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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비'와 영화 '클래식'의 공통점과 차이점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사랑비

'사랑비'와 영화 '클래식'의 공통점과 차이점

빛무리~ 2012. 4. 9.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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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 중 멜로의 전설이라 할만한 작품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물론 개인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단 멜로 영화라고 하면 제 머릿속에는 '클래식'이 제일 먼저 떠오릅니다. 외국인이 좋아하는 한국영화 1위로 뽑힌 적도 있다는 '클래식'은 조승우, 손예진, 조인성이 열연했던 2003년 작품이죠. 현재 방송되고 있는 드라마 '사랑비' 역시 이 영화를 모티브로 해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영화는 두 갈래의 사랑으로 구성되는데, 손예진이 1인 2역을 맡아 과거와 현재의 사랑을 동시에 표현합니다. 1960년대, 고등학생이던 오준하(조승우)와 성주희(손예진)는 서로에게 불가항력적으로 끌리며 애틋한 감정을 나누지만, 그들의 사랑에는 큰 장애물이 있습니다. 오준하의 가장 친한 친구 윤태수(이기우)와 성주희는 오래 전부터 집안끼리 약혼이 되어 있는 상태였던 겁니다. 준하와 주희의 사랑을 알게 된 태수는 주희를 좋아하면서도 스스로 물러나려 하지만, 결혼하지 않겠다는 말에 노발대발한 태수의 아버지는 가죽 허리띠로 아들을 폭행합니다. 착하고 심약한 태수는 그 허리띠로 목을 매어 자살을 시도하고,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이 사건으로 준하와 주희는 헤어지게 되지요.

몇 년 후, 군복무 중이던 준하가 월남전에 파병되던 날, 태수와 함께 기차역으로 배웅나간 주희는 목걸이를 풀어 준하의 손에 쥐어 줍니다. 그런데 전쟁터에서 그 목걸이를 잃어버린 준하는 목숨을 걸고 되찾으러 갔다가 심한 부상을 당해서 두 눈이 멀고 말았군요. 준하의 제대 후 두 사람은 재회하지만, 불편한 몸으로 주희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던 준하는 이미 결혼했다는 거짓말을 하게 되고, 그 말을 믿은 주희는 오랫동안 곁을 지켜주던 태수와 결혼을 합니다. 그리고 3년만에 딸을 낳게 되는데, 그녀가 바로 과거의 사랑을 현재로 이어나갈 또 한 명의 여주인공 윤지혜(손예진)입니다.

 

지혜는 대학 선배인 오상민(조인성)을 짝사랑하지만, 친한 친구 수경이가 그를 좋아한다는 사실 때문에 내색하지 못합니다. 심지어 수경의 부탁으로 연애편지까지 대필해 주지요. 어느 날 지혜는 다락방을 청소하다가 엄마의 비밀상자를 발견하는데, 그 안에는 준하와 주희가 주고받은 편지들이 가득합니다. 편지 대필로 시작된 그들의 사랑이 어딘가 자신의 사랑과 닮았다는 생각을 하며 지혜는 그 편지들에 빠져들고, 엄마의 지나간 사랑에 대해서도 차츰 알게 되는데... 그러던 중에 상민의 마음이 사실은 자기를 향하고 있었음을 깨닫고,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두 사람은 사랑을 시작하는군요.

현재 시점에서 오준하와 윤태수는 둘 다 세상을 떠났고, 성주희는 해외를 여행하는 중입니다. 지혜는 상민의 어깨에 기대어 엄마의 애달픈 사랑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그 이야기를 듣고 난 상민은 폭포수같은 눈물을 흘리면서 자기 목에 걸고 있던 목걸이를 풀어 지혜에게 보여줍니다. 놀랍게도 그것은 주희가 준하에게 선물했던 목걸이군요. 주희가 태수와 결혼한 직후, 준하도 결혼해서 아들을 낳았는데 그가 바로 상민이었던 겁니다. 부모가 못 이룬 소망을 자식들이 이루게 되었으니, 상민과 지혜의 사랑은 운명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잔잔하고도 깊은 감동의 울림을 전해준 영화 '클래식'은 드라마 '사랑비'의 모태가 되었다고 하지요. 과거 부모의 사랑과 현재 자녀들의 사랑이 교차한다는 점, 그리고 남녀 주인공을 맡은 배우들이 1인 2역을 한다는 점에서는 매우 흡사한 설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과연 '사랑비'가 '클래식'의 감동을 제대로 이어갈 수 있을지는 의문인데, 4부까지 진행된 현재의 상황을 볼 때 조금은 어렵지 않을까 생각되는군요.

