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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아리송한 러브라인으로 사람 애태우는 김병욱의 못된(?) 습관은 여전합니다. 물론 그것도 '하이킥'을 시청하는 독특한 재미 중 하나지만요. 시청자들마다 지지하는 라인이 달라서 괜히 서로 다투기도 하지만, 솔직히 그런 부분이 쏙 빠졌다고 가정해 보면 재미가 확 줄어들지 않겠어요? 지나치게 흥분해서 혈압 오르고 건강에 문제 생길 정도만 아니라면, 적당히 애태우면서 즐기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ㅎㅎ 73회에서 박하선과 이적의 연결고리가 다시 등장했습니다. 현재 박하선을 사랑하는 윤지석(서지석)에게는 두 명의 강력한 라이벌이 있습니다. 일단은 퇴장했지만 언제든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서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순정남 고영욱과, 보건소 의사인 형 윤계상보다 훨씬 수입이 좋은 대학병원 항문외과 의사 이적입니다. 이적..
최근 윤계상을 향한 백진희의 짝사랑이 절정에 이르면서, 그녀의 꿈이나 상상을 현실처럼 표현한 장면들이 자주 나옵니다. 지난 70회와 71회에서 연달아 그와 같은 장면이 방송되었군요. 하지만 그 내포된 의미는 천양지차로 달랐습니다. 70회에서의 상상씬들은 모두 귀여운 해프닝 정도로 단순히 생각할 수 있는 것이었지만, 71회에서 진희가 꾸는 꿈은 그녀의 짝사랑이 절대 이루어질 수 없음을 의미합니다. 70회의 상상씬에서 윤계상은 백진희에게 느닷없이 터프한 사랑 고백을 하고, 온 가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당당히 결혼 선포까지 합니다. 더 이상 그를 난처하게 할 수 없었던 백진희는 '사랑하기 때문에' 멀리 떠나지만, 윤계상은 머나먼 파리까지 쫓아와서 변치 않는 사랑을 다짐했죠..ㅎㅎ 그 유치하기 짝이 없는 내용은..
제가 워낙 김병욱 시트콤의 광팬이기 때문에, 그리고 이번에는 특별히 결심한 바가 있어 되도록 불평이나 쓴소리를 안 하려고 노력하는 중입니다. '지붕킥' 리뷰를 쓸 때는 불평도 엄청 많이 쏟아냈었지만, 종영하고 나니까 후회스럽더라고요. 마치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것처럼 허전한 마음이었죠. 그래서 어차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길지도 않을텐데, 불평을 늘어놓기보다는 되도록 좋은 점만 보아 주자고 결심했던 겁니다. 하지만 제가 이제껏 시청했던 김병욱 시트콤들에 순위를 매겨 본다면 '하이킥3'는 최하위권에 해당될 것입니다. 물론 개별적인 회차나 장면으로만 따지면 그 어떤 작품에서도 발견하지 못했던 아름다움과 감동을 느낀 적도 있습니다. 이를테면 윤계상과 김지원이 함께 돌보아 드리던 독거노인 할머니가 세상을..
"옛날 제 친구 생각이 나요... '겨울의 짧은 황혼 앞에 서 본 적 있니?' 하고 가끔 묻던..." 윤지석(서지석)과의 짧은 데이트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차창 밖으로 하늘 가득 펼쳐진 붉은 노을을 바라보며 박하선이 중얼거린 말입니다. 가벼운 미소를 띤 채 하염없이 창 밖을 응시하는 그녀의 얼굴은 석양빛에 물들어 마치 꿈결처럼 아름다웠지만, 제 마음은 점점 슬퍼졌습니다. 그녀의 잔잔한 목소리... 왠지 서글퍼 보이는 미소... '겨울의 짧은 황혼'이라는 언어가 뿜어내는 이별의 아쉬움... 이 모든 것들이 저를 슬프게 했습니다. 현재 다른 인물들의 감정선이 비교적 뚜렷이 정리되고 있는 반면, 윤계상과 박하선 두 사람의 감정선은 오리무중입니다. 최고의 성품과 외모를 겸비한 그들은 수많은 이성의 짝사랑을 ..
예전의 리뷰에서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하이킥3'의 백진희는 '지붕뚫고 하이킥'의 황정음을 그대로 이어받은 캐릭터입니다. 그녀들은 전형적인 88만원 세대, 가난한 청춘이지만 언제나 밝은 얼굴로 힘차게 살아가는 아가씨들이죠. 그런데 제가 '지붕킥'에 빠져있을 당시 리뷰를 읽어보신 분들이라면 누구나 아시겠지만, 저는 그 예쁘고 사랑스런 황정음을 무척이나 싫어했더랬습니다. 초반에 어필되었던 된장녀스런 이미지가 너무 강렬했기 때문입니다. 쇼핑 중독으로 인해 스스로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엄청난 씀씀이를 자랑하던 황정음은, 하다못해 신세경의 식모살이 첫 월급 50만원을 빌려다가 자기 카드값을 메꾸고는 그것을 갚지 못해서 이리저리 도망다니는 만행까지 저질렀습니다. 매달 날아오는 카드 청구서는 그녀에게 저승사자나 다..
