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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지난 주에는 어울리지 않는 컨셉으로 최악의 무대를 선보였던 데이비드오가, 이번 주에는 모처럼 자기에게 맞는 옷을 찾아 입으며 특유의 매력을 발산했습니다. 아티스트는 양면성을 가질 때 매력적이라고 방시혁은 꿋꿋이 주장하지만, 저는 꼭 그런 것만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한 가지 색채의 예술만 고집한다 해도 나쁠 건 없어요. 어쨌든 사람에게 감동을 주는 아름다움을 만들어낼 수만 있으면 되는 것이죠. 기본적으로 야누스적 성향을 타고난 사람은 많지 않은데, 무리한 변신을 위해서 자기 내면에 없는 것을 억지로 끌어내려고 해봤자 될 턱이 없습니다. 아기천사에게 악마의 옷을 입혀놓았던 지난 주의 '비트잇'은 정말 아니올시다였죠. 하지만 이번 주에 데이비드오가 직접 어쿠스틱한 스타일로 편곡하여 재해석한 '넘버원'은 아주..
'위대한 탄생'의 생방송 2번째 무대는 팝송 경연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신승훈의 제자 조형우, 그리고 김윤아의 제자 백새은이 탈락했는데, 저의 예상과는 좀 다른 결과였습니다. 무대공포증을 극복한 백새은의 무대는 별로 흠잡을 곳 없이 무난했고, 조형우는 이번 주에도 자기 스타일에 썩 어울리지 않는 무대를 선보였지만 데이비드오의 초절정 어색함에 비하면 아주 괜찮은 편이었거든요. 그런데 의외로 이 두 사람이 탈락했군요. 백새은은 아무 여한이 없다는 듯 밝게 웃고 있어서 보는 마음도 편했는데, 조형우는 너무나 애처로울 만큼 눈물을 흘리고 있어서 안타까웠습니다. 그 눈물 속에는 여러가지 의미가 있겠으나, 멘토들의 무리한 변신 요구에 따르느라 자기가 원래 갖고 있는 매력을 충분히 발산하지 못한 것에 대한 억울함도 포..
'위대한 탄생'의 생방송 무대가 드디어 시작되었습니다. 이제껏 질기게 살아남아서 여기까지 온 12명의 참가자 중, 생방송 첫 무대에서 2명의 탈락자가 발생했습니다. 탁월한 리듬감을 자랑하며 김건모의 '첫인상'을 무난히 소화해낸 황지환의 탈락은 매우 뜻밖이었어요. 그리고 줄곧 논란의 아이콘이었던 권리세 또한, 이제껏 보여준 무대 중 가장 예쁜 모습으로 김윤아의 '헤이헤이헤이'를 꽤 멋지게 감당해 내기에, 어쩌면 첫 관문은 통과할 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역시 여기까지가 한계였군요. 눈물을 감추지 못하는 두 사람을 보니 마음이 아팠습니다. 수개월간 그들이 성장하고 변화하는 과정을 지켜보다 보니 어느 새 정이 들었나 봅니다. 12명이 모두 어찌나 예쁘고 기특한지, 그 동안 좀 마땅찮게 생각해 왔던 권리세와 노지훈..
처음 등장하던 순간부터 손진영의 앞에 놓인 길은 순탄치 않아 보였습니다. 시원스런 목청은 좋았지만 전혀 다듬어지지 않아 거칠기만 하던 노래 실력이 일단 걸림돌이었지요. 아슬아슬하게 예선을 통과했지만, 아무래도 그쯤에서 멈추게 될 가능성이 높아 보였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미끄러졌고, 다음 단계에서 또 미끄러졌습니다. 보통은 한 번 미끄러지면 그것으로 뚝 떨어져 끝이 나는데, 손진영은 미끄러질 때마다 김태원이 손을 잡아 끌어올려 주었기에 탈락과 부활을 거듭하는 특이한 이력을 지니게 되었습니다. 그의 스승이 된 김태원은, 진영이가 왜 비장함부터 먼저 배웠는지 그것이 너무 가슴아프다고 말했습니다. 손진영의 거친 노래 속에서 흘러넘치는 처절함을 보고, 김태원은 오래 전의 자기 자신을 느꼈기에 그의 손을 놓..
'위대한 탄생' 17회를 보았습니다. 가슴이 세차게 두근거려서 도저히 잠을 청할 수도 없고, 가만히 있을 수도 없습니다. 셰인의 목소리로 울려퍼지던 '나비효과'가 지금도 귓가에 스며드는 것 같아, 가슴이 먹먹하고 좀처럼 냉정을 회복할 수가 없습니다. 저에게 이런 경험은 처음인 것 같군요. 가사를 또렷이 알아듣지도 못했는데, 노래의 느낌만으로 저절로 눈물이 흘렀습니다. 저는 초창기의 신승훈을 매우 좋아해서 그 무렵의 노래는 모두 알고 있었지만 '나비효과'는 생전 처음 들어 보았습니다. 방송이 끝나고 나서 검색해 보니 2008년에 발매된 음반의 수록곡이더군요. 전체 가사를 읽어 보았는데, 아무래도 뭔가 심상치 않아서 작사자가 누군지 궁금해졌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가사를 쓴 사람은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 시인..
때로는 무언가를 보고 들은 감동만으로 충분할 때가 있습니다. 완벽에 가깝게 아름다운 것을 보거나 들었을 때에 그렇습니다. 그것에 대해 무슨 말을 하거나,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사진을 찍는 일 등이 무의미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어차피 그 실체에서 느끼는 감동을 그대로 담을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나의 턱없이 모자란 표현으로 그 날카로운 감동이 오히려 무디어질까봐 두렵기도 합니다. 윤형주는 평생 수천 곡의 노래를 작곡했으나 오직 육촌형인 윤동주의 시만은 건드리지 못했다고 합니다. 멜로디를 입혀보고 싶은 마음은 간절했지만 "시 다칠라~" 하시는 아버님의 말씀에 번번이 포기했다고 합니다. 아마도 그와 같은 마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나 망설이고 또 망설이다가 그래도 부족한 글이나마 지금 남..
오늘 포스팅의 제목을 정할 때 약간의 망설임이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오해의 소지가 다분한 것 같아서 말이지요. 김태원이 제자들을 선택하는 데에도 분명한 기준이 있을 것이며, 그들의 재능을 인정했고 충분한 가능성을 보았기 때문에 선택했을 것입니다. 재능과 실력도 없어 보이는데 단지 불쌍해 보여서 뽑았다는 식으로 제가 생각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그런 오해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서 망설였지만, 그래도 '측은지심'이라는 단어를 고집한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제가 드라마 '찬란한 유산'을 보면서 엄청나게 꽂혀버린 단어가 바로 '측은지심(惻隱之心)'입니다. 고은성(한효주)은 자기 혼자 버텨내기도 힘든 상황에 처해 있었지만, 정신을 잃고 길에 쓰러진 장숙자(반효정) 할머니를 보고 차마 그냥 지나치지 못했으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