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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데뷔 27년차, 한 때 서태지를 자신의 팬으로 두고 있었다는 한국 록의 대부 김종서가 '불후의 명곡2'에 출연한다면 누구라도 '전설'의 자격으로 나타날 거라고 예측할 법하다. 하지만 그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경연 가수로 참여했다. 전설 주현미는 자신보다 고작 2년 늦게 데뷔한 김종서가 까마득한 후배들과 나란히 서서 자신을 대선배로 예우하며 자신의 노래를 부를 때 어떤 기분이었을까? 심지어 다음 주 예고편에도 김종서의 모습이 비치는 걸 보니 김종서의 '불명2' 출연은 단발성 이벤트쯤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당분간 계속될 모양이다. 만약 김종서보다 후배인 가수가 '전설'로 초대된다면, 그는 선배 김종서가 후배들과 같은 위치에서 자신의 노래를 부르는데 맘 편히 그 자리에 앉아있을 수 있을까? 차후로 '..
아직도 우리에게 '한일전'의 의미는 컸다. 단순히 '외국'과의 경기가 아닌 '한일전'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감정이, 정식 스포츠 경기도 아니고 예능 프로그램에서까지 열렬하게 솟구쳤으니 말이다. 예전처럼 단일민족 국가라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내세울 수 없는 글로벌 시대에, 오히려 그랬다가는 편협한 국수주의라든가 비윤리적인 인종차별의 일환으로 여겨질 수 있는 이 시대에, 일본('일본인'이 아니라 '일본'이다)을 상대하는 한국인들만의 독특한 감정을 그 어떤 외국인이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까? 부당한 국권 침탈과 잔인한 식민통치는 결코 잊혀질 수 없는 역사의 상처이나 오래 전에 지나간 일이고, 우리의 감정도 더 이상 치떨리는 미움이나 증오까지는 아니다. 그러나 한국인의 가슴에는 아직도 풀리지 않은 응어리가 분..
수많은 연예인 중에서 가장 그 속을 알 수가 없다고 생각되는 사람이 박진영이었다. 뮤지션이나 프로듀서로서의 능력은 인정할 수밖에 없지만, 그가 인생을 대하는 태도라든가 마음가짐 등에 대해서는 참으로 종잡을 수가 없었다. 단순히 방송만 보면 퍽이나 괜찮은 사람 같은데, 세간에 떠도는 갖가지 말들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객관적으로 보여지는 그 인생의 행보는 좀 다른 느낌을 주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나는 잘 알지 못하는 이면의 일들을 추측하기보다는 내 눈에 보이는 모습을 기준으로 생각했기에, 꽤 오랫동안 박진영에 대해서 좋은 인상을 갖고 있었다. 특히 '힐링캠프'나 '라디오스타'에 출연해서 그가 털어놓는 이야기들은 마음이 혹할 만큼 진솔하게 들렸고, '런닝맨' 등의 버라이어티에서도 소탈하고 성실한 자세로 임하는 ..
엠넷(Mnet) '슈퍼스타K3'의 우승팀 '울랄라세션'이 드디어 공중파 방송에 화려하게 입성했습니다. 세계적인 그룹 보이즈 투 맨 (Boyz II Men)이 그들의 노래에 반하여 러브콜을 보냈을 정도이니 탄탄한 실력이야 이미 검증되었지만, 그 동안 공중파와 케이블 간의 벽이 어지간히 높았던 것을 생각하면 울랄라세션의 공중파 입성은 상당히 빠른 셈이네요. 5월 19일 토요일, 울랄라세션은 '불후의 명곡2 - 박진영 편'에서 새로운 버젼의 '성인식' 무대를 선보였고, 토크쇼 '두드림'에서 자신들의 살아온 이야기를 털어놓았습니다. 공중파에 입성하자마자 하루에 2편이나 되는 방송에 출연하는 기염을 토하니,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그들의 저력에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높은 장벽을 비교적 쉽게 무너뜨린 것..
1972년생의 박진영이 전설로 출연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꽤나 흥미로운 방송이 될 것 같다는 생각에 싫지는 않았지만 한편으로는 썩 유쾌하지 않았습니다.'불명2'의 경연에 참가하는 가수들 중 30대에 해당하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것을 생각한다면, 이제 만으로 40세에 불과한 박진영을 전설로 모시는 것은 좀 민망하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단지 나이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1969년생인 김완선의 경우는 90년대 초반까지 수많은 히트곡을 내며 군림했다가 오랜 공백기를 거쳐서 돌아온 사람이기 때문에 '전설'이라는 이름에 어느 정도는 걸맞는다고도 볼 수 있었지요. 왕년에 찬란하게 빛나던 이름... 어느 새 전설로 남아 잊혀져가던 이름... 김완선의 이름을 듣고 누구나 떠올리는 노래는 모두 90년대 초반의 노래들이..
