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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장재열(조인성)의 정신분열증이 주변에 알려지면서 다양한 반응들이 나타났다. 조동민(성동일)과 이영진(진경)은 정신과 의사로서 객관적 판단과 차분한 결단력을 보였다. 그들 역시 장재열과의 친분이 있었기에 충격을 면할 수는 없었지만, 가족이나 연인처럼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기에 한 발 물러서서 침착하게 바라볼 수 있었던 것이다. 장재열의 죽마고우인 양태용(태항호)은 지극히 친구다운 태도를 보였고, 재열 모(차화연)는 지극히 엄마다운 태도를 보였다. 너무나 슬프고 믿어지지 않는 현실이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음에 차츰 감정을 억누르고 이성을 찾아갔다. 투렛 증후군으로 오래 고통받은 박수광(이광수)은 아파 본 사람으로서 깊은 연민을 느끼며 장재열의 곁을 지키고, 동생에게 복수심을 품고 있던 장재범(양익준)은 무표정..
노희경 작가의 새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는 마음이 병든 사람들의 이야기다. 남녀 주인공 장재열(조인성)과 지해수(공효진)는 인기 추리소설 작가와 유능한 정신과 의사로서 빼어난 지적 능력과 출중한 외모를 지닌 선남선녀다. 하지만 어린 시절의 상처로 인해 마음이 병든 그들은 행복한 삶을 이어나가지 못하고 있다. 장재열과 지해수뿐 아니라 이 작품의 등장인물 대부분은 마음이 병든 사람들로서, 겉보기엔 멀쩡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매일처럼 자기 안의 자신과 힘겹게 싸우고 있다. 타인은 아무도 들어올 수 없는 자기만의 좁은 공간에서 벌어지는 그 싸움은 매우 치열하여, 매일 아침 방문을 열고 나설 때면 피투성이가 되어 있지만 타인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상처이기에, 그들은 아무렇지 않은 척 태연함을 가장하며 평범한 일..
정말 이것이 최선이었을까? 하긴 대다수 시청자들의 마음은 억지스러워도 해피엔딩을 원했을 테지만, 후반에 접어들면서 이 드라마에 깊은 애착을 품었던 내 마음은 오히려 슬퍼졌다. 왜일까? 나는 평소 사극의 역사 왜곡 논란에 대해 비교적 너그러운 편이었는데, 유독 '제왕의 딸 수백향' 에만 꼼꼼한 고증과 역사 재현을 바랐던 것일까? 다시 생각해 보았지만 그건 아니었다. 내가 원한 것은 역사적 기록과 드라마 내용의 일치가 아니라, 제목과 주제에 걸맞는 엔딩이었다. 아무리 잘 만들어진 작품이라도 제목과 주제에 어긋나는 엔딩을 맞이한다면, 화룡점정을 찍으려다가 그림을 아예 망쳐버리는 셈이니 이보다 더 애통한 일이 흔히 있으랴! '제왕의 딸, 수백향' 이라는 제목은 바로 주인공 설난(서현진)의 운명과 일치되어 있었다..
'원더풀 마마'와 '금 나와라 뚝딱'이 동시에 종영하면서, 그 후속작들도 동시에 포문을 열었다. 지난 주까지는 '금 나와라 뚝딱'이 전해주는 나름의 감칠맛에 빠져 있었지만, 새로운 출발에는 왠지 공평해야 할 것 같은 의무감(?)을 느끼면서 두 작품 모두를 시청했다. 일단 첫 느낌을 솔직하게 말해 본다면, 내 생각에는 '열애'가 단연 우세하다. 물론 이는 지극히 개인적인 판단 기준에 의한 생각이므로, 앞으로의 시청률 추세는 가늠하기 어렵다. 각설하고, 나는 지금부터 내 판단의 이유를 순차적으로 설명해 보려 한다. 나는 우선 캐릭터의 이름이나 작품의 제목이 너무 유치하게 설정되면 보기가 싫어진다. '금 나와라 뚝딱'은 그 제목 때문에 처음부터 보기가 싫었다. 차츰 재미있다는 호평이 들려오면서 호기심이 발동하..
하류(권상우)는 자기를 배신하고 딸 은별이(박민하)와 쌍둥이 형 차재웅을 죽음으로 몰아간 옛 연인 주다해(수애)를 향해 복수를 다짐했습니다. 하류가 그 복수의 도구로 이용하려는 칼날은 백학그룹의 장녀 백도경(김성령)입니다. 다른 이유는 없습니다. 단지 그녀가 주다해의 약혼자 백도훈(정윤호)의 누나이기 때문이죠. 그런데 백창학(이덕화) 회장의 늦둥이 아들로 알려져 있는 백도훈은 사실 백도경이 18세 되던 해, 첫사랑과의 사이에서 몰래 출산한 아들입니다. 그러니까 백도경은 누나가 아닌 엄마이고, 백회장은 아버지가 아닌 외할아버지가 되는군요. 극 중에서는 11회에 이르러서야 밝혀졌지만 벌써 모든 시청자가 알아차리고 있던 사실입니다. '파리의 연인' 재탕이라고 할만큼 뻔한 설정이지만, 신기하게도 백도경 캐릭터에..
