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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애' VS '사랑해서 남주나' 새 주말드라마 전격 비교 본문

드라마를 보다

'열애' VS '사랑해서 남주나' 새 주말드라마 전격 비교

빛무리~ 2013. 9. 29.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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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풀 마마'와 '금 나와라 뚝딱'이 동시에 종영하면서, 그 후속작들도 동시에 포문을 열었다. 지난 주까지는 '금 나와라 뚝딱'이 전해주는 나름의 감칠맛에 빠져 있었지만, 새로운 출발에는 왠지 공평해야 할 것 같은 의무감(?)을 느끼면서 두 작품 모두를 시청했다. 일단 첫 느낌을 솔직하게 말해 본다면, 내 생각에는 '열애'가 단연 우세하다. 물론 이는 지극히 개인적인 판단 기준에 의한 생각이므로, 앞으로의 시청률 추세는 가늠하기 어렵다. 각설하고, 나는 지금부터 내 판단의 이유를 순차적으로 설명해 보려 한다.

 

  

나는 우선 캐릭터의 이름이나 작품의 제목이 너무 유치하게 설정되면 보기가 싫어진다. '금 나와라 뚝딱'은 그 제목 때문에 처음부터 보기가 싫었다. 차츰 재미있다는 호평이 들려오면서 호기심이 발동하여 20회 이후부터 챙겨보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제목은 언급하기도 싫을 만큼 오글거리고 유치했다. '사랑해서 남주나'라는 제목도 마찬가지다... 왠지 얼굴이 화끈거리는 느낌마저 든다. 이 포스팅과 직접적 상관은 없지만, 얼마 전 K본부에서 새로 시작한 드라마 '왕가네 식구들'을 내가 외면할 수밖에 없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딸들의 이름이 왕수박, 왕호박, 왕광박... 온 몸이 근질거리는 것 같다. 예전에 내가 '소문난 칠공주'를 외면했던 이유도 이름 때문이었다. 딸들의 이름이 덕칠이, 설칠이, 미칠이, 종칠이... 문영남 작가는 사람 이름으로 장난치는데 완전 재미들린 모양이지만, 그런 것을 좋아하는 시청자들도 있겠지만, 나는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아무리 시청률이 높고 남들이 재미있다고 해도 나는 절대 볼 생각이 없었다. 이름부터가 떡칠×, 설치는×, 미친×, 쫑칠×, 이렇게 느껴지는데, 내용이 아무리 재미있어 봤자 나는 몰입할 수 없을 것이 분명했다. '사랑해서 남주나'라는 유치한 제목보다 '열애'라는 심플하고도 산뜻한 제목에 더 마음이 끌리는 것은 이와 같은 취향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첫 방송이 끝난 후, 모처럼 시청자 게시판에 들러 보았다. '열애' 홈페이지는 온통 아이돌 팬클럽의 응원글로 도배가 되어 있었다. 소녀시대의 서현이 연기자로 처음 데뷔하는 작품이라서 그런가본데, 새삼스레 걸그룹의 인기와 위상을 실감할 수 있었다. 드라마 공식 홈피의 시청자 게시판이 특정 연기자의 팬클럽으로 뒤덮이는 것이 달갑지는 않지만 현실적으로는 흔하디 흔한 일이었다.

 

 

가벼운 한숨을 쉬며 '사랑해서 남주나' 홈페이지로 넘어갔다. 그런데 이쪽 분위기는 한결 다르다. 아이돌 연기자나 요즘 핫한 청춘스타가 없어서인지, 팬클럽 활동은 크게 눈에 띄지 않았다. 대신 "막장이 아니어서 좋다" 라든가 "오랜만에 따뜻한 가족 드라마를 볼 수 있을 것 같아 설렌다"는 내용의 글이 많았다. 나는 '막장이 아니라서 좋다'는 시청소감을 몇 번 읽고 나니, 저절로 고개가 갸우뚱해졌다. 이게 막장이 아니라고? 정말?

 

남주인공 정재민(이상엽)은 부친 정현수(박근형)의 불륜으로 태어났다. 유능하고 청렴한 판사였던 정현수가 어느 날 갑자기 혼외자식을 데리고 들어와 아내에게 떠맡긴 것이다. 한편 여주인공 송미주(홍수현)는 어릴 때 아빠를 잃고(?) 홀어머니 슬하에서 자라났다. 아빠 송호섭(강석우)은 죽은 게 아니라, 불륜 상대였던 이연희(김나운)와 결혼하기 위해서 조강지처와 자식들을 버린 것이었다. 이런 설정만 봐도 막장의 향기가 솔솔 풍기는데, 결정적인 요소가 한 가지 더 있다. 재민 아빠 정현수와 미주 엄마 홍순애(차화연)가 사랑에 빠져 황혼 재혼을 결의할 예정이라는 것이다. 싱글 노인들의 황혼 재혼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남녀 주인공의 엄마와 아빠라는 점에서는 최악이다. 이제 남녀 주인공은 남매가 될 것이다. 이게 막장이 아니라고?

 

불륜과 혼외자의 문제는 '열애'에도 등장한다. 남주인공 강무열(성훈, 아역 이원근)의 부친 강문도(전광렬)에게는 결혼 전부터 사랑하던 여자 홍난초(황신혜)가 있었다. 강문도는 그녀와의 사이에서 아들 홍수혁(심지호)을 낳았고, 영원한 사랑과 결혼을 약속했다. 그런데 신성유업 회장 양태신(주현)이 강문도를 사윗감으로 점찍으면서 비극이 시작되었다. 사랑보다 출세의 동아줄을 선택한 강문도는 미련없이 홍난초를 버리고 양회장의 큰 딸 양은숙(전미선)과 결혼해 버렸던 것이다. 하지만 결혼 후에도 아예 외면할 수는 없었던지, 강문도는 난초와 수혁 모자에게 몰래 집을 얻어 살게 해 주고 경제적 뒷받침도 해 주었다. 이제 곧 이혼하고 너랑 합치겠다는 달콤한 말로 난초를 달래는 동안 어느 새 20년 가량의 세월이 흘렀다.

