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무릎팍 도사 (33)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세월의 흐름과 더불어 인간의 생각과 느낌은 점차 변해간다. 그 변화가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는 판단하기 어렵다. 오직 분명한 것은 변했다는 사실뿐이다. 엄홍길 산악대장이 '무릎팍 도사'에 출연했을 때가 2007년이었으니 대략 8년 전이다. 방송에서, 그것도 오락 프로그램에서 처음 접하는 산악인의 모습 자체가 매우 신선했고, 살면서 한 번도 접해본 적 없었던 고산등반가들의 생생한 경험담 또한 그 치열함 만큼이나 흥미진진했다. 죽음의 위협이 항상 도사리고 있는 그 곳을 번번이 스스로 찾아나서는 그들의 마음을 왠지 이해할 수 있을 듯한 느낌이 들었던 것은 아마도 그래서였을 것이다. 그런데 최근 개봉한 영화 '히말라야'를 감상한 후 내 마음속에 드는 느낌은 8년 전과는 사뭇 달라졌다. 눈 덮인 에베레스트에서 ..
'힐링캠프'에 이지아가 출연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별다른 관심이나 기대는 생기지 않았다. 어차피 대중이 가장 궁금해하는 부분을 속시원히 털어놓지는 않을 거라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지아는 초반부터 "내가 힐링캠프에 출연하기로 결심한 이유와 대중이 듣고 싶어하는 이야기는 좀 다른 지점에 있는 것 같다"는 말로써 시청자의 과한 기대를 종식시켰다. 그녀의 화법은 매우 세련되었고 조심스런 태도는 제법 진실해 보였다. 그래선지 방송 후 이지아를 향한 대중의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시기라 할 수 있는 20대 초반의 7년이라는 시간을 비밀스런 사랑의 굴레에 갇혀 숨죽인 채 건너와야만 했던 그녀의 범상찮은 인생을, 이제 대중은 차가운 의혹보다 따스한 연민의 시선으로 보고 있는 것..
항상 그렇듯 '슈퍼스타K4'에도 여러가지 사연을 지닌 참가자가 많았습니다. 모든 사람에게 공평한 도전의 기회를 준다는 것은 '슈스케' 시리즈의 큰 장점 중 하나이죠. 아이돌 기획사에 들어갈 것을 목표로 십여 세의 어린 참가자들만이 도전하는 'K팝스타' 시리즈에 제가 끌리지 않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대국민 오디션이란 그 결과가 어떻든 대상의 제한없이 이루어질 때 가장 매력적인 거라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오디션 프로그램이라 해서 꿈의 실현과 경쟁만을 목표로 한다면, 무려 79세의 연세로 과감히 슈스케에 도전하여 서태지의 랩과 춤을 멋지게 소화하시는 서창모 옹의 모습을 보며 느끼는 즐거움을 어찌 누릴 수 있겠습니까? 사업 실패 후 페인트공으로 일하고 계신 54세의 은종엽씨에게는 자폐증을 앓고 있는 ..
"저희 고쇼는 우아하고 품위있는 고품격 토크쇼가 되겠습니다... 근데 이러면... 너무 재미없지 않겠어요, 여러분?" 자신의 이름을 걸고 런칭되는 토크쇼 '고쇼'의 첫방송에서 여배우 고현정은 "대놓고 최선을 다해 천박해질 것"을 선언했습니다. 우아하고 품위있게 하면 재미없으니까, 할 수 있는 만큼 천박하고 품위없게 만듦으로써 재미를 추구하겠다는 선포였죠. 저는 다른 일을 하느라고 처음부터 시청하지 못했는데, 보는 동안 내내 "어쩌면 토크쇼가 이렇게까지 천박할 수 있는 것일까?" 하는 의문을 떨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고현정이 처음 무대에 나와서 했던 인삿말을 나중에 듣는 순간 모든 의문이 풀리더군요. 천박함을 위한 노력, 그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데뷔 시절부터 지..
이번 주 '해피투게더'는 작곡가(윤종신)와 그의 고객들(성시경, 케이윌, 장재인)을 초대하여 작은 음악회 비슷하게 이루어졌습니다. 저는 '놀러와'의 '세시봉' 특집처럼 음악과 예능이 적절히 조화된 분위기를 굉장히 좋아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아주 선호하는 분위기였지요. 언젠가부터 음악적인 열정 외에는 모든 것을 (자존심 포함) 내려놓은 듯한 윤종신의 소탈함이 돋보였고, 장재인의 독특한 스타일로 감상하는 '트러블메이커'도 정말 좋았습니다. 윤종신의 '본능적으로'에 맞춰서 MC들과 G4가 "워우 워우워어~"를 떼창하는 모습도 흥겨웠고, 작사 천재 윤종신을 따라해 보자는 뜻에서 마련한 '노래가사 바꿔 부르기' 놀이도 재미있었습니다. 특히 '환생'의 첫 부분을 "다시 태어나야 합니다~" 라고 바꿔버린 박미선의..
