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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평소 스포츠에 큰 관심이 없는 나는 월드컵 열기에도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지는 않았다. 더욱이 모든 경기가 새벽녘에 방송되다 보니 그 시간에 한창 꿀잠을 자고 있던 생활 패턴을 바꾸면서까지 시청하기는 어려웠다. 게다가 1승을 기대하며 관심을 모으고 있던 알제리전에서 4-2의 참패를 당했다는 소식마저 들려오니 차라리 안 보길 잘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나름 최선을 다했을테니 굳이 탓하고 싶지는 않았다. 얼마나 오랫동안 피땀 흘리며 준비해 왔을텐데, 지금 선수들이 느끼고 있을 고통과 좌절을 생각하면 오히려 안타깝고 가슴아플 뿐이었다. 궁금해지는 것은 무한도전과 우리동네 예체능, 그리고 힐링캠프 등 월드컵 특수를 노리며 브라질까지 날아간 예능 프로그램들이 이 참혹한 결과를 어떻게 포장하여 방송으로 내보낼..
SBS 아나운서 배성재가 예능 프로그램 '정글의 법칙' 촬영 중 고달픔을 표현했다. 배성재는 제작진과 인터뷰에서 "원래 체력이 약하지는 않은데 완전히 바닥난 느낌이다. 비탈진 곳에서 뛰어다니다 보니 무릎을 굽히지 못하겠더라. 하지만 다른 멤버들이 일을 하니 안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서 멤버들에게는 "이제까지 살아오면서는 군대가 제일 힘들었던 것 같은데 정글과는 비교가 안된다. 거긴 아무리 힘들어도 잠은 재운다. 그런데 여기는 첫 날 아예 잠을 못 잤다"고 하소연했다. 아마존에서의 마지막 밤, 둘러앉아 회포를 푸는 멤버들은 대부분 힘겨운 일정을 마쳤음에 뿌듯해하는 표정이었지만 배성재는 줄곧 웃음기 없이 지친 표정이었다. "힘들어도 시간은 빨리 가지 않았느냐?"고 예지원이 물었지만, 배성재는 정색을 ..
영웅의 일대기를 그린 히어로물일거라 생각했던 '각시탈'은 점점 더 묵직한 주제의식을 드러내며, 이 시대 사람들에게 어느 새 잊혀져 버렸던 애국심을 일깨우고 있습니다. 촬영 초기에 있었던 보조출연자 사망 사고에 대한 뒷수습이 말끔하게 처리되지 못한 것과, 중간 부분에 필요 이상으로 커다란 욱일승천기를 등장시키며 여배우로 하여금 기미가요를 완창하게 했던 회차를 계기로 "오히려 친일드라마가 아니냐?"는 논란을 낳았던 것 등, 몇 가지 만만찮은 잡음이 있었던 탓에 이 작품이 국민드라마의 반열에 오를 수 있을 거라고 선뜻 자신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종반으로 치달을수록 민족정신을 고취시키는 드라마가 되어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에요. 더구나 우연인지 치밀한 계획에 의한 것인지는 몰라도 방송 시기가 올림픽 기간과 맞물..
지금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가 방송 전에는 K방송사의 '버리는 카드' 라는 말까지 돌았었다는데 사실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도 별로 성공 가능성이 높지 않아 보였던 것은 사실입니다. 일단 시선을 끌만한 톱스타가 존재하지 않았지요. 타이틀롤을 맡은 윤시윤은 이제 겨우 시트콤에서 '그 집 손자'인 고등학생 역할을 해본 것이 연기 경력의 전부일 만큼 신인이고, 뮤지컬배우 출신의 주원은 아예 브라운관에서 처음 보는 얼굴이며, 이영아는 너무 오랜만의 컴백이고, 유진은 히트작 하나 없는 무관의 요정이었습니다. 특히 라이벌 구도의 두 남자 주연이 너무 신인급이라, 안정성을 추구하기보다는 실험적인 작품이 되겠구나 하는 생각도 했었지요. 그러나 '제빵왕 김탁구'는 아마도 천운을..
비담 김남길의 차기 출연작으로 방송 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나쁜 남자'의 시청률이 좀처럼 한 자릿수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형민 PD 자신도 예상보다 낮은 시청률이 안타깝다는 의사를 표현하고 있더군요. 초반의 화제성과 출연진의 탄탄함 등으로 볼 때, 정말 뜻밖이라고 할만한 결과입니다. 아직도 6회분의 방송이 남아 있기는 합니다만, 기존의 충성스런 시청자들을 제외한다면, 굳이 지금부터 채널을 돌려서 '나쁜 남자'를 보기 시작할 사람들이 있을 것 같지는 않군요. 더우기 그 충성도의 99% 가량을 짊어지고 있던 김남길마저 속사포 촬영을 마치고 입대해 버렸으니까요. 당분간 새로운 작품에서 그의 모습을 볼 수 없을 거라는 아쉬움 때문에라도 고정 시청자들은 채널을 돌리지 않겠지만, 이 정도를 유지만 할 수 ..