지금껏 윤지석(서지석)과 박하선은 '하이킥3'에서 가장 확실해 보였던 러브라인입니다. 박하선이 울며 겨자먹기로 고영욱과 사귀기 시작했을 때부터, 저는 오히려 나중에 윤지석과 커플이 될 것을 예감했었지요. 그리고 빨강 하트 목걸이를 비롯한 복선들이 발견될 때마다 점점 확신이 더해갔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턴 조금씩 불안해지기 시작하더군요. '지석-하선' 커플을 암시하는 복선이 지나치게 많이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김병욱 PD의 성격상 이렇게까지 분명한 복선을 수두룩하게 깔아놓을 리가 없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애써 불길한 예감을 떨쳐버리려 했습니다. 저는 순수하고 희생적인 윤지석의 짝사랑이 이루어지길 바랐고, 착하고 예쁜 박하선이 그렇게 좋은 사람과 더불어 행복해지길 바랐으니까요. 서로 ..
지난 번에 윤지석 선생님을 탓하면서 막 울고 떼썼던 건 사실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뒷수습도 못할 거면서 그 거친 여자들한테 막말로 받아친 내가 잘못일 뿐, 오밤중에 허겁지겁 내게로 달려와 준 윤선생님이 무슨 잘못일까? 그가 와 주지 않았다면, 생전 처음으로 몹시 얻어맞고 차 키까지 빼앗긴 채 넋이 나가버렸던 나는 어쩔 줄 모르고 밤새도록 혼자 울며 주저앉아 있었을 거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혼자 있을 때는 그냥 흐느끼는 정도였는데, 막상 나를 데리러 온 그의 얼굴을 보니까 걷잡을 수 없이 울음이 터져 나왔다. 창피한 줄도 모르고 어린애처럼 엉엉 울었다. "이게 다 윤선생님 때문이에요! 저는 막말 안하려고 했는데, 윤선생님이 해도 된다면서요? 근데 이게 뭐예요? 이제 어쩔 거예요?" 말도 안되는 떼를 ..
현재까지 가장 뚜렷한 실체를 드러낸 러브라인은 '박하선-윤지석(서지석)' 커플입니다. 이제 와서야 누가 부인할 수 있을까요? 박하선의 공식 연인은 엄연히 고영욱인데도 요즘 그의 분량은 거의 쩌리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오히려 짝사랑남 윤지석과 함께 하는 시간만 점점 더 늘어나고 있습니다. 45, 47, 48회에서 연달아 등장한 '지석-하선' 라인의 첫눈 맞기, 화장실 찾기, 폭풍 후진 에피소드는 짜릿한 낭만과 배꼽 잡는 웃음을 겸비한 시트콤 최고의 장면들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제가 일찌감치 예측했던 것처럼 이 둘이 진짜 인연이라는 사실은 이미 공공연히 드러났습니다. 어차피 고영욱의 존재는 잠시 스쳐지나가는 인연이었지만, 예상했던 것보다 너무 빨리 이별의 시간이 다가온 듯한 느낌도 듭니다. 아무래도..
수차례 언급했듯이 박하선을 향한 윤지석(서지석)의 사랑은 매우 이타적이고 배려심으로 가득한 사랑입니다. 너무도 배려하는 나머지 혹시라도 그녀의 마음에 부담을 줄까봐, 자신의 솔직한 마음은 한 번도 내색하질 못합니다. 그런데 38회의 일화를 보면서, 그 배려심이 꼭 옳은 것만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제나 배려하는 사랑만을 최고의 사랑이라 여겨 왔던 제 머릿속에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언제나 휴대폰이 닳을 정도로 문자를 해대던 박하선의 애인 고영욱이 정작 그녀의 생일을 앞두고는 며칠째 연락조차 없습니다. 생일날 저녁에 약속이 없다는 그녀의 말에 윤지석은 의아해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신에게 기회가 왔다는 생각으로 설레기 시작합니다. 우연히 피아니스트 데이빗 란츠의 내한공연이..
해도 너무한 안내상의 진상 캐릭터를 참다 못해서 제가 처음으로 비판하는 글을 썼던 것이 지난 11월 9일 오전이었습니다. 31회까지의 방송분을 보고 나서 쓴 거였죠. 그 때까지만 해도 안내상 캐릭터는 아무런 변화의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날 저녁에 방송된 32회부터 아주 급격한 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현재 '하이킥3'는 34회까지 방송이 되었는데요, 무려 30회를 넘기도록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고 끝없이 진상짓만 되풀이하던 안내상은 불과 32, 33, 34... 이 3회 동안에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습니다. 일단 32회에서는 작은처남 윤지석(서지석)의 입바른 소리를 듣고 나서 완전히 기가 죽어버렸습니다. 원래 안내상은 자기가 낮잠을 자는 사이에 강승윤이 가져온 경주빵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