이제껏 시청하지 않고 있던 'K팝스타'를 갑자기 보게 된 이유는, 생각지도 않은 박진영의 눈물 때문이었습니다. '1박2일 시즌2'가 끝나고 나서 무심히 채널을 돌렸을 때는 마침 박진영이 한 명의 탈락자를 발표하려는 순간이었는데, 자제심을 잃은 듯 울먹거리며 떨리는 목소리를 듣고는 얼마나 놀랐는지 모릅니다. 좀처럼 울지 않을 것 같은 박진영이 그런 태도를 보이는 것 자체가 놀라웠지만, 멘트의 내용 또한 심상치 않았습니다. "이분이 저희 심사위원 점수에서는 최하위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문자투표와 사전투표에서 너무 점수가 안 나와서, 저희 심사위원들의 생각이 어쩔 수 없이 꺾였습니다... 좀 안타깝네요... TOP9 마지막 진출자는 심사위원이 아닌, 국민들의 투표로 결정되었습니다.." 그의 입에서 마지막 합..
이 중요한 시기에 벌써 몇 주째나 MC 특집을 계속하고 있는 것을 보면 '승승장구'의 제 식구 챙기기는 좀 유별난 듯 싶기도 하지만, 이번에는 이기광을 필두로 '비스트' 전 멤버가 출연한다기에 오랜만에 기대감을 품고 시청했습니다. 제가 아이돌에 관심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음악 프로그램에서나 볼 수 있던 그 친구들이 우르르 한꺼번에 토크쇼에 나온다면 뭔가 새로운 재미가 창출되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그리고 대략 2년 전쯤 방송되었던 '승승장구-2PM' 편을 상당히 재미있게 시청했던 기억이 또한 구미를 당겼습니다. 현재 이기광의 자리에 그 때는 장우영이 있었죠. 그 때 이미 최강의 예능돌이었던 2PM 멤버들은 제각각 화려한 입담과 개인기로 쏠쏠한 재미를 뽑아냈습니다. 갑작스레 어려운 단체 안무를 요구해도 주..
'슈퍼스타K3'의 준결승에서 고등학생 듀오 투개월은 럼블피쉬의 '예감 좋은 날'을 불렀는데 아쉽게도 탈락의 고배를 마셨습니다. 하지만 결성된지 겨우 2개월밖에 안 된 듀엣이 단숨에 여기까지 올라왔다는 것만으로도 놀라운 성과라 할 수 있겠지요. 어딘가 몽환적인 느낌을 주는 김예림의 보컬이며, 강렬한 기타 연주와 달리 항상 수줍게 웃던 도대윤의 미소가 앞으로도 종종 생각날 듯합니다. 보아의 '발렌티(valenti)'를 부른 버스커버스커는 이번에도 특유의 매력으로 여심을 사로잡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지난 주의 '막걸리나'에 비해서 임팩트가 약했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그들의 무대는 판단을 떠나서 그냥 즐기면 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노래하는 장범준의 표정과 목소리에서는 언제나 극도의 자유로움이 느껴지거든요. ..
지난 주에는 어울리지 않는 컨셉으로 최악의 무대를 선보였던 데이비드오가, 이번 주에는 모처럼 자기에게 맞는 옷을 찾아 입으며 특유의 매력을 발산했습니다. 아티스트는 양면성을 가질 때 매력적이라고 방시혁은 꿋꿋이 주장하지만, 저는 꼭 그런 것만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한 가지 색채의 예술만 고집한다 해도 나쁠 건 없어요. 어쨌든 사람에게 감동을 주는 아름다움을 만들어낼 수만 있으면 되는 것이죠. 기본적으로 야누스적 성향을 타고난 사람은 많지 않은데, 무리한 변신을 위해서 자기 내면에 없는 것을 억지로 끌어내려고 해봤자 될 턱이 없습니다. 아기천사에게 악마의 옷을 입혀놓았던 지난 주의 '비트잇'은 정말 아니올시다였죠. 하지만 이번 주에 데이비드오가 직접 어쿠스틱한 스타일로 편곡하여 재해석한 '넘버원'은 아주..
못된 어른들로 인해 갖가지 시련을 겪으면서도, 기린예고의 꿈나무들은 무럭무럭 자라고 있습니다. 윤백희(함은정)를 구하기 위해 소속사 사장을 폭행한 진국(택연)은 잠시 나락에 떨어졌지만, 결과적으로 아버지와의 사이에 가로막혀 있던 벽을 허물어뜨리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백희의 말처럼, 자신의 것을 남기지 않고 모두 주었기 때문에, 오히려 가장 큰 기쁨을 얻었다고 할 수 있겠네요. 제이슨(장우영)과 김필숙(아이유)의 러브라인은 가장 예쁘고 상큼하게 진행중입니다. 서로의 마음을 확신하지 못해서 애태우던 시간이 지나고, 이제 눈만 마주쳐도 행복감에 짜릿해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니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는군요. 한편 고혜미(수지)는 송삼동(김수현)과 진국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자기의 마음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