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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준혁(윤시윤)의 친구 세호(이기광)가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소설의 내용이 '지붕뚫고 하이킥' 90회의 주요 테마로 자리잡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보기에 세호의 소설은 그냥 단순한 환타지 충족이라는 수준에서 머물지 않고 그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는 듯 하네요. 물론 좀처럼 진행되지 않는 준혁과 세경(신세경)의 러브라인을 지지하는 팬들을 위한 서비스 개념도 있었겠지만, 김병욱 PD의 시트콤은 군데군데에 세심한 복선을 깔아놓는 경우가 많으니 만큼, 이렇게 한 회차를 모조리 소비하면서까지 세호의 소설을 형상화시킨 이유를 단지 팬서비스 차원으로만 생각하기는 어렵습니다. 제가 보기에 세호의 소설이 암시하는 것은, 현재 진행중인 네 청춘 남녀의 러브라인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을 의미합니다. 세호가 소설을 쓰기 시작한 이..
2009년의 마지막 날, '지붕뚫고 하이킥'에서 허참 아저씨의 특별 출연으로 이벤트처럼 꾸며진 가족오락관을 통해 전체적으로 조성된 분위기는 화해와 화합이라 해야 할 것입니다. 생각지도 않았던 보사마 정보석의 활약으로 '이구동성' 퀴즈에서 승기를 잡은 이순재 옹은 모처럼 사위를 끌어안고 뽀뽀까지 하면서 예뻐해 주었고, 늘 개와 고양이처럼 앙숙이던 현경(오현경)과 김자옥 여사도 같이 게임을 하다보니 저절로 웃으며 장난을 치게 되어 조금은 가까워진 듯 했고, 이지훈(최다니엘)과 황정음 역시 게임을 통해 그 동안 쌓여 왔던 둘만의 추억들을 되새기며 미묘한 눈빛을 교환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부드럽게 흘러가는 분위기 속에, 한쪽에서는 사고(?)가 일어나고 말았군요. '입으로 종이 옮기기' 게임을 하다가 준혁(윤시..
그를 모 통신사 CF에서 처음 보았을 때는, 연예인이 아니라 일반인인 줄 알았습니다. 이십대 후반의 넉살좋은 신입사원인 줄 알았습니다. 부장 싫으면~ 피하면 되고~ 못 참겠으면~ 그만두면 되고~ 견디다 보면~ 또 월급날 되고~ 띠띠띠띠 띠리띠리~ 여보세요~ 넵! 부장님~~ 생각대로 어쩌구~ 대략 2년 전쯤인가? 아니, 2년도 채 못된 것 같군요. 하여튼 지금보다 훨씬 더 나이들어 보이는 모습입니다...^^ 작년 5~6월경, 스타골든벨에 출연한 것을 보고서야 연예인인 줄을 알았습니다. 그 당시 '우리 결혼했어요'에 한창 앤디와 더불어 출연중이던 솔비에게 호감을 표시하며 하트춤을 선보였었지요. "앤디 싫으면~ 나 만나면 되고~" 이런 식으로 되고송을 개사해서 불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의외로 풋풋한 모습에 ..
'지붕뚫고 하이킥' 35회에 특별출연한 정일우를 보았습니다. 황정음의 첫사랑이며, 정음이 그토록 애지중지하는 반려견 '히릿'의 옛주인으로 말이지요. 새 봄처럼 젊은 나이에, 눈물겹도록 화창한 날에 아련한 추억만을 남기고 불치병으로 스러져간 첫사랑... 그야말로 더 이상 식상할 수 없을 정도로 식상함의 전형이지만, 아무리 뻔한 스토리라도 순정만화는 영원히 소녀들에게 사랑받는 것처럼 '우유빛깔 정일우'가 표현해내는 첫사랑의 이미지는 자못 매혹적이었습니다.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혜성처럼 등장했던 정일우는 삽시간에 톱스타의 위치로 올라서며 최고의 인기를 누렸습니다. 저도 그 때 담임선생님 서민정을 향해 순수한 열정을 불태우던 학교짱 윤호를 무척이나 사랑하던 누나(?)였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이후에 정일..
연기자 이순재씨는 정말 볼수록 대단하십니다. 그분의 연기 열정은 세월을 거슬러 점점 젊어지시는 것 같군요. 제가 어려서부터 수도 없이 그분의 연기를 보아 왔지만 한 번도 노래부르시는 모습을 본 기억은 없는데, 이제 76세의 연세로 이순재 옹은 거침없이 사랑의 세레나데를 열창해 주십니다. '지붕뚫고 하이킥' 에서 목하 열애중이신 이순재 옹과 김자옥 여사의 대화를 듣자 하니, 소녀 같으신 자옥 여사는 연세는 많아도 미혼이신 듯 합니다. 사귀기 시작한지 100일째 되는 날이 다가오는데도 까맣게 모르고 있는 순재 옹 앞에 살짝 서운한 기색을 내비치며 "저는 뭐든 선생님이랑 하는 게 처음이라서 그런지 가슴 설레고 기다려지는데, 선생님은 아닌 것 같으시네요. 하긴 뭐 선생님 마음이 제 맘 같겠어요?" 하는데, 생판..
