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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심장' 이승기가 구해낸 조정린의 잔인한 얼굴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강심장' 이승기가 구해낸 조정린의 잔인한 얼굴

빛무리~ 2011. 12. 2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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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특집으로 꾸며진 '강심장'은 화려한 게스트로 가득했습니다. 예능에서 만나기 어려웠던 여배우 김현주와 삼촌들의 로망 아이유, 훤칠한 비주얼의 이정진과 류태준 등 훈남들까지 함께 한 자리였지요. 하지만 그들이 야심차게 털어놓은 이야기보다, 어떤 스쳐 지나가는 한 장면이 제 마음속에 남았습니다.

방송이 시작될 무렵, 언제나처럼 고정 패널들의 엽기적인 분장쇼가 짧게 펼쳐졌습니다. 사람을 한껏 기괴한 모양으로 꾸며놓고 웃음을 주는 것인데, 주로 정주리와 신동이 희생양(?)이 되곤 했지요. 개인적으로 제 생각에는 재미도 없고 민망할 뿐이어서 그 코너를 없앴으면 하는 바램도 있지만, 오히려 그게 아니면 방송 내내 한 번도 주목받지 못하고 앉아 있어야 할지도 모를 희생양들의 입장에서는 가장 고맙고 소중한 코너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모든 일은 어느 각도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느낌이 달라지는 법이니까요.

이번 주 엽기 분장쇼의 주인공은 정주리와 조정린이었습니다. 크리스마스 트리녀로 분장한 정주리는 녹색 가발과 녹색 털옷을 입고 있었는데 평소에 비하면 아주 심플하고 무난한 편이더군요. 하지만 눈꽃 모양의 장식을 달고 얼음공주로 변신한 조정린의 분장은 만만치가 않았습니다. 번쩍이는 은색 옷이며 가발까지는 그렇다 하더라도, 얼굴 전체에 덕지덕지 칠해 놓은 은색 물감은 보기만 해도 얼굴이 당기는 느낌이었거든요.

심지어 조정린의 얼음공주는 이정진과 퍼포먼스를 벌인 정주리의 트리녀에 가려져서 상대적으로 주목받지도 못했습니다. 예전에 '남자의 자격'에서 '이성친구 만들기'라는 주제로 방송이 꾸며질 때, 특별 게스트로 초대된 정주리가 이정진과 짝이 되면서부터 그들의 독특한 친분 관계가 시작되었었죠. 언제 어디서든 마주칠 건수만 있으면 정주리는 일방적으로 이정진에게 들이대고, 이정진은 바뀐 전화번호도 알려주지 않을 만큼 슬슬 피하는 양상을 보였지만, 사실 두 사람은 은근히 친해 보인다는 것이 제 느낌입니다.

모처럼 이정진이 '강심장'에 출연함으로써 다시 두 사람이 한 자리에 있게 되자, 주변에서는 모두 이정진을 부추기며 정주리의 트리에 장식을 좀 해주라고 등을 떠밀었습니다. 이정진은 머리에 씌우는 용도의 장식품을 들고 나가서는 정주리의 얼굴을 정통으로 가리며 "이렇게 붙이면 되는 건가?" 하는 식으로 웃음을 자아냈고, 앙탈과 애교를 동시에 부리던 정주리는 어김없이 이정진을 덥썩 끌어안는 만행(?)을 저지르며 짧은 분장쇼가 마무리되었습니다. 그러는 동안 얼굴에 은칠을 한 조정린은 뒤편에서 멀뚱히 보고 있더군요..;;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게스트들의 토크가 흥미진진하게 한참이나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얇은 반팔 티셔츠를 입고 출연한 류태준에게로 마이크가 넘어갔습니다. 류태준이 토크를 시작하려는 순간, 옆에 앉아 있던 개그맨 변기수가 불쑥 나서며 말했습니다. "저기 죄송한데, 누가 류태준씨한테 긴팔 옷 좀 갖다 주시면 안 돼요? 팔에 닭살이 오돌도돌 다 올라와서 보는 제가 더 추워요~" 그러고 보니 두 팔을 손으로 쓰다듬는 것이 꽤나 추워 보이더군요. 크리스마스 특집에서 홀로 닭살 투혼을 벌이는 폼생폼사 류태준 때문에 스튜디오 안은 온통 웃음바다가 되었습니다.

MC 이승기가 류태준에게 "안 추우세요?" 하고 묻자, 류태준은 애써 태연한 표정으로 "괜찮아요, 괜찮아요" 하더군요. 하지만 옆에서 변기수가 "뭐가 괜찮아요. 팔이 시퍼런데 지금~" 그러는 바람에 다시 웃음이 터졌지요. 그 때 이승기가 말을 꺼냈습니다. "류태준씨도 그렇지만, 조정린씨... 얼굴 좀 씻고 오셨으면 좋겠어요. 얼굴이 굳어서 제대로 웃지도 못하고 계세요..ㅜㅜ" 앗, 그러고 보니 오프닝에서 얼음공주 분장하고 잠깐 등장했던 이후로 한참동안 그녀의 얼굴을 못 보았는데, 아직도 그 모양 그대로 앉아 있었던 거였습니다.

피부에 물감이 묻으면 그것은 굉장히 빨리 건조되어 딱딱해지고, 잠시 후면 공기가 통하지 않는 피부는 당기고 굳어져서 나중엔 찢어질 듯한 통증까지 느끼게 됩니다. 물론 인체 분장용으로 특수 제작된 물감은 좀 나을지도 모르지만 크게 다르지는 않을 듯 싶군요. 더구나 조정린처럼 온 얼굴에 떡칠을 해놓은 상태라면 얼마나 답답하고 힘들었겠습니까? 게스트의 토크가 진행되는 동안 고정 패널들은 거의 화면에 비춰지지도 않고 뒤편에 앉아 있을 뿐인데, 차마 그 자리를 떠날 수 없어서 고통을 꾹꾹 참고 있었다니 참 연예인도 어지간히 힘든 직업이라는 생각이 새삼 들었습니다.

만약 이승기가 그녀의 고충을 민감하게 알아차려서 씻고 올 기회를 주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화려한 일일 게스트로 가득한 스튜디오 안에서는 아무도 그녀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을 것이고, 조정린은 그렇게 방치된 채로 6~7시간 이상의 녹화가 진행되는 동안 계속 그 상태로 버텨야 했을지도 모릅니다. 그쯤 되면 피부도 엄청나게 망가졌을테죠. 이승기에게서 나이답지 않은 성숙함과 배려심을 발견하는 일이 드문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잠깐 스치는 한 장면에서도 감동을 선사해 주는군요. 크리스마스 특집으로 꾸며진 '강심장'에서, 조정린에게 이승기는 산타 할아버지보다 고마운 존재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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