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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다소 억지스런 면이 없지 않았으나 어쨌든 우려했던 것에 비해서는 무난히 해피엔딩을 맞이한 '제빵왕 김탁구' 였습니다. 쇼킹한 반전은 없었군요. 저의 예측은 대부분 맞아들어갔습니다. 김탁구(윤시윤)는 거성식품 대표의 자리를 거절하고 팔봉 빵집으로 돌아가서 양미순(이영아)과 결혼하여 평생토록 행복한 빵쟁이가 되었습니다. 그 대신 구일중(전광렬)의 맏딸 구자경(최자혜)이 거성의 새 주인 자리를 물려받았습니다. 이 두 사람은 자신에게 가장 맞는 자리를 찾아갔으니, 아무런 불만을 제기할 수 없을 만큼 완벽한 결말을 맞이했다 하겠습니다. 유난히 탈이 많았던 러브라인도 급격히 정리되었습니다. 김탁구는 구마준(주원)과 신유경(유진)의 결혼 이후로 쿨하게 마음을 접었는지, 그 동안 모른척 하던 양미순의 마음을 단숨에 받..
팔봉 선생(장항선)은 인상적인 죽음으로 하차하며 성공적인 캐릭터의 대미를 장식했고, 구일중(전광렬)은 시체놀이를 하면서까지 김탁구(윤시윤)를 지키려는 정의의 수호신이 되었습니다. 꼼짝하지 않고 누워만 있는데도, 어딘가 신비스런 기운까지 감돌면서 구일중 회장의 존재감은 역대 최고로 치솟는 중이네요. 파렴치한 구마준(주원)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오랫동안 자기를 보좌하며 회사에 열성을 다했던 맏딸 구자경(최자혜)에 대한 배려심은 조금도 없이 모든 지분을 김탁구에게 넘기기로 한 부분에 대해서라든가 등등, 구일중에 대해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오늘 제가 쓰려는 내용은 그것이 아닙니다. 올해 초에 방송되었던 '추노'의 경우는 선이 굵은 남성 위주의 사극으로서 모든 여성 캐릭터의 존재감이 미미했으나 별다른 거부감..
'신데렐라 언니'의 구대성(김갑수)이 '국민아빠' 였다면 '제빵왕 김탁구'의 팔봉 선생(장항선)은 '국민스승' 이라고 할만했습니다. 불안하게 흔들리는 젊은 주인공의 곁에서 더없이 든든하게 자리를 지키며 인생의 멘토가 되어 주던 이 성스러운 인물들은 그 존재감만으로도 가슴을 꽉 채워 주었지요. 이제 팔봉 선생이 불현듯 세상을 떠나고 보니 저절로 구대성의 서글펐던 최후가 머리에 떠오릅니다. 두 사람의 죽음은 그들의 삶 만큼이나 여러모로 비슷하지만, 그래도 팔봉 선생은 구대성보다 운이 좋은 편이었어요. 구대성을 죽음으로 몰아간 것은 아들처럼 아끼던 홍기훈(천정명)이었으나, 산소호흡기를 달고 병원으로 실려가던 엠블런스 안에서 구대성은 "괜...찮...다..."는 최후의 한 마디로 그를 용서했습니다. 팔봉 선생을..
양미순(이영아)의 사랑이 드디어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보니 이 귀여운 아가씨의 사랑은 김탁구(윤시윤)의 그것과 매우 닮아 있었네요. 두 사람은 마치 쌍둥이 같았습니다. 포옹하고 있는 모습은 마치 샴쌍둥이 같았다고나 할까요. 왜 그렇게 느꼈는지는 잠시 후에 언급하기로 하고, 우선은 스스로 파멸해가는 구마준(주원)의 이야기부터 잠시 해 보려 합니다. 저는 한동안 구마준을 동정심과 애틋함의 시선으로 바라보았으나, 이제 거의 놓아버린 상태입니다. 지난 주에 탁구가 설빙초를 먹는 것을 막기 위해 "안 돼!" 하고 소리치며 허겁지겁 달려갈 때, 그리고 탁구가 설빙초 한 숟가락을 삼키는 것을 보며 절망적인 눈빛으로 주저앉을 때 "그래, 너도 사실은 탁구를 해치고 싶지 않았던 거야." 라고 생각했었지요...
팔봉 선생의 인증서를 받기 위한 경합이 드디어 시작되었습니다. 1단계 시험의 결과부터 말해 본다면 양미순(이영아)과 김탁구(윤시윤)는 통과, 고재복은 탈락, 그리고 구마준(주원)은 '일단 보류' 였습니다. 하지만 그 동안 우리가 가장 궁금해했던 것은 누가 통과하고 누가 탈락하느냐보다, 경합의 과제였던 '세상에서 가장 배부른 빵'이 과연 어떤 빵이겠느냐 하는 점이었지요. 현실이라면 탈락할 수밖에 없을 주인공 김탁구는 극적으로 통과하게 될 것이고, 현실적으로 통과 가능성이 가장 높았던 구마준은 오히려 난관에 봉착하게 될 것임을, 드라마의 법칙에 조금이라도 익숙한 시청자라면 누구나 예측 가능했으니까요. 김탁구가 혼자 중얼거렸던 "배고플 때 먹는 빵이 가장 배부른 빵이잖아!" 라는 대사에 착안하여 어떻게든 팔봉..
