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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스타' 출연도 안 한 유재석의 빛나는 존재감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라디오스타' 출연도 안 한 유재석의 빛나는 존재감

빛무리~ 2011. 11. 3.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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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스타'에 '무한도전' 멤버들이 출연한다고 해서 지난 주부터 기대를 했었는데, 참석한 멤버는 박명수, 정형돈, 하하 세 명뿐이었습니다. 유재석과 노홍철이 없는 '무한도전'은 솔직히 그 분위기가 잘 살지 않더군요. 이제껏 몰랐던 박명수와 정형돈의 색다르고 진지한 모습을 볼 수 있었던 점은 좋았으나, 찰지고 재미있는 방송이라고 하기는 좀 어려웠습니다. 출연하지도 않았건만 유재석의 존재감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명실상부한 1인자의 위용은 그가 없는 자리에서도 훤한 빛을 밝히는 듯 느껴질 지경이었습니다.

김구라와 박명수는 처음부터 티격태격하며 독설 대결을 시작했는데, 박명수는 즉흥적으로 개그를 칠 때 전혀 상황을 안 보고 들어간다면서 김구라가 공격하자, 박명수는 "내가 상황을 왜 봐요? 재석이가 있는데... 상황은 재석이가 보고, 나는 재석이 눈치를 보면 되는 거지!" 김구라가 "재석씨가 없으면 어떡할 거예요?" 하고 묻자 박명수는 말문이 막혔고, 옆에서 하하가 대답했습니다. "그럼 이 형, 죽어요, 죽어! ...우리 다 그래 ㅋ"

하지만 김구라는 공격의 끈을 놓지 않았습니다. "여러분도 마음의 대비를 해야지요. 갑자기 유재석씨가 미국으로 가버린다거나, 지쳐서 1년쯤 쉬겠다거나 할 수도 있는 일 아닙니까?" 그러자 박명수가 일단 선봉에서 "왜 안 된다고 생각해요?" 라고 받더니, 옆에서 하하가 "우리도 같이 미국으로 갈 거예요" 라고 지원사격을 했습니다. 옳타꾸나 싶은 박명수가 "왜 미국가서 안 될 거라고 생각해요?" 하고 덧붙였습니다. 김구라도 결국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게 더 현실적이군요!"

윤종신도 웃으며 부추겼습니다. "아, 유재석씨가 미국에서 갈비집을 하면, 여러분도 같이 미국 가서 같이 갈비집하고, 유재석씨가 1년 쉬면 같이 1년 쉬고!" 마지막으로 정형돈이 나서서 깔끔한 문장으로 정리를 했습니다. "유재석이라는 글자 안에는 저희 여섯 명이 다 포함되어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사실 '무한도전' 멤버들 외에도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적지 않을 듯한데 ('런닝맨', '놀러와', '해피투게더' 식구들을 비롯한 다수...) 도대체 유재석은 몇 명의 목숨줄(?)을 쥐고 있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책임이 진짜 막중하군요.

그런데 저렇게 대놓고 찬양하는 말들보다, 그의 이름이 직접적으로 언급되지 않은 상황에서 유재석의 존재감은 더욱 빛났습니다. 예전에 정형돈은 '웃기는 것 빼고는 다 잘 하는' 재미없는 캐릭터로 이미지가 굳어져서 한동안 고생을 했었지요. 그 당시 '개그콘서트'와 같은 정통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활약하던 개그맨들이 리얼 버라이어티로 넘어오면서, 전혀 다른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한 탓에 정형돈과 비슷한 케이스가 많았다고 합니다. '1박2일'의 이수근도 투입된 초반에는 그저 말없이 운전만 하는 '국민일꾼' 캐릭터로 고전했었지요.

