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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수다' 박완규, 강한 척하는 귀여운 허세 로커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나는 가수다' 박완규, 강한 척하는 귀여운 허세 로커

빛무리~ 2011. 12. 19.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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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정식 출연도 시작하기 전에 대기실에 앉아서 거드름(?)을 피우는 박완규의 모습에 적잖은 사람들이 거부감을 느꼈던 것이 사실입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였는데, 저는 박완규를 위해서보다 김태원 때문에 좀 걱정을 했었습니다. 수렁에 빠진 녀석의 손을 잡아서 기껏 힘들게 끌어올려 줬더니만, 건방진 몇 마디의 말로써 한 방에 훅 가는 거 아닌가 싶어서요.

하지만 이번 주에 첫 출연한 박완규를 보고는 걱정이 씻은 듯 사라졌습니다. 모든 말과 행동이 어찌나 티없이 순수하고 귀여운지, 그저 웃음만 나올 뿐이었거든요. '위대한 탄생'에서 백청강과 이태권에게 퍼붓던 독설 카리스마는 어디로 갔는지, 선글라스마저 벗고 맨눈을 드러낸 박완규의 모습은 그저 순한 양 같았습니다.

애초의 계획과 달리 박완규가 김경호와 같은 시기에 출연함으로써 피할 수 없게 된, 긴 머리 로커 두 명의 대결에 많은 사람의 관심이 집중되었습니다. 새 가수에게 주어지는 순번의 혜택을 마다한 박완규가 제일 먼저 공을 뽑고 유유히 물러가자, MC 윤종신이 김경호에게 물었습니다. "박완규씨의 약점이라면 뭐가 있을까요?"
 
그러자 평소 그와 친하게 지내는 김경호는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습니다. "강한 척하는 게 약점이죠. 사실은 굉장히 여린 친구거든요!" 사실 너무 티나게 강한 척하는 박완규의 모습은 제 눈에도 얼마나 우습고 귀여웠는지 모릅니다. 아무리 산삼을 먹었다지만, 영하 6도까지 내려간 한겨울의 날씨에 굳이 런닝셔츠 비슷한 민소매 옷을 입고 다니는 건, 마치 꼬마 골목대장의 허세 같았어요..ㅎㅎ

특히 압권이었던 장면은 갑작스레 방문한 임재범과 마주쳤을 때였습니다. 본인의 스케줄이 바쁜 와중에도 후배를 격려하기 위해 일부러 찾아준 임재범의 따뜻한 마음은 더없이 감동적이었지요.

그런데 방금 전까지만 해도 "형, 순위에 집착하는 거야? 난 상관없어!" 하고 매니저 지상렬 앞에서 한껏 허세를 부리며 거들먹거리던 박완규는, 대기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임재범을 보는 순간, 장난치다 들킨 강아지처럼 깨갱~ 하면서 조용해져 버렸습니다. 평소부터 존경하는 만큼 어려워하던 선배인데, "너 눈이 왜 그렇게 빨개? 잠 못 잤구나?" 하고 만나자마자 정곡을 찔리는 바람에 더욱 그랬겠지요..ㅋㅋ

"지쳐 보이는구나" 하면서 박완규를 토닥인 임재범은 "너 자신의 콘서트라 생각하고 노래에만 집중해라" 하고 조언한 뒤, 자신이 끼고 있던 반지를 빼어 박완규의 손가락에 끼워 주며 말했습니다. "(무대에) 나랑 같이 올라갔다고 생각해!" 이토록 세심한 임재범의 태도로 보아, 박완규가 '굉장히 여린 친구'라던 김경호의 말은 확실히 증명된 셈이었습니다.

아무리 강한 척해도 속은 무척 여린 녀석임을 그의 선배들은 모두 알고 있었던 거겠지요. 겉모습만큼 속마음도 강한 후배라면, 굳이 임재범이 이렇게까지 신경써 주지는 않았을 테니까요. 마음을 비우려는 노력 끝에 어느 정도의 긴장은 극복해낸 듯 싶었지만, 오히려 너무 태연하려는 모습이 제 눈에는 더 약해 보였습니다.

