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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감동 깨뜨린 노홍철의 사심방송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무한도전' 감동 깨뜨린 노홍철의 사심방송

빛무리~ 2011. 1. 30.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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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 TV는 사랑을 싣고' 편은 거의 나무랄데 없이 아주 잘 만든 예능이었습니다. 재미와 감동,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완벽히 잡았어요. 추세로 봐서는 3~4주 정도의 방송 분량이 될 듯한데 앞으로 다른 멤버들의 추억 찾기도 매우 기대가 됩니다. 누구나 켜켜이 덮인 기억을 더듬어 올라가면 한 번쯤 다시 만나보고 싶은, 그리운 사람이 있지요. 그 사람을 찾아가는 과정부터 대책없이 설레이고, 막상 그 사람이 눈앞에 나타나면 왈칵 눈물이 쏟아집니다.

정준하가 찾는 사람은 20년 전, 그의 삼수생 시절에 학원 앞에서 중화요리집을 운영하시던 사장님이었습니다. 친구들까지 우르르 데려가서 한턱 낸답시고 잔뜩 요리를 시켜 먹었는데 돈이 없어서 그냥 도망치고 말았다는, 참으로 미안하면서도 부끄러운 기억 속의 피해자(?)이셨지요. 정준하를 위한 리포터 역할은 유재석이 맡아 주었는데, 노량진의 학원가에서 사업을 접고 신도림역 쪽으로 옮겨가신 사연의 주인공을 천신만고 끝에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사장님은 많이 여위고 자그마한 체구를 지니셨지만, 한 눈에 보기에도 선하고 자상해 보였습니다. 얼굴을 보자마자 울먹이는 정준하를 향해 부드럽게 웃으면서 먼저 인사를 건네시더군요. "나를 찾아줘서 고맙소. 이렇게 성공해서 고맙소. 그 때는 다 그런 거야." 저 인삿말에서 그분의 인품이 확 느껴졌습니다. 눈앞에 서 있는 건장한 체구의 40대 남자가 아직도 그분의 눈에는 부족한 용돈에 쪼들리던 삼수생으로 비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정준하의 어깨라도 토닥이듯 "그 때는 다 그런 거야..." 하고 말씀하시는데 제 눈에도 눈물이 흘렀습니다.

친구들까지 데려가서 먹은 음식값이 20년 전의 돈으로 거의 10만원에 달했다는데, 왜 학원으로 잡으러 가거나 신고하지 않으셨냐고 박명수가 묻자, 학생들을 모두 자식처럼 생각해서 이해하고 넘어갔다 하시더군요. 정준하뿐만 아니라 음식값을 내지 않고 도망가는 사람들이 꽤 많이 있었지만, 한 번도 잡으러 다닌 적은 없었다고 하셨습니다. 학원에 다니면서 단골이 된 학생들이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도 그 자장면 맛을 잊지 못해서, 아내와 자식들을 데리고 다시 찾아오는 일도 많이 있었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자장면 맛보다는 풋풋한 시절의 추억과 사장님의 따뜻한 마음이 그리워서 찾아가지 않았을까 싶어요.

몸이 좋지 않아서 40년간 해 오던 사업을 접으려고 하신다니 안타까웠습니다. 앞으로도 중국집을 계속 하시면 '무한도전' 멤버들도 자주 찾아가서 회식을 할지 모르고, 이제 방송을 타서 유명해지셨으니 장사도 더욱 잘되실 것 같은데 말이에요. 하루빨리 건강도 회복하시고 사업도 번창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분들이야말로 꼭 잘되셔야 하는 분이니까요.


두번째 사연의 주인공은 길(길성준)이었습니다. 학창시절, 언제나 등교길의 버스에서 마주치곤 했던 첫사랑 여학생 김효진씨를 찾고 있었지요. 당시 상황을 재연해서 짧은 드라마(?)를 만들었는데, 길의 첫사랑 역할로 박보영이 특별출연을 했습니다. 한창 물 오른 미모를 자랑하는 박보영의 청순한 모습은 길의 이야기에 한층 리얼리티를 더해주더군요. 그 여학생이 자기의 가장 친한 친구를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길은 안타까운 마음으로 오랜 짝사랑을 접고 말았지만, 그 후에도 가끔씩 그녀가 생각났었다고 합니다.

길의 첫사랑을 찾기 위해 리포터로 나선 멤버는 노홍철이었습니다. 그의 호들갑스럽고 떠들썩한 진행은 일단 분위기를 방방 띄우는 데 그만이었지요. 길의 모교를 찾아가 선생님을 만나서 인터뷰를 하고, 졸업 앨범을 뒤져서 김효진씨를 추적하는 데까지는 아무 문제가 없었습니다. 학생들 사이에서 불리는 별명이 '현빈보다 형남'이라고 스스로 말씀하시는 김형남 선생님의 허를 찌르는 예능감이 멋지더군요.


그런데 노홍철은 1997년도 졸업 앨범에서 김효진씨의 사진을 보자마자 "너무 예쁘다!" 면서 넋나간 듯 오버를 시작했습니다. 1998년도 졸업생일 가능성도 있었는데, 얼굴을 보자마자 무조건 그쪽이라고 확신하며 앞뒤 볼 것 없이 무조건 분당에 있다는 그녀의 집으로 달려간 것입니다. 98년도 졸업생인 김효진씨는 아마도 별로 예쁘지 않아서, 누군가의 첫사랑이라고 생각되지 않았나보죠? 어쨌든 전화번호는 입수하지 못했으므로, 아무 연락도 없이 노홍철과 제작진은 다짜고짜 남의 가정집을 방문해서 벨을 눌렀습니다. 숨겨진 제작 과정은 모르겠으나, 방송에 드러난 내용만 봐서는 확실히 그랬습니다.

