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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사랑비'를 3회까지 시청했지만, 남주인공 서인하(장근석)의 매력은 여전히 오리무중입니다. 그 시대의 사랑 방식은 대부분 그랬었다고 아무리 변명해봤자, 이 시대 시청자들의 눈에는 답답하다 못해 찌질해 보일 뿐입니다. 김윤희(윤아)의 마음이 자기에게로 향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친구 이동욱(김시후)과 잘 됐으면 좋겠다는 둥, 사귀게 되어서 축하한다는 둥 속터지는 소리만 늘어놓더니, 자원입대 신청을 해놓고서야 비로소 그녀에게 자기 마음을 고백하는 태도는 백 번 이해할래도 이해할 수 없더군요. 그건 정말 이기적인 행동이었어요. 자기는 어차피 떠날 거면서, 왜 윤희를 부담스럽게 하는 거죠? 동욱과 잘 되기를 바랐던 마음이 진심이라면 아무 말 없이 떠났어야 합니다. 그리고 반대로 동욱을 배려하지 않는다면 이제껏 ..
새로 시작하는 월화드라마 중 일찌감치 '사랑비'를 정해 놓고 기다리면서, 가장 기대했던 것은 남주인공 '서인하'의 캐릭터였습니다. 여성 시청자가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멜로드라마의 특성상 남주인공의 캐릭터는 매력적일 수밖에 없고, 또래 남자 배우들 중 최강으로 손꼽히는 장근석의 안정적인 연기력이 더해진다면 진짜 멋있을 듯 싶었거든요. 게다가 상대역인 윤아는 외모에서부터 순정만화 여주인공의 모습 그대로이니, 저는 오랜만에 복고풍 정통 멜로에 푹 젖어들 생각을 하며 벌써부터 약간 설레고 있었습니다. 한동안 이런 종류의 감성 멜로 드라마를 볼 수 없었기에, 2006년 '봄의 왈츠' 이후 6년만에 재결합한 오수연 작가와 윤석호 PD가 다시 한 번 환상의 호흡을 보여주기를 소망하고 있었지요. 일단 미적(美的) 감각..
트위터에 올린 발언으로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거나 손수 곤욕을 자초하는 사람이 한둘은 아니지요. 옥주현, 장근석 등의 연예인들이야 말할 것도 없거니와, 불과 수개월 전 불행한 일을 당한 아나운서의 죽음 역시 트위터 발언과 무관하다고는 볼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종편으로 이적한 PD중 한 사람은 타 방송국 신생 프로그램의 진행을 맡은 한 가수를 향해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까지 트위터에 올림으로써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했습니다. 이와 같은 사건들 중에는 100% 실수라고 보여지는 것들도 있지만, 다분히 의도적이라고 보여지는 것들도 있습니다. 말하자면 일부러 세상에 물의를 일으키고자 한다는 느낌이 드는 겁니다. 여기에 아무래도 후자의 경우로 판단되는 한 사람이 있으니, 원로 드라마 작가 김수현입니다. ..
저는 평소 예능 프로그램을 좋아하지만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습니다. 그 어떤 예능을 보면서도 이렇게 처음부터 끝까지 미친듯이 웃느라 정신을 못 차렸던 기억은 없습니다. 나중에는 얼굴도 아프고 배도 아파서 그만 웃으려고 애써 봤지만 도무지 멈출 수가 없더군요. 만만찮은 녀석이라는 건 진작부터 알고 있었지만, 예전에는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습니다. 오죽하면 1년에 한 번 웃는다는 카메라 감독까지 웃겨버릴 만큼 '무릎팍 도사 - 장근석' 편은 정말 대박이었어요. 할 수만 있다면 주머니 속에 넣고 다니면서 울적할 때마다 꺼내 보고 싶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습니다. "여기가 혹시... 무릎이 닿기도 전에..." 하면서 문을 열고 머리를 내밀 때, 게스트가 장근석이라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는데도 얼핏 "여자인가?" 하..
정용화는 2010년 1월 '황금어장'의 '라디오스타'에 나와서 말하길, 연기자보다는 가수가 되는 것이 자신의 꿈이라고 했었습니다. 함께 출연했던 조권과 이홍기가 할 수만 있다면 가수 활동과 연기를 병행하고 싶다는 뜻을 비친 것과 달리, 콕 집어서 가수를 선택하는 정용화는 곱상한 외모에 비해 상당히 고집이 세 보였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가수가 꿈이라던 정용화가 연예계에 처음 데뷔한 것은 연기자로서였습니다. 씨엔블루의 데뷔에 앞서 정용화의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유리하겠다고 판단한 소속사가 그를 '미남이시네요'에 전격 투입시켰기 때문이지요. 연기 수업도 전혀 받지 못한 상태에서 거의 주연급으로 캐스팅되었으니 부담이 무척 컸겠지만, 다행히 드라마가 대성공을 거두면서 정용화는 '밀크남', '수건남' 등의 ..
