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이윤석 (24)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가족의 품격 풀하우스'를 무심히 보다가 샘 해밍턴이 제시한 질문에 완전히 꽂혀버렸다. 외국인인 샘에게 있어 민감하고도 사적인 질문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퍼붓는 한국 사람들의 습성은 매우 견디기 힘들었던 모양이다. 광고를 찍으면 출연료는 얼마나 받았는지 묻고, 결혼해서 이사를 하면 집은 몇 평인지 얼마나 들여서 입주했는지를 묻고, 심지어 아이는 언제 낳을 거냐는 질문까지 하는데 무척 곤욕스럽다는 것이었다. "그런 질문을 하는 한국 사람들이 문제인가요? 아니면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기분 나빠하는 제가 문제인가요?" 처음 표결에 부칠 때까지만 해도 나는 압도적으로 '한국인들의 질문 습관이 문제다' 쪽에 표가 몰릴 줄 알았으나 결과는 전혀 예상 외였다. 15명의 패널 중 '한국인들이 문제다'는 7명이었고 오..
지난 주 '남자의 자격'은 '내 인생 최고의 밥상' 이라는 주제로 꾸며졌습니다. 멤버들은 저마다의 추억이 서려 있는, 자신들이 생각하는 최고의 음식을 가져다가 밥상을 꾸몄습니다. 모든 음식이 참으로 맛갈스럽고 정겨워 보이더군요. 그런데 중간에 약간 충격적이면서도 안타까운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양준혁은 그의 인생 최고의 음식으로 '전복죽'을 선택했는데, 그 음식에는 가슴 아픈 사랑의 추억이 담겨져 있었던 겁니다. "운동을 하면서 힘들었던 시절의 이야기인데요... 제가 사랑하는 여인이 있었습니다. (그 때 양준혁의 나이는 28세였다고 함) 1년 정도 사귀었고, 제가 너무 사랑했기 때문에 결혼까지 발전시키고 싶어서 고백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는 좀 부담스러워 하더라고요" (1년 정도 사귀었다는 말에..
KBS 2TV '스타 인생극장'에 가수 김태원과 그의 아내가 출연했습니다. 예전에도 김태원의 아내 이현주씨를 브라운관에서 몇 차례 본 적은 있었지만, 어찌된 셈인지 그녀의 얼굴은 날이 갈수록 점점 더 고와지기만 하는군요. 김태원이 '무릎팍 도사'에 출연했을 때 강호동이 물었습니다. "김태원씨에게 아내란 어떤 존재입니까?" 그러자 김태원이 대답했습니다. "저로 하여금 세상 모든 여자들을 여자가 아닌 사람으로 보게 만든, 그런 존재입니다" 꽃다운 청춘에 만나 중년에 이른 지금까지 그렇게 변함없는 사랑을 받아서인지, 이현주씨는 2년 전보다도 지금이 훨씬 더 젊고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젊은 시절 항상 기타를 품에 안고 다니는 김태원에게 당시 연인이던 아내가 "기타를 더 사랑하는지 나를 더 사랑하는지" 하고 물으..
지난 4월, '무릎팍 도사'에 출연한 김태원은 결코 털어놓기 쉽지 않았을 아들의 병을 세상에 고백했습니다. 마음이 아픈 아이... 지금 열 한 살이 되었지만, 아직 한 번도 아빠와 대화를 해 본 적 없는 아이... 그래서 아빠로 하여금 끝없이 대화하는 꿈을 꾸게 하는 아이... 엄마로 하여금 "내 소원은 너보다 꼭 하루만 더 사는 거란다" 하고 말하게 하는 아이... 엄마 아빠로 하여금 시간이 멈추도록 기도하게 만드는 아이... 엄마 아빠가 너를 지켜줄 수 있도록, 쑥쑥 자라서 어른이 되지 말고, 그냥 지금처럼 어린 모습으로 남아 있기를 소망하게 하는 아이... 지금은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을 피해 머나먼 외국에서 지내고 있지만, 그 존재만으로도 엄마 아빠와 누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아이... 그런 아이가 ..
한 달 후 '나는 가수다'가 본격적으로 새출발을 하면 아무래도 가장 타격을 받는 프로그램은 '남자의 자격'이 아닐까 싶습니다. 일단 방송 시간이 정확히 겹치고, 양준혁이라는 새 카드가 있기는 하지만 폭발적인 화제성면에서 '1박2일'의 엄태웅과 비교할만큼은 아니니까요. 게다가 '나가수'에는 연령대가 높은 시청층도 상당히 많기 때문에 이 또한 '남자의 자격과 겹치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래도 느릿하고 속편한 예능 '남자의 자격'이 무척 좋습니다. 어떤 쪽을 본방사수할지는 모르지만, 절대로 '남격'을 외면하지는 않을 거예요. 이번 주에 여섯 아저씨들은 오랜만에 시골집으로 내려가 '귀농' 생활을 이어갔습니다. 제작진이 1년 계약에 300만원을 주고 임대했다는 이 시골집은 전북 고창에 있는데, 참으로 정겹고..
