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하모니 (14)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상처를 치유한다는 독특한 주제로 시작한 예능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는 말하자면 '무릎팍 도사'의 SBS 버젼이라 하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과연 상처를 치유하는 프로그램이 맞는 건지는 좀 의문이 듭니다. '무릎팍 도사'는 초창기에 참으로 속시원한 토크를 벌였을 뿐 아니라, 결과적으로는 그런 진솔한 대화가 많은 순기능을 지녔음을 증명했었지요. 논란이 많았던 연예인이 게스트로 출연해 모든 이야기를 속시원히 털어놓음으로써 그간의 오해를 풀고 이미지를 쇄신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혜택을 누린 대표적 인물로는 국내 최다 안티팬을 보유하고 있던 문희준을 예로 들 수 있겠군요. 그런데 '힐링캠프'의 출연자들에게서는 아직까지 그런 경우를 본 적이 없습니다. 특히 초대 게스트인 김영철 편에서는 거의..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토록 아름다운 사건을 표현하기에는 너무 살벌한 어휘겠지만, 김태원의 과감한 용기와 결단은 차라리 공격이라 할만큼 신선했습니다. 사실 대중음악에 있어서는 그의 관록과 능력을 부인할 사람이 없겠지만 클래식에는 문외한이나 다름없는 김태원이 겁도 없이(?) '청춘합창단'의 지휘를 맡았다는 것부터가 몹시 충격적이었는데, 그 햇병아리 지휘자가 첫번째 합창곡으로 발표한 것이 무려 자작곡일 줄이야 누가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1년 전, '남자의 자격'에서 '하모니'라는 이름으로 합창 계획이 처음 발표되던 날, 김국진이 제작진에게 물었습니다. "그럼 이번에도 직장인 밴드 때처럼 태원이가 지도하는 건가요?" 그러자 옆에 앉아있던 김태원이 깜짝 놀라며 부인했습니다. "아니, 아니..
원래 저는 '남자의 자격'이 출범할 때부터 팬이었으나 한동안은 '런닝맨' 쪽으로 본방사수를 했었습니다. 한창 상승세를 탈 무렵에는 '런닝맨'이 정말 재미있었거든요. 상대적으로 조용하고 웃음기가 적은 '남자의 자격'에 비해, '런닝맨'은 빵빵 터지는 웃음과 역동적 레이스를 보여 주었기에 채널은 자연스레 그쪽으로 고정되곤 했었습니다. 과거형으로 말하는 이유라면,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이야기입니다. '남자의 자격'은 김성민이 빠지면서 큰 위기를 겪을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의외로 별탈없이 순항중입니다. 물론 이제껏 수행해 온 많은 미션들 중에 실망스런 것들이 없지는 않았습니다. 이를테면 '소개팅' 이나 '젠틀맨' 미션은 아주 별로였어요. 하지만 확률로 따지면 그렇게 실망을 주는 경우는 지극히 적은 편이라 꽤나 안..
'남자의 자격 - 송년의 밤'은 기획 자체로만 보면 대단할 것이 없었습니다. 사람들을 모아 놓고 단순하게 노래자랑과 경품 행사를 한 것이 전부였으니까요. 그러나 궁극적으로 '사람만이 희망'이라는 점을 놓고 생각한다면, 그 어떤 거창한 기획보다 더욱 큰 감동을 전해 준 방송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멤버들의 절친은 물론이고, 지난 1년간 '남자의 자격'과 조금이라도 인연을 맺었던 사람들은 기꺼이 그들의 부름에 응해서 달려와 주었습니다. '직업 체험' 편에서 이경규가 하루 동안 일했던 중국집의 여사장님을 비롯하여, 이윤석의 도배사 자격증 획득을 도와 준 학원 선생님들과 김태원의 알공예 선생님들도 볼 수 있었습니다. 미남 태권도 관장님도 훤칠한 모습을 드러냈고, 최근 '유기견 입양' 편에서 새로운 사랑법을..
박칼린과 함께 했던 '하모니' 미션이 끝난 후 어쩔 수 없는 허탈감을 느낀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남자의 자격'은 현재 대한민국 최고의 예능임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초심' 프로젝트가 기대 이하여서 실망했다는 의견도 있지만, 한창 상승세인 프로그램의 기가 꺾일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이제 '남자의 자격'과 '1박2일'의 주도권은 완전히 뒤바뀌었습니다. 잠시 '1박2일'에 대한 언급을 해 본다면, 이 프로그램의 하락세는 이미 너무나 뚜렷해서 과연 회복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말이 좋아서 '센티멘털 로망스' 여행이었지, 정작 그들이 한 일이라고는 몇 곡의 노래를 틀어놓고는 편안히 드라이브하여 설악산에 다녀 오면서, 점심을 배터지게 먹고 저녁도 배불리 먹고 모두 안락한 실내취침을 한 것이 전부였습..
