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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2013년 11월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처음 시작할 무렵부터 지금까지 거의 만 8년 동안 시청해 왔으니 나는 분명 '슈돌'의 애청자였다. 이런저런 잡음이 있을 때조차 귀여운 아이들의 모습을 보는 재미에 일요일 저녁이면 항상 채널을 고정했다. 그런데 이런 내가 최근 들어 너무 자연스럽게 '슈돌' 시청을 접고 말았다. 일부러 안 보려고 그런 것이 아니라 저절로 마음이 멀어지게 된 것이다. 어차피 방송이니 만큼 어느 정도의 설정과 연기가 들어가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 동안에도 부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설정들이 꽤 많이 있었지만 그러려니 했었다. '슈돌'의 아이들 중에서도 내가 오랫동안 가장 예뻐했던 아이는 바로 샘 해밍턴의 맏아들 윌리엄이었다. 생후 5개월에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윌리엄에게 푹 빠..
이준석의 '공정한 경쟁'을 읽으면서 김웅의 '검사내전'도 번갈아 읽고 있다. 솔직히 이준석의 책보다는 김웅의 책이 훨씬 더 재미있다. '공정한 경쟁'은 인터뷰 형식으로 쓰여져선지 너무 단순하고 강렬하고 선이 굵은 느낌인데 김웅의 필치는 매우 섬세하고 맛갈스럽다. 공부도 잘 하고 글도 잘 쓰고... 좋겠다. ㅎㅎ '제1장 - 사기 공화국' 에 이어 '제2장 - 사람들, 이야기들' 을 읽는 중인데 특히 "아이에게 화해를 강요하지 말라"는 소제목으로 쓰여진 학교 폭력에 관한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챕터의 내용을 한 마디로 요약한다면, 학교 폭력이 발생했을 때 피해 학생에게 화해를 강요하는 어른들의 태도가 얼마나 나쁜 것인지를 김웅은 주장하고 있었다. "학교폭력의 원인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나, 그 정도가 심..
나는 최근 젊은 정치인 이준석에게 큰 관심을 갖고 있다. 무엇보다 그의 등장은 신선했고, 4.7 보궐선거를 거치면서 더욱 강력해졌다. 심지어 37세에 불과한 나이로 국회의원 경력도 없는 그가 국민의힘 당권지지도 여론조사에서 큰 격차로 1위를 달리고 있는 현상은 그야말로 돌풍이라 표현하지 않을 수 없다. 여야를 막론하고 기존 정치인들은 이준석을 향해 날을 세우기 시작했다. 그와 당권을 경쟁해야 하는 야권 쪽에서 먼저 나경원, 홍준표 등이 '스포츠카' 라든가 '한 때 지나가는 바람'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경계심을 드러냈고, 급기야 여권 쪽에서조차 정세균이 나서서 '장유유서'라는 고리타분한 단어를 내세우며 그의 가치를 폄하했다. 그러나 노익장들의 그와 같은 태도는 오히려 이준석 돌풍이 예상보다 강력해서 결코 ..
어떤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에 있어 그 원인을 뚜렷이 알고 있을 때와 그렇지 못할 때는 큰 차이가 있다. 질병의 치료에 있어서나, 또 다른 어떤 종류의 고통을 극복하기 위해서도 고통의 원인을 파악하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남들보다 유난히 예민하고 민감한 성품을 타고난 사람들이 삶 속에서 직면하는 모든 문제들은 일단 그 원인을 파악하기 힘들다는 것 때문에 극복을 위한 첫걸음부터 어려움에 부딪힌다. 다행히도 요즘은 개인마다 다르게 타고난 성품에 대한 연구와 책들이 많아져서 예전보다는 문제 파악과 깨달음이 쉬워졌다. 하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예민한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창구는 거의 없다시피 했다. 그들은 타인의 몰이해 속에 방치되고 일상이 되어버린 비난에 시달리고 자기 자신을 탓하고 미워하..
MBC극본공모 당선작이며 류솔아 작가의 데뷔작이라는 4부작 드라마 '목표가 생겼다' 주인공은 19세 소녀 이소현(김환희)는 자기 삶을 불행하게 만들었다고 생각되는 아빠(?)를 향한 복수극을 결심하고 그의 '행복망치기 프로젝트'를 시작하는데 과연 이재영(류수영)이 그녀의 아빠인지 소현이 왜 19년 동안 아빠 없이 알콜중독자인 엄마와 단둘이 살아야 했는지 1회에서는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척 보아도 희망차고 밝은 분위기에 어차피 해피엔딩일 것 같은 분위기는 몰씬몰씬 풍기는데 그 밝음과 희망의 중심에는 남주인공 포지션의 19세 소년 조윤호(김도훈)의 존재가 있다. 부모를 잃고, 치매를 앓는 할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는 윤호는 힘도 없고 가진 것도 없으면서 세상을 향한 정의와 호의로 가득찬 뭐랄까 참 ... 대..
