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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 김종민, '남자의 자격'에서 해답을 찾아라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1박2일' 김종민, '남자의 자격'에서 해답을 찾아라

빛무리~ 2010. 9. 13.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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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저에게 있어 '1박2일 - 지리산 둘레길' 편은 솔직히 지루함 그 자체였습니다. 예전에는 멤버들이 일반인들과 어울리며 만들어내는 그림이 더없이 정겹고 따뜻하게 다가왔었는데, 이번에는 그것마저 식상하더군요. 제각각 흩어져서 다니다 보니, 이쪽 저쪽에서 거의 비슷한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그들은 주야장천 힘들게 걷다가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을 만나면 반갑게 인사하고 친한 척을 했지요. 내용이라고는 거의 그게 모두였습니다. '남자의 자격'에서 감동을 담당한다면 상대적으로 '1박2일'은 빵빵 터지는 웃음을 담당해 주어야 지루함을 막을 수 있는데, '지리산 둘레길' 편에서는 웃음이라고는 존재하지 않았어요. 


그리고 제 식구를 감싸기 위해서 잘못된 방법을 선택한 그들의 어리석음은 그저 한탄스러울 뿐입니다. MC몽의 경우는 어차피 왈가왈부할 단계를 넘어선 듯하니 오늘 저는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설마 이 상황에서 MC몽을 무조건 끌어안고 가겠다는 고집을 부리지는 않겠지요? 만약에라도 그런 결정이 내려진다면, 우선 저부터 '1박2일'을 더 이상 볼 생각이 없습니다. 그것은 대놓고 시청자를 완전히 무시하는 태도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아직도 갈 길이 너무나 멀어 보이는 김종민의 문제가 남았습니다. 김종민은 잘 하고 싶었지만 자신감이 없었던 고뇌를 털어놓았고, 앞으로 심기일전하여 잘 하겠다는 다짐을 거듭했으며, 동료들에게 아낌없는 격려를 받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그리고 혼자 걸어가는 동안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로부터 수없이 "파이팅!"이라는 인삿말을 들었습니다. 어쩌면 차를 타고 지나는 사람마다 김종민을 향해 파이팅을 외치는지, 제가 보기에는 너무나 부자연스러워서 일부러 만들어낸 상황이 아닐까 싶기도 했지만, 설마 그런 짓을 하지는 않았을 거라고 믿겠습니다. 정말 우연히 그 곳을 지나가던 사람들이 김종민에 대해 많은 호감을 갖고 있었거나, 아니면 혼자 터덜터덜 걸어가는 모습이 너무 딱해 보여서 착한 마음에 그랬거나, 둘 중 하나겠지요.


하지만 아무 소용 없는 일이었습니다. 성적이 떨어진 학생을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나무라면, 학생은 거의 대부분 "지금부터 열심히 공부할게요!" 라고 말하지만, 그 말로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공부를 열심히 해서 성적을 올리는 것만이 해결책일 뿐입니다. 그런데 김종민은 장장 3주간에 걸쳐서 "지금부터 열심히 할게요!" 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었던 셈입니다.

부모님이나 선생님은 계속 공부를 못하더라도 학생을 버리지 않겠지만, 시청자는 다릅니다. 김종민은 자기에게 파이팅을 외치던 사람들의 온정을 기억할 것이 아니라, 준엄한 비판과 책망의 말들을 더욱 깊이 새겨야 합니다. 인정하고 싶지 않겠으나 그 냉혹함이 오히려 시청자의 본질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그에게서 원했던 재미를 얻지 못하면, 시청자는 언제든 가차없이 그를 외면하고 버릴 수 있는 존재들입니다.

"지금부터 열심히 할게요!" 라는 말은 지겹도록 들었으니, 그럼 이제부터 정말로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제가 보기에 김종민은 '열심히 한다'는 것이 도대체 뭘 의미하는지도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에게 '남자의 자격 - 하모니'를 시청하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남자의 자격' 합창단 멤버들의 모습에서, 김종민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1박2일 - 지리산 둘레길 편'을 보면서는 한 번도 웃지 않았던 제가, '남자의 자격 - 하모니 6편'을 보면서는 몇 차례나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그들이 무슨 대단한 예능감을 자랑했다거나, 톡톡 튀는 발언을 해서가 아니었습니다. 그냥 열심히 합창 연습을 하고 있었을 뿐인데, 그 진지함 속에 바로 웃음이 숨어 있었던 것입니다.

"윤석씨, 혹시 뒤꿈치 붙이실 수 있나요?" 라는 상상초월 질문을 박칼린으로부터 받을 정도로, 이윤석의 육신은 척 보기에도 뻣뻣한 나무인형처럼 삐그덕거렸습니다. 그 몸으로 열심히 율동을 하는데, 표정은 또 얼마나 심각한지 모릅니다. 그러나 특별한 육신 때문인지 율동에 대한 그의 해석은 언제나 독특하고 새로웠습니다. 더없이 진지한 얼굴로 맨 앞줄 가운데에 서서 혼자 숭구리당당 춤을 추고 있는 이윤석을 보면서 도저히 웃지 않을 수는 없었습니다.


김태원은 그런 이윤석을 보면서 혀를 끌끌 찼습니다. 그러나 김태원의 율동도 이윤석보다 별반 나을 것이 없었지요. 남들이 다 정해진 동작을 하고 있을 때 타이밍을 놓쳐 멍하니 서 있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특히 주변 사람들이 모두 왼쪽 오른쪽으로 몸을 기울이는데 혼자 가운데에 똑바로 서 있는 모습은 본의 아니게 김태원을 합창단의 주인공으로 만들었습니다. 그 장면을 보면서 유쾌하게 박장대소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태원이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고 있음이 눈에 보였기 때문입니다.

