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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노희경 작가의 신작 드라마 '빠담빠담…그와 그녀의 심장 박동 소리'는 방송 전부터 제 관심을 끄는 작품이었습니다. 그런데 하필 JTBC 월화드라마로 편성되는 바람에 단 한 차례도 본방 사수를 한 적이 없네요. 아직은 종편 4개 채널이 몇 번에 설정되어 있는지도 헛갈릴 뿐만 아니라 저녁 8시 45분이라는 방송 시간대도 매우 어정쩡하기 때문에, 어지간히 신경써서 챙겨보지 않는 이상은 앞으로도 본방 사수는 힘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 와중에 '빠담빠담' 3회는 종편 개국 이후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더군요. 그래봤자 1.6% 정도로, 공중파 드라마와는 비교도 안되는 수준이지만 말입니다. 홈페이지에서 무료 다시보기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길래 별 부담없이 1~3회를 시청했습니다. 그런데 보면 볼수록 안타까운 마..
염려했던 것처럼 팔봉 선생(장항선)이 하차한 후의 '제빵왕 김탁구'는 완전히 김 빠진 사이다가 되어 버렸습니다. 한쪽에는 여전히 갈피를 못 잡고 우왕좌왕하는 신유경(유진)이 있고, 한쪽에는 누구의 아바타인지 다 알고 있는데 괜히 어설픈 연막을 치는 조진구(박성웅)가 있습니다. 너무 뻔한 결말로 흘러가는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지루함을 덜기 위하여 미스테리한 느낌을 가미한 듯한데, 솔직히 조진구가 김탁구를 배신하고 다시 한승재와 손을 잡았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말이 나온 김에 조진구 쪽 이야기를 먼저 해보도록 하지요. 조진구는 박변호사와 더불어 구일중(전광렬)이 남겨 둔 탁구의 수호천사라 볼 수 있습니다. 김탁구(윤시윤)가 거성에 입성하여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초반에 강력한 버팀목이 되어 준 ..
팔봉 선생(장항선)은 인상적인 죽음으로 하차하며 성공적인 캐릭터의 대미를 장식했고, 구일중(전광렬)은 시체놀이를 하면서까지 김탁구(윤시윤)를 지키려는 정의의 수호신이 되었습니다. 꼼짝하지 않고 누워만 있는데도, 어딘가 신비스런 기운까지 감돌면서 구일중 회장의 존재감은 역대 최고로 치솟는 중이네요. 파렴치한 구마준(주원)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오랫동안 자기를 보좌하며 회사에 열성을 다했던 맏딸 구자경(최자혜)에 대한 배려심은 조금도 없이 모든 지분을 김탁구에게 넘기기로 한 부분에 대해서라든가 등등, 구일중에 대해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오늘 제가 쓰려는 내용은 그것이 아닙니다. 올해 초에 방송되었던 '추노'의 경우는 선이 굵은 남성 위주의 사극으로서 모든 여성 캐릭터의 존재감이 미미했으나 별다른 거부감..
'신데렐라 언니'의 구대성(김갑수)이 '국민아빠' 였다면 '제빵왕 김탁구'의 팔봉 선생(장항선)은 '국민스승' 이라고 할만했습니다. 불안하게 흔들리는 젊은 주인공의 곁에서 더없이 든든하게 자리를 지키며 인생의 멘토가 되어 주던 이 성스러운 인물들은 그 존재감만으로도 가슴을 꽉 채워 주었지요. 이제 팔봉 선생이 불현듯 세상을 떠나고 보니 저절로 구대성의 서글펐던 최후가 머리에 떠오릅니다. 두 사람의 죽음은 그들의 삶 만큼이나 여러모로 비슷하지만, 그래도 팔봉 선생은 구대성보다 운이 좋은 편이었어요. 구대성을 죽음으로 몰아간 것은 아들처럼 아끼던 홍기훈(천정명)이었으나, 산소호흡기를 달고 병원으로 실려가던 엠블런스 안에서 구대성은 "괜...찮...다..."는 최후의 한 마디로 그를 용서했습니다. 팔봉 선생을..
착한 편과 나쁜 편으로 정확히 갈라져서 싸우기 시작한 잔혹동화 '제빵왕 김탁구' 23회에서는, 첫째로 팔봉 선생(장항선)의 죽음이라는 슬픈 사건이 발생했고, 둘째로는 거성의 주인과 안주인이 갑자기 다른 사람으로 변모하는 우스꽝스런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팔봉 선생의 이야기는 따로 언급하도록 하고, 우선은 급격히 널을 뛰면서 다른 쪽으로 이동해 버린 구일중(전광렬)과 서인숙(전인화)의 캐릭터를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황당한 것은 갑자기 '전형적인 아버지상'으로 변모한 구일중이었습니다. 부들부들 떨면서 구마준(주원)을 향해 "너를 어떻게 용서해야 할지 모르겠구나. 너에게서는 어떤 변명도 듣고 싶지 않다!" 라고 차갑게 단죄하며 참회할 기회조차 허락하지 않던 그 사람은 어디로 갔을까요? 그리고 "두 번 다시..