오랜만에 '남자의 자격'을 보았습니다. 언제부턴가 너무나 구태의연해진 우려먹기식의 아이템에 질리면서 눈길이 끌리지 않더군요. 그러나 이번 주에는 젊은이들로 가득찬 강당의 무대에 서서 강연을 하고 있는 김태원의 모습을 얼핏 보는 순간, 채널을 돌릴 수가 없었습니다. 무슨 말인지 내용을 듣기도 전에, 그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마음이 괜시리 따스해지면서 위로받는 느낌이 들었던 겁니다. 참 오랜만이었습니다. 어떤 것에서 위로를 받고 즐거움을 느끼는가는 사람마다 다르지요. 제 경우는 한동안 김태원의 '언어'가 그 역할을 담당해주고 있었습니다. 물론 그의 음악도 좋았지만, 음악 중에서도 특히 가사가 좋았습니다. '위대한 탄생'의 멘토를 맡아 백청강, 이태권 등의 제자들을 이끌면서 해주었던 말들도 모두 제 마음에 햇..
'나는 가수다' 시즌1이 마무리되었습니다. 좀 아슬아슬하긴 했지만 김경호는 명예졸업에 성공함으로써 유종의 미를 거두었군요. 명예 졸업보다 더 감동적인 것은 김경호의 수상 소감이었어요. '나가수'에서는 너무도 건강하고 활기찬 모습만 보여주었기에, 그가 한동안 희귀병으로 투병하며 많이 아팠던 사람임을 잊고 지냈거든요. "제가 아프고 나서, 회복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기회를 잡지 못했었는데 이렇게 무대에 세워 주셔서... 다시 회복된 모습으로 노래를 부를 수 있게 해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명예보다도, 알게 모르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신을 염려해 주었을 수많은 사람들에게 건강한 모습으로 보답할 수 있어서 기쁘고 감사하다는 그 말이 저는 참으로 인상적이었습니다. 시즌1의 마지막 무..
KBS 2TV '스타 인생극장'에 가수 김태원과 그의 아내가 출연했습니다. 예전에도 김태원의 아내 이현주씨를 브라운관에서 몇 차례 본 적은 있었지만, 어찌된 셈인지 그녀의 얼굴은 날이 갈수록 점점 더 고와지기만 하는군요. 김태원이 '무릎팍 도사'에 출연했을 때 강호동이 물었습니다. "김태원씨에게 아내란 어떤 존재입니까?" 그러자 김태원이 대답했습니다. "저로 하여금 세상 모든 여자들을 여자가 아닌 사람으로 보게 만든, 그런 존재입니다" 꽃다운 청춘에 만나 중년에 이른 지금까지 그렇게 변함없는 사랑을 받아서인지, 이현주씨는 2년 전보다도 지금이 훨씬 더 젊고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젊은 시절 항상 기타를 품에 안고 다니는 김태원에게 당시 연인이던 아내가 "기타를 더 사랑하는지 나를 더 사랑하는지" 하고 물으..
지난 4월, '무릎팍 도사'에 출연한 김태원은 결코 털어놓기 쉽지 않았을 아들의 병을 세상에 고백했습니다. 마음이 아픈 아이... 지금 열 한 살이 되었지만, 아직 한 번도 아빠와 대화를 해 본 적 없는 아이... 그래서 아빠로 하여금 끝없이 대화하는 꿈을 꾸게 하는 아이... 엄마로 하여금 "내 소원은 너보다 꼭 하루만 더 사는 거란다" 하고 말하게 하는 아이... 엄마 아빠로 하여금 시간이 멈추도록 기도하게 만드는 아이... 엄마 아빠가 너를 지켜줄 수 있도록, 쑥쑥 자라서 어른이 되지 말고, 그냥 지금처럼 어린 모습으로 남아 있기를 소망하게 하는 아이... 지금은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을 피해 머나먼 외국에서 지내고 있지만, 그 존재만으로도 엄마 아빠와 누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아이... 그런 아이가 ..
최진실이 떠나고 난 후, 그녀가 출연했던 '무릎팍 도사'를 다시 보고 싶은 생각이 들 때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2007년 당시 자료인지라 좀처럼 찾을 수가 없더군요. 그런데 이번에 '무릎팍 도사'가 종영하면서 그 동안 출연했던 게스트들을 선별하여 마지막 방송을 했는데, 그 중에 최진실의 모습을 찾아볼 수가 있었습니다. 몇 장면 되지 않아서 아쉬웠지만, 그 때도 몹시 여위어 있는 모습이 안타깝긴 했지만, 참 오랫동안 못 보았던 얼굴... 다시 보니 좋더군요. 2005년의 드라마 '장밋빛 인생'은 제가 배우 최진실을 다시 보게 된 계기였습니다. 너무나 큰 아픔을 겪은 후, 그녀가 그토록 빨리 재기에 성공할 거라고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건만, 세상의 차가운 시선들 속에서도 최진실은 놀라운 열정과 집념으로 시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