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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착한 편과 나쁜 편으로 정확히 갈라져서 싸우기 시작한 잔혹동화 '제빵왕 김탁구' 23회에서는, 첫째로 팔봉 선생(장항선)의 죽음이라는 슬픈 사건이 발생했고, 둘째로는 거성의 주인과 안주인이 갑자기 다른 사람으로 변모하는 우스꽝스런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팔봉 선생의 이야기는 따로 언급하도록 하고, 우선은 급격히 널을 뛰면서 다른 쪽으로 이동해 버린 구일중(전광렬)과 서인숙(전인화)의 캐릭터를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황당한 것은 갑자기 '전형적인 아버지상'으로 변모한 구일중이었습니다. 부들부들 떨면서 구마준(주원)을 향해 "너를 어떻게 용서해야 할지 모르겠구나. 너에게서는 어떤 변명도 듣고 싶지 않다!" 라고 차갑게 단죄하며 참회할 기회조차 허락하지 않던 그 사람은 어디로 갔을까요? 그리고 "두 번 다시..
지금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가 방송 전에는 K방송사의 '버리는 카드' 라는 말까지 돌았었다는데 사실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도 별로 성공 가능성이 높지 않아 보였던 것은 사실입니다. 일단 시선을 끌만한 톱스타가 존재하지 않았지요. 타이틀롤을 맡은 윤시윤은 이제 겨우 시트콤에서 '그 집 손자'인 고등학생 역할을 해본 것이 연기 경력의 전부일 만큼 신인이고, 뮤지컬배우 출신의 주원은 아예 브라운관에서 처음 보는 얼굴이며, 이영아는 너무 오랜만의 컴백이고, 유진은 히트작 하나 없는 무관의 요정이었습니다. 특히 라이벌 구도의 두 남자 주연이 너무 신인급이라, 안정성을 추구하기보다는 실험적인 작품이 되겠구나 하는 생각도 했었지요. 그러나 '제빵왕 김탁구'는 아마도 천운을..
만능 엔터테이너라는 말이 별로 신기하지도 않은 시대이지만, 여전히 가수 출신 연기자를 보는 시선은 전체적으로 곱지만은 않습니다. 가수 활동을 통해 얻은 인지도를 기반으로 남의 밥상에 너무 쉽게 숟가락을 올려놓는 듯한 느낌, 그래서 결과적으로 모든 것을 다 바쳐 연기 공부를 하며 오랫동안 꿈을 키워 온 사람들의 기회를 빼앗는 듯한 느낌이 그 못마땅한 시선의 가장 큰 원인이 아니었을까 싶군요. 사실 완전히 부인할 수도 없는 부분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유진은 이제 그런 시각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져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1990년대 말의 인기 걸그룹 SES 출신의 그녀는 이미 연기 활동을 시작한지가 거의 10년이 가까워지고 있으며, 그 동안 꽤 많은 작품에 주연으로 등장하여 괜찮은 연기력을 보여 주었으나, 시..
수목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와 '나쁜 남자'에서는 몇 가지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발견할 수가 있습니다. 그저 재미삼아서 비교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공통점 1. 재벌가에서 쫓겨난 아들, 그 복수와 야망 이 두 드라마에는 한국 드라마의 고정적 소재인 재벌가가 등장하며, 한편에서는 그 재벌가를 향해 복수와 야망을 불태우는 남자 주인공이 있습니다. 그들은 어린 시절 한때 그 재벌가의 아들이었으나, 비참하게 쫓겨났던 과거를 지니고 있습니다. '나쁜 남자'의 설정상 심건욱(김남길)은 처음부터 복수를 목적으로 해신그룹에 접근한 것이지만, 그 기반(복수의 이유)이 약함으로 인해 후반으로 갈수록 야망의 사나이로만 비춰지는군요. 그리고 '제빵왕 김탁구'의 탁구(윤시윤)는 비교적 순수한 인물로서 오직 잃어버린 어머니를 ..
'제빵왕 김탁구' 8회에 엔딩에서 드디어 신유경의 어른 역할을 맡은 유진이 등장했습니다. 여주인공 이영아의 캐릭터가 다분히 장난꾸러기 소년 같은 이미지를 지녔으므로, 상대적으로 여성미를 물씬 풍기는 유진의 등장은 상당히 강렬한 임팩트를 남겼습니다. 윤미순(이영아)이 철없는 어린애 같다면 신유경은 남모를 비밀을 가슴에 품은, 성숙하고도 신비한 여인의 분위기를 풍기더군요. 그런데 그녀의 남모를 비밀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사람은 바로 김탁구(윤시윤) 한 사람 뿐입니다. 김탁구와 신유경은 유년시절부터 서로를 애틋하게 여기는 마음을 지녔었지요. 김탁구는 술주정뱅이 아버지에게 매일 구타당하며 지내는데다가 작부의 딸이라는 이유로 친구조차 만들지 못하고 따돌림 당하는 신유경을 언제나 가슴 깊이 아끼고 보호하는 흑기사가..
