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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생전 처음으로 드라마 제작발표회에 블로거 초청을 받아 상암 MBC를 방문했다. 이제껏 드라마 리뷰는 수없이 많이 써 보았지만, 제작발표회에 직접 참석해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오랫동안 블로그 활동을 소홀히 해 왔지만 이번에 티스토리 TV리뷰단 활동을 시작하면서 다시 한 번 열심을 내보려는 참에 첫번째 스팟 미션으로 '배드파파' 제작발표회 참가 미션이 주어졌고, 마침 상암 MBC는 우리 집에서 걸어가도 될 만큼 가까운 거리에 있는지라 신청을 해 보았는데 덜컥 당첨이 되고 말았던 것이다. 사실 큰 기대는 없었는데 약간은 뜻밖이었고,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에 은근 기대가 되기도 했다. 이런 쪽의 전문 기자들처럼 생동감 넘치고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을거라 생각은 안 했지만, 그렇다고 내가 찍은..
현고운 작가의 원작소설을 읽지는 않았지만 '빛나거나 미치거나' (이하 '빛미') 라는 제목이 고려 제4대 임금 광종에게서 비롯된 것임은 알고 있다. 현재 '빛미'에서 장혁이 열연하고 있는 남주인공 캐릭터 '왕소'가 바로 훗날의 광종이다. 광종은 노비안검법과 과거제도 시행 및 관복 제정 등 여러가지 빛나는 업적을 세웠으나, 재위 중반부터 시작된 공신과 왕실에 대한 피의 숙청으로 인해 성군(聖君)보다는 오히려 광기(狂氣)의 왕이라 평가되곤 한다. 960년부터 975년 광종이 죽기 직전까지 무려 15년 동안이나 이어진 피의 숙청은 많은 폐단을 낳았다. 노비가 주인을 고발하고 아들이 아비를 참소하는 등 온갖 참소와 무고가 난무했으며, 감옥은 턱없이 모자라고 죄없이 살육당하는 자가 꼬리를 물었다. 숙청의 손길은 ..
현고운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드라마 '빛나거나 미치거나'는 '로맨틱 코미디 사극'이라는 독특한 장르를 표방하며 출발했다. 남주인공 왕소(장혁)는 고려의 제4대 임금 광종(光宗, 925 ~ 975)이며, 여주인공 신율(오연서)은 발해의 마지막 공주로 설정되어 있는데 주요 캐릭터 중에는 거의 유일한 가상 인물이다. 왕소의 연적 왕욱(임주환)은 태조 왕건의 아들이자 광종의 이복형제이며 8대 임금 현종의 부친으로 기록된 인물이고, 신율의 연적 황보여원(이하늬)은 광종의 비(妃)인 대목왕후(大穆王后)로서 역시 실존 인물이다. 일단 묵직하고 비장한 시대적 배경에 마음이 끌리는데, 어울리지도 않는 코미디 욕심 때문에 망가질 듯하여 미리 걱정을 좀 했다. 하지만 첫방송을 보니 의외로 코믹 요소가 자연스..
사실 남주인공 이건(장혁)과 기이한 운명으로 만나 결혼하기 전까지만 해도 김미영(장나라)의 캐릭터는 지극히 평범하고 현실적이었다. 로펌이라는 화려한 직장에 다니지만 누구에게도 주목받지 못하는 말단 여직원, 게다가 한없이 여리고 순하기만 한 김미영은 타인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는 치명적 문제 때문에 직장 상사 및 동료들로부터 거의 하녀 취급을 받고 있었다. 동료들은 툭하면 자신의 업무를 미영에게 떠맡기면서도 미안한 줄 몰랐고, 심지어 포스트잇에 '오늘의 할 일'을 적어 미영의 몸에 붙여놓는 무례한 행동조차 서슴지 않았다. 상사들은 직장 업무뿐 아니라 사적인 일에까지 김미영을 알뜰히 부려먹었다. 속으로는 이게 아니다 싶으면서도 한 마디 거절의 말을 하지 못해서 그저 웃는 얼굴로 모든 부탁을 들어주는 김미영...
이병 김형근은 참 운이 좋다. 그가 입대하자마자 '진짜 사나이' 촬영이 이기자 수색대대에서 시작되었고, 이 초보 군인은 갑자기 유명 연예인들의 룸메이트가 되었다. 게다가 신병 교육뿐만 아니라 자대 배치에서도 '진짜 사나이' 팀과 같은 생활관에 배정됨으로써 출연 분량이 계속 늘어났고, 요즘 가장 핫한 예능으로 손꼽히는 '진짜 사나이'의 인기에 힘입어 삽시간에 유명인사로 거듭나게 된 것이다. 평범한 사람들은 일생동안 TV에 얼굴 한 번 비춰 볼 기회도 얻기 힘든데, 김형근은 무려 군인의 신분으로서 연예인 부럽지 않은 대중적 인기를 누려보게 되었으니 결코 흔치 않은 행운이라 할 것이다. 하지만 그가 타고난 진짜 행운은 따로 있었으니, 보는 사람의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떠오르게 하는 귀여운 외모였다. 힘든 군대..
