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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리는 외박중' 감정선의 실종, 그들은 왜 사랑에 빠졌을까?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매리는 외박중

'매리는 외박중' 감정선의 실종, 그들은 왜 사랑에 빠졌을까?

빛무리~ 2010. 12. 1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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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스런 청정소녀 위매리(문근영)와 매력적인 보헤미안 강무결(장근석)이 드디어 진짜 사랑에 빠졌습니다. 일단 두 사람의 모습이 어우러져서 만들어내는 그림은 아주 예쁩니다. 이보다 더 아름다울 수는 없다고 할 만큼 최상급의 비주얼이에요. 얼마 전 '도망자 Plan.B'에서 이나영과 다니엘 헤니가 만들어내던 그림도 아름답긴 했는데, 그들과는 또 아주 다른 느낌이지요. 문근영과 장근석은 다 큰 어른들이면서도 어딘가 소년 소녀같은 이미지를 풍기거든요. 특히 이 드라마에서는 그런 느낌이 더 강하게 듭니다. 문근영이 최강 동안인 데다가 세상 물정에 어둡고 지극히 순수하기만 한 위매리와 강무결의 캐릭터 때문이기도 하겠습니다.


그런데 매리는 현재 호적상 유부녀이며, 두 남자 사이에서 본의 아니게 이중결혼까지 한 상태로 왔다갔다 하고 있는, 어떻게 보면 매우 어정쩡하고 자칫하면 비호감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은 민폐 여주의 캐릭터입니다. 착하고 순수하긴 한데 하는 짓이 매번 너무 어설프고, 남을 위하는 마음은 깊은데 결과적으로는 폐를 끼치는 경우도 비일비재합니다. 문근영의 이미지가 워낙 호감형인 데다가 출중한 연기력으로 커버를 하고 있으니 망정이지, 만약 그렇지 못했다면 드라마의 부실한 스토리와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서 연기자의 커리어에도 마이너스가 되었을 거예요.

어차피 매리의 남자는 정인(김재욱)이 아니라 강무결이 될 거라는 사실은 모두 알고 있었지만, 이토록 갑작스럽게 두 사람의 러브라인이 확정적으로 진행될 줄은 예상치 못했습니다. 시청자로 하여금 캐릭터의 감정선을 잘 따라오도록 해 주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서, 도대체 저 아이들이 왜 갑자기 저러나 하는 생각이 들게끔 만들어버린 겁니다. 인물들의 감정이 효과적으로 표현되지 못하니 흐름이 실종되어 버린 탓이에요.


우선 강무결은 위매리의 요청을 받아들여 위장 결혼을 허락하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너, 나 좋아하면 안 된다!" 이것은 아주 강한 담벼락 치기였습니다. 그녀로 하여금 마음을 열고 다가오지 못하도록 처음부터 막아버린 것이었죠. 저는 그 이유를 어머니에 대한 책임감 때문이라고 해석했습니다. 그의 엄마 감소영(이아현)은 아직도 너무 젊은데다가 잠시도 안심할 수 없게 만드는 사고뭉치였으니까요. 툭하면 사랑에 빠지고 그랬다가는 금방 헤어지고, 평소에는 아들을 내팽개쳐 두다가 자기가 필요할 때면 외롭다면서 달려와 기대고, 툭하면 돈이 궁하다고 징징대는 등, 이런 엄마를 평생 건사하려면 그냥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할만합니다. 그래서 무결은 진지한 사랑에 빠지지 않고 가벼운 연애만 하면서 지내왔는데, 너무 순수해 보이는 매리가 자기를 좋아하다가 상처받으면 안된다고 생각한 게 아닐까 싶었지요.

그런데 언제 그랬냐는 듯, 갑자기 매리를 향해 진실한 애정을 드러내며, 아무 거리낌 없이 그녀와의 진짜 연애를 시작하는 강무결의 모습은 좀 당황스러웠습니다. 이럴 거라면 처음에는 왜 그토록 강하게 담벼락을 쳤던 것일까요? 혹시 자기 엄마가 파리로 떠난다고 해서? 하지만 그녀의 성격이라면 곧바로 돌아올지도 모르는 일이니 그건 이유가 아닌 듯 합니다. 가슴 아픈 이유가 있어서 여자에게 마음을 열지 못하고 진실한 사랑을 할 수 없는 것 같던 무결이, 그 이유가 해소되지도 않았는데 너무 쉽게 사랑에 빠지니 좀처럼 공감하기가 어렵습니다. 물론 모성이 결핍되어 있던 그에게 엄마보다 더한 따뜻함으로 다가오는 매리는 사랑할만한 여자이긴 했지만요.