'지붕뚫고 하이킥'의 출연자 중 아역 서신애는 이순재 옹과 더불어 가장 먼저 김병욱 PD에 의해 캐스팅이 확정된 인물입니다. 촬영을 시작하는 시기조차도 서신애의 스케줄에 맞췄다는 이야기까지 들은 기억이 나는군요. 그만큼 서신애는 이 시트콤에서 없어선 안 될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신애의 러브라인도 준비되어 있는데 그 상대는 매우 의외의 인물이 될 것이라는 PD의 귀뜸도 있었네요. 저는 그게 누구일지 매우 궁금했습니다. 왠지 그 상대는 신애와 같은 또래인 어린 소년보다는 어른이 되지 않을까 하고 예상되더군요. 그 중에서도 유력한 인물이 있다면, 세경과 신애 자매에게 많은 은혜를 베풀어 주었고, 신애가 늘 '줄리엔 아저씨'라고 부르며 졸졸 따르는 외국인 줄리엔강이 있겠습니다만, 만약 ..
'지붕뚫고 하이킥'에서 요즈음 나의 관심을 끄는 인물은 오랜만에 브라운관에 얼굴을 비추는 정보석이다. 참으로 한결같은 연기자라고 생각하며 꾸준히 좋아하고 있는 배우인데, 이번에 보여주는 그의 이미지는 좀 다르다. 그는 지독히 슬픈 역할도 많이 맡았었건만, 내 눈에는 이번에 맡은 역할이 가장 슬퍼 보인다. 내가 정보석이라는 연기자를 기억하는 첫 모습은 1986년 김혜수, 길용우와 더불어 출연했던 드라마 '사모곡'에서의 악역이었다. 공부는 하지 않고 소설과 드라마에만 탐닉한다고 매일 야단을 맞던 나는 몰래몰래 부모님의 눈을 피해서 그 드라마를 보느라고 애썼던 기억이 난다. 당시 여고생 김혜수의 드라마 데뷔작이었던 '사모곡'은 그로부터 10년 후에 '만강'으로 제목을 바꿔서 리메이크되기도 했다. '사모곡'에서..
당분간 '수목드라마의 난'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진심으로 '맨땅에 헤딩'에 대해서만큼은 실망했다는 리뷰를 쓰고 싶지 않았다. '태양을 삼켜라'(태삼)와 '아가씨를 부탁해'(아부해)가 개연성 없는 스토리와 도를 넘어선 유치함으로 끊임없이 손발을 오그라들게 만드는 와중에 '맨땅에 헤딩'(이하 '맨딩')은 정말 '재미있게 보고 싶은' 드라마였다. 그래서 초반에 이미 유치함으로 흐를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음에도 애써 관록있는 조연배우들에게 집중하며 ("맨땅에 헤딩, 명품 조연들은 수호천사다") 부디 좋은 드라마로 탄생해 주기를 바랬던 것이다 그러나 '맨딩' 4회의 엔딩은 이러한 나의 간절한 기대를 여지없이 무너뜨렸다. 악질 변호사 장승우(이상윤)의 애인으로 오해받은 강해빈(아라)이 납치되고, 그..
나는 시트콤을 매우 좋아한다. 일반 드라마보다도 예능 프로그램보다도 더 좋아하는 장르가 시트콤이다. 그런데 시트콤이라는 장르는 자칫 잘못 만들면 웃기지도 못하고 감동도 주지 못한 채 딱한 모양새로 주저앉기가 일쑤이다. 하지만 김병욱 PD의 작품은 한 번도 실망을 준 적이 없다. 김병욱의 시트콤은 언제나 꽉 짜여진 구성과 독특한 인물들의 확실한 캐릭터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리고 일부러 웃기려고 하지도 않는다. 각각의 캐릭터가 성공적으로 구현되니까 자연스럽게 웃음이 발생한다. 또 김병욱 시트콤의 특징 중 하나는 웃음과 동시에 슬픔과 감동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방송 내내 유쾌하게 진행되던 시트콤을 몇 번씩이나 새드엔딩으로 마무리함으로써 충격을 주기도 했다. 1. 순풍 산부인과 (SBS 1998~20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