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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저는 평소 예능 프로그램을 좋아하지만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습니다. 그 어떤 예능을 보면서도 이렇게 처음부터 끝까지 미친듯이 웃느라 정신을 못 차렸던 기억은 없습니다. 나중에는 얼굴도 아프고 배도 아파서 그만 웃으려고 애써 봤지만 도무지 멈출 수가 없더군요. 만만찮은 녀석이라는 건 진작부터 알고 있었지만, 예전에는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습니다. 오죽하면 1년에 한 번 웃는다는 카메라 감독까지 웃겨버릴 만큼 '무릎팍 도사 - 장근석' 편은 정말 대박이었어요. 할 수만 있다면 주머니 속에 넣고 다니면서 울적할 때마다 꺼내 보고 싶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습니다. "여기가 혹시... 무릎이 닿기도 전에..." 하면서 문을 열고 머리를 내밀 때, 게스트가 장근석이라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는데도 얼핏 "여자인가?" 하..
사택가문의 사람들이 백제의 권력을 움켜쥐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누구보다 명석한 두뇌를 지녔고, 권력의 속성에 밝으며, 사람을 보는 눈이 뛰어나고, 무엇보다 더없이 비정한 성품을 지녔습니다. 무왕(최종환) 역시 뛰어난 지략으로 신라와의 수차례 전투를 승리로 이끈 영웅이었지만, 손에 넣은 살생부를 어떻게 이용할지 고민하는 무왕의 머릿속은 사택비(오연수)에게 훤히 읽히고 있었습니다. 무왕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미리 예측하여 모든 대비를 해 놓는 상황이니 이래서는 속수무책, 이길 방도가 없습니다. 심지어 사택비는 자부심과 기개 면에서도 무왕을 압도하고 있었습니다. 사택가문의 사람답게 비정하기 짝이 없는 대좌평 사택적덕(김병기)은 살생부를 무왕에게 넘기지 않기 위해 자기 딸 사택비를 희생시키려 ..
부모 세대의 피맺힌 비하인드 스토리가 일단락되고, 드디어 주인공들의 아역들이 등장했습니다. 사실 아역을 맡기에는 이제 꽤 나이가 많은 친구들이죠. 계백 역할의 이현우와 의자왕 역할의 노영학은 1993년생으로 올해 19세이니 몇 개월만 지나면 스무살의 성인이고, 특히 여주인공 은고의 어린 시절을 맡은 박은빈은 그들보다 한 살 많은 1992년생으로 현재 대학생입니다. 은고 역할의 성인 연기자 송지효와 박은빈의 나이차는 겨우 11세에 불과한 데다가, 설상가상 스무살에 접어든 박은빈의 외모가 급격히 성숙해짐으로써 송지효와 별 차이가 없어 보일 지경이니 아역이라고 하기는 좀 민망하더군요. 그래도 계백 역할의 이서진과 의자왕 역할의 조재현은 40대의 장년이라서 아역들과 뚜렷한 차별화가 이루어지니 훨씬 자연스럽게 느..
누구나 인정하겠지만 황정민은 참으로 연기를 잘 하는 배우입니다. 어떤 역할을 맡았을 때도 그 역할과 자신을 놀라운 비율로 완전히 일치시키니 그만큼 아주 자연스러운 연기가 나오겠지요. 한국에서 가장 연기를 잘 하는 남자 배우가 누구라고 생각하는지 묻는다면 제 머릿속에는 김명민과 황정민의 이름이 떠오르는데, 김명민은 얼굴에서부터 좀 연예인 포스가 풍기는 반면 황정민은 마치 옆집 아저씨처럼 평범한 느낌이라, 오히려 자연스러움과 현실감 면에서 더욱 그의 연기가 피부에 와닿는 부분도 있습니다. 그런 황정민이 영화 '모비딕'의 개봉을 앞두고 진구, 김상호와 더불어 '놀러와'에 출연을 했습니다. 요즘들어 명품 조연으로 뒤늦게 사랑받고 있는 배우 김상호의 소탈한 모습이 인상적이더군요. '반짝반짝 빛나는'에서는 김현주의..
드라마가 시작도 되기 전에 OTS부터 엄청난 화제의 중심이 된 것은 물론 임재범 때문이었죠. 노래의 가사와 멜로디 자체는 독특할 것 없이 그저 평범한데, 임재범의 목소리가 입혀지니 갑자기 명곡 중의 명곡이 되어버린 경우였습니다. 아무리 평범한 식재료라도 훌륭한 요리사의 손을 거치면 특급호텔 식당에 내놓아도 될만한 요리로 둔갑하여 나오는 것처럼 말이죠. 저는 나이 어릴 때에도 한 명의 연예인에게 푹 빠져 본 적이 없었습니다. 누군가의 팬클럽 활동을 해 본 적도 물론 없습니다. 좋아하는 연예인이야 무수히 많았지만 그 누구에게도 열광하거나 푹 빠져 본 기억은 없습니다. 좋아하는 연예인이 어느 날 갑자기 쑥 들어가서 안 보인다 해도 별로 궁금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나오면 나오나보다, 들어가면 들어가나보다 했을 ..
