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백청강 (27)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가녀린 몸매에 하얀 면사포를 쓴 채 '화장을 고치고'를 열창하는 그녀(?)의 목소리는 한없이 애절했다. 힘 있고 카랑카랑한 고음 속에는 연인과의 이별 후 재회를 갈망하는 여인의 애틋한 마음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운 나쁘게도 지각없는 방청객이 흘린 스포를 먼저 접했던 시청자들을 제외한다면, 단언컨대 하얀 면사포 속 '미스터리 도장신부'의 정체가 남자라는 사실을 알아차린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치렁치렁한 면사포 가면을 벗어던진 '도장신부'가 짧은 머리카락을 휙휙 털어내릴 때, 다소곳한 여인이 갑자기 터프한 청년으로 변신하는 광경을 눈앞에서 지켜본 사람들은 그대로 얼어붙지 않을 수 없었다. '위대한 탄생' 시즌1의 우승자로서 한창 활발히 활동하던 가수 백청강은 어린 나이에 직장암 판정을 받고 2년 동안이나 ..
아무리 생각해도 '위대한 탄생3' 제작진이 선택한 서바이벌 방식은 최악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습니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오디션 참가자들을 아무 의미도 없는 '나이'와 '성별'에 따라 4개의 그룹으로 구별해 놓은 걸까요? 이 방식에는 '위대한 캠프'를 구성할 때부터 치명적인 오류가 있음이 벌써 입증되었건만, (관련글 : 위대한 탄생 시즌3의 세 가지 무리수) 제작진은 수많은 성토의 소리에 전혀 귀 기울일 생각이 없나봅니다. 그 어처구니 없는 서바이벌 방식을 생방송에 들어와서까지 꿋꿋이 적용하고 있네요. 공중파 방송의 대국민 오디션에서 도대체 '나이'와 '성별'이 왜 탈락의 이유가 된단 말입니까? 일개 기획사의 오디션이라면 각 회사의 방침에 따라 규정되는 것이니 그럴 수도 있겠지만, 전 국민을 대상으로 문..
멘토 이선희의 두 제자, 일명 '배구남매'라 불리는 배수정과 구자명의 결승 진출로 인해, 한국 오디션 프로그램 역사상 최초로 결승전에서의 남녀 대결이 이루어졌습니다. 주로 남성 참가자들에게 집중되는 문자투표의 영향 때문인지, 이제껏 결승에 진출한 여성 참가자는 전무했었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배수정의 승승장구는 매우 신선하고 이색적인 풍경이었으며, 어쩌면 최초로 여성 우승자가 탄생할지 모른다는 기대감도 품게 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배수정의 쾌속질주는 준우승에 머물렀고, '위탄2'의 우승은 축구선수 출신의 파워보컬 구자명에게로 돌아갔습니다. 결승전에서 두 사람에게 주어진 미션은 '그대에게' 였지요. 누군가에게 꼭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노래에 담아서 부르라는 것이었습니다. 배수정은 돌아가신 아버지의 애창곡이었..
우여곡절 끝에 TOP3까지 진출했던 '어둠의 마성' 전은진이 탈락함으로써, 이선희의 제자인 배수정과 구자명이 나란히 결승에 진출했습니다. 여러가지로 '시즌1'과 차이점을 보이고는 있지만, 결국은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과 확연히 구별되는 '위탄'만의 특징이 강하게 증명되었군요. 누가 뭐래도 '위탄' 시리즈의 특징은 '멘토제'라고 할 수 있겠지요. 5명의 심사위원들로 하여금 각자 4명씩의 제자를 선발하여, 스승과 제자의 각별한 관계를 맺고 교육시키도록 하는 그 '멘토제'는 '위탄'의 가장 큰 장점이면서 동시에 단점이기도 합니다. 장점은 멘토와 멘티가 확정되면서부터 생방송 무대가 시작되기 직전까지, 각 멘토스쿨의 훈련 과정을 엿보는(?) 재미가 쏠쏠하다는 것입니다. 5명의 멘토는 모두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로 ..
의외의 결과는 아니었습니다. 50kg의 무대를 보는 순간부터 매우 과감한, 또는 무리한 편곡이라는 느낌이 들었지요. 그들의 원래 스타일과도 맞지 않고 대중의 기호에도 맞지 않을 듯한, 엄청난 모험이었습니다. 어쩌면 우승이 어렵다는 것을 예감한 나머지, 그럴 바에야 전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서 하고 싶었던 음악적 시도나마 원없이 해보고 끝내자 하는 듯한 느낌도 약간 들더군요. 다른 참가자들도 이번 무대에서는 제 기량을 충분히 발휘 못한 느낌이 전체적으로 있었지만, 50kg의 탈락을 미리 예측하기는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이번 주의 '위탄'에서는 TOP4에 진출한 멘티들이 각자 자신의 멘토와 함께 꾸미는 무대가 방송되었습니다. 모든 무대가 훌륭했지만 그 중에도 역시 압권이었던 것은 이선희 멘토와 구자명, ..
