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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로코믹호러, 올 여름 홍자매는 이제껏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새로운 장르의 드라마를 선보였다. 로맨틱코미디와 호러가 결합하면 과연 어떤 색채의 드라마가 탄생할까, 짐작조차 하기 힘든 과감한 시도였다. 그렇게 시작된 16부작 드라마 '주군의 태양'은 어느 덧 10회를 넘어섰고, 대중의 반응은 상당히 뜨거운 편이다. 참 많은 사람들이 각각의 캐릭터가 잘 살아있고 스토리도 재미있다면서 이 드라마를 찬양한다. 그런데 나는 도무지 이 작품의 매력이 무엇인지를 알 수가 없었다. 물론 소지섭은 예전보다 더욱 멋있어졌고, 공블리 공효진의 연기도 언제나처럼 일품이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로맨틱코미디와 호러의 분위기가 잘 어우러지지도 않았고, 주인공들의 러브스토리와 귀신들의 에피소드는 생뚱맞게 따로 노는 것만 같았다. ..
억울한 누명을 쓰고 도망친 장태산(이준기)이 경찰과 폭력조직에게 쫓기며 나날이 액션의 강도를 높이고 있는 동안, 아무것도 모르는 수진이(이채미)는 병원 무균실에서 하루 하루 달력의 날짜를 지워 갑니다. 방사선 치료의 부작용으로 매일 구토에 시달리면서도 수진이가 해맑은 웃음을 잃지 않는 이유는 굳건한 믿음 때문이었죠. 수술은 자신을 건강하게 만들어 줄 것이며, 아빠는 꼭 인형을 갖고 돌아와 줄 거라는 믿음 말이에요. 하늘나라가 어떤 곳인지 몰라서, 엄마도 아저씨도 같이 못 가고 혼자 가야 한다는 게 너무나 무서웠다고 말하던 수진이는 이제 기쁜 마음으로 희망의 그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투윅스' 14일의 시간 중 이제 9일이 남아 있네요. 수진이의 그 믿음을 배반해서는 안 되는데, 그 아이의 희망을 꺾어..
'굿 닥터' 1~2회는 무척이나 신선했습니다. 자폐증을 앓고 있는 의사... 이제까지 한 번도 본 적 없는 주인공의 캐릭터가 아주 강렬하게 시선을 끌었죠. 어린아이의 순수함을 그대로 간직한 채 누구보다 아이들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사랑하는 소아외과 의사라니, 마치 꿈 속에서나 만날 수 있을 듯한 이상적인 의사의 모습은 단숨에 제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게다가 서번트 증후군으로 인한 천재적 암기력과 환자의 상태를 정확히 짚어내는 판단력도 매력적이었고요. 박시온이라는 독특한 인물을 표현하기 위해 참 많이 고민하고 노력한 흔적이 엿보이는 주원의 명품 연기도 감탄을 자아냈죠. 하지만 신선함의 유효기간은 그리 길지 않았습니다. 3회 이후로 '굿 닥터'는 급격히 밋밋해지면서 초반의 흡입력을 잃고 말았어요. 일단은 주..
자폐증을 앓는 주인공이 좋은 의사가 되는 이야기 '굿 닥터'는 참으로 따스한 드라마입니다. 순수를 찾기 힘들어진 사회 속에서 어린 아이의 순수함을 간직한 사람들과 그 순수의 힘으로 생명을 되찾고 행복해지는 사람들의 이야기니까요. 하지만 그 주제와 의도를 알면서도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일까, 이 드라마 또한 '너의 목소리가 들려'와 마찬가지로 이상향을 그리는 동화쯤으로 생각하고 봐야 하는 게 아닐까라는 의문이 첫 회부터 머리를 떠나지 않더군요. '너목들'은 초능력이라는 판타지를 내세움으로써 동화적 분위기를 조성했기 때문에 다소 과장된 설정들도 쉽게 받아들일 수 있었지만, 자폐증이라는 현실적 질환을 내세운 '굿 닥터'는 훨씬 강한 리얼리티로 다가오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비현실적이거나 과장된 요소가 발견되면..
제가 좋아하고 신뢰하는 소현경 작가의 신작이지만 '투윅스'는 방송 전부터 몇 가지의 의문점을 품게 했습니다. 우선 내용과 인물 설정을 보면 진지하고 묵직한 드라마인데, 제목이 하필 '투윅스'라서 초콜릿 바를 연상케 한다는 점이 황당하게 느껴졌지요. 물론 의미를 따지면 운명의 2주일(週日), 살인 누명을 쓰게 된 아버지가 백혈병에 걸린 딸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14일간의 이야기를 담았다는 뜻이지만요. 다른 좋은 제목을 찾을 수는 없었을까, 반드시 '투윅스' 라야만 했을까, 그보다는 차라리 '2주일'이 낫지 않았을까 등 여러가지 아쉬운 생각이 들더군요. 전작인 '내 딸 서영이'도 내용상의 퀄리티와 시청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으나 제목은 꽝이더니 (먼저 방영된 드라마 '내 딸 꽃님이'를 따라한 것처..