'남자의 자격' 초창기에 언제나 "그 힘든 걸 왜 해?" 라는 말을 입에 달고 무성의하게 참여하던 김태원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습니다. 심지어는 배다해와 선우가 솔로 경쟁을 벌일 때, 느닷없이 자기도 경합에 참가하고 싶다며 적극적으로 나서기까지 했습니다. 그리고는 이탈리아어의 생소한 발음을 적응하지 못해 계속 "손녀따님에~" 라고 노래하는 바람에 큰 웃음을 주었지요.


26세의 뮤지컬배우 최성원은 아주 맑고 고운 테너의 음색을 지녔습니다. 듣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그 목소리 때문에 오디션 때부터 제가 주목하던 사람입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율동에 많이 약하더군요. 좀처럼 동작을 익히기가 힘들었는지 동료에게 가르쳐 달라고 도움을 청했는데 하필이면 그 대상이 이윤석이었습니다. 이박사 특유의 심각한 표정까지 똑같이 따라하는데 너무 귀여웠어요.

어쨌든 그렇게 개별 연습을 마치고 다시 모여서 합창 연습에 들어갔는데, 어찌나 성격이 급한지 전주가 흐르는 와중에 갑자기 "와우~" 하면서 혼자 뛰어오릅니다. 다들 순간 당황해서 움찔 했지만, 곧바로 유쾌하게 웃으며 연습을 계속 진행합니다. 너무 열심히 하려다가 그런 거라서, 시청자까지 모두 함께 즐거웠습니다.

저는 불과 3명의 예를 들었을 뿐이지만, 그들 외에도 모든 합창단원은 우리로 하여금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흐뭇해질 정도의 행복감을 안겨 주었습니다. 그들의 공통점은 '그 순간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냥 그것이면 충분했습니다. 굳이 다른 것은 필요치 않았어요.


김종민은 그 동안 어땠나요? 가슴에 손을 얹고 지난 9개월간의 자신을 돌이켜 보면, 그는 스스로 떳떳할 수 있을까요?

다른 멤버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 복불복의 미션을 수행할 때, 그는 무엇을 하고 있었나요? 트리플 크라운의 사나이 이승기가 몸을 아끼지 않고 종아리에 알이 배길 정도로 250회의 2단뛰기 줄넘기를 하는 동안... MC몽이 어깨 위로 다리올리기를 수십차례나 하는 동안 (비록 이번 사건으로 돌이킬 수 없는 추락의 길로 접어들었지만, MC몽이 언제나 열심히 하는 멤버였다는 사실마저 부인하고 싶지는 않군요)... 최연장자 강호동이 막내 이승기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수백회의 줄넘기를 하는 동안... 새신랑 은지원이 뱃가죽이 당길 정도로 수백개의 윗몸일으키기를 하는 동안... 이수근이 딱딱한 나무토막을 상대로 비지땀을 흘리며 수십개의 장작을 패는 동안... 김종민은 무엇을 했나요?

물구나무서기에 자신있다며 큰소리를 치더니 한 번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드러누웠지요. 그러더니 이것 저것 들쑤시고만 다닐 뿐 아무것도 끈기있게 해내지 못했습니다. 무엇 하나 만만한 미션이 없었거든요. 윗몸일으키기도 몇 번 하다 말고, 장작패기도 몇 번 하다 말고... 계속해서 좀 더 편한 종목이 없을까 찾아다니는 듯한 그 모습은 참으로 밉상이었습니다. 김종민, 앞으로는 정말 그러지 않을 자신이 있는 걸까요?


굳이 웃기려 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냥 주어진 상황에서 그때 그때 최선을 다하면 되는 것입니다. 많은 아쉬움을 남기고 하차했던 김C가 대표적으로 그런 케이스였지요. 처음에는 예능과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그런 태도 때문에 비판을 받기도 했었지만, 차츰 그의 진가가 드러나며 사람들은 조용히 열광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최선을 다하다 보면, 다른 멤버들과의 어우러짐 속에서 웃음은 아주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김종민은 자기가 공익근무 들어가기 전에 갖고 있던 어리바리 컨셉을 다시 착용하는 무리수를 범했습니다.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부자연스러운 설정이 웃음을 주던 시대는 이미 오래 전에 지나갔는데, 그는 제작진과의 대결에서 게임의 룰을 이해하지 못한 척 하며, 마지막 순간에 억지로 패배를 이끌어냈지요. 다른 멤버들이 피땀 흘려서 간신히 성공의 문턱까지 다다르게 해 놓았더니, 김종민이 순식간에 그 모든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어 버렸던 것입니다. 그야말로 짜증 폭발이었습니다. 그렇게 하면 웃길 거라고 생각했던 걸까요? 자기의 캐릭터가 살아날 거라고 믿었을까요?

게임에서 일부러 지는 것은 더 이상 재미가 없습니다. 일단은 무엇이든 열심히 하고 봐야 합니다. 그런데 김종민은 미션도 열심히 수행하지 않았고, 게임에도 열심히 임하지 않았습니다. 말도 안 되는 설정으로 민폐를 끼치면서 자기의 캐릭터를 살리려 했을 뿐입니다. 좀 심하게 말하면 '날로 먹으려는 자세' 였습니다.


김종민은 아무쪼록 '남자의 자격'을 보면서 배우기 바랍니다. 대부분 출중한 예능감을 갖추지도 못했고, 한창 나이인 자신에 비해 체력도 훨씬 떨어지는 그 중년의 아저씨들이, 어떻게 매주 시청자에게 감동과 웃음을 함께 선물할 수 있는지를 말입니다. 그들의 기본 자세를 제대로 배워서 실천하고 익힌다면... 어쩌면 김종민은 자기에게 주어진 이 천금 같은 마지막 기회를 살릴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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