 

 

하지만 '열애'의 불륜이 거북하게 다가오지 않는 이유가 있다. 강문도의 캐릭터가 명백한 악역이라는 사실이다. 강문도는 자기 욕심을 채우기 위해서라면 가족도 버릴 수 있고, 필요하다면 살인도 저지를 수 있는 악인이다. 그런 놈에게 불륜 쯤이야 액세서리 정도에 불과하지 않겠는가? 정말 나쁜 놈이니까 처자식을 배신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사랑해서 남주나'에서 불륜을 저지른 두 아버지는 절대 악역이 아니다. 송호섭은 아주 평범한 소시민일 뿐이고, 특히 정현수는 현역 시절부터 청렴결백하기로 소문난 판사였다. 퇴임한 지금도 꼿꼿한 성품을 잃지 않고, 남에게 신세지거나 피해주는 일을 못 견뎌하는 멋진 신사다. 그런데 이렇게 멀쩡한 남자들이, 버젓이 살아있는 아내를 두고 외간여자와의 사이에서 아이를 낳았다.

 

정현수가 자기 아들이라면서 어린 재민을 데리고 들어왔을 때, 가족들의 충격이 오죽했을까? 그것 때문이었는지 아닌지는 모르나, 정현수의 아내는 머지않아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본처 소생의 두 딸은 깊은 상처를 받았다. 까칠한 둘째누나 정유라(한고은)는 대놓고 재민을 혐오하며 집을 나갔고, 온화한 큰누나 정유진(유호정)도 겉으로는 내색 안하지만 은연중에 재민을 멀리하며 여동생과 차별한다. 하지만 누구보다 고통스런 사람은 정재민이었다. 자기가 '실수로 태어난 아이'임을 깨달으면서 자존감은 바닥을 쳤고, 그 위축감 때문인지 좀처럼 취직도 안 되는 중이다. 송호섭네는 어떠한가? 바람난 가장이 막무가내로 이혼서류를 들이밀고 집을 나가면서, 가족들은 지독한 생계의 위기에 직면하고 말았다. 지금은 딸 송미주가 은행에 취직하고 엄마도 반찬가게를 시작해서 먹고 살만하지만, 지난 날의 상처는 아직 낫지 않았다.

 

'열애'의 불륜보다 '사랑해서 남주나'의 불륜이 훨씬 거북하고 불쾌한 이유는, 평범하고 멋진 남자들의 배신이기 때문이다. 악역이면 나쁜 놈이니까 그러려니 하겠는데, 평범하고 괜찮은 사람들이 그러니까 정말 기분이 나쁘다. 마치 세상 모든 남자들은 잠재적 바람둥이라고 규정짓는 느낌이다. 남자는 원래 그런 동물이니까 이해하며 살아야 한다고 여자들을 설득이라도 하려는 듯한 느낌이다. 난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 기분이 나빴다. 이걸 훈훈한 가족 드라마라고 할 수 있을까? 막장이라도 재미만 있다면 볼 의향이 있지만, 막장이 아니라고 주장한다면 가소로운 일이다.

 

 

홈피의 기획의도를 보면 '사랑해서 남주나'의 중심은 황혼의 사랑을 시작하는 박근형-차화연 커플의 스토리고, '열애'의 중심은 서로 다른 신념을 갖고 대립하는 전광렬-성훈 부자의 스토리다. 황혼의 사랑은 나름대로 신선한 소재였지만, 결혼까지 약속할 만큼 사랑했던 젊은 남녀가 의붓 남매로 맺어진다는 설정 때문에 신선도는 바닥까지 떨어지고 말았다. 아주 진부하고 짜증나는 콩가루 집안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런데 '열애'의 박예경 작가는 기획 의도에서 "부친과의 살벌한 전쟁을 이겨내고 성공한 기업가로 거듭나는 한 남자의 인생 성공기"라고 중심 내용을 규정했다. 이건 상당히 흥미가 끌린다. 지금껏 보아 온 드라마 속 재벌가 아들들은 잠깐 반항하다가 아버지에게 항복해 버리든가, 아니면 처음부터 아버지의 악함을 알면서도 적극 동조하든가, 또는 엔딩무렵에 아버지가 개과천선하며 급 화해모드가 조성되든가, 이런 경우들 중 하나였다. 아버지의 완강한 힘 앞에서도 끝까지 버티며 싸워 이겨내는 아들은 이제껏 본 적이 없었다. 궁금해진다.

 

정리해 본다면 (1) 드라마 제목과 캐릭터의 이름, (2) 불륜 코드를 적용하는 마인드의 차이점, (3) 호기심을 자극하는 중심 스토리의 매력... 내가 두 편의 새 드라마 중 망설임 없이 '열애'의 손을 들어 준 것은 위의 세 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첫번째는 개인적 취향이라 치더라도 두번째와 세번째는 결정적 이유가 아닐 수 없다. '사랑해서 남주나'의 최현경 작가는 박예경 작가보다 훨씬 선배인 듯한데, 문득 '추적자 THE CHASER'를 볼 때 박경수라는 낯선 이름의 작가에게서 소름끼치는 전율을 느꼈던 기억이 떠오른다. 무서운 신인의 등장은 한편 반갑지만 한편으로는 인생무상을 느끼게 한다. 역시 파도는 뒤쪽에서 더 크고 무섭게 밀려오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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