문을 열어 준 사람은 김효진씨의 여동생인 김형선씨였습니다. 얼마 전에 의사국가고시를 치렀다는 그녀는 어디서도 쉽게 볼 수 없을 만큼 대단한 미모를 지녔더군요. 가냘프고 청초한 모습이, 같은 여자가 보기에도 정말 예뻤습니다. 지성과 미모를 겸비한 그녀는, 갑작스런 방문으로 당황했을 법도 한데 부드러운 미소로 맞이해 주는 여유와 매너까지 갖추었습니다. 뭐, 젊은 남자로서 충분히 홀딱 반할만 했다는 점은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노홍철은 김형선씨를 보자마자 넋이 나가서 오버하기 시작했습니다. 직업이 의사라는 것을 알고 나서는 더욱 정신이 혼미해진 듯 했습니다. 초면에 다짜고짜 남자친구가 있느냐고 물으며 들이대기 시작하는데, 연예인도 아닌 일반인에게 너무 심하다 싶어서 조금씩 거북해지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방송을 재미있게 하려고 저러는 거겠지, 잠깐 저러다 말겠지, 하고 생각하며 노홍철의 오버가 끝나기를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노홍철의 노골적인 들이대기는 좀처럼 끝날 줄을 모르고 한참 동안 이어졌습니다. 나중에는 염치없이 치근덕거리는 것으로 보일 지경이었습니다.

전혀 당황하지 않는 김형선씨의 태도로 보아서나, "들어와서 차 한잔 하고 가요" 라고 집안에서 들려오던 어머니의 목소리로 미루어 볼 때, 방송에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미리 연락을 하고 방문했던 것 같기는 합니다. 갑자기 방문했다면 그렇게 차분할 수는 없었을 테니까요. 그러나 김형선씨는 일반인이고, 스스로 원해서 방송에 출연한 사람도 아니었습니다. 집에서 쉬고 있던 사람을 대뜸 불러내서 문간에 잡아둔 채, 카메라로 얼굴을 찍으며 무려 7분 가량이나 노홍철의 무작정 들이대기를 감수하도록 한 것은 상당히 무례해 보였습니다.


노홍철은 이미 이성을 잃은 상태여서 그렇다 치고, 그를 말리지 않는 제작진도 이해가 안되더군요. 현관문을 닫으려다가 몇 번이고 다시 열어제치면서 "아버지는 이렇게 예쁜 딸을 집에 두고 어떻게 출근을 하시냐"는 둥 허튼 소리를 주절거릴 때는 조금씩 짜증이 밀려왔습니다. 이것은 사연의 주인공인 길에게도 예의가 아니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제작진은 노홍철을 말리기는 커녕 부추기면서, 잠시 차를 마시고 나오라며 카메라까지 끄고 시간을 허락해 주었습니다. 너무나 아쉬워하는 노홍철이 딱해 보여서 그랬던 모양인데, 개인적 배려에서 그치지 않고 그런 장면을 모두 방송에 내보낸 이유는 뭔지 모르겠습니다. 

길의 첫사랑인 김효진씨를 만나서도 노홍철은, 길에 관한 이야기보다는 자기가 그녀의 여동생에게 관심 있다는 이야기를 하느라고 정신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무한도전' 멤버들은 역시 탓하기는 커녕 오히려 길보다 노홍철의 이야기가 더 궁금하고 재미있다며 좋은 반응을 보이더군요. 그들에게는 친구이자 동료이니까, 어쩌면 새로 시작될 듯한 친구의 연애사(?)에 관심이 있어서 그런 걸까요? 그렇다면 김칫국도 유분수라고 할만한데, 아무래도 김형선씨의 미모가 워낙 빼어나다 보니 그저 관심이 끌렸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저만 이렇게 느낀 건가 싶어서 시청자게시판에 들어가 보았더니, 두 가지의 상반된 의견이 거의 팽팽하더군요. 노홍철 때문에 신나게 웃었다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저와 비슷한 불편함을 느낀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노홍철의 행동을 이해하고 잘되기 바란다며 응원하는 사람들의 의견도 물론 존중합니다만, 저는 사심방송이 너무 정도를 지나쳤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정도까지만 했다면 이해했을텐데, 너무 집요하게 구는 모습은 보기에 좋지 않더군요. 그 덕분에 사연의 주인공인 길은 사람들의 관심에서 벗어났고, 정준하 에피소드의 감동조차 반감되었으며, 일반인 김형선은 네티즌의 과도한 관심의 대상이 되어 사생활을 침해당했습니다.  

노홍철의 이번 행동은 공적인 방송을 이용해서 개인적인 욕심을 채우려는 태도가 너무 역력히 드러난 케이스였습니다. 그런 노홍철을 말리지 않은 제작진도 실수였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아주 좋았던 방송에 흠이 생기고 말았으니, 앞으로는 동료를 아끼는 마음이 깊더라도, 최소한 공과 사는 구분했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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