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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백' 이현우 VS 노영학, 전혀 다른 매력을 뽐내다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계백

'계백' 이현우 VS 노영학, 전혀 다른 매력을 뽐내다

빛무리~ 2011. 8. 2.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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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세대의 피맺힌 비하인드 스토리가 일단락되고, 드디어 주인공들의 아역들이 등장했습니다. 사실 아역을 맡기에는 이제 꽤 나이가 많은 친구들이죠. 계백 역할의 이현우와 의자왕 역할의 노영학은 1993년생으로 올해 19세이니 몇 개월만 지나면 스무살의 성인이고, 특히 여주인공 은고의 어린 시절을 맡은 박은빈은 그들보다 한 살 많은 1992년생으로 현재 대학생입니다. 은고 역할의 성인 연기자 송지효와 박은빈의 나이차는 겨우 11세에 불과한 데다가, 설상가상 스무살에 접어든 박은빈의 외모가 급격히 성숙해짐으로써 송지효와 별 차이가 없어 보일 지경이니 아역이라고 하기는 좀 민망하더군요.

그래도 계백 역할의 이서진과 의자왕 역할의 조재현은 40대의 장년이라서 아역들과 뚜렷한 차별화가 이루어지니 훨씬 자연스럽게 느껴집니다. 등장하자마자 종횡무진 대활약을 펼치는 이현우와 노영학의 능청스러운 연기력에 힘입어, 계백과 의자왕의 캐릭터는 벌써부터 생생히 살아 숨쉬기 시작했습니다.

2회 엔딩에서 무진(차인표)은 위제단 살수들의 집중 공격을 받고 한쪽 팔이 잘렸으나, 만삭의 아내를 품에 안고 절벽 아래로 몸을 날려 깊은 바닷속으로 빠져들었지요. 항상 그렇듯 주인공(또는 주인공의 부모)은 중상을 입은 채 물에 빠졌어도 멀쩡하게 잘만 살아나는데, 시체를 찾지 못한 악당들은 또 언제나처럼 그들이 죽었을 거라고 확신하며 돌아가 자기 상전에게 안심하라 고해바치는군요. 위제단의 우두머리 귀운(안길강)도 예외는 아니어서 그의 보고를 받은 사택비(오연수)는 무진이 죽었다고 믿게 되는데, 잠시 무진과의 지난날을 떠올리며 애상에 젖는 모습은 사이코패스 같은 그녀에게서 일말의 인간미를 느끼게도 했습니다.

무진의 아내 명주(정소영)는 계백을 낳다가 세상을 떠나고, 그 후로 십수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명주가 해산할 당시 위기에 처한 부부를 도와준 사람은 대략 2살 가량의 사내아이를 홀로 키우고 있던 과부(?) 을녀(김혜선)였지요. 아내를 잃고 갓난 계백을 혼자 키울 수 없었던 무진은 을녀와 혼인하여 그 아들 문근(이민호)과 더불어 4인 가족을 이루고 살게 됩니다. 계백은 을녀를 친어머니로, 문근을 친형으로 여기며 아주 해맑고 건강한 소년으로 자라났습니다.

하지만 십수년 동안 무진은 현재가 아닌 과거에 머물고 있었군요. 용맹하던 그가 허구헌날 술독에 빠져서 지내는 이유는 아직도 죽은 아내에 대한 그리움으로 애간장이 찢어지기 때문입니다. 대장장이 천돌(권용운)과 마주앉아 술잔을 기울일 때마다, 죽은 아내의 이목구비를 떠올리며 보고싶다 애처롭게 중얼거리는 모습은 좀 당황스러울 정도였습니다. 그러다가 때로는 살인청부업자 독개(윤다훈)를 찾아가 그의 청부살인을 도와주고, 그 대신 위제단에 들어갈 기회를 잡아달라 요청하기도 합니다. 원수를 갚기 위해 적들의 심장부로 잠입할 생각인가본데, 어떻게 적들로 하여금 무진 장군의 얼굴을 못 알아보게 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아내를 아끼는 남편의 모습이야 더없이 감동적이지만, 죽은 뒤 오랜 세월이 흘렀고 엄연히 현재의 가족들이 있는데 과거에만 얽매여 살고 있는 무진의 모습이 저는 적잖이 실망스러웠습니다. 아무래도 나중에 가서 삼국유사에 기록된 계백의 '가족 몰살 사건'을 부인하기 위해, 처음부터 그 부자(父子)의 캐릭터를 지나치게 로맨틱한 순정남으로만 설정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예요. (관련글 : '계백'의 주인공 살리기 시스템, 그 3가지 증거) 계백 또한 아버지 무진을 그대로 닮았는지, 여자에게 좀 너무하다 싶을 만큼 빠져드는 순정남의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더구나 은고는 짝사랑의 대상일 뿐인데 말이죠.

