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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놀러와'의 세시봉 특집을 계기로 조영남의 TV 출연이 잦아졌습니다. 얼마 전에는 이경실과 함께 '밤이면 밤마다'에도 나왔었고, '무릎팍 도사' 이장희편에도 특별출연으로 얼굴을 비추더니만, 이제는 예고했던 대로 '무릎팍 도사'의 메인 게스트로 출연했군요. 그럴 수 있다는 것은 조영남의 이미지가 약간이나마 대중적 비호감의 늪에서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는 의미로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놀러와'에서도, '밤밤'에서도, '무릎팍'에서도 제가 조영남을 보며 공통적으로 느낀 점은 그의 모습이 행복해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나이에 비해 동안이라는 말을 자주 듣는 조영남이지만, 제가 보기에는 별로 그렇지도 않았습니다. 그는 무척 많이 늙었고, 굳이 일부러 겸손하려고 할 필요도 없이 작고 초라해 보..
역시 하루이틀의 문제는 아닙니다만, 2010년 MBC 연예대상에서는 거의 대놓고 공동수상 남발이 난무했습니다. 여자 최우수상에는 '파스타'의 공효진과 '욕망의 불꽃'의 신은경이 공동수상을 했고, 심지어는 원래 1명이라야 빛을 발하는 대상에도 '동이'의 한효주와 '역전의 여왕'의 김남주가 공동수상을 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을 빚었습니다. 2008년에도 대상의 공동수상에 대한 트러블은 많았습니다. 드라마 자체의 시청률로 보아서는 '에덴의 동쪽'이 압도적이었으나, 연기력으로 보아서는 '베토벤 바이러스'의 김명민이 압도적이었으니까요. 방송사 입장에서는 '에덴의 동쪽'을 효자 프로그램으로 인정하여 송승헌에게 대상을 수여하고 싶었겠으나, 김명민의 신들린 연기력을 체험한 대중의 심리가 너무 그쪽으로 쏠려 있었기에, 그..
문근영과 장근석의 출연만으로도 방영 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드라마 '매리는 외박중'이 결국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쓸쓸한 종영을 앞두었습니다. 역시 결정적 원인은 '대본의 부재(不在)'라고 해야겠군요. 중간에 작가를 교체하는 진통까지 겪으면서 어떻게든 살려 보려 했으나, 남이 시작한 작업을 중간에 이어받아서 훌륭한 작품을 뽑아낸다는 것은, 다른 분야에서라면 몰라도 예술 분야에서는 기대하기 힘든 일입니다. 더구나 잘 나가고 있는 와중에 이어받은 것도 아니고 거의 회복 불능의 상태에서 이어받은 거였으니까요. 그러므로 후반에 집필을 맡은 고봉황 작가에게 책임을 물어선 안될 것 같고, 굳이 탓한다면 초반의 인은아 작가가 비난을 감수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드라마의 기본적 방향에 대해 감독과 의견 일치를..
사랑스런 청정소녀 위매리(문근영)와 매력적인 보헤미안 강무결(장근석)이 드디어 진짜 사랑에 빠졌습니다. 일단 두 사람의 모습이 어우러져서 만들어내는 그림은 아주 예쁩니다. 이보다 더 아름다울 수는 없다고 할 만큼 최상급의 비주얼이에요. 얼마 전 '도망자 Plan.B'에서 이나영과 다니엘 헤니가 만들어내던 그림도 아름답긴 했는데, 그들과는 또 아주 다른 느낌이지요. 문근영과 장근석은 다 큰 어른들이면서도 어딘가 소년 소녀같은 이미지를 풍기거든요. 특히 이 드라마에서는 그런 느낌이 더 강하게 듭니다. 문근영이 최강 동안인 데다가 세상 물정에 어둡고 지극히 순수하기만 한 위매리와 강무결의 캐릭터 때문이기도 하겠습니다. 그런데 매리는 현재 호적상 유부녀이며, 두 남자 사이에서 본의 아니게 이중결혼까지 한 상태로..
아빠, 나도 알아. 미안해서 그런다는 거 알아. 아빠가 수없이 사기를 당하고 빚에 쪼들리면서 이리저리 도망다닐 때마다, 나는 항상 집에 혼자 남아서 그 뒷감당을 해야 했으니까. 하지만 그건 아빠 잘못이 아니야. 의리 없는 세상 사람들 때문이지. 아빠는 너무 쉽게 사람을 믿었을 뿐이야. 물론 쫓겨날 염려 없이 따뜻한 집에서 살고, 등록금 걱정 없이 학교에 다닐 수 있다면야 너무 좋겠지만, 우리 삶은 원하는 대로 되는 게 아니잖아? 만약 그럴 수 있는 거였다면, 엄마도 네살박이 나를 이 세상에 아빠랑 단둘이 남겨두고 떠나가지는 않았을 거야. 눈 한 번만 감았다 뜨면 예상치 못했던 일이 일어나는 세상인데, 가방 한 개만 들면 언제 어디라도 홀가분하게 떠날 수 있는, 지금의 자유로운 삶도 나쁘진 않아. 이젠 고..
