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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상우의 유턴송, 대박이다! 심오한 가사의 의미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안녕하세요' 이상우의 유턴송, 대박이다! 심오한 가사의 의미

빛무리~ 2011. 12. 27.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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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의 말 못하던 고민을 속시원히 전국민 앞에 털어놓음으로써 해결책을 찾거나 마음의 상처를 치유한다는 컨셉으로 방송되는 예능 프로그램 '안녕하세요'는 이제껏 연예인이 아니라 일반인이 주인공이었습니다. 어떤 톱스타가 일일 게스트로 출연한다 해도 막상 고민의 주인공이 등장하는 순간부터는 모든 시선이 그 쪽으로 쏠리게 마련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이번 주에는 특별히 연예인들이 직접 고민의 주인공으로 나섰군요.

어떤 사람에게서 예상치 못한 의외성을 발견할 때, 그 신선한 충격은 대단한 매력으로 느껴지기 쉽습니다. 이번 주 고민의 주인공으로 등장한 연예인들도 대중이 알지 못했던 의외의 모습을 선보였는데, 그들이 고민이라며 호소한 내용들 역시 오히려 색다른 매력으로 다가오더군요. 특히 삼촌들의 로망이며 국민 여동생인 아이유가 맨 처음에 등장해서는, 피가 뚝뚝 떨어지는 생간을 그 새초롬한 입으로 너무나 맛있게 먹는 모습은 충격적이면서도 거부감이 들지 않고 참 예뻤습니다.

생간이나 천엽 등의 음식을 워낙 즐기는데, 평소 자신의 이미지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회사측에서 자주 먹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 아이유의 고민이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이미지와 맞지 않기 때문에 더 신선한 매력으로 어필되었던 것 같습니다. 얄미울 만큼 새침하게 생겼는데 의외로 가림없고 털털한 면모를 발견할 수 있었으니까요. 또한 너무 청순한 이미지로만 가는 것보다는 약간 구미호(?) 같은 느낌이 더해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더군요. 하얀 얼굴로 피비린내를 즐기는 그녀의 식성은 대박이었습니다.

하지만 아이유보다 더 충격적인 고민은 미남 탤런트 이상우의 것이었습니다. 얼마 전 종영한 '천일의 약속'에서 수애의 사촌오빠로 등장한 이상우에게 러브라인을 살짝 기대했을 만큼, 저로서는 상당히 좋아하는 배우인데요. 짐승남도, 나쁜 남자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착한 남자도 아닌 이상우의 매력은 아주 독특합니다. 단정하고 사려깊으면서도 때로는 매섭게 똑 부러지는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그런데 이상우는 연기자이면서도 엉뚱하게 작곡 욕심이 대단하더군요. 물론 요즘은 만능 엔터테이너가 대세이므로 얼마든지 가수도 연기를 하고 배우도 노래를 하는 시대입니다만, 문제는 욕심과 집념에 비해서 이상우가 갖고 있는 음악적 지식이나 능력은 너무나 초보적인 수준으로 보였다는 것입니다. 무려 18년 동안이나 기타를 쳐 왔다면서 기본 코드조차 쉽게 잡지 못해서 버벅거리고, 작곡까지 할 만큼 노래를 좋아하고 즐긴다면서 자기 노래의 첫음을 못 잡아서 헤매는 그 정도의 음감이라면 평범한 사람의 수준도 못 되는 것 같았습니다.

어린애처럼 단순하달까, 어눌한 노래 솜씨도 버벅거리는 기타 솜씨도 4차원처럼 느껴지는 가사도, 처음엔 그저 허당스럽고 코믹할 뿐이었습니다. 순수해 보여서 좋기는 했지만 음악적으로 높이 평가할 부분은 없는 것 같았지요. 그래서 이상우는 진지하게 연주하고 노래하는데 남들은 그것을 들으면서 킥킥 웃었고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런데 잠시 후 제 생각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회사 연못에서 가재와 함께 키우던 철갑상어의 죽음을 애도하며 지었다는 자작곡 '상어송'은 다른 어느 방송에서도 들어본 듯한 기억이 어렴풋이 나긴 하더군요. "상어가 가재한테 물렸네 / 그래서 죽었네 / 그래서 건졌네 / 상어는 두 마리 가재는 세 마리 / 상어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이것이 전곡인데요, 마냥 우스꽝스럽다고 생각했던 이 가사가 나중에 생각해 보니 그렇지만도 않더군요. 그 이유는 좀 나중에 밝히겠습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1년 반 전부터 만들기 시작했지만 아직도 완성하지 못한 채 끙끙 앓고 있는 또 다른 노래 '유턴송'이었습니다. 막히는 길을 운전해서 가던 중에 옆에 있던 친구가 "차라리 유턴을 할 걸 그랬어" 라고 말하는 순간 이 노래의 영감이 떠올랐다는군요. "차라리 유턴을 할 걸 그랬어 / 얼마나 빨리 간다고 / 차라리 유턴을 할 걸 그랬어 / 알지도 못한 길인데 / 이제는 돌아갈 수도 없어 / 이제부턴 버스 전용차로 / 이 길의 끝엔 유턴이 있을까 / 알 수는 없는 거지만..." 너무나 생생한 사실적 가사에, 끝없이 반복되는 단순 멜로디라인이 얼핏 들으면 꽤 웃긴다 싶었습니다. 

