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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비' 장근석 앓이, 이끌어낼 수 있을까?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사랑비

'사랑비' 장근석 앓이, 이끌어낼 수 있을까?

빛무리~ 2012. 3. 27.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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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시작하는 월화드라마 중 일찌감치 '사랑비'를 정해 놓고 기다리면서, 가장 기대했던 것은 남주인공 '서인하'의 캐릭터였습니다. 여성 시청자가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멜로드라마의 특성상 남주인공의 캐릭터는 매력적일 수밖에 없고, 또래 남자 배우들 중 최강으로 손꼽히는 장근석의 안정적인 연기력이 더해진다면 진짜 멋있을 듯 싶었거든요. 게다가 상대역인 윤아는 외모에서부터 순정만화 여주인공의 모습 그대로이니, 저는 오랜만에 복고풍 정통 멜로에 푹 젖어들 생각을 하며 벌써부터 약간 설레고 있었습니다. 한동안 이런 종류의 감성 멜로 드라마를 볼 수 없었기에, 2006년 '봄의 왈츠' 이후 6년만에 재결합한 오수연 작가와 윤석호 PD가 다시 한 번 환상의 호흡을 보여주기를 소망하고 있었지요.

 

일단 미적(美的) 감각은 기대에 어긋나지 않았습니다. 70년대 후반~ 80년대 초반의 대학가, 그 중에서도 가장 아름답고 낭만적이었던 풍경을 그대로 옮긴 듯한 영상미하며, 음악다방 '세라비'를 중심으로 흘러나오는 노래들은 자연스레 '세시봉'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더군요. "웃음짓는 커다란 두 눈동자~ 긴 머리에 말 없는 웃음이~" 여주인공 김윤희의 테마인 듯한 윤형주의 '우리들의 이야기'를 비롯하여, 애잔한 통기타 소리와 함께 흘러나오는 이장희의 '그 애와 나랑은'을 들으니 막연한 그리움에 절로 가슴이 아리는 듯 했습니다.

 

 

게다가 윤아의 미친 비주얼이라니! 원래 예쁜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인 줄은 몰랐는데 말이죠. 원래의 청초한 이미지와 완벽히 일치하는 캐릭터를 만나니, 그녀의 압도적인 외모는 같은 여자로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마력이 있더군요. 혹시 연기력에서 밀리지 않을까 살짝 염려했었지만, 일단 첫방송에서의 느낌은 괜찮았습니다. 윤아가 표현하는 여주인공 김윤희는 주위 환경과 겉도는 느낌 없이 완벽하게 녹아들며 잘 어울렸고, 그녀의 존재 자체가 한 폭의 풍경화에 담겨진 긴 머리 소녀 같았어요.

 

그런데 의외로 남주인공 서인하는 1회에서 매력을 발산하지 못했습니다. 어찌된 셈인지 꽃미남 장근석의 얼굴은 지난 몇 개월 사이에 몇 년은 나이들어 버린 것처럼 보이더군요. 복고풍 헤어스타일이 그렇게까지 안 어울릴 줄은 몰랐는데 정말 이상해 보였고, 입가의 팔자주름도 화면에 너무 또렷이 드러나 보였습니다. 외모가 그렇더라도 캐릭터가 매력적이면야 얼마든지 커버할 수 있겠지만, 서인하는 너무나 굼뜨고 답답해 보일 뿐이었습니다. 그런 남자의 캐릭터로는 이 시대 시청자의 마음을 결코 사로잡을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쏟아지는 빗줄기를 보며 망연자실한 윤희에게 망가진 노란 우산을 씌워주던 모습... 자꾸 그녀 쪽으로 우산을 기울이며 자신의 한쪽 어깨는 촉촉이 젖어가던 모습... 아주 조심스럽게 말을 건네며 영화를 보러 가자고 약속을 잡던 모습... 그것까지는 좋았습니다. 수줍으면서도 헌신적이고 순수한 청년의 사랑이 그대로 느껴져 왔어요. 그런데 문제의 소개팅 이후로는 못난 놈도 그런 못난 놈이 없더군요. 물론 절친 이동욱(김시후)이 너무나 거침없이 윤희에 대한 관심을 표현하는 바람에 몹시 난처한 입장에 처하긴 했지만, 분명 자기에게로 향해 있는 그녀의 시선을 어째서 외면한단 말입니까?

