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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어' 조해우(손예진) 캐릭터의 두 가지 함정 본문

드라마를 보다

'상어' 조해우(손예진) 캐릭터의 두 가지 함정

빛무리~ 2013. 6. 5.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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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이라도, 아무리 좋아하는 배우가 출연한다 해도, 저는 언제나 솔직할 수밖에 없는 모양입니다. 많은 기대를 품고 기다렸던 만큼 제발 김지우 작가의 전작들 '부활', '마왕'에 필적할만한 명작으로 태어나 주기를 간절히 바랐건만, 벌써 4회까지나 방송이 되었는데도 강력한 포인트 하나조차 발견하기 어려운 것을 보면, 안타깝지만 이쯤에서 기대를 접어야 하는 걸까 싶네요. 단순한 개인적 원한 관계를 넘어 친일 역사 청산이라는 거대한 소재를 끌어들였다는 점, 그에 따라 공간적 배경이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까지 확대되었다는 점에서는 전작들보다 스케일이 커졌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저 스케일만 크다고 해서 좋은 작품이 되는 건 아니거든요. 오히려 막무가내로 키워놓은 스케일을 감당 못해 헉헉대다가 죽도 밥도 아니게 되어버리는 경우가 허다하거든요.

 

특히 김지우 작가처럼 섬세한 감정 묘사와 치밀한 구성력을 장점으로 꼽을 수 있는 작가의 경우, 방대한 스케일은 더욱 치명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얼개가 커진 만큼 신경쓸 것이 많다 보니 아무래도 디테일 면에는 소홀해질 수밖에 없는데, 그건 자신의 최대 장점을 포기하는 결과가 되니까요. 전작에서와 달리 초반의 전개가 온통 식상한 설정과 뻔한 스토리와 전형적인 인물들로 채워져 있는 이유 또한 지나친 욕심으로 키워놓은 스케일 때문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물론 중후반의 전개에서 예상치 못한 훌륭한 내용으로 뒤통수를 때려 준다면 "아, 역시 지우신공은 살아 있구나!" 기뻐하며 탄성을 올리겠지만, 그렇게 되기를 아직도 간절히 바라고는 있지만, 부풀었던 기대감은 벌써 맥없이 사그라들고 말았네요.

 

 

2~4회에서는 남주인공 한이수(김남길)가 어떻게 해서 조씨 일가에게 피맺힌 원한을 품게 되었으며, 어떤 과정을 거쳐 12년만에 복수하러 한국에 돌아왔는지, 그 기나긴 과정이 축약적으로 드러났습니다. 가야호텔 그룹의 창업주인 조상국(이정길) 회장은 이 시대의 덕망높은 명사이며 젊은이들의 멘토로 군림하고 있지만, 사실상 그는 과거에 적극적인 친일 행각을 저질렀을 뿐만 아니라 현재도 자신의 추악한 일면을 숨기기 위해 간악한 범죄를 서슴없이 저지르는 위선자였죠. 한이수의 부친 한영만(정인기)이 언제부터 조상국 회장을 모셨는지는 분명치 않으나, 결코 짧은 인연은 아니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예상컨대 그는 꽤 오랜 옛날부터 조회장의 명에 따르는 하수인으로서 몇 가지 치명적인 잘못을 저질렀던 듯하고, 그 악행의 내용은 역시 '친일'과 관련되어 있을 거라 생각되는군요.

 

조상국 회장은 역사학자 강희수(최덕문)가 자신의 친일 행각을 세상에 폭로하려 하자 몰래 자객을 파견해 강희수를 살해합니다. 그 과정 중에 조회장의 운전기사 한영만은 강희수의 서류봉투를 주워 읽게 되는데, 그 안에는 조회장의 추악한 과거가 낱낱이 적혀 있었을 것으로 짐작되는군요 게다가 강희수가 자신의 얼굴을 알아보고 끔찍한 기억을 떠올리며 절규하자, 한영만 역시 과거를 떠올리며 괴로워합니다. (아마도 조회장의 명에 따라 강희수에게 못할 짓을 했던 듯) 급기야 한영만은 과거의 잘못을 뉘우치며 자수할 결심을 하게 되는데, 한영만이 경찰서에서 자신에 관한 일을 언급할까 두려워한 조회장은 역시 자객을 파견해 강희수와 똑같은 방식으로 한영만을 살해합니다. 그 자객의 손에는 항상 펜 모양의 독침이 쥐어져 있군요.