오랜만에 '남자의 자격'을 보았습니다. 언제부턴가 너무나 구태의연해진 우려먹기식의 아이템에 질리면서 눈길이 끌리지 않더군요. 그러나 이번 주에는 젊은이들로 가득찬 강당의 무대에 서서 강연을 하고 있는 김태원의 모습을 얼핏 보는 순간, 채널을 돌릴 수가 없었습니다. 무슨 말인지 내용을 듣기도 전에, 그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마음이 괜시리 따스해지면서 위로받는 느낌이 들었던 겁니다. 참 오랜만이었습니다. 어떤 것에서 위로를 받고 즐거움을 느끼는가는 사람마다 다르지요. 제 경우는 한동안 김태원의 '언어'가 그 역할을 담당해주고 있었습니다. 물론 그의 음악도 좋았지만, 음악 중에서도 특히 가사가 좋았습니다. '위대한 탄생'의 멘토를 맡아 백청강, 이태권 등의 제자들을 이끌면서 해주었던 말들도 모두 제 마음에 햇..
이제껏 시청하지 않고 있던 'K팝스타'를 갑자기 보게 된 이유는, 생각지도 않은 박진영의 눈물 때문이었습니다. '1박2일 시즌2'가 끝나고 나서 무심히 채널을 돌렸을 때는 마침 박진영이 한 명의 탈락자를 발표하려는 순간이었는데, 자제심을 잃은 듯 울먹거리며 떨리는 목소리를 듣고는 얼마나 놀랐는지 모릅니다. 좀처럼 울지 않을 것 같은 박진영이 그런 태도를 보이는 것 자체가 놀라웠지만, 멘트의 내용 또한 심상치 않았습니다. "이분이 저희 심사위원 점수에서는 최하위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문자투표와 사전투표에서 너무 점수가 안 나와서, 저희 심사위원들의 생각이 어쩔 수 없이 꺾였습니다... 좀 안타깝네요... TOP9 마지막 진출자는 심사위원이 아닌, 국민들의 투표로 결정되었습니다.." 그의 입에서 마지막 합..
TOP6 생방송 경연의 주제가 '밴드' 음악임을 알았을 때, 참가자들이 과연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약간은 염려가 되었습니다. 그 동안 오디션 프로그램을 시청할 때마다, 아마추어 뮤지션들에게 있어 밴드 음악은 매우 소화하기 어려운 장르임을 느껴왔기 때문입니다. 평소 성량이 좋다고 생각했던 참가자들의 목소리도 강렬한 사운드의 밴드 연주가 시작되면 맥을 못 추고 그대로 묻혀버리는 경우를 많이 보았었죠. 아니나 다를까, 경연을 보니 저의 우려가 상당부분 적중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구자명이 선택한 노래는 버즈의 '가시'였습니다. 민경훈이 특유의 굵직한 목소리로 애절하게 부르짖던 창법이 너무 귀에 익어서였을까요? 평소와 달리 힘을 쭉 빼고 가녀린 가성 창법으로 부르는 구자명의 '가시'는 정말 당황스럽더군..
'나는 가수다' 시즌1이 마무리되었습니다. 좀 아슬아슬하긴 했지만 김경호는 명예졸업에 성공함으로써 유종의 미를 거두었군요. 명예 졸업보다 더 감동적인 것은 김경호의 수상 소감이었어요. '나가수'에서는 너무도 건강하고 활기찬 모습만 보여주었기에, 그가 한동안 희귀병으로 투병하며 많이 아팠던 사람임을 잊고 지냈거든요. "제가 아프고 나서, 회복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기회를 잡지 못했었는데 이렇게 무대에 세워 주셔서... 다시 회복된 모습으로 노래를 부를 수 있게 해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명예보다도, 알게 모르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신을 염려해 주었을 수많은 사람들에게 건강한 모습으로 보답할 수 있어서 기쁘고 감사하다는 그 말이 저는 참으로 인상적이었습니다. 시즌1의 마지막 무..
지난 주, 정식 출연도 시작하기 전에 대기실에 앉아서 거드름(?)을 피우는 박완규의 모습에 적잖은 사람들이 거부감을 느꼈던 것이 사실입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였는데, 저는 박완규를 위해서보다 김태원 때문에 좀 걱정을 했었습니다. 수렁에 빠진 녀석의 손을 잡아서 기껏 힘들게 끌어올려 줬더니만, 건방진 몇 마디의 말로써 한 방에 훅 가는 거 아닌가 싶어서요. 하지만 이번 주에 첫 출연한 박완규를 보고는 걱정이 씻은 듯 사라졌습니다. 모든 말과 행동이 어찌나 티없이 순수하고 귀여운지, 그저 웃음만 나올 뿐이었거든요. '위대한 탄생'에서 백청강과 이태권에게 퍼붓던 독설 카리스마는 어디로 갔는지, 선글라스마저 벗고 맨눈을 드러낸 박완규의 모습은 그저 순한 양 같았습니다. 애초의 계획과 달리 박완규가 김경호와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