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노홍철 (15)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참 놀라운 일이다. 더없이 착하고 성실하며 올바른 한 사람이, 자기 잘못도 아닌 타인의 잘못 때문에 1년 내내 꾸벅꾸벅 사과를 하고 있다면 그것을 보는 사람들의 마음 역시 속상하고 억울해야 마땅할 것인데, 국민 MC 유재석은 사과하는 모습을 통해서마저도 유쾌함과 흐뭇함을 대중에게 전해주고 있으니 말이다. 물론 한편으로 생각하면 유재석에게 힘을 실어주지는 못할 망정 부주의한 사고를 치거나 실수를 해서 비난의 도마 위에 오르는 '무한도전'의 멤버들과 제작진에게 좀 화가 나기도 하지만, 그런 감정조차 오래 지속되지 않고 풀려버리는 것은 유재석의 진실한 사과 때문이다. 지난 4월, 음주운전 물의를 일으킨 길은 여러모로 사회의 지탄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당시는 세월호 참사의 비극으로 온 국민이 침통해하던 시기였..
사람마다 살아가는 모습은 물론 다양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가족 공동체의 테두리 안에 사는 사람들보다 혼자 사는 '1인 가구'의 생활 양상이 가장 다양하지 않을까 싶다. 누군가와 함께 하는 삶에는 타인과의 조율이 필수이기 때문에, 서로 맞춰가는 과정 속에서 조금씩 각자의 개성이 누그러지며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삶에 가까워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싱글 라이프에는 그런 제약이 없다. 아침부터 밤까지 모든 일상을 본인의 통제하에 둘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인간이 저마다 갖고 있는 독특한 성향은 혼자 살 때에 가장 극명히 드러날 것이다. 직업적인 부분을 제외한다면, 혼자 사는 사람은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시간과 환경을 자기가 원하는 대로 운용하며 하고 싶은 일만을 할 테니까 말이다. '나 혼자 산다'라는 예능..
드디어 열띤 환호 속에 '무한도전'의 네번째 가요제가 열렸다. 예능 프로그램이지만 쟁쟁한 뮤지션들이 참가하여 기존 멤버들과 시너지 효과를 이룸으로써, 단순한 웃음뿐만 아니라 진짜 음악의 감동도 함께 즐길 수 있는 것이 바로 무한도전 가요제의 특징이다. 축제의 분위기가 짙은 만큼 빠른 템포의 신나는 노래들이 주를 이루지만, 서정적이고 실험적인 음악들이 틈틈이 섞여 있어 다채로움을 느끼게 한다. 내가 이번 '자유로 가요제'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게 들었던 노래는 정준하와 김C가 호흡을 맞춘 '병살(병든자와 살찐자)'팀의 '사라질 것들'이었다. 그 몽환적인 분위기와 가사의 내용이 꼭 내 취향에 들어맞았다. 더불어 김C의 음악세계가 얼마나 깊이 있으며 그의 인맥이 얼마나 다양하고도 막강한지를 실감할 수 있었..
'라디오스타'에 '무한도전' 멤버들이 출연한다고 해서 지난 주부터 기대를 했었는데, 참석한 멤버는 박명수, 정형돈, 하하 세 명뿐이었습니다. 유재석과 노홍철이 없는 '무한도전'은 솔직히 그 분위기가 잘 살지 않더군요. 이제껏 몰랐던 박명수와 정형돈의 색다르고 진지한 모습을 볼 수 있었던 점은 좋았으나, 찰지고 재미있는 방송이라고 하기는 좀 어려웠습니다. 출연하지도 않았건만 유재석의 존재감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명실상부한 1인자의 위용은 그가 없는 자리에서도 훤한 빛을 밝히는 듯 느껴질 지경이었습니다. 김구라와 박명수는 처음부터 티격태격하며 독설 대결을 시작했는데, 박명수는 즉흥적으로 개그를 칠 때 전혀 상황을 안 보고 들어간다면서 김구라가 공격하자, 박명수는 "내가 상황을 왜 봐요? 재석이가 있는데.....
'무한도전 - 하나마나 시즌3'는 역시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았습니다. 정식으로 꾸며졌던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와 같은 음악적 퀄리티는 없었지만, 소박한 예능적 재미는 오히려 나은 편이었지요. 여자 중학교와 찜질방, 공장과 시장, 군부대 등을 차례로 방문하여 '무한도전'이 공연을 펼칠 때마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사람들은 열렬한 환호로 그들을 맞이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파트너 없이 인형들만 끌고 혼자서 무대를 감당해야 했던 정준하의 입장이 좀 딱했습니다. 더구나 이번에도 '하나마나' 공연은 모든 노래를 라이브로 소화했는데, 스윗소로우와 더불어 5명이 함께 하던 노래를 정준하 혼자 부르고 있으니 소리도 어쩔 수 없이 초라했지요. 인형을 들고 낑낑대며 춤추다가 그 중 한 인형의 다리가 빠져서 덜렁거리자, ..