솔직히 말하면 권순규 작가의 전작이 '무사 백동수'라고 해서, 처음부터 아예 볼 생각이 없었던 드라마입니다. 초반에는 상당히 흥미진진했으나 가면 갈수록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것인지 알 수 없던 '무사 백동수'의 그 황망한 전개를 지금도 생생히 기억하는 까닭이죠. 전광렬 최민수 등 중견배우들의 묵직한 연기와 국민남동생 유승호의 매력적인 다크포스로도 감당할 수 없었던, 점차 산으로 가는 대본의 위력은 정말 대단했었습니다. 신뢰를 갖게 할만한 다른 작품이 있는 것도 아니고 작가의 필모그래피가 (드라마로는) 달랑 그 '무사 백동수' 하나뿐이니, 동시간대에 다른 채널에서 '추적자 THE CHASER'로 신드롬을 일으켰던 박경수 작가의 신작 '황금의 제국'이 방송되는 이상 '불의 여신 정이' 쪽으로 시선을 ..
가벼운 재미삼아 틈틈이 보아 왔던 일일시트콤 '일말의 순정'도 어느 덧 3/4 가량이 방송되고 이제 결말을 향해 치닫는 중이네요. 전체적인 분위기가 굉장히 순수하고 풋풋해서 그 맛에 보기는 하는데, 과장이 지나치게 심하고 전개상의 헛점이 많아서 높은 점수를 줄 수는 없더랍니다. 김병욱의 명품 시트콤에 길들여진 제 기준으로는 참 많이 아쉬운 작품이에요. 특히 전체적인 중심을 잡아야 할 김선미(전미선) 캐릭터의 널뛰는 듯한 감정선에는 도통 공감할 수가 있어야 말이지요. 게다가 툭하면 방에서 혼자 웃고 울고 춤추고 엽기표정이나 지으면서 제 감정을 주체 못하고 있으니 오갈 데 없는 푼수처럼 보일 때도 많았습니다. (아무리 시트콤이지만 그럴 필요까지야..;;) 여주인공 캐릭터가 조금만 더 매력적이었으면 얼마나 좋..
'백년의 유산' 후속으로 방송되는 드라마의 제목이 특이하더군요. '스캔들'이라는 자극적인 단어를 앞세워 제목이 아예 '매우 충격적이고 부도덕한 사건' 이랍니다. 제목에서 언뜻 떠오르는 소재는 막장과 불륜과 치정 따위의 그런 것들이죠. 사실 제목만 보고는 구미가 당기지 않았어요. 그런데 무심히 포스터를 보고는 의외로 호기심이 동하더라 이겁니다. "나의 아버지는 나를 유괴한 유괴범이었다!" 이거 궁금증을 확 자극하지 않습니까? 엄마도 아니고 아버지가... 이런 설정은 이제껏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것이었죠. 어머니의 경우라면 그와 비슷한 이야기는 수차례나 드라마로 만들어진 전례가 있습니다. 자식을 잃은 슬픔 때문에, 또는 아이를 가질 수 없는 절망 때문에 순간적으로 약간 제정신을 잃었던 어머니는 남의 아이를..
열심히 챙겨보던 드라마는 아니지만 '장옥정, 사랑에 살다'가 종영을 앞둔 시점에서 생각하니 크게 아쉬운 점이 한 가지 있습니다. 장희빈의 이야기는 이제껏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즐겨 차용되었지만, 등장인물들은 언제나 구태의연하고 전형적인 캐릭터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죠. 그나마 2000년대에 들어서는 야심찬 변화의 시도가 좀 있기도 했습니다. 김혜수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던 7대 장희빈(2002년)의 경우, 초반에는 전형적인 악녀가 아니라 진취적인 여성으로 그려지기도 했으니까요. 하지만 역시 문제는 시청률 부진이었습니다. 어차피 뻔한 내용인 줄을 다 알면서 또 '장희빈 드라마'를 선택한 시청자들의 잠재의식 속에는 '악녀 장희빈'과 '선녀(善女) 인현왕후'의 첨예한 대결을 지켜보다가, 장희빈이 천벌을 받고 인..
아무리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이라도, 아무리 좋아하는 배우가 출연한다 해도, 저는 언제나 솔직할 수밖에 없는 모양입니다. 많은 기대를 품고 기다렸던 만큼 제발 김지우 작가의 전작들 '부활', '마왕'에 필적할만한 명작으로 태어나 주기를 간절히 바랐건만, 벌써 4회까지나 방송이 되었는데도 강력한 포인트 하나조차 발견하기 어려운 것을 보면, 안타깝지만 이쯤에서 기대를 접어야 하는 걸까 싶네요. 단순한 개인적 원한 관계를 넘어 친일 역사 청산이라는 거대한 소재를 끌어들였다는 점, 그에 따라 공간적 배경이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까지 확대되었다는 점에서는 전작들보다 스케일이 커졌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저 스케일만 크다고 해서 좋은 작품이 되는 건 아니거든요. 오히려 막무가내로 키워놓은 스케일을 감당 못해 헉헉대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