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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닝맨' 최약체 정재형, 사실은 숨겨진 에이스였다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런닝맨' 최약체 정재형, 사실은 숨겨진 에이스였다

빛무리~ 2012. 4. 10.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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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끝없이 새롭게 발전하는 '런닝맨'을 보면 정말 유쾌하고 즐겁습니다. '이상한 나라의 런닝맨' 이라는 제목으로 꾸며진 이번 주의 방송 역시 신선한 아이디어로 가득했지요. 최종 미션인 비밀의 문 열쇠를 얻기 위해 멤버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수많은 보물상자를 열어 보았는데, 그 안에는 각종 기상천외한 아이템이 들어있어 예상치 못한 재미를 주었습니다. 케이크를 먹으면 이름표가 커지거나 줄어들고, 빨간 하이힐이 나오면 남자들도 10분 동안 그것을 신고 다녀야 하는 등, 보물상자에는 주로 미션 수행을 어렵게 하는 장애물들이 숨겨져 있었죠. 뚜껑을 열면 무조건 착용하고 수행해야만 하는 거였습니다.

이광수를 위해 마련된 '램프의 요정 지니'는 그 중에도 압권이었습니다. 토끼의 안내를 받아 찾아간 동굴에 놓여 있던 램프를 광수가 문지르며 요정을 부르자 과연 지니가 나타났습니다. 그의 정체는 바로 특별출연한 줄리엔강이었는데, 이광수와는 3년 전 '지붕뚫고 하이킥'에 함께 출연했던 인연으로 절친이 된 모양이더군요. 어설픈 지니 줄리엔강은 좀처럼 주인의 뜻대로 움직여 주지 않는 바람에 광수의 속을 적잖이 태웠지만, 그래도 '런닝맨'의 대표 허당, 기린 이광수는 힘센 지니의 도움을 받아 초반 탈락을 면했을 뿐만 아니라, 무려 김종국의 이름표를 제거하는 등 몇 가지 쾌거를 이룩할 수 있었네요. 설정도 재미있었지만, 요정 지니의 화려한 복장이 너무 잘 어울리는 줄리엔의 훈훈한 비주얼 덕분에 정말 눈이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주목한 인물은 따로 있었으니, 지금껏 등장한 '런닝맨'의 모든 캐릭터 중 최약체라면서, 제작진이 자막을 띄울 때마다 '최약체'라고 호칭한 게스트 정재형이었습니다. 함께 출연한 보아는 지칠 줄 모르는 체력에 과감한 공격력까지 선보이면서 '런닝맨'의 고정 멤버들에게 적잖은 위협이 되었지만, 비실비실 제 몸 하나 가누기도 힘들어 보이는 정재형은 그 누구도 경계하지 않는 잉여 캐릭터였죠. 하지만 결과를 놓고 보면, 시종일관 방송 전체를 파악하며 리드해 나간 사람은 바로 정재형이었습니다.

'무한도전 가요제'에서 정형돈과 함께 결성했던 '파리돼지앵'은 줄곧 진지한 음악과는 거리가 먼 코믹 듀오처럼 보였죠. 심지어 가요제 당일까지도 노래가 완성되지 않은 것처럼 발을 동동 구르며 쇼를 벌였던 그들입니다. 하지만 정작 발표된 노래 '순정마초'는 다른 어떤 팀의 노래보다도 훨씬 더 진지하고 예술성이 높은 명작이었어요. 그야말로 예상을 뒤엎은 반전이었고, 한 번도 경험해 본 적 없던 기분 좋은 뒤통수였습니다. 저는 그 때부터 정재형의 천재 기질을 알아보았지요. 진짜 천재인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은, 굉장히 머리가 좋은 사람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런닝맨 사상 최약체'라는 컨셉도 어쩌면 예능적 재미를 위해서 정재형이 의도적으로 연출한 것일지 모릅니다. 물론 다른 방송에서도 가끔씩 휘청휘청하며 약한 체력을 드러낸 적이 있으니 100% 연출은 아니겠지만, 토끼로 분장한 동완 FD를 쫓아가면서 "나 이러다 죽어... 나 죽어, 나 죽어!" 하고 엄살부리며 넘어지던 모습이나, 이광수와 1:1로 대치하는 상황에서 지나치게 어설픈 자세로 덤벼들던 모습 등을 떠올리면, 설마 저게 모두 진짜일까 하는 의심이 저절로 생기거든요.

