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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프'의 용서 VS '신언니'의 용서, 그 엄청난 차이점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신데렐라 언니

'검프'의 용서 VS '신언니'의 용서, 그 엄청난 차이점

빛무리~ 2010. 6. 1.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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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치열했던 수목드라마의 3파전은 종료되었습니다. '검사 프린세스'와 '개인의 취향'은 이미 방송을 마쳤고, '신데렐라 언니'도 이번 주가 마지막 방송이로군요. 그런데 생각해 보니 '검프'와 '신언니' 사이에 묘한 공통점과 엄청난 차이점이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주인공 남녀는 서로 사랑하지만, 두 사람의 사이에는 커다란 장애물이 있습니다. 바로 '아버지의 죽음'입니다. '검프'에서 서인우(박시후)의 아버지는 마혜리(김소연)의 아버지 때문에 죽었습니다. 그리고 '신언니'에서 구은조(문근영)의 아버지는 홍기훈(천정명)과 그의 집안 사람들 때문에 죽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공통점입니다.
'검프'의 서인우는 초인적 인내심과 희생 정신으로 아버지를 대신하여 마상태를 용서하고, 그의 딸 마혜리와 사랑을 이룸으로써 해피엔딩을 이끌었습니다. 그리고 '신언니'의 구은조도 홍기훈을 용서하고 죄인인 그를 감싸안아 주려는 듯 보이니, 두 사람의 사랑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절대로 공통점이 아닙니다.

저는 서인우의 용서를 인간으로서 행할 수 있는 가장 고귀한 행위라고 인식했기에, 그들의 사랑은 아낌없이 축복해 줄 수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구은조의 용서(?)는 결코 그렇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죽음'이라는 면에서는 두 드라마가 비슷하지만, '용서'라는 면에서는 기가 막힐 정도의 차이점을 보이고 있습니다.


1. '검프'의 죄는 는 당사자의 죄가 아니고, '신언니'의 죄는 당사자의 죄다


'검프' 서인우의 아버지는 마상태로 인해 죽었으나, 마혜리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었습니다. 당시 어린 소녀였던 마혜리에게 아버지의 죄를 대신 짊어지게 한다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억울한 일입니다. 만약 그 간절한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평생 가슴에 구멍이 뚫린 채로 살아야 했다면, 마상태의 죄로 인해 가장 큰 고통을 겪는 사람은 그 자신이 아니라 딸인 마혜리가 되는 셈입니다.

그러나 '신언니'의 홍기훈은 그 자신이 바로 구대성(김갑수)을 죽음으로 몰고 간 죄인입니다. 그의 아버지 홍회장과 이복형 홍기정도 어느 정도의 책임은 있겠으나, 가장 큰 책임은 바로 홍기훈 자신에게 있습니다. 비록 의도적인 것은 아니었다 해도, 오랜 시간 동안 구대성의 눈앞에서 그의 선량한 호의를 받으며, 속으로 다른 꿍꿍이를 품은 채 그를 속이고 있었던 것은, 명백한 사실이며 누구도 부인할 수 없습니다.

당사자의 죄인가 그렇지 않은가, 이것이 첫번째 차이점입니다.


2. '검프'에서는 피해자가 용서했으나, '신언니'에서는 피해자가 제외되어 있다


용서란, 피해자가 하는 것이지 가해자가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구대성의 죽음으로 인해 가장 크게 피해자가 된 사람은 누구일까요? 살아남은 사람 중에는 단연 그의 친딸인 구효선(서우)을 꼽을 수 있을 것입니다. 송강숙(이미숙)과 구은조는 엄밀히 말해서 100% 피해자라고만 할 수도 없습니다.

이제는 구대성의 일기를 읽고 개과천선했으나, 얼마 전까지만 해도 송강숙은 효선의 몫까지 유산을 차지하려고 눈을 휘번덕거리던 인물입니다. 효선은 그런 송강숙에 의해 명실상부한 신데렐라가 되어 평생 당해 본 적 없던 구박을 받으며, 아버지를 잃은 고통에 엄마의 냉대까지 견디어 내야 했습니다. 송강숙의 딸인 은조 또한 마음 속의 고통이 심하긴 했으나, 결코 효선에 비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구은조와 홍기훈이 사랑을 일구어 가는 과정에서, 실질적 피해자인 구효선은 그 두 사람에 의해 철저히 제외되어 있습니다. 정말 용서를 빌고자 한다면 효선 앞에 무릎 꿇어야 하건만, 홍기훈은 효선에게 용서할 수 있는 기회조차 주지 않았습니다. 은조는 효선의 마음을 더 다치게 하고 싶지 않다는 허울 좋은 핑계로, 아버지 죽음의 진실을 알 수 있는 기회마저 그녀에게서 박탈해 버렸습니다. 이것은 철저한 기만입니다.

결국 '신언니'에서는 진정한 용서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엄밀히 말해서 구은조는 피해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용서할 자격이 없습니다. 그 두 사람은 용서를 통해서 사랑을 이루려 하는 것이 아니라, "어차피 절대 용서 못 받아!" 라고 절규하며 도망치듯 서로에게 달려가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에 비해 '검프'의 서인우는 명백한 피해 당사자였습니다. 서동근의 죽음으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인생이 망가진 사람은 바로 서인우 자신이었습니다. 그런 그가 모든 사실을 알았고, 자기 앞에서 진심으로 눈물을 흘리며 사죄하는 마상태를 보았습니다. 그리고 스스로의 선택으로 용서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다른 누구도 더 이상 무어라 말할 여지가 없습니다.

