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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승장구' 반가운 신화, 하지만 새로움이 필요하다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승승장구' 반가운 신화, 하지만 새로움이 필요하다

빛무리~ 2012. 3. 14.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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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아이돌의 음악을 즐기지 않는 저로서는 그들을 접할 수 있는 대표적인 기회가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서입니다. 물론 2AM처럼 예외적인 경우도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음악보다 예능적인 끼와 유머감각 등을 보면서 호감을 갖게 되곤 했지요. 1세대 아이돌 중에서 대표적인 예능돌이 바로 신화였습니다. 제가 그들을 처음 본 것은 2004년 가을, SBS의 토요일 저녁 예능으로 '강호동의 연애편지'가 신설되었을 때였어요.

남성 출연자들은 신화 멤버 6명과 신정환, 천명훈까지 합쳐서 8명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나중에는 여성 출연자도 인원수가 똑같이 맞춰졌지만 초반에는 1명뿐이었지요. 그 날의 여성 출연자는 완전히 공주 대접을 받으면서 남성 출연자들을 저울질하다가 마지막엔 최고의 남성으로 한 명을 선택하면 되는 거였어요. 제1회 여성 출연자는 탤런트 김정은이었고, 그 이후엔 한가인, 유민을 비롯해서 대략 10명쯤이 행운의 주인공이었던 것 같습니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일반인도 출연할 수 없겠느냐는 여성들의 소망 가득한 글이 줄줄이 올라와 있던 것을 기억합니다.

'연애편지'에서 보여준 신화 6명의 제각각 색다른 매력은 제 눈길을 잡아끌기에 충분한 것이었습니다. 그 해 봄에 방송되었던 드라마 '불새'를 통해 에릭만 좀 낯익었고 다른 멤버들은 거의 처음 보는 사람들이었는데, 어쩌면 그렇게나 활기가 넘치고 끼와 재능들이 풍부한지, 그저 보고만 있어도 절로 흐뭇해지더군요..ㅎㅎ 모두들 춤도 잘 추고 넉살도 좋고 애드립도 잘 치고, 당시 예능돌로서의 신화는 정말 최고였습니다.

그 무렵 신화는 '해피투게더-쟁반노래방'이라든가 '해피선데이-여걸6' 등에도 심심찮게 단체 출연을 했습니다. 장난꾸러기들답게 게임에도 강해서 MC들보다도 금세 적응을 더 잘 하더군요. 게다가 오랫동안 함께 지내면서 쌓여온 이야기들이 워낙 많았기에 토크도 깨알같이 재미있었습니다.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게끔 매번 신선한 모습들을 보여주었기에, 저는 어느 프로그램이든 신화가 나온다고만 하면 일부러 찾아서 볼 정도였어요.

몇 명의 멤버가 군복무 관계로 연예 활동이 불가하게 되면서, 언제부턴가 그들이 함께하는 모습은 더 이상 볼 수 없었습니다. 특히 앤디의 군입대에 관련된 이야기를 다른 경로를 통해 접했는데, 그 친구 멋지더군요. 앤디는 현역 입대를 하고 싶어서 미국 국적과 영주권을 포기하면서까지 신검을 받았는데, 미국에서 다녔던 학교의 학력이 국내에서 인정되지 않는 바람에 '중졸'이 되어버려서 학력 미달로 공익 판정이 났다고 합니다. 판정에 불복하여 행정 소송을 내고 재신검을 받았으나 또 공익 판정... 그래서 결국은 대입 검정고시를 봐서 고졸 자격으로 현역 판정을 받아냈다는군요. 정말 보기드문 대단한 청년이죠? ^^

활동이 뜸하던 시절에도 김동완을 비롯한 몇몇 멤버들은 '강심장' 등의 예능 프로그램에 드문드문 얼굴을 비추었는데, 그 때마다 누차 '신화의 재결합'을 언급하곤 했었죠. 신화에게 결코 해체란 없으며, 모든 멤버들의 군복무가 끝나고 각자의 사정이 해결되는 시기가 오면 반드시 재결합할 거라고 말입니다. 

김동완이 과거를 추억하는 토크는 정말 재미있었어요. 단정한 신비주의 컨셉을 유지하던 H.O.T와 달리 매우 인간적인 그룹이었던 신화는, 노상방뇨 중에 알아보는 팬들이 있으면 손 흔들어 인사도 하고, 전날 밤의 숙취로 리허설장에 업혀서 들어오기도 하고, 녹화에 지각하는 것은 보통이고, 방송 대기실에 대형 게임기를 가져다가 질펀하게 노는 등 사고뭉치의 대명사였답니다. 그 이후로는 녹화에 지각하는 가수들이 있으면 FD나 조연출이 이렇게 외친다더군요. "야, 너희들이 신화냐?? 에잇, 이런 신화같은 놈들!!"