요즘 드라마 중에는 유난히 복수극이 많고 배신자도 많습니다. 그리고 복수의 대상은 항상 돈과 권력을 지닌 강자입니다. 우리는 억울한 일을 당했던 주인공이 파렴치한 강자들의 것을 야금야금 빼앗으며 복수해가는 과정에서 일종의 쾌감을 느낍니다. 그런데 어떤 신문의 칼럼을 읽으니 이러한 현상은 '자기 힘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는 부정적 사회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의견이 있더군요. 자기의 힘으로는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으니, 가진 자의 것을 빼앗아서라도 이루고자 하는 욕망의 발로이며, 그 욕망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서 '복수'라는 설정이 필요했다는 것이지요. 생각해 보니 아주 틀린 말은 아닌지도 모르겠습니다. 복수극의 내면에는 자신도 나쁜 놈이지만 상대방을 '더 나쁜 놈'으로 만듦으로써 자기의 욕망을 합리..
'제빵왕 김탁구'의 불륜 미화는 나날이 심해져 갑니다. 김미순(전미선)은 할머니(정혜선)이 내미는 돈조차 거절하고 아들의 미래를 위해 자신을 온전히 희생하는 숭고한 모성을 보여주고 있으며, 구일중(전광렬)은 탁구(오재무)에게 자상한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그간의 권위 일변도에서 비롯된 비호감을 벗고 호감형 아버지로 돌아섰습니다. 게다가 탁구가 유경(조정은)의 술주정뱅이 아버지에게 맞고 있을 때, 더없이 자랑스러운 모습으로 나타나서 "내가 바로 이 아이의 아버지되는 사람이오" 라고 자신을 밝히고 시원스레 주먹을 날려 상대방을 쓰러뜨림으로써 터프한 면모까지 과시했습니다. 김미순과 구일중의 캐릭터를 살리기 위해 서인숙(전인화)의 캐릭터는 대책없이 망가져 갑니다. 구일중이 빵공장에 마준이와 탁구를 함께 데..
나는 이제 어린아이가 아닙니다. 탁구 저 아이가 어떻게 태어났는지를, 나는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그 날 밤의 기억은 지금도 가끔씩 내 꿈에 나타납니다. 밤이 깊었는데도 미순 언니는 나를 재워주러 오지 않았습니다. 나는 언니를 부르며 아래층으로 내려왔는데, 열려있는 아버지의 서재 문틈으로 언니가 보였습니다. 그런데 아버지와 함께였습니다. 아버지는 미순 언니를 끌어안고 얼굴을 가까이 맞대고 있었는데, 나는 그게 무슨 뜻인지를 모르면서도 왠지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소 대로라면 미순 언니는 내 곁에서 자장가를 불러주고 있어야 했는데, 왜 나를 버려둔 채 아버지와 함께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 때 할머니가 뒤에서 조용히 나를 잡아 끌며 말씀하셨습니다. "오늘은 할미랑 자자꾸나." 할머니의 손..
재미가 없었다고 말하지는 않겠습니다. 솔직히 '제빵왕 김탁구' 1회는 통속적이지만 지루하지 않았거든요. 그러나 초반의 흥미 유발을 위해 설정된 듯한 주인공의 탄생 비화가 너무도 자극적이고 비윤리적이었기에, 개운한 마음으로 시청하기는 어려울 듯 싶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 마음을 거북하게 했던 것은, 피해자를 가해자로 만들고 가해자를 피해자로 만들어 버린 설정이었습니다. 일전에 관람했던 영화 '하녀'에서도 약간 비슷한 불편함을 느꼈었는데, 이번에는 그보다 더욱 심하군요. 주인공 김탁구의 캐릭터는 씩씩하고 착하고 올바른 청년인데, 이 드라마는 시작부터 일그러져 버렸으니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제빵 업계의 재벌인 거성家의 며느리 서인숙(전인화)은 단지 아들을 낳지 못한다는 이유로 시어머니 정혜선에게 온갖 인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