 

 

한편 조상국 회장의 아들 조의선(김규철)은 강희수가 죽던 그 날 밤, 음주운전을 하다가 사람을 치어 죽이고 뺑소니를 쳤습니다. 조씨 부자는 그 차를 운전한 사람이 한영만이었다고 거짓 진술을 했고, 한 집안의 평범한 가장이었던 한영만은 단 하룻밤 사이에 뺑소니범이라는 누명까지 쓰고 살해당해 버렸네요.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에 의구심을 품고 있던 한이수는 아버지가 유품처럼 남긴 오르골 안에서 사물함 열쇠를 발견하고, 그 사물함 안에서 강희수의 서류봉투를 찾아냅니다. 그것은 이 모든 사건의 원흉이 누구인지를 알 수 있게 해주는 강력한 증거품이었죠. 하지만 조회장의 명으로 한이수의 뒤를 쫓고 있던 자객들은 공중전화 박스에 있던 한이수를 덤프트럭으로 거침없이 들이받고 서류를 가져가 버렸네요. 이수와 통화하던 형사 변방진(박원상)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바닥에 낭자한 핏자국 외에 아무런 증거품도, 이수의 시체도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그 후 한이수의 가족과 친구들은 모두 이수가 죽은 줄만 알고 슬픔을 간직한 채 12년을 살아왔지만, 이수는 재일교포 2세인 부호 요시무라 준이치로(이재구)의 도움을 받아 멀쩡히 살아 있었죠. 요시무라가 왜 하필 이수에게 그토록 관심을 가졌는지, 그 상황에서 어떻게 이수를 구할 수 있었는지는 알 수 없군요. 어쨌든 12년 후, 요시무라의 후계자로서 엄청난 세력과 재력을 갖게 된 한이수는 '요시무라 준'이라는 이름으로 한국에 돌아왔습니다. 하필 첫사랑 조해우(손예진)가 다른 남자와 결혼식을 올리는 날에 맞춰 귀국하고 직접 자기 눈으로 그 결혼식을 지켜본 것은, 아직도 가슴속에 남아있는 그녀를 향한 사랑을 말려버리기 위한 의도로 해석되네요. 어차피 그녀는 원수인 조씨 일가의 사람이고, 복수를 위해서는 결코 사랑해선 안 될 사람이니까요. 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조해우와 그 남편 오준영(하석진)의 첫날밤을 상상하며 분노에 치를 떠는 한이수의 모습은 그가 사랑의 덫에서 풀려날 수 없음을 의미합니다. 이제 필연적으로 조해우의 존재는 한이수의 복수 여정에 크나큰 장애물이 되겠지요.

 

 

'선덕여왕'의 비담, '나쁜 남자'의 심건욱에 이어 '상어'에서도 슬픔 가득한 눈빛의 어두운 남주인공을 맡은 김남길은, 물론 그 캐릭터에 잘 어울리고 연기력도 좋지만 거듭된 이미지 소모로 인해 식상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그런데 제 생각에는 남주인공보다 여주인공 캐릭터가 더욱 염려스럽군요. 첫번째 함정은 여주인공의 포지션이 남주인공의 철천지 원수와 같은 위치에 있다는 것이고, 두번째 함정은 강력반 검사라는 조해우의 직업이 손예진의 이미지와 도통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원수의 딸'이라는 설정을 보았을 때부터 줄곧 그 부분이 마음에 걸렸는데, 역시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단순한 설정을 더 이상 복잡한 현대극에 차용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부활'과 '마왕'도 남주인공의 복수 스토리였지만, 여주인공은 원수와 상관없는 포지션에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기나긴 복수의 여정 중에 지쳐갈 때마다 남주인공은 여주인공에게 기대어 숨을 쉴 수 있었죠. 여주인공의 존재는 남주인공에게 있어 영원한 뮤즈였고 평온한 휴식처였습니다. 그래서 시청자는 그들의 사랑을 응원할 수 있었고, 이 처참한 복수가 끝난 후 행복하게 결합할 두 사람의 모습을 기대할 수 있었죠. 그런데 이번에는 여주인공의 포지션이 '원수'와 한가족으로서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더구나 이제 그녀는 다른 남자의 아내이기까지 합니다. 이러면 누구도 남녀 주인공의 사랑을 응원할 수 없게 되지요. 아비를 죽인 자의 딸과 결합하는 것은 패륜이고, 남의 아내를 탐하는 것은 불륜이기 때문입니다. 사랑이 깊으면 깊을수록 조해우는 한이수에게 더욱 큰 고통입니다. 이수는 아무리 힘들어도 그녀의 어깨에 기대어 쉴 수 없습니다.

