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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투게더' 까칠한 성시경, 나는 그를 응원한다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해피투게더' 까칠한 성시경, 나는 그를 응원한다

빛무리~ 2012. 3. 16.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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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해피투게더'는 작곡가(윤종신)와 그의 고객들(성시경, 케이윌, 장재인)을 초대하여 작은 음악회 비슷하게 이루어졌습니다. 저는 '놀러와'의 '세시봉' 특집처럼 음악과 예능이 적절히 조화된 분위기를 굉장히 좋아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아주 선호하는 분위기였지요. 언젠가부터 음악적인 열정 외에는 모든 것을 (자존심 포함) 내려놓은 듯한 윤종신의 소탈함이 돋보였고, 장재인의 독특한 스타일로 감상하는 '트러블메이커'도 정말 좋았습니다. 윤종신의 '본능적으로'에 맞춰서 MC들과 G4가 "워우 워우워어~"를 떼창하는 모습도 흥겨웠고, 작사 천재 윤종신을 따라해 보자는 뜻에서 마련한 '노래가사 바꿔 부르기' 놀이도 재미있었습니다. 특히 '환생'의 첫 부분을 "다시 태어나야 합니다~" 라고 바꿔버린 박미선의 재치가 돋보이더군요.

이렇게 재미있는 부분들이 많았지만, 특이하게도 제 시선을 잡아끄는 것은 시종일관 진지하던 성시경의 모습이었습니다. 지난 번 '1박2일 - 시청자 투어 3탄' 이후로 저는 그 사람에 대해서 조금씩 생각을 바꾸어 가고 있는 중이거든요. 그를 향한 세상의 부정적인 시각이 여전히 많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리고 저 역시 약간은 동의하는 부분들이 있었지만, 요즘은 보면 볼수록 점점 더 괜찮은 사람인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겁니다. 90대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지극정성으로 모시고, 남기신 밥을 아무 거리낌 없이 먹어치우고, 무엇보다 그분들과 작별할 때 "이제 다시 못 보겠구나" 하시는 말씀에 북받치는 설움을 견디지 못하고 눈물 흘리던 모습이 기억에 남습니다.

2007년, 군입대를 앞두고 출연했던 '무릎팍 도사' 이후로는 성시경을 별로 좋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누가 묻지도 않았는데 유승준에 관한 민감한 이슈를 스스로 언급하며 제 무덤을 판 데다가, 음원 다운로드 문제에 있어서도 옳은 소리를 하되 그 형식상 너무 얄밉게 말한 결과였지요. 그 방송을 통해 까칠하고 경솔하고 건방지다는, 비호감 3단 콤보를 한 번에 획득한 성시경은 실수를 만회하고 싶었던지 제대 후 '무릎팍 도사'에 한 번 더 출연했으나, 정작 그 때는 별로 인상에 남을만한 이야기도 없이 흐지부지 끝나버려서, 괜히 두 번씩이나 출연했다는 비난만 들었을 뿐입니다. 그런데 아득히 멀어 보이던 이미지 회복의 기회는, 그의 입담이 돋보일 수 있는 토크쇼가 아니라 엉뚱하게도 야생 버라이어티 쪽에서 찾아왔습니다.

시청자 투어 때만이 아니라 새로 합류한 '1박2일 시즌2'에서도 저는 성시경의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열심히 하면서 웃기고도 싶었는데, 막상 오니까 열심히만 하고 웃기지는 못한 것 같다고, 너무 운이 좋아서 괜히 동료들한테 미안해지기만 한다고, 잠자리에 들기 전에 솔직하게 말하는 모습이 정말 리얼하더군요. 물론 예능감으로 따지면 차태현과 비할 바가 아니고 심지어 김승우에게도 밀리는 상황이었지만, 진솔함에 있어서만은 최고였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서는 많든 적든 '설정'을 찾아볼 수 있었던 반면, 성시경에게서는 티끌만큼의 '설정'도 발견되지 않았어요.

