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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저는 '밤이면 밤마다'를 '무릎팍 도사'의 SBS 버젼이라고 생각합니다. 갖가지 오해와 루머와 비난 등에 휩싸였던 연예인들도 이 프로그램에서 자기의 모든 것(?)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으면, 전체 다는 아니더라도 일부분이나마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고 이미지를 쇄신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거라는 점을 여러 차례 느꼈거든요. '무릎팍 도사'는 오히려 초반의 날카로운 기세가 확연히 꺾여서 부드러운 방송이 되어버린 반면에, 이제 막 탄생한 '밤밤'은 신생아의 힘찬 울음소리처럼 기세등등했습니다. 정선희가 출연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큰 기대는 없었습니다. 아직도 속시원히 밝혀지지 않은 의문들이 그녀를 둘러싸고 있지만, 그 사안이 지나치게 심각한지라 공중파에서 대놓고 자기 입으로 모든 사실을 밝히기는 어려울 거라고 생..
'놀러와'에 출연한 유세윤, 장동민, 유상무는 서로 정말 친해 보였습니다. 송은이, 김숙, 권진영도 마찬가지였고요. 모두 내공이 깊은 개그맨들이라 방송은 재미있고 즐겁게 진행되었습니다. 그런데 일명 '옹달샘 삼총사'로 불리는 유세윤, 장동민, 유상무 중에서는 장동민이 분명한 '악역'을 맡고 있더군요. 세 사람은 등장하자마자 아주 독특하게 자기 소개를 시작했습니다. 유세윤 : 저는 장동민한테 7050만원 빌려줬어요! 유상무 : 저는 엄마 돈 4800만원 빌려줬어요! 장동민 : 우리 정말 친해요. 그래서 안 갚을 거예요! 저 말이 사실인지 아니면 방송을 위한 설정인지 정확한 것은 알 수 없지만, 잠시 후에도 계속 그 말이 이어지는 것으로 봐서는 아주 근거 없는 소리는 아닌 듯 싶었습니다. 잠시 후 유상무는 ..
아시안게임 중계로 인해 '놀러와'가 결방된 월요일 밤, 그 무주공산에 새로운 예능 '밤이면 밤마다'가 쳐들어왔습니다. 첫방송의 느낌은 나쁘지 않더군요. 매주 2명의 게스트를 초청하여 공격적인 '청문회' 형식으로 일종의 스타 탐구를 하는 포맷인데, 우선 고정패널이라 할 수 있는 청문위원들의 구성이 심상치 않습니다. 탁재훈 팀과 박명수 팀으로 나뉘어진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정말 오랜만에 공중파 예능의 고정을 맡게 된 김제동의 모습이 반가웠고, 빅뱅의 대성과 씨엔블루의 정용화를 토크 중심의 예능에서 보는 것은 아마도 처음인 듯하여 신선했습니다. 첫방송은 상당히 재미있고 만족스러운 편이었으나, 이런 포맷에는 한 가지의 맹점이 있습니다. 그 날의 게스트가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서 방송의 느낌이 완전히 달라질 수 ..
'놀러와 - 세시봉 친구들'은 음악과 토크가 아름답게 어우러져 감동과 재미를 자아냈던 최고의 방송이었습니다. 나이로는 큰형이지만 철들지 않는 이미지로 인해 동생들의 구박을 받던 조영남은 아슬아슬한 민폐형이면서도 자유로움에 대한 향수를 묘하게 자극하는 면이 있더군요. 송창식도 그에 못지 않게 자유로운 분위기였지만, 조영남이 보다 세속적이라면 송창식은 훨씬 기인적이고 속세를 떠난 신선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이를테면 언제나 밤 9:30에 점심식사를 하고 새벽 2:00에 저녁식사를 하는 송창식과 40여년을 친구로 지내 온 윤형주에게 어떤 지인은 참으로 대단하다고 감탄했다 합니다. 그리고 63세의 막내 김세환은 시종일관 부드러운 미소로 자리를 편안하게 해 주었지요. 그런데 '세시봉 친구들' 모임을 단순한 음악회처..
추석 특집으로 제작된 '아이돌스타 육상 선수권대회'에서 날쌘돌이 조권은 당당히 2관왕을 차지했습니다. 육상의 꽃이라 불리우는 100m 달리기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실력을 보이며 우승을 차지한 데 이어, 400m 계주에서도 마지막 주자로 출전하여 자기 팀에게 금메달을 선사했지요. 그는 완벽한 승리자였고 영웅이었습니다. 평소에는 유난히 가냘픈 체격 때문에 좀 약해 보였던지라, 저는 그가 2PM의 택연이나 에이트의 이현보다 뒤처질 거라고 예상했기에 상당히 의외였습니다. 출발 신호가 터지고 신들린 듯 질주하여 삽시간에 결승선을 통과하는 조권의 모습을 보니, 저는 갑자기 머리가 멍해지더군요. 쏜살같이 달리는 그는 굉장히 강인해 보였고, 가냘픈 체격 때문인지 사람이 아니라 날아다니는 정령(精靈)처럼 신비스러웠습..