신화의 인간적인 매력을 기억하고 있는 저는 재결합의 시기가 빨리 다가오기를 바랐습니다. 다시금 예능에 함께 출연하여 마음껏 끼를 발산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고 싶었거든요. 드디어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그들은 누차 공언한 대로 재결합에 성공했으며, 따로 자본을 모아 '신화 컴퍼니'를 설립할 정도로 열정적이었습니다. 모처럼 6명이 함께 '승승장구'에 출연한다 해서 기대가 컸지요. 게다가 H.O.T의 토니안과 문희준이 몰래 온 손님으로 등장한다니 볼거리도 풍부하고 정말 재미있는 방송이 되리라 믿어 마지않았습니다.

그런데 어찌된 셈일까요? 방송은 생각보다 너무 재미가 없고 살짝 지루하기까지 했습니다. 독특한 인사법도, 현란한 춤 솜씨도, 열심히 이어가는 토크도... 새로운 것이 하나도 없었어요. 모두 다 6~7년 전에 보고 들은 거였고, 심지어 예전보다 많이 둔하고 축 처진 느낌이었습니다. 물론 이제 32~34세 가량의 장년이 되어버린 그들에게 전성기 때와 똑같은 빠릿빠릿함을 기대할 수야 없겠지만, 나이가 들었으면 또 그 나이에 걸맞는 신선함이 있고 중후한 매력도 있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그들은 너무 지난 시절의 그리움과 향수에 젖은 나머지, 새로운 자신을 계발하기 보다는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듯한 느낌이 약간 들었습니다.

물론 그들 자신과 팬들에게는 활동도 뜸하고 모든 멤버가 함께 하지도 못했던 6~7년의 시간이 지옥처럼 끔찍하고 길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 시청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6~7년은 별로 긴 시간이 아닐 수도 있거든요. 임재범이 '나는 가수다'를 통해서 브라운관에, 그것도 예능 프로그램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데뷔 후 무려 25년만의 일이었습니다. '놀러와'의 세시봉 특집에 초대되었던 윤형주, 송창식 등은 그보다 더 오랜만이라고 해도 좋을 것입니다. 그렇게 기억 속에 아련히 잊혀질 뻔했던 사람들이 나타나 예전과 똑같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그저 신기하고 반가울 뿐이지만, 엊그제 일처럼 기억이 생생한 6~7년 전의 모습을 다시 재현하는 것은 썩 감동적이지 않더군요.

오랜만의 방송 출연에 긴장한 탓인지도 모르지만, 신화 멤버들은 시종일관 막내 MC인 비스트 이기광의 톡톡 튀는 입담에 대책없이 밀리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데뷔 14년차의 여유'라는 자막은 그들의 태도를 여유와 너그러움으로 포장하려 했지만, 제가 보기에는 당돌한 후배의 도발에 당황하여 움츠러든 것 같았습니다. 그런 느낌을 수시로 받으면서 조금은 씁쓸하기도 하더군요. 세월에 장사 없다더니, 역시 왕년은 왕년이고 요즘 대세는 대세로구나..;;

물론 이제 시작이니까 속단할 필요는 없겠지요. 어쩌면 새출발은 맨 처음 출발보다 더욱 힘겨운 과정이 될지도 모릅니다. 그들은 이제 과거에 집착하지 말고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낼 필요가 있어 보이네요. 30대 중반에는 또 그 나이에 걸맞는 매력이 있는 법인데, 굳이 20대 초반에 하던 것과 똑같은 방식을 고집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래봤자 잘 되지도 않고 어울리지도 않거든요..^^

'승승장구' 신화 1편을 보면서 저는 후배인 신화를 진심으로 칭찬하던 토니안의 말이 특히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팀이 이렇게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으려면, 사실 멤버들 개개인의 희생이 필요하거든요. 그 희생을 감수하면서 이렇게 함께 한다는 것이, 제가 선배지만 참 존경스럽습니다!" 그래요, 여전히 그들은 멋진 사람들입니다. 무엇보다 변함없이 오랫동안 지속되는 그 든든한 우정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타인들의 존경을 받을만하다고 생각해요. 이제 그들에게 새로움을 요구하는 것은 결코 실망이나 쓴소리가 아니라, 제가 좋아하는 만큼 더 멋진 모습을 보고 싶은 욕심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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