하지만 '최약체' 정재형의 활약은 눈부셨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2~3개씩의 힌트 글자를 갖고서도 비밀의 문 열쇠가 숨겨진 장소를 얼추 짐작조차 못했는데, 정재형은 달랑 '터' 한 글자만을 가지고 단숨에 '아트센터'로 연결시켰다는 사실이 놀랍지 않은가요? 물론 '터'라는 글자가 다른 글자에 비해 강력한 힌트였고, 마침 눈앞에 떡하니 '아트센터'라는 표지판이 나타나는 등, 운이 좋았다는 사실도 부인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아무나 쉽게 할 수 있는 추리는 아니었습니다.

 

번뜩이는 직관과 추리력, 주변을 두루 살피는 넓은 시야, 재빠르면서도 정확한 판단력, 주저없이 실행에 옮기는 과감성과 단호함... 방송상으로는 정재형이 너무 쉽게 열쇠를 얻은 것처럼 보였지만, 곰곰히 생각할수록 그의 광범위한 능력은 감탄스러울 뿐이었어요. 하지만 제작진과 정재형은 합의라도 한 것처럼 그 능력을 철저히 숨겼습니다. '아트센터' 표지판을 보고 신나서 달려가던 중에 두 번이나 모자가 바람에 날려 훌러덩 벗겨지는 등의 모습만을 부각시키며 코믹한 이미지를 강조했을 뿐입니다.

정재형은 과연 최약체답게, 다른 사람도 아닌 이광수와의 1:1 대결에서 패배하여 이름표를 떼이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검은 양복의 요원들에게 붙잡혀 끌려가면서도 폼생폼사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광수와 대결하던 자신의 모습을 표범처럼 멋지게 편집해 달라고 부탁하는군요. 하지만 그래픽으로 표범이 삽입되자, 어렴풋이 드러난 정재형의 엉거주춤한 자세는 표범의 용맹한 자태와 비교되어 더욱 초라하고 우스워 보였습니다. 그는 설마 이것까지 계산에 넣고 있었을까요?

 

열쇠를 얻고 나서 보아를 적당히 따돌리고 몰래 비밀의 문을 찾아 달려갔다면 충분히 우승을 차지할 수도 있었으련만, 굳이 생존한 멤버들의 주위를 맴돌며 부딪힐 기회를 만든 정재형의 행동은 명백히 의도적이었습니다. 하긴 '최약체'라는 캐릭터에는 우승자가 되어 떵떵거리는 것보다야 좀 더 비참하게 당하는 몰골을 보여주는 편이 효과적이었겠죠. 오랫동안 약자의 캐릭터로 어필해 온 지석진이나 이광수의 우승은 묘한 통쾌감을 선사할 수 있지만, 정재형의 '최약체'는 이제 막 따끈따끈하게 새로 얻은 캐릭터라서 반전을 꾀하기에는 시기상조니까요.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실질적인 우승자는 송지효가 아니라 정재형이었습니다.

저의 개인적 느낌으로는, 최민수 한 사람을 제외하면 '런닝맨' 역사상 이토록 강렬한 인상을 남긴 게스트는 없었던 듯 싶군요. 혼자 힘으로 최종 미션에 성공하고 열쇠를 획득했을 뿐만 아니라, 무려 유재석에게 달려들어 이름표를 제거할 만큼 대단한 활약을 펼쳤지만, 우승은 기꺼이 타인에게 양보하고 시종일관 빵빵 터지는 웃음만을 선물해 준 정재형... 그는 명목상으로는 '최약체'였지만 사실은 최고 레벨의 숨겨진 에이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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