지난 8월 21일자 '다섯 손가락' 포스팅에서 저는 유지호(주지훈)가 사실은 유만세(조민기)의 아들이 아니라, 채영랑(채시라)과 그녀의 첫사랑 김정욱(전노민)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일 거라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이 드라마는 그 무렵 방송되기 시작했는데, 저는 2회까지 보고 나서 그런 예감이 강하게 들었거든요. 순전히 개인적 상상력에 의거하여 풀어낸 내용이었지만 상당히 재미있고 역동적인 발상이다 싶었기에, 추후 드라마의 전개가 저의 예측과 다르게 흘러간다 해도 별 상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일종의 본능적 느낌일 뿐, 어떤 확신을 갖고 주장한 것은 아니었는데... 그 후로 무려 3개월 동안 긴 여정을 달려 온 드라마가 종방을 향해 치닫는 이 때, 저의 초반 예측은 더할 수 없이 정확하게 맞아 떨어지고 말았네..
새로 시작된 드라마 '다섯 손가락'에서 저는 유만세(조민기) 회장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비극과 복잡한 이야기는 바로 그의 비뚤어진 사랑에서 비롯되었거든요. 그는 한 여자 채영랑(채시라)을 사랑했지만 그녀의 진실한 사랑을 얻지 못했고, 재벌회장으로서 모든 것을 가진 듯하지만 가장 원하는 것을 갖지 못한 불만은 점차 그의 인생을 파멸로 이끌었습니다. 사랑은 집착으로 변해갔고, 집착은 그 자신만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들을 모두 불행하게 만들었죠.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유만세의 아들 유지호(주지훈, 아역 강이석)입니다. 누구를 닮았는지 몰라도 그는 천부적인 음악적 재능을 타고났죠. 교육이라고는 받은 적도 없건만, 그가 타고난 재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대단합니다. 아무렇게나 섞어서 눌러대는 피아..
이제 70대에 접어든 원로 작가 박정란이 집필한 드라마 중 저의 머릿속에 아직도 강렬히 남아있는 작품은 어린 시절에 보았던 '울 밑에 선 봉선화'입니다. 너무 오래 전에 보았던 것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시대의 아픔 속에 인간의 섬세한 감정이 진하게 녹아들어가 있는 수작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여주인공 정옥(김미숙)의 삶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는 했으나 그녀의 두 여동생 정애(권기선)과 정임(전인화)의 삶 또한 극도의 애련함으로 다가왔었습니다. 긴 호흡을 지닌 일일드라마였음에도 시놉과 대본이 매우 탄탄하여 지루함을 느낄 새가 없었고, 인물 하나 하나의 스토리가 굉장히 역동적이었습니다. 저는 오래 전에 원로 PD 허환 선생님의 드라마 작법 강의를 들으러 다닌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아주 잠깐 박정란 작..
저는 원래 방송사를 불문하고 일일연속극을 거의 시청하지 않습니다. 식상한 소재와 자극적인 설정과 개연성 없는 스토리 전개 등은 한국 드라마가 거의 대부분 지니고 있는 고질병이지만, 특히 일일연속극의 경우는 그 함정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지요. 우선 일주일에 무려 5회씩, 거의 30분에 달하는 분량을 채우려면 작가의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에 알찬 내용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보통 16부 정도면 끝나는 미니시리즈와 달리 일일연속극은 100부작이 넘어가는 엄청난 분량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실제로 '웃어라 동해야'는 무려 159부로 마무리되었으며, 현재 방영중인 '불굴의 며느리'는 120부작으로 예정되어 있습니다. 사실 이건 말도 안 되는 얘기죠. 하나의 드라마에서 ..
'보스를 지켜라' 5회는 두 커플의 달달한 키스씬으로 마무리 되었었습니다. 차지헌(지성)이 노은설(최강희)에게 마음을 고백한 후 이 두 사람의 애정 전선은 거침없이 진행중이었기 때문에 당연한 수순이었지만, 서나윤(왕지혜)과 노은설 사이에서 상당히 애매해 보였던 차무원(김재중)의 마음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뜻밖의 수확이었습니다. 저는 무척이나 그 장면이 반갑더군요. 드디어 식상한 사각관계에서 벗어난, 유니크한 설정의 드라마를 보게 되나 싶었거든요. 만날 두 남자는 한 여자를 같이 좋아하면서 연적이 되고, 한쪽 옆에는 또 다른 여자가 있어서 질투심을 불태우고... 꼭 이런 식이 아니어도 되지 않을까, 왜 주인공들의 애정 전선은 항상 겹치고 꼬여야만 하는 걸까, 저는 늘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차무원이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