작년 여름 '강심장'에 출연했던 서지석은 자신의 드라마틱한 인생사를 털어놓았습니다. 고등학교 때까지 육상 선수로서 국가대표급의 100m 기록을 보유했었는데, 불의의 교통사고로 평생 키워 온 체육인의 꿈을 접을 수 밖에 없었던 슬픈 이야기였습니다. 버스를 타고 가다가 불법주차된 차량들 때문에 정류장에서 내리지 못하고 중간 차선에서 하차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 순간 차에 치어서 20~30m를 날아갔었다고 합니다. 병원에서도 3일간 제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사람들을 알아보지 못했으며, 진단 결과는 하반신 마비가 올지도 모른다는 충격적인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천만다행히 재활치료에 성공한다 해도 1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거라고 하니, 미래가 촉망되던 육상선수로서는 절망적인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서지석은 독하게도..
'놀러와 - 세시봉 친구들'은 음악과 토크가 아름답게 어우러져 감동과 재미를 자아냈던 최고의 방송이었습니다. 나이로는 큰형이지만 철들지 않는 이미지로 인해 동생들의 구박을 받던 조영남은 아슬아슬한 민폐형이면서도 자유로움에 대한 향수를 묘하게 자극하는 면이 있더군요. 송창식도 그에 못지 않게 자유로운 분위기였지만, 조영남이 보다 세속적이라면 송창식은 훨씬 기인적이고 속세를 떠난 신선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이를테면 언제나 밤 9:30에 점심식사를 하고 새벽 2:00에 저녁식사를 하는 송창식과 40여년을 친구로 지내 온 윤형주에게 어떤 지인은 참으로 대단하다고 감탄했다 합니다. 그리고 63세의 막내 김세환은 시종일관 부드러운 미소로 자리를 편안하게 해 주었지요. 그런데 '세시봉 친구들' 모임을 단순한 음악회처..
'남자의 자격' 사상 최대의 미션이었던 '하모니'가 드디어 8주간의 대장정 끝에 막을 내렸습니다. 도저히 말로는 그 감격을 표현할 수 없어서, 그들도 울고 저도 울었습니다. 날마다 똑같이 고되고 답답한 일상 속에서 마음에 쌓였던 응어리와 찌꺼기들은, 합창이 끝난 후 뜨겁게 넘쳐흐르던 눈물로 말끔히 씻겨 내려갔습니다. 그저 아름다웠다는 말 외에는 아무런 수식어도 필요치 않은, 완벽한 하모니였습니다. 그들은 헤어지면서 좋은 스승이셨던 박칼린 감독에게 선물을 드렸습니다. 합창단원들의 마음을 담은 사진들과, 찬란한 미래를 기원하는 지휘봉이었습니다. 누구의 아이디어였을까요? 주는 이에게나 받는 이에게나 더 이상 좋을 수 없는 최고의 선물이었습니다. 물론 함께 수고해 주셨던 최재림 선생님과 반주 선생님들께도 고마운..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저에게 있어 '1박2일 - 지리산 둘레길' 편은 솔직히 지루함 그 자체였습니다. 예전에는 멤버들이 일반인들과 어울리며 만들어내는 그림이 더없이 정겹고 따뜻하게 다가왔었는데, 이번에는 그것마저 식상하더군요. 제각각 흩어져서 다니다 보니, 이쪽 저쪽에서 거의 비슷한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그들은 주야장천 힘들게 걷다가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을 만나면 반갑게 인사하고 친한 척을 했지요. 내용이라고는 거의 그게 모두였습니다. '남자의 자격'에서 감동을 담당한다면 상대적으로 '1박2일'은 빵빵 터지는 웃음을 담당해 주어야 지루함을 막을 수 있는데, '지리산 둘레길' 편에서는 웃음이라고는 존재하지 않았어요. 그리고 제 식구를 감싸기 위해서 잘못된 방법을 선택한 그들의 어리석음은 그저 한..
'남자의 자격 - 하모니' 다섯번째 방송은 잠시도 저의 눈과 귀를 다른 곳으로 돌리지 못하게 했습니다. 어찌나 집중했는지 방송을 다 보고 나니까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어요. 놀랍게도 이 명품 예능은 그 한 자락에 충분한 웃음과 눈물을 함께 쓸어담고 있었습니다. 솔로 선정의 결과나 합창대회의 결과는 미리 흘러나온 스포에 의해 모두 알고 있었지만, 그런 것 따위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습니다. 언제나 그랬지만 이번에는 특히, 과정이 중요할 뿐 결과는 중요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들에게서 흘러넘치는 열정과 감동에 우리는 그저 빠져들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1. 웃음 - 아저씨들의 율동, 그 전율스러운 귀여움에 대하여 더욱 완벽에 가까운 하모니를 이루기 위하여 그들은 MT를 떠났습니다. 춘천으로 향하는 버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