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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산다' 육중완의 옥탑방 라이프, 가난한 청춘의 자화상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나 혼자 산다' 육중완의 옥탑방 라이프, 가난한 청춘의 자화상

빛무리~ 2014. 1. 2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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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마다 살아가는 모습은 물론 다양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가족 공동체의 테두리 안에 사는 사람들보다 혼자 사는 '1인 가구'의 생활 양상이 가장 다양하지 않을까 싶다. 누군가와 함께 하는 삶에는 타인과의 조율이 필수이기 때문에, 서로 맞춰가는 과정 속에서 조금씩 각자의 개성이 누그러지며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삶에 가까워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싱글 라이프에는 그런 제약이 없다. 아침부터 밤까지 모든 일상을 본인의 통제하에 둘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인간이 저마다 갖고 있는 독특한 성향은 혼자 살 때에 가장 극명히 드러날 것이다. 직업적인 부분을 제외한다면, 혼자 사는 사람은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시간과 환경을 자기가 원하는 대로 운용하며 하고 싶은 일만을 할 테니까 말이다.

 

'나 혼자 산다'라는 예능 프로그램이 꽤나 인기를 끌고 있지만, 제대로 시청해 본 적은 거의 없었다. 그냥 별로 끌리지가 않았다. 굳이 이유를 생각해 본다면, 방송용 카메라가 뻔히 돌아가고 있는 앞에서 과연 그 누가 혼자 사는 삶의 적나라한 모습을 드러내 보이겠는가 싶어서 믿음이 안 생겼던 것 같다. 혼자 사는 삶에는 인간의 가장 본질적이고도 내밀한 모습이 드러나는 게 정상인데, 방송용으로 예쁘게 꾸며진 거짓 싱글 라이프를 구경하고 싶은 생각은 별로 없었다. 그러다가 최근 김광규의 '나 혼자 로마 여행' 컨셉이 궁금해져서 몇 차례 채널을 고정했다. 요즘 패키지를 이용하지 않는 자유 여행에 부쩍 흥미를 느끼고 있는 터라, 좀 어리숙해 보이는 김광규가 그 머나먼 유럽을 어떻게 혼자 여행했는지 궁금했던 것이다.

 

물론 방송용으로 꾸며진 티가 역력했고 연예인이라서 겪는 특이한 체험들도 섞여 있었지만 나름 재미있었다. 비록 외국어 실력이나 길찾기 등의 능력이 현저히 부족하더라도 두려움을 떨쳐낼 수 있는 용기만 있다면, 확실히 패키지보다는 자유 여행이 더 좋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김광규의 로마 여행을 재미있게 시청한 후 가끔씩 시간이 되면 '나 혼자 산다'를 무심히 보곤 하는데, 예상 외의 대박이라고나 해야 할까? 이번 주에는 거의 가감없는 싱글 라이프의 적나라한 모습을 볼 수 있었으니, 바로 '장미여관'의 보컬 육중완이 소개한 '옥탑방 꽃미남'(?)의 일상이었다.

 

 

솔직히 여름이면 바퀴벌레와 개미가 들끓을 것 같은 그 옥탑방의 불결한 환경을 보는 기분이 산뜻하지는 않았다. 내가 남들보다 특별히 깨끗한 것을 좋아하거나 청소를 즐기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육중완의 옥탑방은 아무래도 심한 수준이었다. 하긴 수개월 전 '무한도전 가요제' 출연을 계기로 노홍철이 방문했을 당시에는 더 심각했었다. 그 때는 여름이었던 데다가 침실에는 노홍철이 질겁을 하며 '고름베개'라고 이름붙인 싯누런 베개가 뒹굴고 있었으니까. 지금은 고름베개도 처분했고 추운 날씨탓에 벌레도 없을 것 같았지만, 청소는 커녕 설거지나 정리도 하지 않는 육중완의 생활 방식은 좁아터진 옥탑방을 더욱 숨막히게 만들고 있었다. 

 

잠에서 깬 옥탑방 꽃미남 육중완은 이불에서 쏙 빠져 나오며 적나라한 자세로 방귀를 분출한다. '뿌웅~' 소리가 진짜 크고도 실감난다. 휴대폰 메시지를 확인하며 손가락으로 코를 후빈다. 그리고는 키보드가 놓여진 긴 책상 앞에 앉아서 음악 작업을 시작한다. 최근 작곡 의뢰를 받았다고 한다. 컵라면과 김밥으로 끼니를 때우는 중에도 작곡에 몰두하는 모습이 나름 인상적이다. 집안에 따로 쓰레기통이 없는 건지, 코 푼 휴지와 다 먹은 컵라면 용기와 김밥 포장지 등은 그대로 작업중인 책상 위에 방치한다. 작업을 마치고 일어설 때 코 풀었던 휴지를 집어 책상을 슥슥 닦더니, 이 방 청소는 끝났다고 중얼거리며 욕실로 향한다. 자기는 아무리 지저분해도 불편한 것을 느끼지 못한다고 육중완은 말했다. 혼자 사니까, 본인이 그렇다면 남이 할 말은 없는 거다.