 

영화 '러브스토리'만 해도 그녀와 합의하에 자기가 먼저 잡았던 약속 아닌가요? 이동욱은 일방적으로 제안했다가 그녀에게 단호히 거절당한 상태였고요. 게다가 소지품 선택에서 윤희가 4B연필을 집어든 것은, 미대생 서인하에게 마음이 있음을 명백히 보여준 행동이었습니다. 의대생 이동욱과 4B연필은 걸맞지도 않았으니까요. 그녀가 이 정도로 표현을 했으면, 서인하는 남자답게 용감하게 앞으로 나섰어야 마땅합니다. 그런데 이동욱이 눈을 찡긋하며 그 4B연필을 자기 것이라고 우기는 순간, 서인하는 말없이 움츠러들며 사랑하는 여자를 너무 쉽게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윤희를 향한 동욱의 마음은 일방적인 것일 뿐, 오히려 윤희는 동욱을 거부하며 인하 쪽을 바라보고 있건만, 자기가 사랑하는 여자를 아무 이유도 없이 친구에게 양보하려는 서인하의 소극적인 태도는 기막힐 지경이었습니다. 차라리 그 때 과감히 나서서 윤희의 손을 잡았더라면 동욱의 마음이 더 깊어지기 전에 차단시킬 수도 있었을텐데, 두 사람의 비극적 사랑은 서인하의 우유부단한 성품에서 비롯되는 게 아닐까 싶은 생각마저 들더군요. 세상에 이런 못난 놈이... 진짜 매력 없게 느껴졌어요.

 

이동욱의 적극적인 대쉬에 못 이긴 듯 어영부영 데이트를 시작하는 김윤희도 조금은 답답했지만, 그녀 입장에서 보면 좋아하던 서인하에게 거절당했다고 생각할테니 이해할 수 없는 일은 아니었습니다. 그 이후 서인하는 친한 친구와 사랑하는 여자가 함께 있는 모습을 보기 싫어서 슬슬 피해 다니며 그들과 마주치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러다가 모처럼 윤희와 단둘이 마주쳐 마음을 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는데, 이 칠뜨기같은 놈의 입에서는 이런 말이 나옵니다. "피하는 거 아니에요. 내가 왜 윤희씨를 그렇게 신경쓰겠어요? 동욱이랑 잘 되는 것 같아서 보기 좋아요!"

 

 

만약 이런 서인하의 캐릭터가 유일한 남주인공이라면 '사랑비'의 앞날은 캄캄하다고 해도 좋을 것입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장근석과 윤아는 1인 2역을 하도록 설정되어 있지요. 서인하와 김윤희는 사랑하다 헤어진 후 각자 다른 사람을 만나 결혼을 하고, 서인하는 아들 서준을, 김윤희는 딸 정하나를 낳게 될 것입니다. 대략 30년 가량의 세월이 흘러, 엉킨 인연의 실타래는 이 모든 사람들을 다시 만나게 하는군요. 서준(장근석)과 정하나(윤아)는 부모가 그랬듯이 서로에게 끌리며 사랑하게 되고, 김윤희를 짝사랑하던 이동욱의 아들 이선호는 또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정하나를 짝사랑하게 됩니다.

 

다행히 서준의 캐릭터는 아버지 서인하와 많이 다른 모양입니다. 못 말리는 왕자병에 남의 시선 따위는 아랑곳 않는 오만함에 직설화법과 독설의 대가라니, 아마도 어머니 백혜정(손은서)의 성품을 빼닮은 모양이네요. 저는 원래 나쁜 남자 캐릭터를 좋아하지 않지만, 서인하의 우유부단함보다는 차라리 서준의 까칠함이 백 배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장근석은 아무쪼록 서인하보다 서준 캐릭터에 몰입해 주면 좋겠습니다. 청년 서인하의 캐릭터에는 한계가 있어 매력을 발산하기 힘들테니, 서준이라도 멋지게 그려져야 '근석앓이'의 가능성을 바라볼 수 있겠죠. 그것은 또한 멜로드라마 '사랑비' 성패의 열쇠라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저는 장근석과 윤아에 의해 표현될 풋풋한 사랑 만큼이나, 정진영과 이미숙에 의해 표현될 50대의 원숙한 사랑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청년 시절의 우유부단함을 떨쳐버리고 과감히 사랑을 되찾으려는 55세의 미대교수 서인하와, 청초함에 요염함까지 더한 치명적 매력의 꽃으로 피어난 53세의 김윤희... 그들의 재회와 사랑은 어떻게 그려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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