  

 

이룰 수 없는 사랑이기에 더욱 애절하고, 고통스런 만큼 더욱 몰입도가 높을 거라고 판단했을 수도 있지만 제 생각은 다릅니다. 여주인공의 포지션이 원수와 한 자리에 있음으로 해서, 복수의 통쾌함과 멜로의 감미로움은 모두 치명적인 해를 입었습니다. 모든 것을 바쳐 복수에 성공해봤자 사랑하는 여자의 가족을 파멸시킨 셈이니 마음껏 통쾌하기 어렵고, 시청자의 입장에서 응원할 수 없는 사랑은 그만큼 몰입하기도 어렵기 때문입니다. 차라리 얼른 잊어버리고 다른 사람 찾아 행복하기를 바랄 뿐, 사랑으로 아파하는 모습을 보면 감미로운 게 아니라 속만 터질 뿐이죠..;;

 

다음으로 캐릭터의 직업과 배우의 이미지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검사 조해우가 유능한 실력을 보여줄 기회는 앞으로도 많이 있지만, 초반에는 형사 변방진의 존재감에 비해 정말 미약하기 이를 데 없군요. 그 동안 홀로 많은 것을 조사하고 알아낸 변방진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주면, 조해우는 눈을 커다랗게 뜨고 놀라움을 금치 못할 뿐입니다. 소녀시절의 조해우는 원래는 화가가 되고 싶어했지만 첫사랑 한이수가 죽은 뒤 그의 꿈을 대신 이루기 위해, 그리고 한씨 부자의 억울한 죽음을 파헤치기 위해 진로를 변경하여 검사가 되었는데요. 물론 아직 나이도 어리고 공부에 집중하느라 당시 사건을 조사할 겨를도 없었겠지만, 그래도 명색이 여주인공인데 단역에 가까운 형사 변방진에 비해 너무도 아는 것이 없다는 사실은 그녀를 무능해 보이도록 만듭니다. 지금까지의 조해우는 의욕만 앞설 뿐 실력이 따라주지 않는 검사 같아요.

 

 

게다가 조해우로 분한 손예진의 모습에서는 '검사'의 냄새가 거의 나질 않습니다. 제 생각엔 보다 강인하고 단단한 여전사의 이미지가 있어야 할 듯 싶은데, 지금 손예진에게서는 가냘프고 아름다운 화가의 뮤즈만 연상될 뿐 (심지어 교태스럽기까지..^^;;), 강인한 모습은 별로 느껴지질 않는군요. 이제 조해우는 12년 전의 사건을 재조사하겠다고 선언하며,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극렬한 반대에 맞서게 될 것입니다. 피로 맺어진 혈연과 혼인으로 맺어진 남편과 잊을 수 없는 첫사랑의 존재가 서로 충돌하며, 앞으로 줄기차게 그녀를 괴롭히겠죠. 이런 과정을 모두 꿋꿋이 견뎌내고, 한이수가 정조준하여 날리는 복수의 화살까지 막아내려면 훨씬 강한 모습이어야 할 것 같은데...;; 하지만 제가 해석한 방향이 잘못된 것일 수도 있고, 정답은 없습니다. 부디 제작진과 배우가 힘을 모아 함정들을 극복하고 좋은 작품을 만들어 주길 바랄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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