지난 주에 왕종근 아나운서가 출연하여 친구에 대한 언급을 하면서 화제가 되었던 인물이지요. 프로레슬러 이왕표 선수가 '세바퀴'에 전격 출연했습니다. 키 190cm에 몸무게 110kg의 거구로 패널들 중앙에 앉아 계시니 그 옆에서 조형기는 홀쭉한 중학생 같고 조혜련은 초등학생 같더군요. 하지만 그 자리에 있다는 것만으로 존재감이 그토록 묵직한 이유는 단지 체격 때문만은 아닌 듯 했습니다. 수십 년 동안 몸에 속속들이 배어 들어간 스포츠맨쉽이 그냥 모락모락 피어 오르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월드컵 중계를 보면서 저는 스포츠에 문외한인 만큼 그들의 거칠고도 위험한 플레이에 깜짝깜짝 놀라기가 일쑤였습니다. 사실 저는 스포츠 경기를 거의 안 보거든요. 예전에 저희 가족 중 한 분이 직업상 국내의 특정 농구팀과 약..
월드컵으로 인해 오랫동안 결방했던 SBS 드라마들이 다시 방송되기 시작했습니다. 김수현 작가의 '인생은 아름다워'도 참 오랜만에 볼 수가 있었네요. 지금 '인생은 아름다워'의 등장인물들은 모두 사랑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커플이 너무 많아서 산만하다 싶을 지경이네요. 그 중에서도 가장 독특한 커플을 꼽는다면 단연 태섭(송창의)과 경수(이상우)의 동성애 커플이겠는데, 태섭의 커밍아웃이라는 큰 산을 넘어서 어느 정도 안정권에 접어들었기에 그들의 이야기는 일단락된 느낌입니다. 청춘 남녀들의 풋풋한 사랑 틈바구니에서 이제 또 한 커플이 독특한 사랑을 시작하려 합니다. 조아라(장미희)와 양병준(김상중) 커플입니다. 이번에 방송된 25회에서는 그들의 이야기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군요. 그 동안 조아라가 일방적으로 호..
2002년 월드컵이 어느 덧 8년 전의 일이로군요. 이제 8년의 세월을 넘어 그 날의 기쁨이 다시 찾아왔습니다. 비록 승리가 아닌 무승부여서 조금은 아쉬웠지만, 홈그라운드의 잇점을 안고 출전했던 2002년과 달리 머나먼 타국에서, 고지대의 기후와 부부젤라의 소음에까지 맞서 가며 열정적으로 일구어낸 땀의 결실이니 어쩌면 더욱 더 갚지다고 하겠습니다. 그런데 축구를 관전하는 마음가짐이 8년 전과 확연히 달라져 있음을 저는 느꼈습니다. 예전에는 우리나라 선수가 뼈아픈 실책을 해서 상대팀에게 점수를 허용하게 되면, 대놓고 비난하지는 않았지만 속으로는 못마땅하게 여겼습니다. 물론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뛰다가 본의 아니게 실수한 것이겠지만, 어쨌든 그 한 사람으로 인해 팀이 위기에 빠졌다면 책임을 면할 수 없는 거..
오랜만에 '동이'를 시청했습니다. 그 동안 제가 개인적으로 '동이'라는 드라마에 갖고 있는 불만은 한두가지가 아니었습니다. 우연으로 점철되다시피 하는 미션 해결 방식도 그렇고, 줄창 현대극의 이미지를 모락모락 풍기는 한효주의 연기에도 좀처럼 적응되지 않았고, 적정선을 넘어섰다 싶은 임금 숙종의 깨방정도 차마 오글거려서 보고 있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주에는 의외로 볼만하더군요. 특히 화요일에 방송된 26회는 꽤나 감동적이기까지 했습니다. 저에게 감동을 선사한 인물은 최근에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키며 새롭게 등장한 심운택(김동윤)이었습니다. 숙종에 이어서 깨방정2라고 불리운다는 이 인물에게 솔직히 별 관심은 없었습니다. 숙빈 최씨의 실제 애인이었다는 풍문의 주인공 김춘택이 그 모델이라는 이야기도 여기..
2002년 월드컵 4강의 주역들이 '놀러와'에 출연한다고 해서 아예 일찌감치 채널을 맞추고 대기하고 있었다지요. 과연 기다린 보람이 있었습니다. 비록 8년 전의 이야기들이지만 어찌나 생생하고 재미있는지 시간 가는 줄 모르겠더군요. 그리고 우리가 몰랐던 비하인드 스토리들과 그 영웅들의 내면에 숨겨진 기쁨과 슬픔까지 조금은 엿볼 수 있었던, 알찬 시간이었습니다. 1. 황선홍의 스페인전 승부차기 1호골은 실축이었다?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것은 벅찬 골인의 순간과 그 뜨거운 함성이었을 뿐인데, 정작 그 골의 주인공은 실축이었다고 말하더군요. 좀 더 위쪽으로 찼어야 했는데 완벽히 골키퍼의 품에 안겨주는 형상이 되었으니 100% 막히는 골이었다고 말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스페인의 골키퍼는 황선홍이 실축한 골을 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