'보쌈 - 운명을 훔치다' 이제 화인옹주 수경(권유리)의 존재는 권력 투쟁의 한가운데서 양쪽 모두에게 죽어야만 하는 사라져야만 하는 존재가 되었다. 그 운명이 너무도 아픈 이유는 양쪽 모두가 그녀의 가족이기 때문이다. 임금 광해군(김태우)은 친아버지요 좌의정 이이첨(이재용)은 시아버지다. 자신을 죽이려는 시아버지의 마수를 피해 궁녀로 변장하고 궁궐로 숨어든 수경... 당연히 부모의 품에 안겨 목숨을 구할 수 있으리라 믿었건만 상궁 김개시(송선미)가 나서서 생모 소의윤씨(소희정)와의 만남을 가로막으며 옹주에게 죽어달라 청한다. 너의 생존은 왕에게 누를 끼칠 뿐이라고, 너의 존재를 빌미로 당쟁이 격화되고 끝내는 진짜 역모가 일어나게 될 거라고, 아비인 임금과 종묘사직의 안위를 위하여 너는 죽어야만 한다고 말..
드라마 '모범택시' 11회는 뜻밖에도 왕 수사관(이유준)이 시체로 발견되며 충격적인 엔딩으로 마무리되었다. '시신 없는 살인 사건'을 수사중이던 검사 강하나(이솜)는 시신 유기 방법을 알아내기 위해 용의자 구영태(이호철)의 측근인 심우섭(정강희)을 정보원으로 포섭했다. 심우섭은 구영태를 취하게 만들어 정보를 얻어내는 데 성공하지만 강하나에게 전화로 그 사실을 보고하던 중 구영태와 그 쌍둥이 형인 구석태에게 발각되어 쫓기는 처지가 되고 만다. 통화 중에 위험을 감지한 강하나는 휴대폰 신호가 잡힌 경동시장으로 즉시 심우섭을 구하러 출동한다. 도중에 수사관 왕민호(이유준)와 통화하는데... "지금 무엇보다 중요한 건 심우섭의 안전이에요" "알고 있습니다. 제가 꼭 지키겠습니다!" 언제나 강하나의 곁에서 커다란..
배우 정일우가 2년만에 다시 사극으로 돌아왔다. '보쌈 - 운명을 훔치다' 과부 보쌈을 직업으로 하는 건달 '바우'가 실수로 광해군의 딸 화인옹주(권유리)를 납치하게 되면서 예상치 못했던 여러가지 일들이 벌어진다. 옹주를 보호하지 못했다고 왕에게 추궁받을 것이 두려웠던 옹주의 시아버지는 먼저 죽은 남편을 따라 목을 매었다는 거짓말로 급기야 이틀만에 옹주의 장례식을 치르며 산 사람을 죽은 사람으로 만든다. 제목만 봤을 때는 코믹 터치의 가벼운 퓨전사극인 줄 알았는데 뚜껑을 열고 보니 의외로 무거운 편이다. 수절을 강요당하는 여성들의 힘겨운 삶을 비롯하여 당시의 어려웠던 시대상을 볼 수 있고 권력을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정치인들의 비정한 모습까지 담겨 있다. '보쌈' 모처럼 볼만한 사극이 나온 것 ..
얼마 전 종영한 카카오TV의 웹드라마 '도시남녀의 사랑법'을 매우 인상깊게 보았다. 6명의 청춘 남녀들이 모두 매력적이었지만 특히 남주인공 박재원(지창욱 분)의 캐릭터는 주책맞게도 밤잠까지 설치며 이 드라마를 기다릴 만큼 내 가슴을 설레게 만들었다. (설렘에는 나이가 없는 모양이다..ㅎ ㅎ ㅎ) 이 한 편의 드라마로 나는 배우 지창욱의 팬이 되었다. 참고로 여주인공 이은오 역을 맡은 김지원은 오래 전 '하이킥3 - 짧은 다리의 역습' 때부터 내가 굉장히 좋아하던 여배우였다. 그 두 사람뿐 아니라 다른 네 명의 청춘들... 최경준(김민석 분), 서린이(소주연 분), 강건(류경수 분), 오선영(한지은)... 아, 그리고 경찰 오동식(최민호)까지 그들이 보여주는 풋풋하면서도 어딘가 쓸쓸한 감성이 정말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