이렇게 되면 부드러움이 넘쳐서 강렬함이 확 죽어 버립니다. 현대극에서는 괜찮지만 사극에서는, 더구나 영웅담의 주인공으로서는 좀 아닌 것 같습니다. 혼자서 예닐곱 명에 달하는 거리의 왈자패들을 단숨에 제압하고 우두머리가 되는 모습은 과연 영웅의 새싹다운 멋진 모습이었지만, 은고에게 보이차를 선물하려다가 거절당하고 뺨까지 맞아 놓고도 술자리에서 해롱해롱 그녀를 떠올리며 좋다고 웃는 모습은 어딘가 많이 모자라 보였거든요.

어쨌든 어린 시절의 계백은 지극히 다정하고 부드러운 매력으로 어필하고 있습니다. 특히 대낮부터 술에 취해 길거리에 쓰러져 있는 아버지 무진을 탓하지도 않고, 오히려 활짝 웃으며 "제가 나중에 돈 많이 모아서 꼭 아버지 호강시켜 줄게요!" 라고 외치던 모습... 집에 들어오실 때는 어머니를 위해서 비녀라도 사 오시라고 쌈지돈까지 쥐어 주던 착한 아들의 모습은 퍽이나 인상적이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어렸을 때부터 저렇게 가정적이던 사람이 나중에 전쟁터에 나가면서 온 가족을 제 손으로 죽일 수는 없을 것 같네요.   

한편 의자왕의 캐릭터는 훨씬 역동적이고 양면성 있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그는 어린 나이에 모친인 선화왕비의 비참한 최후를 눈앞에서 목격했고, 그 자신도 사택비가 보낸 자객들에 의해 죽을 고비를 넘겨야 했습니다. 그러다가 모친이 혈서로 남긴 유언장을 읽고는 절치부심 복수를 꿈꾸며 다시 궁으로 돌아왔지요. 힘을 갖출 때까지는 사택비의 마수를 피해 엎드려야만 했기에, 궁 밖에서 사고를 당한 후 바보가 되어버린 것처럼 위장하고 십수년을 살아왔습니다. 노영학 군의 실성한 듯한 바보 연기는 그야말로 일품이더군요.

그러나 사택비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습니다. 어린 소년의 위장에 까맣게 속아넘어갈 정도로 그렇게 만만한 악역은 아닌 것이죠. 아직도 무왕은 무능하기 이를 데 없고 원수는 서슬 퍼런 기세가 등등하니, 덕분에 의자 왕자의 하루하루는 살얼음판 위를 걷는 듯 아슬아슬합니다. 마음속에서는 복수의 칼날이 날카롭게 벼려졌지만, 십수년째 바닥에만 납작 엎드린 채 도무지 몸을 일으킬 수가 없으니 자칫하면 벼려진 칼날이 제 가슴을 찌를 수도 있는 위태로운 형국입니다.

1, 2회의 엔딩은 무진 장군의 비장한 표정으로 장식되었으나, 3회의 엔딩은 의자 왕자의 허당스런 표정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이는 초반에는 주인공 계백보다 의자왕 중심으로 드라마가 진행될 거라는 예고로 풀이됩니다. 짐작컨대 의자왕의 캐릭터는 오랜 고통을 홀로 견뎌내야 했던 만큼 계백처럼 부드러운 매력이 아니라, 지극한 강인함과 약간은 잔인하다 싶을 정도로 냉철한 매력을 어필하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렇게 '계백' 3회에서 이현우와 노영학은 각각 밝음과 어두움, 부드러움과 냉철함의 전혀 상반된 매력으로 화려한 존재감을 뽐냈습니다. 이 친구들이 초반부터 너무 캐릭터를 확고하게 잡아 놓으면, 이서진과 조재현이 아무리 베테랑 연기자라 해도 조금은 부담을 느끼게 될 듯 싶군요. 아역들이 등장하면서 드라마는 더욱 재미있어졌습니다. 앞으로 이들의 만남과 충돌, 오해와 화해 등이 어떻게 이루어져 갈지 퍽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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