박완규와 헤어진 임재범은 두번째로 적우의 대기실을 찾아갔습니다. 두 사람은 같은 소속사에 있었던 인연으로 오래 전부터 알고 지냈다더군요. 적우는 임재범을 보자마자 "오빠~" 하면서 그의 품에 안겨 울기 시작했고, 임재범은 예전에 흐느끼는 BMK를 달래주던 모습 그대로 적우를 안고 토닥이며 위로해 주었습니다. (솔직히 그 순간, 적우가 어찌나 부럽던지..;;) '나가수' 출연이 결정된 순간부터 지금까지 온갖 비난과 루머에 시달려 온 적우에게, 임재범은 본인의 경험을 토대로 따뜻한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네 눈물의 의미를 내가 알아... 많이 지친 것도 알아... 하지만 이건 피해서 되는 일이 아니야. 이것은 너 혼자만의 전쟁이야... 지금은 귀를 닫고, 너의 노래에만 집중해야 해!" ... 하여튼 오랜만에 '나가수'에서 보는 임재범은 참으로 반가웠지만, 노래를 들을 수 없다는 것은 큰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차라리 안 봤더라면 생각도 안 했을텐데, 사람을 보니까 욕심이 생기잖아요..;;

대기실에서는 허세 부리는 꼬맹이 골목대장 같기도 하고, 선배 앞에서는 순한 강아지처럼 귀엽기도 했던 박완규였지만, 막상 무대에 올라가서는 카리스마 넘치는 검은 표범으로 변신했습니다. "돌아서 눈 감으면 잊을까~" 하고 첫 소절이 시작되는데, 듣는 순간 저절로 감탄이 나올 만큼 멋진 목소리였어요.

故 김현식이 가수로서의 롤모델이라는 박완규는 '나가수' 첫 무대에서 부를 노래로 김현식의 '사랑했어요'를 선택했는데, 본인의 허스키한 음색과 아주 잘 어울렸습니다. 성대가 망가진 이후 가창력이 예전같지 않다는 소문을 심심찮게 들었던지라 '나가수' 무대에서 괜찮을까 조금은 염려를 했었는데, 막상 노래를 들어보니 완전한 기우였더군요.

하지만 과거 생계형 가수로서 무차별 혹사시켰던 성대는 정말 심하게 망가져 버렸고, 불과 1년 전에는 아예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 만큼 악화되었다는데, 심지어 병원에 갔지만 의사도 포기하고 싶어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였다는데, 지금은 이렇게 다시 노래할 수 있을 만큼 회복이 되었군요. 그것은 확실한 기적이었습니다. 가수라는 직업 자체를 포기하고 주저앉으려던 그 때, 손을 잡아 일으켜 준 사람이 바로 김태원이었지요.

김경호의 '아직도 어두운 밤인가봐'도 무척 신나고 좋긴 했지만, 송은이의 말대로 '이유같지 않은 이유' 때의 무대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신선한 느낌은 별로 없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주에 제가 뽑은 1위는 박완규였어요. 원곡을 존중하는 뜻에서 거의 편곡조차 하지 않았는데도 박완규의 강렬한 특징과 매력이 잘 표현되었고, 세상에 없는 선배 김현식을 향한 그리움과 존경의 마음도 그대로 진하게 담겨 있는, 감동적이고 인상적인 무대였습니다.

김경호와 더불어 끝없이 투닥투닥하는 것도 어찌나 정겹고 사이좋아 보이던지 참 부럽더군요. 본인의 말로는, 이번 주에는 좀 경직(?)되었지만 다음 주부터는 아주 난장판을 만들겠다던데, 귀여운 허세 로커 박완규는 앞으로 과연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가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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