저는 방송을 보면서 전혀 느끼지 못했던 부분인데, '남자의 자격'이 당황스럽게도 '동성애 비하 논란'에 휘말렸습니다. 한 명의 남자 고등학생이 이윤석에게 "남자가 가끔 예뻐 보인다"며 성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았는데, 그에 대한 이윤석의 상담과 프로그램의 자막이 부적절했다는 의견이 일각에서 제시된 것입니다. 이윤석은 그 학생에게 "성장기에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우리 때에도 이런 친구들이 있었는데, 멀쩡하게 여자친구 만나고 잘 살더라" 하고 조언했습니다. 그 장면에서, 화면 하단에는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계신' 이라는 자막이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이 '정상적'이라는 단어가 바로 문제가 된 것입니다. 동성애를 다룬 영화 '후회화지 않아'를 제작했으며, 스스로..
2주에 걸쳐 방송된 '승승장구 - 이경규' 편은 온통 명언의 향연이었습니다. 책을 외워서 준비해 온 명언이 아니라 스스로의 삶 속에서 깨우쳐 온 것을 그 자리에서 즉흥적인 말로 표현하는 명언들이었지요. 너무 많아서 일일이 옮기기 어렵지만 몇 가지만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널 만나서 잘 됐다는 말은 사탕발림이죠. 널 만나지 않아도 잘 될 수 있거든요. 하지만 이런 말은 하죠. '널 만나서 행복하다.'" 잘 되는 것은 본인의 능력만 있으면 가능합니다. 그러나 행복한 것은 본인의 능력만으로는 이룰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러니 "너를 만나서 행복하다"는 것은 상대방의 가치를 알고 진심으로 감사하는 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기는 새벽의 성에와 같다. 아침이 지나면 언제 있었냐는 듯 사라지는..." 경험을 해..
'남자의 자격' 귀농 2편은 넉넉한 시골 인심을 흘러 넘치도록 담고 있었습니다. 시골 어르신들은 마치 날개 없는 천사처럼, 새로 이사 온 '남격' 멤버들을 위해 아낌없는 온정을 베풀어 주셨지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저는 그 감동적인 장면들이 가슴에 편안하게 와닿지 않았습니다. 계속해서 어딘가 어색하고 불편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생각해 보니 온정이 너무 지나쳐서 그런 것 같더군요.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적정선을 넘으면 어색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법이니까요. 프로그램에 대한 애정이 유난히 깊은지 다른 멤버들보다 하루 먼저 도착한 김국진은, 미리 수돗가 공사도 해 놓고 덕구와 더불어 신나게 마당을 달리기도 하며 홀로 시골 생활을 만끽합니다. '귀농'은 그의 체질에 딱 맞는 미션인가봐요. 그런데 갑자기 이웃집..
'남자의 자격 - 송년의 밤'은 기획 자체로만 보면 대단할 것이 없었습니다. 사람들을 모아 놓고 단순하게 노래자랑과 경품 행사를 한 것이 전부였으니까요. 그러나 궁극적으로 '사람만이 희망'이라는 점을 놓고 생각한다면, 그 어떤 거창한 기획보다 더욱 큰 감동을 전해 준 방송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멤버들의 절친은 물론이고, 지난 1년간 '남자의 자격'과 조금이라도 인연을 맺었던 사람들은 기꺼이 그들의 부름에 응해서 달려와 주었습니다. '직업 체험' 편에서 이경규가 하루 동안 일했던 중국집의 여사장님을 비롯하여, 이윤석의 도배사 자격증 획득을 도와 준 학원 선생님들과 김태원의 알공예 선생님들도 볼 수 있었습니다. 미남 태권도 관장님도 훤칠한 모습을 드러냈고, 최근 '유기견 입양' 편에서 새로운 사랑법을..
2010년 KBS 연예대상은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의 이경규에게로 돌아갔습니다. 최근 김성민 사건으로 인해 타격이 컸던지라 그 영향으로 좀 어렵지 않을까 염려를 했었는데, 다행히 프로그램의 근간이 흔들리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바라던 후보에게 상이 돌아가서 매우 기쁘고 흐뭇합니다. 방송인 이경규를 보면 대한민국 코미디와 예능의 근현대사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제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브라운관에서 그를 보았지요. 지금은 비교적 후덕한 모습으로 변했지만 젊은 시절의 이경규는 이윤석과 비슷할 정도로 굉장히 깡마른 모습이었습니다. 언젠가 주병진과 더불어 콩트를 하던 중에 이경규가 종아리를 맞는 설정이 있어서 바지를 걷어올렸는데, 다리가 얼마나 앙상하던지 주병진이 "아니, 왜 물구나무를 서셨습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