양미순(이영아)의 사랑이 드디어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보니 이 귀여운 아가씨의 사랑은 김탁구(윤시윤)의 그것과 매우 닮아 있었네요. 두 사람은 마치 쌍둥이 같았습니다. 포옹하고 있는 모습은 마치 샴쌍둥이 같았다고나 할까요. 왜 그렇게 느꼈는지는 잠시 후에 언급하기로 하고, 우선은 스스로 파멸해가는 구마준(주원)의 이야기부터 잠시 해 보려 합니다. 저는 한동안 구마준을 동정심과 애틋함의 시선으로 바라보았으나, 이제 거의 놓아버린 상태입니다. 지난 주에 탁구가 설빙초를 먹는 것을 막기 위해 "안 돼!" 하고 소리치며 허겁지겁 달려갈 때, 그리고 탁구가 설빙초 한 숟가락을 삼키는 것을 보며 절망적인 눈빛으로 주저앉을 때 "그래, 너도 사실은 탁구를 해치고 싶지 않았던 거야." 라고 생각했었지요...
김정은의 드라마 복귀와 만만치 않은 명품 조연들의 대거 출연으로 초반부터 관심을 갖고 시청하던 '나는 전설이다'가 예상보다 너무 안일한 전개로 기대에 못 미치는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김정은의 안정된 연기력과 분위기 있는 비주얼은 역시 만족스러운 수준이지만, 기본 스토리의 진행이 자연스럽게 받쳐 주지 않는 드라마를 연기자들의 활약만으로 이끌어 나가기는 어려운 법이지요. 현재 '전설이다'의 스토리는 얼핏 보기에 잘 짜여진 것 같습니다.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적어도 생뚱맞지는 않을 만큼, 각자 끌어다 붙인 이유들이 분명 존재하니까요. 하지만 필연성을 확보하기에는 그 이유들이라는 것이 너무 대수롭지 않고 단순하기 때문에, 얼개가 탄탄하게 짜여 있는 것 같으면서도 시청한 후에는 뭔가 부자연스럽게 느껴집니다. 이..
구일중은 참으로 나쁜 아버지입니다. 14년만에 재회한 아들 탁구(윤시윤)와 끌어안고 폭풍 눈물을 흘리는 전광렬의 연기는 더할 수 없는 명품이었으나, 그 순간에도 제 마음은 차갑기 이를데 없었습니다. 오히려 속으로 "탁구야, 속지 마!" 라고 되뇌었다죠. 탁구의 인생 중 12년을 허비하게 만든 장본인은 사실 조진구(박성웅)가 아니라 구일중이었습니다. 그래 놓고 이제 와서 눈물을 뚝뚝 흘리며, 가장 자애로운 아버지인 척하고 탁구를 끌어안고 있으니 제 눈에는 가증스럽게만 보였습니다. 그는 탁구를 사랑했다기보다는 욕심을 냈던 것입니다. 천부적인 후각을 타고나서 제빵 사업에 큰 도움이 될만한 아들 탁구를 온전히 자기 소유로 만들기 위해, 모자간에 생이별을 시키려 했던 것이지요. 아무래도 후계자 자리에 앉힐 장남이..
만능 엔터테이너라는 말이 별로 신기하지도 않은 시대이지만, 여전히 가수 출신 연기자를 보는 시선은 전체적으로 곱지만은 않습니다. 가수 활동을 통해 얻은 인지도를 기반으로 남의 밥상에 너무 쉽게 숟가락을 올려놓는 듯한 느낌, 그래서 결과적으로 모든 것을 다 바쳐 연기 공부를 하며 오랫동안 꿈을 키워 온 사람들의 기회를 빼앗는 듯한 느낌이 그 못마땅한 시선의 가장 큰 원인이 아니었을까 싶군요. 사실 완전히 부인할 수도 없는 부분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유진은 이제 그런 시각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져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1990년대 말의 인기 걸그룹 SES 출신의 그녀는 이미 연기 활동을 시작한지가 거의 10년이 가까워지고 있으며, 그 동안 꽤 많은 작품에 주연으로 등장하여 괜찮은 연기력을 보여 주었으나, 시..
수목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와 '나쁜 남자'에서는 몇 가지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발견할 수가 있습니다. 그저 재미삼아서 비교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공통점 1. 재벌가에서 쫓겨난 아들, 그 복수와 야망 이 두 드라마에는 한국 드라마의 고정적 소재인 재벌가가 등장하며, 한편에서는 그 재벌가를 향해 복수와 야망을 불태우는 남자 주인공이 있습니다. 그들은 어린 시절 한때 그 재벌가의 아들이었으나, 비참하게 쫓겨났던 과거를 지니고 있습니다. '나쁜 남자'의 설정상 심건욱(김남길)은 처음부터 복수를 목적으로 해신그룹에 접근한 것이지만, 그 기반(복수의 이유)이 약함으로 인해 후반으로 갈수록 야망의 사나이로만 비춰지는군요. 그리고 '제빵왕 김탁구'의 탁구(윤시윤)는 비교적 순수한 인물로서 오직 잃어버린 어머니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