아직 방송에 나오지는 않았지만 '무한도전'에서 근 4개월 가량 피땀 흘려 준비해 온 조정 경기가 드디어 유종의 미를 거두고 끝났습니다. '무한도전' 팀은 7월 30일 오후 5시 10분경, 경기도 하남 미사리 조정경기장에서 열린 'STX컵 코리아오픈 레가타' 2000m 노비스(Novice) 에이트(8+) 경기에 출전했고, 비록 성적은 참가팀 중 꼴찌인 8위를 기록했지만 연습 때보다 단축된 8분대의 기록으로 무사히 완주에 성공했다고 합니다. 경기를 마친 후 유재석을 비롯한 팀원들은 감동의 눈물을 흘렸으며, '무한도전'은 조정이라는 스포츠의 저변을 확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성적에 관계없이 특별상을 수상했다는군요. 특히 이 날 조정 경기장에는 무려 3만 5000여 명에 이르는 관객들이 몰려, 1986년 미사리 조..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가 축제였다면 '조정' 특집은 일상처럼 느껴졌습니다. 이제 '무도'의 멤버들은 검은 밤하늘에 무지개처럼 뻗어가던 가요제의 현란한 조명과 심신을 관통하던 벅찬 함성소리를 뒤로 하고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억수같이 퍼붓는 빗속에서 하루종일 힘겨운 조정 연습을 계속하는 그들을 보니, 역시 누구에게나 산다는 건 그리 쉬운 게 아니라는 생각이 (쿨럭~) 들더군요. 입시공부에 짓눌리는 학생들이나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 직장인들과 마찬가지로, 화려한 인기와 높은 수입을 얻으면서 많은 이들의 부러움을 사는 연예인들에게도 역시 인생은 고달픈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프로 선수에 버금가는 고된 훈련으로 다들 손바닥에 물집이 잡혀 고생하면서도 웃음과 파이팅을 잃지 않는 멤버들의 모습은 또한 감동이기도 ..
'코리아 갓 탤런트'의 첫방송을 보고 가장 크게 들었던 생각은, 편집된 방송으로 보니까 망정이지 그 자리에서 직접 그 무대를 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수백 팀의 공연을 보아도 건질 것은 별로 없었다는 현실이 편집된 방송으로도 뻔히 보였기 때문입니다. 다들 나름대로는 희망과 목적의식을 갖고 도전한 무대이겠지만... 왜 심사위원들 앞에 공연을 중단시키기 위한 빨간버튼이 준비되어 있는지를 알겠더군요. 그러나 아무리 허접한 무대가 많아도 그 중에 별처럼 빛나는 인재를 한 명이나마 찾아낼 수 있다면 헛수고는 아니겠지요. 3살 때 고아원에 맡겨졌는데 학대를 견디다 못해 5살에 도망쳐 나왔고, 그 이후로는 혼자 껌팔이 등을 하며 살아왔다는 22살 청년, 최성봉의 일대기는 믿어지지 않을 ..
사실 '밤이면 밤마다'에는 MC가 너무 많습니다. 워낙 많다 보니 별로 하는 일 없이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것 같은 MC도 꽤 많습니다. 애프터스쿨의 유이와 씨엔블루의 정용화는 비주얼 담당 정도로 보면 되겠고, 김제동과 빅뱅의 대성은 군데군데 웃음을 뿌려주는 양념 정도로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세 명의 아이돌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MC로서 꽤 능력있다고 생각해 온 김제동조차도 이 프로그램에서는 존재감이 아주 미약합니다. 그렇다고 탁재훈과 박명수가 이 사람들을 이끌며 든든한 기둥 역할을 하고 있느냐 하면, 별로 그렇지도 못합니다. 대충 정리해 보자면 일단 탁재훈과 박명수를 메인 MC로 삼기는 했는데, 아무래도 불안하니까 주변에 무려 4명이나 포진시켜 두었다고 볼 수밖에 없는 포맷입니다. 하지만 이미 시작된지..
'무한도전 - TV는 사랑을 싣고' 편은 거의 나무랄데 없이 아주 잘 만든 예능이었습니다. 재미와 감동,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완벽히 잡았어요. 추세로 봐서는 3~4주 정도의 방송 분량이 될 듯한데 앞으로 다른 멤버들의 추억 찾기도 매우 기대가 됩니다. 누구나 켜켜이 덮인 기억을 더듬어 올라가면 한 번쯤 다시 만나보고 싶은, 그리운 사람이 있지요. 그 사람을 찾아가는 과정부터 대책없이 설레이고, 막상 그 사람이 눈앞에 나타나면 왈칵 눈물이 쏟아집니다. 정준하가 찾는 사람은 20년 전, 그의 삼수생 시절에 학원 앞에서 중화요리집을 운영하시던 사장님이었습니다. 친구들까지 우르르 데려가서 한턱 낸답시고 잔뜩 요리를 시켜 먹었는데 돈이 없어서 그냥 도망치고 말았다는, 참으로 미안하면서도 부끄러운 기억 속의 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