된 '램프의 요정 지니'는 그 중에도 압권이었습니다. 토끼의 안내를 받아 찾아간 동굴에 놓여 ..
앞으로 김병욱 시트콤을 감상할 때는 매회마다 리뷰를 올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중입니다. 매번 리뷰를 쓰다 보니 개인적으로 두 가지 부작용이 있군요. 첫째는 너무 '하이킥'에만 빠져들어서 다른 글을 쓰기가 점점 더 힘들어진다는 것이고, 둘째는 갈수록 스텐레스김의 손바닥 위에서 농락당하는 느낌이 든다는 것입니다..;; 떡밥은 점점 더 많아지는데, 그의 어장에 노는 물고기로서 받아먹지 않기에는 떡밥들이 너무나 크고 먹음직해 보입니다. 뿐만 아니라 떡밥이라도 애써 던져주는데 매몰차게 외면하자니 좀 미안하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허구헌날 판단과 예측이 바뀌며 횡설수설하게 되는군요.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는 원래 고집이 상당히 세고 초지일관하는 편인데, 이러면서 스타일도 무너지고 자존심도 구겨집니다...
그러잖아도 갈 길이 바쁜데 95~96회에서 별 의미 없는 에피소드를 끼워넣으며 주춤거리는 것을 보고 저는 몹시 황당했습니다. 무심히 보는 프로그램이라면 "뭐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넘어가겠지만, '하이킥'에는 각별한 애정을 지닌 만큼 실망도 컸습니다. 특히 95회에서는 윤계상의 과거 에피소드가 나온다 해서 무척 기대가 컸고, 게다가 최다니엘이 카메오로 출연한다 하니 잔뜩 설레며 기다렸었죠. 어쩌면 과거 윤계상이 명인대학 병원에서 쫓겨난 이유가 밝혀진, 그 완벽했던 24회보다도 퀄리티가 더욱 높을 거라 기대했는데, 어쩌면 그렇게도 뜻밖의 유치함과 허망함으로 뒤통수를 칠 수 있을까요..;; 그래도 마지막 자존심까지 버리고 학교로 돌아갈 만큼 김지원을 향한 짝사랑에 올인하는 안종석(이종석)의 순수함 때문에 허..
현재까지 가장 뚜렷한 실체를 드러낸 러브라인은 '박하선-윤지석(서지석)' 커플입니다. 이제 와서야 누가 부인할 수 있을까요? 박하선의 공식 연인은 엄연히 고영욱인데도 요즘 그의 분량은 거의 쩌리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오히려 짝사랑남 윤지석과 함께 하는 시간만 점점 더 늘어나고 있습니다. 45, 47, 48회에서 연달아 등장한 '지석-하선' 라인의 첫눈 맞기, 화장실 찾기, 폭풍 후진 에피소드는 짜릿한 낭만과 배꼽 잡는 웃음을 겸비한 시트콤 최고의 장면들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제가 일찌감치 예측했던 것처럼 이 둘이 진짜 인연이라는 사실은 이미 공공연히 드러났습니다. 어차피 고영욱의 존재는 잠시 스쳐지나가는 인연이었지만, 예상했던 것보다 너무 빨리 이별의 시간이 다가온 듯한 느낌도 듭니다. 아무래도..
저만의 독특한 느낌인지도 모르지만 '하이킥3'의 박지선을 보면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의 노홍렬(이홍렬)이 떠오릅니다. '웬만해선...'이 방송되던 2001년 무렵, 이홍렬은 최고의 개그맨이자 MC로서 한창 잘 나가고 있었지요. 그런 그가 시트콤에 출연한다고 했을 때, 그가 가장 코믹한 캐릭터를 맡아서 큰 웃음을 줄 거라고 누구나 예상했었습니다. 그러나 의외로 이홍렬이 맡은 캐릭터는 가장 웃음기가 없고 진지한 역할이었습니다. 노구(신구)의 둘째아들 노홍렬은 어린 딸 민정(김민정)을 남기고 아내가 세상을 떠난 뒤, 십여년 동안이나 재혼하지 않고 혼자서 딸을 키우며 살아왔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옆집에 이사 온 배종옥을 보고 한 눈에 반해서 길고도 간절한 짝사랑을 시작하게 되지요. 자그마한 체격에..
윤계상-김지원에 이어 또 하나의 러브라인이 예고되었습니다. 언뜻 보면 박하선-윤지석(서지석)의 러브라인 같지만, 정확히는 박하선-고영욱의 러브라인입니다. 이미 공홈의 인물관계도에 명시되어 있는 관계이므로, 맨 마지막에 반전이 있을지는 몰라도 초반에서 중반까지는 이 러브라인의 구도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사실 저는 인물관계도를 처음 보았을 때부터 가장 불가사의하다고 생각했던 러브라인이 박하선-고영욱 커플이었습니다. 박지선-줄리엔강 라인도 좀 뜻밖이긴 했지만, 이들은 어차피 감초 역할이기 때문에 가능한 한 '코믹하고 재미있는' 커플로 만들면 오히려 가장 시트콤에 어울리는 조합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요. 그러나 박하선은 제가 보기엔 여성 캐릭터 중의 핵심이라고 할만합니다. 나름 코믹한 면도 있지만, ..
앞으로 2개월하고 12일이 더 지나서 9월 19일이 되면, 김병욱 감독의 '하이킥3 - 짧은 다리의 역습'이 첫방송됩니다. '지붕뚫고 하이킥'이 2009년 9월에 시작되었으니, 꼭 2년만의 재회(?)로군요. 저는 벌써부터 반갑습니다. 저절로 신명이 나서 어깨가 들썩거릴 정도로 반갑습니다..ㅎㅎ 그런데 오늘은 가수 이적이 '하이킥3'의 음악감독을 맡으며 합류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건 그야말로 금상첨화로군요. '무한도전'에서 유재석이 담담히 털어놓는 인생 스토리를 듣고 '말하는 대로'와 같은 명곡을 탄생시킨 이적이라면, 스토리의 전개와 캐릭터의 특성을 깊이 파악하여 가장 잘 어울리는 음악들로 재미와 감동을 더해 줄 거라 믿습니다. 더구나 이적의 역할은 음악감독에서 그치지 않고 고정출연과 내레이션까지 겸..
이곳 저곳 인터넷을 살피다 보면 '지붕뚫고 하이킥'의 여성 캐릭터에 대해서 한결같은 내용의 기사들을 접할 수 있습니다. 현재 황정음과 신세경의 인기가 최고로 치솟고 있는 가운데, 남성들은 신세경을 더 좋아하고 여성들은 황정음을 더 좋아한다는 내용입니다. 그 이유라면 얌전한 청순 글래머 신세경은 전통적 여성상으로서 남성들의 로망이며, 현대적이고 통통 튀는 매력에 스타일 좋고 솔직당당한 황정음은 현대 여성들의 워너비이기 때문이라고들 합니다. 저는 여성입니다. 신세경이나 황정음과 같은 세대는 아닙니다만...^^ 그래도 아직은 젊은 세대의 여성입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저는 남들이 한결같이 말하는 그녀들의 특성에 대하여 동조할 수 없더군요. 제가 보기에는 오히려 반대되는 특징들이 엄청나게 많거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