일단 '사랑비'에서는 부모 세대의 사랑이 너무 답답하게 표현되었습니다. '클래식'에서는 태수와 주희가 오래 전부터 집안끼리 약혼한 사이였기 때문에 준하가 쉽게 마음을 전할 수 없었지만, '사랑비'에서는 약혼이라는 걸림돌이 존재하지 않음에도 별 이유 없이 김윤희(윤아)를 밀어내는 서인하(장근석)의 애매한 태도를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친구 동욱(김시후)을 위해서라고 하지만, 윤희의 마음이 자기에게로 향해 있는데 억지로 친구에게 보낸다는 것은, 오히려 두 사람 모두에게 상처를 주는 일 아니겠습니까? '클래식'의 공감을 재현하기 힘들 거라고 생각되는 첫번째 이유는, 남주인공 서인하의 우유부단하고 매력없는 캐릭터 때문입니다.

 

두번째 이유는 자칫 막장스럽게 흘러갈 수 있는 복잡한 구성입니다. '클래식'에서는 현재 시점에서 오준하와 윤태수가 사망한 상태이기 때문에, 부모의 사랑은 자연스레 과거에서 멈춘 채 박제가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준하의 아들 상민과 주희의 딸 지혜가 사랑하는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요. 눈살을 찌푸리거나 안좋게 볼 이유가 전혀 없으니, 모든 관객들은 두 젊은이의 예쁜 사랑을 무조건 축복하고 응원해주면 되는 겁니다. 그런데 '사랑비'에서는 완전히 사정이 달라졌습니다.

32년이 흐른 현재의 시점에서도 서인하와 김윤희는 아주 멀쩡하고 건강하게 살아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두 사람은 오랜 세월의 강을 건너 다시 만난 후, 예전에 못다한 사랑을 마음껏 불태우게 될 예정이지요. 그런데 여기에 자녀들의 사랑이 끼어들게 되면, 막장드라마가 아니라고 바득바득 우길 수 있을까요? 물론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아무리 아름답게 포장한다 해도 이렇게 부모자식 관계로 복잡하게 얽힌 사랑은 지저분하다는 인식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시청자들의 입장에서도 어느 쪽의 사랑을 응원해야 할지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부모와 자녀의 사랑이 동시에 이루어질 수는 없으니 한쪽은 희생을 치러야만 하는데, 32년만에 힘들게 재회한 중년 커플을 헤어지게 만드는 것도 너무 가슴 아프지만, 그렇다고 이제 막 풋풋한 사랑을 시작하는 젊은 아이들을 강제로 이별시키는 것도 가엾기 짝이 없습니다. 그리고 한쪽의 사랑만 이루어질 경우, 남은 사람들은 가족 관계로 얽히게 되니 이 또한 절로 한숨이 나올만큼 막장스런 상황이군요. 서준(장근석)과 정하나(윤아)가 남매가 되는 게 나을까요? 아니면 서인하(정진영)와 김윤희(이미숙)가 사돈이 되는 게 나을까요?

'클래식'의 설정이 깨끗하고 담백한 것에 비해 '사랑비'의 설정은 너무 집요하고 끈덕진 느낌을 줍니다. 그들의 사랑은 어떤 결과를 낳는다 해도 한편으로는 찜찜한 기분이 들 테니까요. 아무래도 첫 단추를 잘못 끼운 듯해서 불안하지만, 그래도 로맨틱 코미디의 홍수에 지쳐 있다가 정통 멜로물을 감상하는 것은 참 오랜만이니 부디 잘 되었으면 좋겠네요. 제작진이 뒷심을 발휘하여 이 비틀린 설정을 바로잡을 수만 있다면 '클래식'에 버금가는 멜로의 고전으로 길이 회자되지 말라는 법도 없지 않겠어요? 향수를 자극하는 포근한 화면들과 그리운 노래들이 신비롭게 느껴지는 드라마 '사랑비'의 선전을 기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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