매리의 감정선도 따라잡기 힘든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그녀의 대사에 따르면 엉겁결에 무결과 첫키스를 하게 된 순간부터 가슴이 쿵쾅거리고 그를 사랑하게 된 모양인데, 절대 로맨틱한 분위기도 아니었고 매우 어색하기까지 했던 그 키스 장면을 기억하는 저로서는 뭐 그렇다고 사랑하게 될까 싶은 생각이 들었거든요. 잘 생겼고 노래도 잘 하니까? 자기의 어려운 부탁을 들어 주었으니까? 사랑할만한 이유를 따져보면 꽤 많다 싶을 정도로 매력적인 남자이기는 합니다만, 매리가 결정적으로 무엇 때문에 무결을 사랑하게 되었는지를 생각해 보면 좀처럼 잡히지가 않아요. 언제나 무결과 정인의 사이에 어정쩡하게 서 있던 그녀가, 정인과의 약혼식을 앞두고 하루종일 무결과 수갑에 묶여 함께 돌아다니며 비로소 자기의 감정을 깨달은 듯한 느낌인데, 아무래도 생뚱맞더군요.

정인과 서준(김효진)의 감정도 그닥 뚜렷하게 살아나지 않고 있습니다. 정인은 아버지 정석(박준규)의 강요 때문에라도 매리와 결혼을 해야만 할 입장인데다, 그녀의 따뜻함에 조금씩 반해서 진짜로 좋아하는 마음이 약간 생긴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비즈니스 파트너일 뿐인 서준을 너무 섬세하게 챙기면서 "저건 뭐지?" 하는 생각도 들게 하는군요. 서준도 그렇습니다. 1년 전에 헤어진 무결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확실해 보였는데, 요즘은 불현듯 자꾸만 정인에게 전화를 걸어 "답답해요. 좀 만났으면 좋겠어요." 뭐 이런 식으로 수상한 멘트를 날리며 서점에서 데이트를 즐기기도 합니다. 한가한 사람도 아니건만, 그녀가 불러낸다고 선뜻 나가는 정인의 태도도 심상치는 않고 말이죠.


아무래도 나중에는 정인과 서준이 연결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지금부터 조금씩 둘이 가까워지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 같긴 해요. 그런데 둘이 서로 끌린다면 왜 끌리는 것인지를 공감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게 도무지 공감이 안됩니다. 하필 약혼식날 매리에게서 배신당한 남자 정인, 그리고 무결 때문에 상처받은 여자 서준, 이 두 사람은 서로에게 연민의 정을 느끼는 걸까요? 대충 그런 것 같기도 한데, 이거야 짐작일 뿐이지 그들의 대사 등으로 확인된 바가 전혀 없군요. 

감정선이 실종되면서 등장인물들은 갈팡질팡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무결과 매리의 예쁜 사랑이 시작되었는데도, 뭔가 상큼하거나 깔끔하다기보다는 찜찜하게 질척거리는 느낌이 들어요. 현재 상황을 보면 4명의 주요인물 모두가 제각각 양다리를 걸치고 있는 형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거든요. 무결은 작별 인사를 한답시고 서준이 갑자기 달려들어 일방적으로 퍼붓는 키스를 왜 거부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일까요? 원래 거절을 잘 못 하는 마음 약한 남자니까? 하지만 그렇다 해도 현재 그는 확실한 매리의 연인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옛 애인 서준과 딥키스를 하고 있는 모습은 아무리 봐도 산뜻하지가 않습니다. 자기 의사와 관계없이 법적으로는 정인의 아내가 되어 있는 매리의 입장이 어정쩡한 것이야 더 말할 나위도 없고 말이죠.


제가 좋아하는 문근영과 장근석의 드라마가 이렇게 헤매고 있으니 매우 안타깝습니다. 두 배우의 이름만으로도 충분한 화제성이 보장될 거라 믿었는데, 역시 드라마는 작가의 예술이라 대본이 부실하니 연기자의 힘만으로 일으키기는 힘든 모양이에요. 이런 드라마는 무엇보다 상큼한 느낌이 중요한데, 지금처럼 애매모호하게 질척거려서는 별로 전망이 밝지 않습니다. 하루빨리 곁가지를 쳐내고 러브라인을 확정지을 필요가 있습니다. 막강한 경쟁작 '자이언트'는 종영했지만, 다음 주에는 역시 만만치 않은 후속작 '아테나, 전쟁의 여신'이 시작될 예정이니까요. '매리는 외박중'도 다음 주의 내용에 심혈을 기울여 승부수를 걸어야 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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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연예 부문에서 찾아 보시면 빛무리이름도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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