지금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가 방송 전에는 K방송사의 '버리는 카드' 라는 말까지 돌았었다는데 사실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도 별로 성공 가능성이 높지 않아 보였던 것은 사실입니다. 일단 시선을 끌만한 톱스타가 존재하지 않았지요. 타이틀롤을 맡은 윤시윤은 이제 겨우 시트콤에서 '그 집 손자'인 고등학생 역할을 해본 것이 연기 경력의 전부일 만큼 신인이고, 뮤지컬배우 출신의 주원은 아예 브라운관에서 처음 보는 얼굴이며, 이영아는 너무 오랜만의 컴백이고, 유진은 히트작 하나 없는 무관의 요정이었습니다. 특히 라이벌 구도의 두 남자 주연이 너무 신인급이라, 안정성을 추구하기보다는 실험적인 작품이 되겠구나 하는 생각도 했었지요. 그러나 '제빵왕 김탁구'는 아마도 천운을..
만능 엔터테이너라는 말이 별로 신기하지도 않은 시대이지만, 여전히 가수 출신 연기자를 보는 시선은 전체적으로 곱지만은 않습니다. 가수 활동을 통해 얻은 인지도를 기반으로 남의 밥상에 너무 쉽게 숟가락을 올려놓는 듯한 느낌, 그래서 결과적으로 모든 것을 다 바쳐 연기 공부를 하며 오랫동안 꿈을 키워 온 사람들의 기회를 빼앗는 듯한 느낌이 그 못마땅한 시선의 가장 큰 원인이 아니었을까 싶군요. 사실 완전히 부인할 수도 없는 부분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유진은 이제 그런 시각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져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1990년대 말의 인기 걸그룹 SES 출신의 그녀는 이미 연기 활동을 시작한지가 거의 10년이 가까워지고 있으며, 그 동안 꽤 많은 작품에 주연으로 등장하여 괜찮은 연기력을 보여 주었으나, 시..
'제빵왕 김탁구' 11회는 주인공들에게 있어 삶의 전환점이었다고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김탁구(윤시윤)와 구마준(주원)이 정면승부를 시작하며 본격적인 제빵인의 길로 접어들었다는 점을 들 수 있겠지요. (관련글 : 구마준이 김탁구에게 이길 수 없는 이유) 이 젊은이들의 대결에서 이미 승자와 패자는 정해져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겠지만, 뻔한 듯한 구도임에도 결코 뻔하지 않게 끌고 가는 작가의 능력 때문에 앞으로의 전개가 충분히 흥미로울 거라고 기대되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팔봉 선생의 손녀 양미순(이영아)은 역시 할아버지를 닮아 사람 보는 눈이 날카롭더군요. 처음에는 구마준의 고상한 허우대에 반해서 호감을 가졌지만 차츰 그의 표리부동한 실체를 깨달으면서 마음이 멀어지는 모양입니다. 구..
'제빵왕 김탁구' 8회에 엔딩에서 드디어 신유경의 어른 역할을 맡은 유진이 등장했습니다. 여주인공 이영아의 캐릭터가 다분히 장난꾸러기 소년 같은 이미지를 지녔으므로, 상대적으로 여성미를 물씬 풍기는 유진의 등장은 상당히 강렬한 임팩트를 남겼습니다. 윤미순(이영아)이 철없는 어린애 같다면 신유경은 남모를 비밀을 가슴에 품은, 성숙하고도 신비한 여인의 분위기를 풍기더군요. 그런데 그녀의 남모를 비밀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사람은 바로 김탁구(윤시윤) 한 사람 뿐입니다. 김탁구와 신유경은 유년시절부터 서로를 애틋하게 여기는 마음을 지녔었지요. 김탁구는 술주정뱅이 아버지에게 매일 구타당하며 지내는데다가 작부의 딸이라는 이유로 친구조차 만들지 못하고 따돌림 당하는 신유경을 언제나 가슴 깊이 아끼고 보호하는 흑기사가..
아역들의 명품 연기로 사랑받던 '제빵왕 김탁구'에 드디어 유진(신유경 역)을 제외한 모든 성인 연기자들이 얼굴을 비추었습니다. 우선 남녀 주인공인 윤시윤과 이영아는 성공적으로 바통을 이어받은 듯 합니다. 이영아는 벌써 괜찮은 연기력을 인정받고 있던 터이지만, 상대적으로 신인급인 윤시윤에게는 약간의 우려가 있었거든요. 그런데 윤시윤은 상당한 노력파인 것 같습니다. 7회에서 절반 이상의 분량을 홀로 감당하며 종횡무진 열연한 그의 연기는 타고난 끼를 발산한다기 보다는 부단한 노력으로 이루어낸 느낌이 들었어요. 처음으로 주연을 맡았으니 만큼 최선을 다해 올인하고 있는 듯한데, 연기도 나쁘지 않았고 열정적인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뮤지컬 배우 출신이라는 구마준 역의 주원은 아직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