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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닝맨' 유재석의 고난, 다시 시작되나?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런닝맨' 유재석의 고난, 다시 시작되나?

빛무리~ 2010. 7. 12.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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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까지 유재석은 담당한 프로그램 4개가 모두 최고의 시청률을 거두며 명실공히 그의 전성기임을 증명할 수 있었습니다. M방송사의 '무한도전', '놀러와', K방송사의 '해피투게더', 그리고 S방송사의 '패밀리가 떴다' 까지 (비록 '패떴'은 하반기에 현저한 내리막길로 접어들었지만 그래도 기존의 위용이 남아 있어 여전히 S방송사의 대표 예능이었던...) 유재석의 손길이 닿은 프로그램은 모두 승승장구했으며, 어느 자리에 있을 때나 유재석의 존재감은 최고로 빛났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유재석은 일요 예능에서 수차례의 고난을 극복하며 견디어야 했습니다. 2007년 4월 '일요일이 좋다-X맨'이 종영한 후 '하자GO', '옛날TV', '기적의 승부사' 등 이어지는 프로그램마다 몇 개월을 버티지 못하고 무너져내렸던 것이지요. 솔직히 제가 보기에 '옛날TV'는 기획도 신선하고 재미도 있었는데, 이상할 만큼 시청률이 나오지 않더군요.


그렇게 1년 넘게 유독 S방송사의 일요 예능에서만 침체기를 겪던 유재석은 드디어 2008년 6월 '패밀리가 떴다'가 대박을 터뜨리면서 화려하게 재기합니다. 비록 초창기에는 '1박2일'과 비슷한 컨셉이라는 이유로 논란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곧이어 '패떴'만의 독특한 아이템들을 수없이 만들어내면서 차별화에 성공하여 논란을 불식시켰고 파죽지세로 치솟는 그 인기는 한때 '1박 2일'을 누르고 일요 예능의 최강자로 군림하였습니다.

'패떴'은 프로그램의 기획 자체에 긍정적인 의미를 안고 있었으며, 그 안에는 예상을 뒤엎을 만큼 엄청나게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보석처럼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1박2일'이 '여행'을 컨셉으로 잡고 있다면, '패떴'은 일부분이나마 '봉사'의 정신을 기반에 깔고 있었기에 그런 점에서 일단 차별화가 되었지요. 평생 시골에서 일에만 파묻혀 지내시느라 여행할 기회도 없으셨던 어르신들께 모처럼 멋진 여행의 기회를 제공해 드리고, 하루 동안 그분들이 맡기신 일을 도와 드린다는 취지는 꽤나 신선했습니다. 물론 후반으로 갈수록 '노동'의 분량은 줄어들고 '게임'과 '밥짓기'에만 모든 활동을 할애함으로써 그 의미가 퇴색되었지만, 초반에는 흐뭇하고 보기 좋았어요.


그리고 멋진 외모와 시크한 도시적 이미지를 지녔던, 두 연기자 이천희와 박예진의 돌발 매력이 '패떴'을 통해 드러나면서 대박을 이끌게 됩니다. 그 무렵에야 누가 '엉성천희'와 '달콤살벌 예진아씨'를 사랑하지 않았을까요? '엉성천희'는 한때 이승기의 '허당승기'와 겹치는 듯도 했으나, 오히려 그보다 더 많이 당하고 망가지는 역할이 됨으로써 동정과 귀여움을 더 받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논두렁 밭두렁으로 도망치는 한 마리의 아기돼지를 서너 명의 남자들이 뒤쫓아도 잡지 못했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천천히 다가가 두 손으로 덥석 잡아들고 해맑게 웃던 '달콤살벌 예진아씨'는 그 어떤 예능에서도 본 적 없을 만큼 충격적인 최강의 캐릭터였지요.

아이돌 멤버였던 빅뱅의 멤버 대성은 '깐죽 막내'로서 역시 최고의 예능감을 보여 주었습니다. 유재석과 더불어 결성했던 '덤앤더머'는 충분히 사랑받을만한 캐릭터였어요. 게다가 예능의 여왕 이효리가 유재석과 '국민남매'를 이루어 든든하게 보좌했으니, '패밀리가 떴다'는 그 출발부터 시원스런 호조를 보였습니다. 지금도 '패떴' 1회의 그 깨알같던 재미를 잊을 수가 없을 지경이에요.