좀처럼 완성되지 않는 노래의 고민 해결을 위해 작곡가 김형석이 특별히 초대되었습니다. 처음에 약간 난색을 표명하던 김형석은 노래를 2번 정도 귀기울여 듣고 나더니 의외의 호평을 내놓았습니다. "노래 좋습니다. 아주 좋은데요. 지금까지 완벽합니다!" 어잉~? 하지만 김형석의 현란한 건반 연주가 곁들여지는 순간, 그 단순하던 멜로디는 삽시간에 훌륭한 음악으로 재탄생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동료들의 십시일반 도움을 받아 드디어 가사도 완성되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음미해 보니, 이 가사가 정말 심오하기 짝이 없군요.

타인의 도움으로 삽입된 'P턴'이라든가 '불법 유턴'이라는 단어는 역시 원작자의 머리에서 나온 게 아니라서인지 곡의 완성도를 해치는 느낌이므로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이상우 본인이 직접 추가한 '터널'이라는 단어만이 노래의 분위기와 제대로 어울리는 것이었어요. 제 생각에는 나중에 이상우가 좀 더 고민을 해서 중간 부분에 새로 투입된 가사를 모두 자기 것으로 수정했으면 좋겠습니다. 절대 장난 아니고 진짜로 말입니다.

'차라리 유턴을 할 걸'이라는 제목의 이 노래는 '인생의 실수와 회한'을 담고 있습니다. 처음 실수를 저질렀을 때는 만회할 길이 있습니다. 그게 바로 유턴이죠. (차라리 유턴을 할 걸 그랬어 / 얼마나 빨리 간다고) 살짝 되돌아가서 바로잡고 다시 시작했으면 좋았을텐데, 그저 빨리 앞으로만 가고 싶은 생각에 모른 척 덮어두었던 실수가 나중에 썩어들어가 악취를 풍깁니다. (차라리 유턴을 할 걸 그랬어 / 알지도 못한 길인데) 인생길은 누구나 알지 못하는 길이기에, 설마 이렇게 될 줄도 모르고 정신없이 달려만 왔던 거죠. 이제는 돌이키고 싶어도 때가 늦었습니다. (이제는 돌아갈 수도 없어 / 이제부턴 버스 전용차로) 맨 끝까지 달려가면 혹시나 돌이킬 방법이 있을까? 알 수 없어 불안하지만 그저 한 가닥 희망을 품고 계속 달려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게 바로 인생이니까요. (이 길의 끝엔 유턴이 있을까 / 알 수는 없는 거지만...)

해석해 놓고 보니 정말 괜찮은 노래가 아닙니까? 그리고 중간에 이상우가 삽입한 '터널'이라는 단어는 인생길에서 만나게 되는 또 다른 어둠과 고비를 의미합니다. 김태균과 신동엽이 도와준답시고 집어넣은 'P턴'이나 '불법유턴'은 노래의 맥락과 전혀 상관없이 장난친 것에 불과했지만요. MC들이 아이유에게 강요해서 얻어낸 "나는요 유턴이 좋아" 라는 가사도 심각하게 작품성을 해치고 있으니 꼭 수정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상어송'의 가사에서도 심오한 뜻이 발견됩니다. 상어와 가재가 한 연못에서 살고 있는데, 이 연못은 험한 세상을 의미합니다. 서로를 해치지 않고 평화롭게 지내면 좋으련만, 가재는 상어를 물어 죽였습니다. 상어는 원래부터 가재보다 힘이 약했기 때문에 방어하지 못하고 목숨을 잃은 것인데, 이제 설상가상 가재는 3마리이고 상어는 2마리입니다. 3명의 강자 틈바구니에 2명의 약자가 끼어서 하루하루 목숨의 위협을 받으며 살고 있는 형국이죠. 정말 딱하지 않습니까? "상어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이 마지막 가사는 '약자에 대한 연민'을 담고 있으며, 여전히 약육강식의 논리에 지배되는 세상과 현실을 풍자(?)하고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 이상우의 노래는 주제 의식과 발상 자체가 매우 진지하고 훌륭합니다. 그만하면 수준급의 작사 실력을 지녔는데, 다만 아직 세련되게 다듬어지지 않아서 언어의 표현이 너무 거칠고 원색적이라는 점만 문제일 뿐이죠. 그리고 작곡 실력 또한 얕볼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수많은 히트곡을 지어낸 김태원도 "기본 멜로디만 잡으면 된다"는 말로써 작곡이 그리 어려운 것만은 아님을 주장했는데요. '유턴송'의 기본 멜로디는 분명 이상우가 창작했고, 프로 작곡가의 반주가 덧입혀지자 즉시 훌륭한 노래로 탄생한 것입니다.

너무 장황하고 오버스런 해석일까요? "허우대 멀쩡한 저 남자에게 반해서 이러는 게 아니냐?"하고 누군가 묻는다면, 글쎄... 전혀 아니라고 할 수는 없을지도 모르겠군요..ㅎㅎ 하지만 노래에 대한 저의 해석과 감상은 100% 진심인걸요. 처음 들을 때는 우스꽝스러웠지만, 두 번 세 번 듣다 보니 저도 모르게 빠져들게 되는 노래... 코믹함 속에 심오한 주제를 숨기고 있는 노래 '유턴송'을 아무래도 저는 며칠간 입에 달고 살게 될 듯합니다. "차라리 유턴을 할 걸 그랬어... 알지도 못한 길인데... 차라리 유턴을 할 걸 그랬어... 얼마나 빨리 간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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