'검프'의 사랑은 보는 이의 마음까지 깨끗해지게 만들지만, '신언니'의 사랑은 보면 볼수록 찜찜하기만 합니다. 거름밭에서 뒹굴다가 씻지도 않고 끌어안는 모양새라고나 할 것입니다. 엄청난 죄악이 발생했는데, 진정한 참회와 용서를 통해서 씻어낼 생각도 하지 않고, 냄새가 독하게 풍기는 것을 이불로 덮어 둔 채, 둘이서만 좋다고 끌어안는 것이 무슨 사랑입니까?


특히 홍기훈은 실제적 죄인이면서도 겉으로만 뉘우칠 뿐, 아무런 희생을 할 생각이 없습니다. 대성참도가를 홍주가로부터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정도를 가지고 희생이라 할 수는 없지요. 그거야 너무나 당연한 일이니까요. 그는 자기 입으로 효선과 은조 자매에게 죄를 고백하지도 않았고, 은조에게 '들켜버린' 후로는 '오히려 홀가분하다'는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면서 완전히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들이대고 있었습니다. 제 눈에는 사랑으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탐욕이며 집착일 뿐이었습니다. 게다가 효선은 아직도 그 끔찍한 진실을 모르고 있습니다.


3. 아버지를 생각하는 서인우와 구은조의 마음 자세가 다르다


'검프'의 서인우는 원수의 딸을 사랑하게 되어버린 고통을 가누지 못해, 아버지가 묻힌 곳을 찾아가 눈물로 외칩니다. "아버지, 저... 어떻게 하면 좋아요? 어떻게..." 서인우는 자기의 사랑이 혹시 죽은 아버지의 마음을 다치게 할까봐, 어떠한 결정을 내리기 전에 먼저 아버지에게 그 사실을 알리고 용서를 청하러 갔던 것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불행하기를 바라는 사람은 없어. 아버지는 나를 사랑하시니까, 내가 불행하기를 원하지 않으실거야. 혜리의 남은 인생을 모두 흔들어 놓고, 나는 제대로 살아갈 자신이 없다." 간략한 대사였지만, 이론의 여지가 없는 명쾌한 해답이었습니다. 아버지에게 먼저 물어보고 나서야 그는 결정을 내리고 용서했습니다.

그런데 구은조는 어떻게 된 걸까요? 구대성의 영정 앞에서 "아빠!" 를 부르던 통곡의 시간은 그녀에게 무슨 의미였던 걸까요? 홍기훈이 자기 아버지에게 저지른 일을 알고 나서, 그녀가 제일 먼저 한 일은 울며 소리지르는 것이었고, 두번째로 한 일은 효선에게 진실을 숨기라고 요구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세번째로 한 일은 그의 품에 안기는 것이었습니다.

"평생 효선이를 보살피면서 속죄하며 살라"고 말하더니, 다음 순간에는 아무 변명도 없이 그의 품에 안겨 있는 셈입니다. 아니, 한 마디의 변명은 있었군요. "저 사람, 미친 게 분명하다. 그리고 나도 미친 게 분명하다." 하긴 그 외에 무슨 할 말이 있었겠습니까? 미쳤다는 말 외에는 아무 말로도 설명할 수 없습니다.

은조에게는 기훈을 용서할 자격조차도 거의 없었지만, 두 사람의 미친 감정 앞에 용서라는 단어는 차라리 무의미해 보입니다. 마치 두 사람이 입을 모아 "그런 거 필요 없어" 라고 말하는 듯한 느낌입니다. 홍기정과 통화를 하면서 은조는 이런 말을 합니다. "더 이상 그 사람을 부끄럽게 만들고 싶지가 않아요." 이것은 뻔뻔함의 극치라고나 해야 할 것입니다. 


구대성이 죽기 직전에 홍기훈을 용서했다는 사실을 구은조는 모르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그 사람을 더 이상 부끄럽게 만들고 싶지 않다"는 것은, 남자에 대한 욕심 때문에 아버지의 죽음을 별거 아닌 것으로 취급한다는 느낌을 줍니다. "아버지를 죽였어도 실수였으니까 괜찮아. 그게 뭐 그리 큰 죄라고 평생을 부끄러워하며 살아야 해? 내가 이제 너를 당당하게 만들어 줄 거야." 뭐 이런 식입니다. 실제적 피해자인 효선을 배제시킨 채, 자기 마음대로 면죄부를 발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역시 친딸이 아니라서 어쩔 수가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

어떻게 결론이 날지는 모르겠으나, 이미 제 마음 속에서 송은조(이제 구은조라고 불러주기 싫습니다)와 홍기훈은 '드라마 사상 최악의 커플'로 등극해 버렸습니다. 아예 대놓고 추하거나 악한 짓을 저지른다면 차라리 그게 낫겠습니다. 이를테면 김기덕 감독의 영화 '나쁜 남자'에서처럼 말이지요. 


그러나 '신언니'의 메인 커플은 겉으로는 고상한 척 하면서, 속으로는 매우 이기적입니다. 말로는 희생하겠다 하면서 행동은 자기 욕심을 차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위선을 사랑으로 포장하고 있으니 더 이상 지켜보기가 괴로울 지경입니다. '검프'에서 워낙 투명하고 깨끗한 사랑을 보았기에, 비교가 되어서 더욱 이렇게 느끼는지도 모르겠군요. 듣자 하니 '신언니'의 결말은 레전드급이 될 것이라고 미리 언플이 자자하던데, 과연 어떻게 마치는지 지켜볼 생각입니다. 김이 다 빠져버린 지금에 와서 어떤 레전드급 엔딩이 가능할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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