싸늘한 겨울을 앞두고 시작된, 순정만화 원작의 '매리는 외박중'... 이 드라마는 현재 초반부터 가슴 시린 슬픔의 정서를 자극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차츰 따사로운 멜로의 감성으로 변해갈 것을 기대하지만, 지금으로서는 따뜻함보다 공허감을 더 많이 느끼게 하는군요. 그런데 묘하게도 가슴이 텅 빈 듯한 공허감은 점점 더 우리를 이 사랑이야기의 묘한 매력 속으로 빠져들게 만듭니다. 그것은 바로 남자 주인공 장근석의 독특한 캐릭터 '강무결' 때문입니다. 장근석은 이제껏 일정한 틀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스펙트럼의 연기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온, 젊은 배우들 중에서는 보기 드문 경력을 지닌 연기자인데, 자기의 느낌과 꼭 닮은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 듯 합니다. 물론 이것은 저의 주관적 견해이지만, 저..
'신데렐라 언니'의 구대성(김갑수)이 '국민아빠' 였다면 '제빵왕 김탁구'의 팔봉 선생(장항선)은 '국민스승' 이라고 할만했습니다. 불안하게 흔들리는 젊은 주인공의 곁에서 더없이 든든하게 자리를 지키며 인생의 멘토가 되어 주던 이 성스러운 인물들은 그 존재감만으로도 가슴을 꽉 채워 주었지요. 이제 팔봉 선생이 불현듯 세상을 떠나고 보니 저절로 구대성의 서글펐던 최후가 머리에 떠오릅니다. 두 사람의 죽음은 그들의 삶 만큼이나 여러모로 비슷하지만, 그래도 팔봉 선생은 구대성보다 운이 좋은 편이었어요. 구대성을 죽음으로 몰아간 것은 아들처럼 아끼던 홍기훈(천정명)이었으나, 산소호흡기를 달고 병원으로 실려가던 엠블런스 안에서 구대성은 "괜...찮...다..."는 최후의 한 마디로 그를 용서했습니다. 팔봉 선생을..
아역들의 명품 연기로 사랑받던 '제빵왕 김탁구'에 드디어 유진(신유경 역)을 제외한 모든 성인 연기자들이 얼굴을 비추었습니다. 우선 남녀 주인공인 윤시윤과 이영아는 성공적으로 바통을 이어받은 듯 합니다. 이영아는 벌써 괜찮은 연기력을 인정받고 있던 터이지만, 상대적으로 신인급인 윤시윤에게는 약간의 우려가 있었거든요. 그런데 윤시윤은 상당한 노력파인 것 같습니다. 7회에서 절반 이상의 분량을 홀로 감당하며 종횡무진 열연한 그의 연기는 타고난 끼를 발산한다기 보다는 부단한 노력으로 이루어낸 느낌이 들었어요. 처음으로 주연을 맡았으니 만큼 최선을 다해 올인하고 있는 듯한데, 연기도 나쁘지 않았고 열정적인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뮤지컬 배우 출신이라는 구마준 역의 주원은 아직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선거 개표 방송으로 인하여 '나쁜 남자'가 결방되는 바람에 '신데렐라 언니'를 별 기대 없이 본방사수하였습니다. 그런데 생각지도 않은 장면에서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는 바람에 얼마나 놀랐는지 모릅니다. 비록 초반의 기대를 무너뜨린 이번 작품으로 큰 실망을 안겨 주었으나, 역시 김규완 작가는 범상치 않은 저력을 지니고 있음을 다시 느끼게 된 장면이었습니다. 은조(문근영)가 세상 다른 일은 모두 잊은 채 환상으로 뒤섞인 기훈(천정명)과의 연애에 심취해 있는 동안, 집에서는 갑자기 어린 동생 준수가 사라집니다. 효선(서우)에게 준수는 평범한 동생이 아니라 특별한 존재입니다. 죽은 아버지가 남긴 단 하나의 혈육이며, 엄마 송강숙(이미숙)과 연결되어 있는 유일한 끈입니다. 그래서 효선에게 준수를 잃어버린다는 것은..
한동안 치열했던 수목드라마의 3파전은 종료되었습니다. '검사 프린세스'와 '개인의 취향'은 이미 방송을 마쳤고, '신데렐라 언니'도 이번 주가 마지막 방송이로군요. 그런데 생각해 보니 '검프'와 '신언니' 사이에 묘한 공통점과 엄청난 차이점이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주인공 남녀는 서로 사랑하지만, 두 사람의 사이에는 커다란 장애물이 있습니다. 바로 '아버지의 죽음'입니다. '검프'에서 서인우(박시후)의 아버지는 마혜리(김소연)의 아버지 때문에 죽었습니다. 그리고 '신언니'에서 구은조(문근영)의 아버지는 홍기훈(천정명)과 그의 집안 사람들 때문에 죽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공통점입니다. '검프'의 서인우는 초인적 인내심과 희생 정신으로 아버지를 대신하여 마상태를 용서하고, 그의 딸 마혜리와 사랑을 이룸으로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