 

굳이 안 보여줘도 될 것 같은 샤워 장면이 지나간 후, 옥탑방 꽃미남은 삼 년 동안 꾸준히 동전을 모아 온 돼지 저금통을 들고 집을 나선다. 일주일에 기름 값 오천원이 든다는 스쿠터를 타고 겨울 바람 속을 달려 도착한 곳은 은행이다. 저금통 안의 동전을 세어 지폐로 바꾸니 대략 34만원의 목돈(?)이 생겼다. 뿌듯한 마음으로 다시 스쿠터를 달려 육중완이 도착한 곳은 장미여관 멤버들이 기다리는 연습실인데, 시간당 만 오천 원의 대여료를 내고 사용할 수 있는 곳이다. "이래 벌어가꼬 언제 집을 사나~♬" 기타를 집어 든 육중완이 고달픈 서울 살이를 노래한다. 여럿이 함께 모여서 음악 연습을 하다 보면 자꾸 늦어지게 되고 아무리 맞춰봐도 모자라다 싶은 법인데, 빌린 시간이 끝나면 연습실도 비워줘야 하는 그들의 모습이 짠하게 느껴졌다.

 

 

어쨌든 육중완은 기분이 좋다. 연습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시장에 들러 닭똥집 튀김과 생닭 한 마리를 구입한다. 아침은 컵라면과 김밥으로 때우더니 저녁은 모처럼 돼지를 잡은 기념으로 한 상 잘 차려먹을 모양이다. 냉장고에서 오래 된 삼겹살과 양파까지 꺼내더니, 제법 능란한 솜씨로 영계백숙과 두루치기를 뚝딱 완성해낸다. 요리하는 틈틈이 바삭한 닭똥집 튀김을 집어 먹는 모습을 보니, 나는 그 맛이 몹시 궁금해졌다. 푸짐한 저녁 식사를 마친 육중완은 고향에 계신 어머니와 통화를 한다. 밥은 잘 먹는지, 춥지는 않은지, 아들을 걱정하시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애틋했다.

 

그렇게 하루 일과를 마친 옥탑방 꽃미남은 침실로 돌아간다. 좁은 방바닥에는 아침에 개지 않은 이불과 몇 벌의 옷과 가방과 인형과 책들이 너저분하게 굴러다니지만, 아무렇지 않은 듯 아침에 빠져나온 이불에 그대로 쏙 들어가 눕는다. TV는 여성용 속옷을 판매하는 홈쇼핑 채널에 맞춰져 있다. 데프콘과 김광규도 잠들기 전이면 즐겨 시청하는 프로그램이라고, 그것을 보고 나면 잠이 잘 온다고 한다. 이상으로 간략히 소개된 육중완의 옥탑방 라이프는 비교적 방송의 작위성이 적게 느껴지는 리얼한 모습이었다. 하필 그 때 돼지 저금통을 열고 목돈을 찾아 혼자서 백숙을 끓여먹는 등의 연출된 장면은 있었지만, 그 외에는 평소 육중완의 생활이 진짜 그럴 것 같다고 느껴졌다.

 

 

1980년생 육중완은 현재 서른 다섯, 청춘이라고 하기에는 나이가 많은 편이다. 특유의 낙천적 성격이 아니었다면 이제껏 견뎌오기가 참으로 팍팍하고 힘겨웠을 것이다. 어쩌면 지저분한 집안을 태평하게 내버려 두는 그 모습조차 이해되는 것이, 자신을 다그치지 않고 애써 느긋하게 생각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도 여기지기 때문이다. 힘든 환경 속에서 긍정적 마음가짐을 유지하기란 결코 쉽지 않은 법이니까... 김광규와 데프콘과 노홍철은 자신들도 한 때 지하방과 옥탑방에서 고생했노라고, 단단한 자기를 만들어 갔던 그 시간들이 힘겹지만 지나고 보면 아름다운 추억이라고 말했다. 이제 장미여관도 무명의 설움을 벗고 비상하기 시작했으니 옛말하며 살게 될 날이 머지 않은 듯한데.

 

대학 시절에 멋도 모르고 즐겨 부르던 노래 '사노라면'의 가사가 육중완의 옥탑방을 보니 저절로 떠올랐다. "사노라면 언젠가는 밝은 날도 오겠지. 흐린날도 날이 새면 해가 뜨지 않더냐. 새파랗게 젊다는 게 한밑천인데 쩨쩨하게 굴지말고 가슴을 쫙 펴라. 내일은 해가 뜬다. 내일은 해가 뜬다..." 그 노래가 이토록 잘 어울리는 진짜 삶의 모습을 TV 화면을 통해, 더욱이 다큐도 아닌 예능을 통해 실감나게 볼 수 있다는 것은 제법 신선한 경험이었다. 드라마에서는 흔하게 재벌이 등장하고, 예능에서는 툭하면 잘 나가는 연예인들의 으리으리한 집안을 비추며 위화감을 조성하기 일쑤인데, 육중완의 옥탑방 라이프는 이 시대에도 가난한 청춘의 자화상이 이어지고 있음을 명백히 보여주었다. 내일은 꼭 밝은 해가 뜨리니, 부디 모두 힘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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