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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로(白鷺)들이 밤마다 그의 집으로 날아드는 까닭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백로(白鷺)들이 밤마다 그의 집으로 날아드는 까닭

빛무리~ 2010. 9. 12.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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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도 그렇지만 이번 주 'TV동물농장'에서는 더욱 더 신기한 일을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요즈음 경주의 한 목장 내에 있는 아카시아 나무에는 요즈음 밤만 되면 새하얗고 몸집이 큰 새 떼가 날아와 잠을 청하는군요. 그들은 바로 성격이 예민해서 사람들의 주변에는 얼씬도 안한다는 귀한 새 백로입니다.

그런데 이 목장 앞에는 주인 아저씨의 살림집이 있고 뒤편으로는 고속도로가 있습니다. 하루에도 쉴새없이 사람과 차량이 오가는 이 번잡한 곳으로, 밤마다 수백마리의 백로는 떼를 지어 날아와서 아주 편안하게 쉬고 잠을 잡니다.


중백로와 쇠백로, 그리고 가장 몸집이 큰 왜가리와 머리 부분이 황갈색인 희귀한 황로까지... 종류도 다양하게 밤마다 이 곳으로 날아옵니다. 평생 보기 힘든 이 장관을 구경하려고 주변에 사람들이 몰려들어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냥 편안히 깃털을 다듬다가 조용히 잠이 듭니다. 이 아이들은 번식기가 끝나는 7월이면 어느 정도 자라서 날개짓을 할 수 있게 된 새끼들을 거느리고 이곳으로 찾아와서, 동남아로 떠나가는 10월까지 휴식을 취합니다.

그들의 인연은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목장 주인 아저씨는 어느 날, 엉킨 그물에 걸려서 버둥거리는 한 마리의 백로를 발견했습니다. 그는 다리가 붓고 다친 백로를 구해서 며칠간 보살피다가, 완쾌된 후 다시 처음 발견했던 곳에 놓아 주었습니다. 그 이후로 조금씩 백로들이 날아들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십여 마리 정도였으나 곧 수십 마리가 되고, 수백 마리가 되었습니다. 집 앞의 아카시아 나무는 밤이면 백로들의 무리로 뒤덮여 온통 새하얗게 변했습니다.


동물들 사이에도 서로 주고받을 수 있는 언어가 존재하리라는 것은 익히 짐작했던 바이지만, 실로 놀랍기 그지없습니다.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아저씨로부터 구원을 받은 백로는 자기의 무리로 돌아가 어떤 이야기를 한 것일까요? "우리는 그 사람의 곁에 있으면 안전해. 아무리 많은 사람이 왔다갔다 해도 상관없어. 고속도로에 씽씽 달리는 차들도 우리를 해치지 못해. 그 사람이 우리를 꼭 지켜 줄 거야." 이렇게 말했을까요? 그래서 편안히 쉴 곳을 찾아 헤매던 백로들은 기존의 잠자리를 버리고 이 곳으로, 그의 집으로 날아오게 된 걸까요?

조류학자의 말에 의하면 조그만 위험이라도 느껴지면, 당장이라도 머물던 곳을 박차고 떠나 버리는 새가 백로입니다. 그런데 결코 새들이 머물기에 좋아 보이지 않는 환경이건만 백로들이 벌써 3년째 이곳을 찾아오고 있다는 사실은, 목장 주인 아저씨에 대한 그들의 마음 속 신뢰가 얼마나 큰지를 알 수 있게 합니다. 위기에 처한 백로 한 마리를 따뜻하게 거두어 치료해 주고 살려서 놓아 보내 주었던 그 작은 일이, 놀라운 기적을 가능하게 했던 것입니다.


원래 목장의 말들과 다른 동물들은 그 나무 밑을 자유롭게 거닐며 놀았는데, 백로들이 찾아오면서부터 저녁 무렵이면 집안에 갇히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아저씨는 모든 사람이 볼 수 있게끔 "6시 이후에는 백로들이 잠을 잡니다. 조용해 해 주세요" 라는 현수막까지 설치하여 백로들의 달콤한 휴식을 지켜주려 합니다. 그리고 말합니다. "매년 더 많은 백로가 여기에 와서 쉬고 가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제가 훨씬 더 많이 행복할 것 같습니다."

그의 품과도 같은 목장의 아카시아 나무에서 고단한 날개를 접고 편안히 쉬는 백로들의 모습을 보고 눈시울이 뜨거워진 이유는, 그 천진난만하고도 절대적인 믿음 때문이었습니다. 잃어버리기는 쉽지만, 다시 찾기는 결코 쉽지 않은 것... 진실한 믿음이란 그토록 아름답고 행복한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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