드디어 10년 전, 국보소녀의 해체 원인이 밝혀졌습니다. 많은 사람의 예상대로 그 원인은 한미나(배슬기)에게 있었습니다. 미나는 옛 동료였던 제니(이희진)와 강세리(유인나)를 불러 모든 비밀을 털어놓았습니다. 국보소녀로 활동할 당시, 연예인의 삶 자체를 너무도 힘겨워했던 미나는 남자 아이돌 스타(브라이언)와 사랑에 빠졌고, 그와의 결혼을 통해 현실에서 달아나려 했습니다. 부적절한 상황이지만 그녀에게 잉태된 아기는 현실에서 도망갈 수 있게 해 줄 유일한 희망이기도 했습니다. 멤버들 중에서는 오직 리더인 구애정(공효진)만이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요. 그런데 구애정이 자기를 따돌린다고 오해한 강세리가 음료수에 약을 타는 해서는 안 될 장난을 했고, 우연히 구애정 대신 그 음료를 마신 한미나는 유산을 하고 말았..
홍자매(홍정은, 홍미란)의 드라마에는 일정한 법칙이 있습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훤히 예상되는 것들이 있고, 각오해야 할 것들도 있지요. 우선 남주인공은 성격 까칠하고 이기적인 듯하지만 그 가슴 속에는 깊이 상처받은 어린아이가 살고 있습니다. 그 상처는 '미남이시네요'의 황태경(장근석)처럼 엄마에게서 버림받은 정신적 상처일 수도 있고, '최고의 사랑'의 독고진(차승원)처럼 몸이 병들었던 탓에 겪어야 했던 육체적 상처일 수도 있습니다. 초반에 남주인공의 까칠함을 보며 살짝 재수없다고 느끼던 시청자들은 점차로 그 가슴 속에서 아직도 웅크린 채 떨고 있는 어린아이를 발견하고 연민에 젖게 됩니다. 그에 비해 서브남, 즉 여주인공을 사이에 두고 남주인공과 삼각관계를 이루는 인물은 아주 어른스러운 남성입니다. 어린애..
'놀러와'의 세시봉 특집을 계기로 조영남의 TV 출연이 잦아졌습니다. 얼마 전에는 이경실과 함께 '밤이면 밤마다'에도 나왔었고, '무릎팍 도사' 이장희편에도 특별출연으로 얼굴을 비추더니만, 이제는 예고했던 대로 '무릎팍 도사'의 메인 게스트로 출연했군요. 그럴 수 있다는 것은 조영남의 이미지가 약간이나마 대중적 비호감의 늪에서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는 의미로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놀러와'에서도, '밤밤'에서도, '무릎팍'에서도 제가 조영남을 보며 공통적으로 느낀 점은 그의 모습이 행복해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나이에 비해 동안이라는 말을 자주 듣는 조영남이지만, 제가 보기에는 별로 그렇지도 않았습니다. 그는 무척 많이 늙었고, 굳이 일부러 겸손하려고 할 필요도 없이 작고 초라해 보..
문근영과 장근석의 출연만으로도 방영 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드라마 '매리는 외박중'이 결국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쓸쓸한 종영을 앞두었습니다. 역시 결정적 원인은 '대본의 부재(不在)'라고 해야겠군요. 중간에 작가를 교체하는 진통까지 겪으면서 어떻게든 살려 보려 했으나, 남이 시작한 작업을 중간에 이어받아서 훌륭한 작품을 뽑아낸다는 것은, 다른 분야에서라면 몰라도 예술 분야에서는 기대하기 힘든 일입니다. 더구나 잘 나가고 있는 와중에 이어받은 것도 아니고 거의 회복 불능의 상태에서 이어받은 거였으니까요. 그러므로 후반에 집필을 맡은 고봉황 작가에게 책임을 물어선 안될 것 같고, 굳이 탓한다면 초반의 인은아 작가가 비난을 감수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드라마의 기본적 방향에 대해 감독과 의견 일치를..
참 오래 걸렸습니다. 총 20부작 드라마의 절반을 훌쩍 넘어, 무려 11회의 엔딩 장면에 가서야 제가 드디어 이 드라마의 히어로 김주원(현빈)에게 마음을 열 수 있었군요. 그렇다고 남들처럼 현빈앓이에 동참하게 된 수준은 아니지만, 이제껏 대책없는 녀석이라고만 생각했던 김주원이 심상찮은 변화의 조짐을 보이면서 제 마음을 울컥하게 만들었거든요. 그런데 이상하게 가슴이 아파 옵니다. 어쩌면 그 동안 김주원에게 빠지지 않으려고 일부러 마음을 더 닫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하군요. 그는 너무 매력적인 남자인데다 모성애를 자극하는 소년처럼 외로운 자아를 지녔습니다. 못된 성질도 못된 말버릇도, 차분히 그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이해 못할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일부러 김주원에게 몰입하지 않으려 하며, 철저히 여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