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위대한 탄생' 정서경을 위한 조규찬의 진심어린 조언 본문
절대음감 소녀 신예림의 탈락으로 충격을 주었던 윤일상 멘토스쿨의 두번째 탈락자는 고음 부분의 취약점을 꾸준히 지적받아 온 정서경이었습니다. 자연히 생방송 무대에 진출할 두 팀은 '샘 카터'와 '50kg'로 결정되었지요. 어느 정도는 예상했던 결과였습니다. 센치한 외모와 중저음의 보이스는 상당히 매력적이지만 음역대가 지나치게 좁은 관계로, 다양한 곡들을 소화해내기는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제가 보기에는 경쟁력이 매우 부족하다 싶은 참가자였기 때문에, 윤일상이 자신의 멘티 중 한 명으로 그녀를 선택한 것이 오히려 놀라움이고 뜻밖이었습니다.
정서경도 자신의 취약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든 극복하기 위해 고음 위주로 연습을 참 많이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워낙 타고난 음역대가 좁은데 연습만으로 고음이 가능해지는 것은 아니었지요. 오히려 성대에 무리가 가는 바람에 정서경은 최종 경연을 앞두고 심하게 목을 상하고 말았습니다. 그녀의 선곡은 김범수의 '보고 싶다' 였는데, 가뜩이나 허스키한 음색에 무리한 연습의 티가 역력한 쉰소리가 더해지니 참 안스러운 느낌이 들더군요. 게다가 저음역에서마저 음정이 많이 불안했습니다. 감정 표현은 좋았지만 노래 자체만으로 판단하면, 오늘의 탈락자는 바로 그녀가 될 것임을 곧바로 짐작할 수 있게 하는 무대였지요.
최종 경연을 위해 윤일상이 초대한 특별 심사위원들은 가수 바다, 이현우, 김정민, 조규찬, 이렇게 네 명이었습니다. 그 중 바다와 이현우는 정서경이 자신의 이야기를 말하듯이 노래할 줄 아는 능력을 지녔다면서 칭찬했으나, 김정민은 단지 음색만 매력적일 뿐 음정과 감정의 컨트롤이 부족하다는 혹평을 내놓았습니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이어진 조규찬의 심사평에서, 저는 생각지도 못한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학창시절부터 심하게 앓았던 안면마비 증세 때문에 웃음을 거의 잃어버렸다는 조규찬은, 오늘도 어쩌면 차가워 보일 만큼 담담한 표정과 나직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지만 오히려 그 느낌은 너무나 따스했습니다. 추운 겨울날 밖에서 돌아와, 대야에 따끈한 물을 담아놓고 차갑게 얼어 있던 두 발을 푹 담그는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가슴 속으로 갑작스레 밀려들어온 그 따스함은 한동안 저를 멍하니 취해 있게 했습니다.
"정서경씨... 지금 이 경연과 상관없이 앞으로 음악을 하시면서, '킴 칸스'라는 아티스트의 노래를 꼭 들어 보셨으면 좋겠어요. 고음이라는 것은 그림으로 얘기하면 여러가지 색깔 중 하나의 색깔이거든요. 물감의 색깔과도 같은 거예요. 그 색깔을 가지고 있으면서, 경우에 따라 쓰느냐 안 쓰느냐를 선택할 수 있다면 더 좋겠지요. 하지만 그 색깔이 없어도 그림은 그릴 수 있어요. 그러니까 고음도 연습을 하시되, 본인이 가진 아름다움이 무엇인가를 잘 파악하셔서 그것을 더 개발해 나가시면 훌륭한 아티스트가 되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잘 들었습니다."
가수의 꿈을 키우며 언제나 고음 불가의 성대 때문에 혹독한 맘 고생 몸 고생을 해왔던 정서경에게 "고음은 한 가지 색깔에 불과하며, 그 색이 없어도 그림은 그릴 수 있다" 고 말해준 조규찬의 조언은 얼마나 따스했을까요? 조규찬이 정서경에게 들어보라고 추천한 '킴 칸스'의 노래하는 모습이 참고 영상으로 잠깐 화면에 잡혔는데, 그 여자의 목소리는 정서경보다 훨씬 더 심한 허스키 보이스였고 역시 고음에 취약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런데도 훌륭한 싱어송라이터로서 세계에 자신의 이름을 알린 사람이니 정서경에게는 그 존재만으로도 힘이 되는, 누구보다도 좋은 롤모델이 될 것입니다.
정서경은 처음부터 자신을 믿어 주고, 끝없이 격려하면서 지금 이 자리까지 오게 해준 윤일상에 대한 고마움이 너무 앞서는 바람에, 조규찬이 그 짧은 만남 동안 자신에게 얼마나 큰 도움을 주었는지를 얼른 깨닫지 못한 듯 싶더군요. 하지만 나중에라도 그 말들을 가슴 깊이 떠올린다면, 제가 느낀 것보다 훨씬 더 커다란 고마움과 따스함에 눈물을 흘리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조규찬, 볼수록 참 매력적인 사람이네요.
워낙 짧은 시간에 노래를 익혀야 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이기에 한국인 참가자들도 가사 실수가 잦은데, 외국인으로서 뼈를 깎는 노력을 거듭하여 한 마디의 실수도 없이, 멋진 음색과 짙은 감정 표현까지 더해서 이은미의 '애인 있어요'를 소화해낸 샘 카터의 무대는 나무랄데 없이 훌륭했습니다. 노래를 마치자마자 눈물을 주르륵 흘리는 모습이 무척 안스럽더군요. 낯선 곳에 와서 적응하는 것만도 힘들텐데, 어려운 노래까지 익히느라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까 짐작이 되어서요. 시즌1에서 '셰인 요르크'군을 볼 때마다 느꼈던 그 감정이, 샘 카터를 보면서 다시금 생생히 되살아났습니다. 이 친구도 셰인처럼 잘 되었으면 좋겠네요.
수준급의 노래와 랩 실력에도 불구하고 외모 때문에 많은 설움을 겪어야 했던 50kg의 앞날에도 행운이 있기를 바랍니다. 윤일상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털어놓는 그들의 진솔한 고백은 정말 가슴이 찡했습니다. "그 동안 참 많이 행복했어요. 예전에는 오디션에 갔다가... 못생겼다고... 노래는 부르지도 못하고 그냥 돌아가야 했던 적도 많았거든요. 그래서 우리는 정말 안되나보다 하는 열등감도 많았는데... 너무 행복하고 감사합니다...!!!" 외모가 잘나지 못했다는 이유로 노래도 안 듣고 돌려보내다니... 더구나 그런 어처구니 없는 경험을 한두 번도 아니고 꽤 많이 했었다니, 참 엿같은 세상이죠?;; 하지만 이제 좋은 인연을 만났으니, 그들의 앞날에는 반드시 햇빛이 쨍쨍할 것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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