원래는 그녀에 대한 글을 쓰지 않으려 했습니다. 아픈 사람을 더 아프게 할 것 같아서, 그럴 필요가 없을 것 같아서 침묵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조금도 악감정을 품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방송 출연을 개운한 마음으로 지켜볼 수 없는 이 심정을 과연 그녀가 짐작이나 할까 생각하니, 그렇지 못할 수도 있겠다 싶더군요. 자기의 슬픔이 워낙 크다 보니, 그리고 자기에게 쏟아지는 차가운 시선이 워낙 많다 보니, 일일이 그 마음들을 헤아릴 수도 없을 테고, 헤아리고 싶지도 않을 것입니다. 너무한다 싶고 원망스럽기만 하겠지요. 그러나... 당사자의 고통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바라보는 사람에게도 입장은 있는 것입니다. 무조건 이해하고 무조건 받아들이고 무조건 좋게 봐줘야 한다는 것은 억지예요. 제가 서두를 저..
요즘 제가 호감을 갖고 시청하는 드라마 '글로리아'의 주인공들이 '놀러와'에 출연해서 반가웠습니다. 네 명의 연기자가 모두 귀엽고 호감형이더군요. 그 중에도 배두나와 이천희에게서는 굉장히 순수한 매력을 발견할 수가 있었습니다. 연예인이란 항상 대중 앞에 나서야 하는 직업이다 보니, 아무래도 '남들에게 보여지기 위한 자신'의 모습을 따로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싶거든요. 그런데 배두나와 이천희는 그런 면에서 좀 연예인 같지 않은 느낌을 주었습니다. 친구네 집에 놀러 온 사람들처럼, 그랬어요. '글로리아'를 촬영하면서 다들 어느 정도는 친해진 듯, 분위기가 매우 편안하고 좋았습니다. 드라마 캐릭터상 매우 단아하고 얌전한 줄만 알았던 소이현의 엄청난 주량에 놀랐다고 이천희가 운을 띄우자, 소이현이 곧바로 이천..
작년까지 유재석은 담당한 프로그램 4개가 모두 최고의 시청률을 거두며 명실공히 그의 전성기임을 증명할 수 있었습니다. M방송사의 '무한도전', '놀러와', K방송사의 '해피투게더', 그리고 S방송사의 '패밀리가 떴다' 까지 (비록 '패떴'은 하반기에 현저한 내리막길로 접어들었지만 그래도 기존의 위용이 남아 있어 여전히 S방송사의 대표 예능이었던...) 유재석의 손길이 닿은 프로그램은 모두 승승장구했으며, 어느 자리에 있을 때나 유재석의 존재감은 최고로 빛났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유재석은 일요 예능에서 수차례의 고난을 극복하며 견디어야 했습니다. 2007년 4월 '일요일이 좋다-X맨'이 종영한 후 '하자GO', '옛날TV', '기적의 승부사' 등 이어지는 프로그램마다 몇 개월을 버티지 못하고 무너..
브라운관에서는 참 보기 어려웠던 영화감독들이 게스트로 출연하신다 해서 기대감을 갖고 '놀러와'를 시청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제 의견을 말한다면 전체적으로 유익하고 재미있는 방송이긴 했는데, 한 사람의 지나친 폭주만 아니었다면 족히 두세배는 더 재미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그 사람은 바로 '라이터를 켜라'의 감독 장항준이었습니다. 지금 어떤 예능에 고정출연하고 계신다기에 너무 황당해서 방송이 끝난 후 검색을 통해 찾아 보았더니 '야행성'에 출연중이시더군요. 제가 '야행성'을 본 적이 없어서 몰랐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야행성'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등장하시는지 모르지만, 솔직히 '놀러와'에서는 최악의 게스트였습니다. 스스로 "방송을 좀 안다."고 말씀하셨는데 과연 장항준 감독님이 생각하시는 방송이란 어떤..
2002년 월드컵 4강의 주역들이 '놀러와'에 출연한다고 해서 아예 일찌감치 채널을 맞추고 대기하고 있었다지요. 과연 기다린 보람이 있었습니다. 비록 8년 전의 이야기들이지만 어찌나 생생하고 재미있는지 시간 가는 줄 모르겠더군요. 그리고 우리가 몰랐던 비하인드 스토리들과 그 영웅들의 내면에 숨겨진 기쁨과 슬픔까지 조금은 엿볼 수 있었던, 알찬 시간이었습니다. 1. 황선홍의 스페인전 승부차기 1호골은 실축이었다?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것은 벅찬 골인의 순간과 그 뜨거운 함성이었을 뿐인데, 정작 그 골의 주인공은 실축이었다고 말하더군요. 좀 더 위쪽으로 찼어야 했는데 완벽히 골키퍼의 품에 안겨주는 형상이 되었으니 100% 막히는 골이었다고 말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스페인의 골키퍼는 황선홍이 실축한 골을 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