그러나 점차로 안일해져 가는 구성에 시청자들이 식상함을 느낄 때쯤, 시기도 공교롭게 '대본 유출', '참돔 논란' 등으로 방송 조작 의혹에 시달리면서 '패떴'은 벗어날 수 없이 깊은 수렁에 빠져들게 됩니다. 'X맨' 이후의 침체기가 아무리 길어졌어도 결코 S방송사의 일요 예능을 떠나지 않고 꾸준히 지켜 온 유재석이 결국 떠나기로 결심할 만큼, 그 무렵의 '패떴'은 심각한 스트레스를 안겨 주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반년 가량 우리는 일요일 저녁에 유재석을 볼 수 없었군요. 드디어 휴식을 마치고 그가 돌아온다 해서 많은 사람들이 적지 않은 기대를 했습니다. 그러나 시작도 하기 전부터 갖가지 우려의 소리가 터져나오는 것을 보고, 사실은 예감이 썩 좋지는 않았더랬습니다. '참돔 논란'의 주역이었던 김종국의 합류와, 최근 표절 시비의 중심에 휘말린 이효리의 첫방송 게스트 출연이 그 이유였습니다. 그리고 아직 예능감이 입증되지 않은 새 멤버들에 대한 불안감도 한몫을 더했습니다.

무엇이든 뚜껑을 열어 봐야 알 수 있는 법인데 미리부터 왈가왈부할 필요는 없겠다 싶어서, 저는 그래도 유재석의 이름을 믿고 기대를 놓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1회를 시청한 소감은 "우려했던 것, 그 이하" 였습니다.

일단 프로그램의 기획 자체가 설득력이 없었습니다. 단순히 게임과 웃음을 즐기는 거라면 굳이 의미를 찾을 필요가 없겠으나, 특정한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모두 일제히 숨이 턱에 닿도록 달리는 컨셉이라면, 그 미션 자체가 뭐라도 의미를 지니고 있어야 보면서도 수긍이 가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쇼핑몰의 개점 시간이 되기 전에 건물을 탈출하라"는 미션에서는 아무런 의미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어르신들의 일손을 돕는다는 흐뭇함과 더불어 시골의 한적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던 '패떴'과는 너무 심하게 대조되는 설정이었습니다. 오밤중에 도시의 거대한 건물 안에 갇혀서, 공감할 수 없는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달리고 또 달리는 그들의 모습을 보는 것은 마치 쳇바퀴 도는 다람쥐를 구경하는 것만큼이나 재미가 없었어요. 시각적으로 마땅히 볼 것도 없으니 눈마저 답답했습니다.

그리고 첫회부터 심상치 않은 존재감을 빛냈던 '엉성천희'나 '달콤살벌 예진아씨'와 같은 캐릭터가 '런닝맨'에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송중기는 그저 꽃미남일 뿐이고, 리쌍의 개리는 약간 남자다운 매력이 있지만 그저 평범한 사람 그 이상으로 보이지 않았고, 이광수는 '키 큰 허당'이라고나 할까, 엉성하고 약한 이미지를 어필하긴 했지만 역시 특정 캐릭터를 부여받을 만큼 인상적이지는 않았습니다.


이제 겨우 첫방송이 나갔을 뿐이니, 점점 나아질 거라는 예상이야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출발이 워낙 좋지 않았기에 앞으로의 전망이 밝지 못하다고 느껴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게다가 표절 논란이고 뭐고 '런닝맨' 1회에서는 이효리의 존재감이 막강했습니다. 그녀가 없었다면 유재석 혼자 모든 것을 다 짊어져야 할 상황이었어요. '하하몽쇼'에서는 지나치게 그녀가 중심이 되어 떠받들리는 모습 때문에 거부감이 들었지만, 멤버들과 동등하게 섞여서 열심히 달리며 몸을 아끼지 않고 미션 수행에 임하는 이효리는 결코 미워할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게스트이기에 다음 주에는 없을테니, 이제는 정말 어쩌면 좋을까요?

가뜩이나 프로그램 자체의 컨셉이 밍숭밍숭한데다가, 혼자서는 밥숟가락도 들지 못하는 예능 초보들을 일일이 챙기느라 벌써부터 혼자 고군분투하는 유재석의 모습을 보니, 2007년 초부터 2008년 초까지 그를 뒤덮고 있던 침체의 어두운 그림자가 다시 그에게 드리워지는 듯한 느낌마저 듭니다. 2회를 보고 난 후에야 좀 더 확실한 예측을 할 수 있겠지만, 1회의 느낌이 너무 실망스러웠기에 현재로서는 결코 '런닝맨'의 미래를 낙관할 수 없거든요.


일단 모든 것을 각오하고 다시 뛰어든 이상 유재석은 포기하지 않겠지만, 다시 몇 개월 주기로 교체되는 프로그램을 그때마다 신생아처럼 받아 안아야 한다면 그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 그를 아끼는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서 걱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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