김국진이 정형돈에게 물었습니다. "리얼 버라이어티에 진출하고 싶어하는 개그맨 후배들에게, 어떻게 하면 적응을 잘 할 수 있는지 조언을 한 마디 해주시겠습니까?" 그러자 정형돈은 무릎을 탁 치면서 대답했습니다. "정말 힘들 때 제가 박수홍 선배님께 '어떻게 하면 웃길 수 있을까요?'하고 물었더니, 박수홍 선배님은 김국진 선배님으로부터 들은 말씀이라면서 저에게 전달해 주셨습니다. (살짝 놀라는 김국진) '제일 웃기는 사람은 말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제일 잘 들어주는 사람이다. 보통은 예능에서 웃기고 싶은 욕심에 다들 자기 말만 하려고 하는데, 그러다 보면 흐름을 놓치고 생뚱맞은 소리를 하게 된다' 라고 하시더군요. 저는 너무 큰 감동을 받았고, 그 말씀을 저의 첫번째 방송 원칙으로 삼았습니다!"

과연 한 때 전국민의 사랑스런 치와와로서 온갖 예능을 평정했던 김국진다운 멋진 조언이었습니다. 그 시절에는 김국진이 명실상부한 1인자였죠. 하지만 전성기를 지나온 현재의 김국진은... 너무 지나치게 '듣기만 하는'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좀 들었습니다. '라디오스타'에서는 그래도 4MC 중의 맏형으로서 중구난방 떠드는 동생들을 안정적으로 조율하는 포지션이라 좀 낫다고 할 수 있는데, '남자의 자격'에서는 어느 순간부터인가 존재감 제로의 병풍 신세가 되고 있으니 말입니다. 더 이상 이경규에게 깐족거리며 '톰과 제리' 쇼를 벌이는 일도 없이, 그냥 점잖고 사람 좋은 둘째형일 뿐입니다.

예능이 무슨 상담 프로그램도 아닌데, 조용히 들어주는 것만으로는 절대 충분할 수 없지요. 남의 말을 귀 기울여 들은 이후에는 그에 합당한 리액션을 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MC가 그런 역할을 잘 해 줄수록, 뻣뻣하게 굳어 있던 게스트도 점점 기가 살아나서 숨겨진 예능감을 뽐내게 되는 법이지요. 여기까지 생각하면 자연스레 누가 떠오르겠습니까? ... 유재석, 또 그 이름입니다.

게스트가 아무리 예능 초보에다 수줍은 성격으로 잔뜩 긴장했더라도, 유재석이 이끄는 프로그램에서 병풍이 되는 일은 없습니다. 전혀 웃기지도 않는 소리를 말까지 버벅거리면서 했더라도, 유재석이 한 두 마디 리액션으로 통통 튕겨주면 신기하게 살아나곤 하니까요. 때로는 자상하게 이끌어 주고... 때로는 개구쟁이처럼 짖궂게 웃으면서 찔러 주고... 적정선을 넘지 않는 한도 내에서 능수능란하게 밀고 당기는 유재석의 능력은 참으로 볼 때마다 감탄스럽습니다. 그러다 보니 생전 처음 예능에 출연하여 쑥스럽게 앉아 있던 영화배우들도, 어느 사이엔가 일어나서 덩실덩실 춤을 추곤 하는 거겠죠. 

사실 누구인들 그와 같은 능력을 갖고 싶지 않겠습니까? 모두 나름대로 자기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지만 뜻대로 잘 안 되는 경우가 많지요. 심지어 원칙적으로는 그 비법(?)을 알고 있는 김국진조차 왕년의 기세를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정말 쉽지 않은 일임은 분명합니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는 말처럼, 누구에게나 전성기가 있고 그 시간이 지나가 버리면, 그리고 자신의 능력을 발산할 수 있는 모든 여건이 맞아떨어지지 않으면, 노력해도 잘 안되는 모양이에요. 하지만 '라디오스타'에 출연조차 하지 않은 유재석의 존재감이 그토록 빛나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그의 시대는 아직 한참 더 남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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