1회를 보고 예상했던 것과 달리 현재 '시티헌터' 속의 이윤성(이민호)은 복수의 화신이 아니라 선량한 영웅입니다. 자고로 복수의 화신이라면 먹구름이 드리운 듯 어두운 카리스마를 풍겨야 하는 법인데, 이윤성은 오히려 눈부실 만큼 흰 빛깔을 띠고 있습니다. 차라리 1회를 시청하지 않고 2회부터 보았다면 좀 더 적응하기가 쉬웠을 텐데...... 저는 3회까지 시청한 지금도 아직 어리둥절한 상태입니다. 1회는 분명히 어둡고 진지한 복수극이었으며, 그 와중에 정치와 역사적 사실까지 맞물려 있어서 드라마가 굉장히 묵직했거든요. 그래 놓고 2회부터는 갑자기 새털처럼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로 바뀌어 버리는 바람에 저는 너무나 당황을 했습니다. 이게 도대체 같은 드라마가 맞나 싶을 정도였어요. 그래도 2회의 당황스러움을 ..
첫방송의 느낌은 예상보다 더 괜찮았습니다. 저는 원작만화를 전혀 모르기 때문에 아무 선입견 없이 감상에 임할 수 있었지요. 처음부터 긴장감과 몰입도가 상당하고, 주인공 이윤성 역할을 맡은 이민호는 캐릭터에 자신을 일치시키려고 노력한 흔적이 엿보이더군요. 아직은 자기 출생의 비밀을 모르던 17세 소년 시절의 티없는 싱그러움도 잘 나타냈고, 모든 사실을 알고 나서 냉혹한 킬러로 훈련받아 변신한 24세 청년의 어두운 카리스마도 제법 그럴듯하게 표현했습니다. 이윤성의 캐릭터는 다중적인 면이 있어서 표현하기 쉽지 않은데, 이만하면 일단 합격점을 주어도 될 듯 싶습니다. 드라마의 시작은 1983년에 일어났던 실화, 아웅산 테러사건에서부터 비롯됩니다. 북한은 당시 버마를 방문 중이던 대통령을 노리고 테러를 감행했으나..
'프레지던트'의 후속작으로 KBS 수목드라마 '가시나무새'가 방송되기 시작했습니다. 오랜만에 비극적인 멜로의 분위기에 취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터라 조금은 기대를 하고 1회를 시청했는데, 안타깝게도 느낌이 썩 좋지는 않군요. 시청률 면에서도 저조했지만 역시 더욱 큰 문제는 기본적 설정에 있었습니다. 미모와 연기력을 겸비한 김민정과 한혜진에 요즘 대세남인 주상욱까지 가세했지만, 이렇게 부실한 기반 아래에서 제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1. 세 명의 주인공에 똑같은 출생의 비밀? 아기 때부터 고아원에서 자란 서정은(한혜진, 아역 김소현)은 언제나 엄마를 그리워합니다. 자기를 버린 것도 원망하지 않고, 어떻게든 엄마를 찾아서 정을 나누며 친하게 지내고 싶어합니다. 중학생이 된 정은은 경찰서에 ..
배우 이현진은 1985년생으로 올해 26세이며, 브라운관에 데뷔한 것은 1997년 후반의 시트콤 '김치치즈스마일'을 통해서였습니다. 저는 이제껏 만 3년 동안 그가 출연한 작품을 거의 다 보았군요. 이현진 때문에 일부러 찾아다니면서 본 것은 아니고, 그냥 재미있는 작품을 고르다 보니까 그렇게 된 것이었지요. 그만큼 이현진은 신인치고 아주 작품 운이 좋은 배우였습니다. 데뷔작인 시트콤 '김치스'는 그 전작인 '거침없이 하이킥'의 명성에 비한다면 미약했으나 그래도 나름대로의 고정팬을 갖고 있는 좋은 작품이었지요. 저는 그 작품을 통해서 엄기준이라는 배우를 처음 알았습니다. 이현진은 엄기준의 동생 역할이었는데, 대학생이며 동시에 수영선수였기때문에 모델 출신의 멋진 몸매도 항상 뽐낼 수 있었고(당시 신인배우였던..
외국 드라마에는 좀처럼 취미를 붙이지 못하는 저이지만, 정원창, 임의신 주연의 대만판 '장난스런 키스'는 6~7회까지 본 적이 있습니다. 썩 제 취향이 아니라서 대략 그쯤에서 접었지만 느낌이 나쁘지만은 않았어요. 그리고 아무리 오글거리는 드라마라도 볼만하게 재탄생시켜 주실 것 같은 황인뢰 감독에 대한 신뢰 때문에 이번에도 관심을 갖고 첫방송을 지켜 보았습니다. 방송 전부터 가장 큰 관심을 모았던 김현중, 그가 맡은 역할은 남자 주인공 백승조입니다. 머리 좋고 전교1등을 놓치지 않는 성적에 키 크고 잘 생긴, 상위 1%의 모든 것을 다 갖춘 소년이죠. (고3이니까 이제 곧 청년입니다만^^;;) 오늘 아침의 뉴스들을 살펴보니 전작 '로드넘버원'의 평균 시청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조한 시청률의 책임을 거의 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