흔들바위를 보러 산에 올라갈 때 맨 뒤로 처져서 맏형 김승우를 챙기던 모습이며, 물바가지 벌칙을 받게 된 엄태웅을 위해 옷깃을 안쪽으로 접어넣어 주던 모습들... 그렇게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동료들을 배려하는 자세가 유난히 돋보였던 것은 저만의 느낌이었을까요? 사실 예능 프로그램의 고정 출연자로서 설정이 없다는 것은 오히려 질책받을 일이지만, 아직은 처음이라선지 저는 그 꾸밈없는 진솔함이 그냥 좋더군요.

'해피투게더'에 출연한 성시경은 본인에 관한 ○X 질문에서 "나는 미소천사다" 에는 X를 들었지만 "나는 까칠하다" 에는 ○를 들었습니다. 스스로 까칠함을 인정한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5년 전에 비해 엄청나게 성숙해진 모습이었어요. 그 때는 무조건 자기 생각이 옳다는 데만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면, 이제는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방식에 있어 남들에게 어떤 느낌을 줄 것인가를 고민하는 듯 했습니다. 예전에는 자신을 향한 타인들의 오해어린 시선에도 발끈했었지만, 이제는 모든 사람이 나를 알아줄 수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괜찮다고 했습니다. 그는 버터왕자라는 별명을 참 부담스러워 했었지요.

사람과 사람 사이에 지켜야 할 예의는 분명히 존재합니다. 다만 그 기준이 사람마다 다르다는 데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나는 이 정도 선을 유지하는 것이 적정하다고 생각하지만, 상대방은 그보다 훨씬 더 가까운 선을 요구할 수도 있거든요. 평소 사진 찍히기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성시경은, 누군가 함께 사진을 찍자고 요구하면 거절할 때가 많았다고 합니다. 따지고 보면 그게 잘못은 아니죠. 연예인이라고 해서 언제 어떤 상황에서든 원치 않는 사진을 찍어야 할 의무까지는 없으니까요. 하지만 고집스럽게 선을 지키려는 성시경의 모습은 많은 사람들의 반감을 샀습니다. 그가 생각하는 적정선이 대중이 생각하는 적정선과 달랐던 탓이지요.

"제가 생각해도 별로 좋은 성격은 아니죠. 반성을 많이 하는데도 잘 안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에 '1박2일'을 시작하면서 결심했어요. 웬만하면 사진은 다 찍기로..." 아, 그랬군요. 지금 성시경은 아주 힘겹게 자기 껍질을 깨고 나오려는 중입니다. 주관이 뚜렷한 사람으로서, 자기가 그어놓은 선을 스스로 무너뜨린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저는 좀 알거든요. 그 선 안쪽으로 타인을 받아들이는 것은 자신의 존재감을 부정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때로는 살점을 떼어내는 것만큼 고통스럽기도 합니다. 남들이 볼 때는 별 것 아니겠지만, 본인에게는 결코 쉽지 않았을 힘든 결정입니다.

사실은 예전의 비호감스런 모습들도 지나친 솔직함에서 비롯되었던 것입니다. 남들 눈에 어떻게 보일지는 관심도 없이 곧이곧대로, 그저 자기가 생각하는 대로 말하던 습관... 그것은 세상살이의 요령과 가식이 없다는 증거이며, 다른 말로 표현하면 너무 순수하다는 뜻이기도 하지요. 이런 성품을 지닌 성시경은 어쩌면 연예인이라는 직업과 썩 잘 어울리는 사람은 아닙니다. 차라리 방송에 얼굴을 비추지 않고 음악 활동에만 전념한다면, 본인으로서는 훨씬 더 적성에 맞고 편안한 삶을 누릴 수도 있을텐데, 굳이 고통을 감내하면서 껍질을 깨고 나오겠다니 그 용기와 고뇌가 가상할 뿐이네요. 이렇게 한 사람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게 된 저는, 이제부터 꾸준히 지켜보며 그의 힘겨운 도전을 응원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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