회를 거듭할수록 '진짜 사나이'에서 보여주는 훈련의 강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음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시청자의 흥미를 끌기 위해서는 매회마다 더욱 강한 자극과 새로운 장면들을 보여주어야 할 테니까요. 특히 '공병부대' 편에서 방송되었던 부교 설치와 도하 장면은 이제껏 군대가 얼마나 다양한 곳인지를 상상조차 못 했던 많은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호강시켜 준 명장면이었습니다. 하지만 그에 이어지는 '이기자 수색대대' 편을 시청하며, 저는 갈수록 불편해지는 마음을 억누르기가 힘들더군요. 다른 부대에서는 아무리 힘든 훈련을 받아도 기본적으로 밥 먹고 잠자는 권리는 보장받았던 군인들인데, 무려 3일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잠을 못 자게 하는 수색대대의 교육은 그저 가벼운 재미로 시청할 수 없을 만큼 가혹한 것이었습니다..
유격 훈련을 흔히들 군대 훈련의 꽃이라고 한다죠. 이미 군대에 다녀 온 사람들은 돌이켜 보기만 해도 끔찍하다는, 아직 군대에 가지 않은 사람들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는 공포의 훈련인데, '진짜 사나이'의 연예 병사들 참 고생이 많습니다. 백마부대, 화룡대대에 이어 해룡연대에서 세번째 병영체험을 하게 된 그들은 해발 828m, 악명 높은 화산 유격장으로 끌려가(?) 꼼짝없이 지옥의 유격 훈련을 받게 되었군요. 내레이션은 원로배우 변희봉씨가 맡으셨는데, 그분의 목소리만으로도 아들을 군대에 보내신 아버님의 마음을 절절히 느끼게 했으니 그야말로 신의 한 수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지난 주에 원로 여배우 김영옥씨의 내레이션도 좋았는데, 이제 차츰 '진짜 사나이'의 제작진도 이 프로그램에 정말 필요한 게 무엇인지를 ..
'구가의 서'(九家의 書) 제1회에서 주인공 최강치(이승기)는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지만, 그의 비극적 운명은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최강치는 아직 이 세상에 첫 숨결을 내뱉기도 전이건만, 아비 구월령(최진혁)의 마음속에 어미 윤서화(이연희)에 대한 사랑이 싹트는 순간, 이미 그의 모진 운명은 잉태되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어쩌면 이는 태초부터 미리 계획된 일이었는지 모릅니다. 가장 뜨거운 용기와 긍정의 힘으로 절대 금기를 넘어 사랑을 이루는 최강치의 모습을 통해, 신은 이 땅의 나약한 인간들을 깨우치려 했던 것일지도 모른다는 이야기지요. 이 세상의 어떤 금기(禁忌)도 장벽도 사랑보다 강한 것은 없음을, 신분의 고하도 남녀의 차별도 심지어 인간과 짐승의 구별조차도 사랑보다 우선할 수는 없음을, 이 세상에 태어..
참 기이하게도 '아이리스2'는 주인공을 비롯한 주요 인물들보다 상대적으로 비중이 낮은 조연들에게 시선이 끌리는 드라마입니다. 지금까지도 비슷한 경우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까지 주인공들의 존재감이 미약하고 조연들의 존재감만 커다랗게 부각된 케이스는 없었지 않나 싶을 정도인데요. 정유건(장혁)과 지수연(이다해)의 사랑놀음은 식상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스토리의 진행에 방해만 될 뿐으로 전혀 몰입감이 없고, 지수연을 짝사랑하며 정유건의 강력한 연적으로 떠올라야 할 서현우 역할의 윤두준은 가뜩이나 연기 경력도 짧은 데다가 너무 어린 마스크 때문에 도통 캐릭터와 어울려 보이질 않습니다. 이 세 사람 다음으로 언급되었던 주요 인물이라면 북측을 대표하는 유중원(이범수)과 김연화(임수향) 정도가 되겠는데, 아직..
"우리의 경쟁작은 동시간대의 타사 프로그램이 아니라 전작인 '아이리스1'이다!" 라고 야심차게 밝혔던 출연진들의 인터뷰가 무색할 만큼, '아이리스2'의 출발은 별로 산뜻하지 못했습니다. 몰입을 방해하는 산만한 전개, 초반부터 과도한 남녀 주인공의 러브라인, NSS 정예요원이라는 설정이 창피할 만큼 기본적인 총기 사용법도 모르는 배우들의 모습 등, 작정하고 꼬집어 내자면 정말 수없이 많은 헛점을 드러내고 있었거든요. '아이리스1'은 평소 액션이나 첩보물을 즐기지 않는 저같은 시청자도 몰입해서 볼 수 있을만큼 초반부터 강렬한 포스를 뿜어내는 작품이었는데, '아이리스2'의 초반 전개는 솔직히 실망스러웠습니다. 좀 심하게 말하면, 전작을 따라잡기는 고사하고 전작의 명성에 누를 끼치지나 않으면 다행이겠다 싶을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