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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어' 최고의 기대작, 몇 가지 우려되는 점 본문

드라마를 보다

'상어' 최고의 기대작, 몇 가지 우려되는 점

빛무리~ 2013. 5. 28.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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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8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도 제가 본 최고의 드라마로 기억하고 있는 '부활'의 콤비, 김지우 작가와 박찬홍 PD가 다시 뭉쳤다는 이유만으로도 '상어'는 기다리지 않을 수 없는 작품이었습니다. '부활'과 '마왕'에 이은 세번째 복수극이라는 점에서는 더욱 설렘을 억누를 수가 없었죠. 김지우 작가의 복수극은 치밀한 전개로 스토리 자체가 긴박감 넘치고 재미있을 뿐만 아니라, 자칫 복수라는 주제에 휘말려 등한시하기 쉬운 인간의 섬세한 감정들을 몹시도 리얼하게 표현해 주는 탓에, 언제나 극대화된 슬픔의 카타르시스를 만끽할 수 있거든요. 복수란 본질적으로 행복한 것일 수 없기에, 시청자들은 주인공의 복수를 응원하면서도 가슴 한켠으로는 복수의 당위성을 고민하기도 하고, 복수의 과정 속에 점점 망가져 가는 주인공의 운명을 안타까워도 합니다. 억지 용서와 화해를 이끌어내지 않으면서도 올바른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작가의 능력을 저는 무엇보다 높이 평가하고 있어요.

 

 

드디어 기다리던 '상어' 첫 회가 방송되었습니다. 워낙 기대가 컸던 탓인지 완전히 만족할 수는 없었지만 역시 훌륭하더군요. 약간 염려되는 점이 두 가지 있다면, 첫째는 예전 작품들에 비해 스토리의 얼개가 너무 단순하고 상투적인 듯한 느낌을 준 것이고, 둘째는 초반부터 너무 많은 내용을 보여준 듯 싶다는 점입니다. '부활'과 '마왕'의 경우 제1회만 보았을 때는 당최 뭐가 어떻게 되었다는 것인지, 앞으로의 스토리가 어떻게 전개되어 갈 것인지를 예측하기가 거의 불가능했거든요. 먹음직스런 떡밥들만 잔뜩 던져진 상태에서 과연 이 조각들이 어떻게 맞춰져 갈 것인지 궁금증은 점점 증폭되어 가고, 회가 거듭될수록 한 장면조차 놓칠 수 없는 긴박감에 숨은 가빠 오고, 그러다가 대충 4~5회쯤에 이르러서야 모든 퍼즐이 완벽하게 맞춰지며, 과거의 일들과 현재의 일들이 맞물려 돌아가는 스토리를 훤히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거죠. 일단 그 단계에 이르면 더 이상 도망칠 수가 없습니다. 엉성한 그물에서는 빠져나갈 수 있지만 촘촘한 그물에 걸리면 꼼짝 달싹할 수 없듯이, 시청자는 이미 드라마의 치밀한 전개에 중독되어 버렸으니까요.

 

 

그렇게 독특했던 전작들에 비해 '상어'는 기본 설정 자체가 매우 단순하고, 심지어는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느낌까지 들 정도로 상투적입니다. 앞으로는 어떨지 모르지만 1회를 시청한 후의 솔직한 소감은 그렇습니다. 앞으로 어떤 일들이 벌어질 것인가를 벌써 훤히 알 것만 같아요. 심지어 주인공 남녀는 일종의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포스마저 풍기고 있으니, 이것은 셰익스피어 이후로 무려 500년 동안이나 가열차게 소비되어 온 이미지가 아니겠습니까? 게다가 여주인공 조해우(손예진)를 사이에 두고 남주인공 한이수(김남길)와 맞서는 오준영(하석진)은 예전에 한이수의 친구였습니다. 그러니까 한이수는 "원수의 딸을 사랑했네~" 가 되고 오준영은 "친구의 여자를 사랑했네~"가 되는 거죠. 이렇게 김지우 작가의 드라마에서 온갖 클리셰를 모아놓은 듯한 낯익음을 느끼게 되다니 적잖이 당황스럽기도 합니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시청률 면에서는 '상어'가 전작들에 비해 훨씬 더 좋을 것 같다는 예상도 되는군요. 아무래도 단숨에 시청자를 사로잡으려면 초반의 스토리가 이해하기 쉽게 단순하면서도 자극적일 필요가 있으니까요. '부활'과 '마왕'이 그 뛰어난 작품성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이 낮았던 이유 중 가장 큰 부분은 초반 스토리가 너무 어려웠기 때문임을 부인할 수 없으니까요. 그런 면에서 저는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합니다. 전작들에서처럼 소름끼치는 구성의 묘미를 즐기지 못할 것 같다는 점은 안타깝지만, 그래도 최소한 이 시대에 넘쳐나는 흔해빠진 막장 드라마들과는 비교할 수 없이 훌륭한 작품일테니까, 보다 많은 사람들과 명작의 향연을 함께 누릴 수 있다면 그것도 좋을 것 같아요. 그럼 가볍게 등장인물들의 면면을 살펴보는 것으로 '상어' 1회의 리뷰를 마칠까 합니다.

 

한이수 (연기자 : 김남길, 아역 : 연준석, 일본명 : 요시무라 준)

 

 

등장인물 소개를 하려다 보니, 또 한 가지 마음에 걸렸던 부분이 떠올랐습니다. 요즘 일본에 수출되는 드라마가 워낙 많아선지, 별 이유도 없이 일본 로케 장면이 들어가는 작품들이 많더군요. 투자를 받으려면 어쩔 수 없나보다 이해하면서도 사실은 어처구니 없고 속이 상했더랬습니다. 반드시 가야 할 이유가 없는데 주인공을 의무적으로 일본에 보내려니, 그런 사족을 첨가하다 보면 스토리는 어긋나고 작품성은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거든요. 작품 자체를 망가뜨리면서까지 꼭 한류에 집착해야 하는 것일까 싶은 생각도 많이 들었는데, 이제 김지우 박찬홍 콤비의 작품마저도 그런 제약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니 정말 안타깝더군요. 심지어 이번에는 일본이 잠시 들르는 여행지쯤이 아니라 주인공이 복수를 위해 준비하는 배경으로 등장할 듯하니 일본 로케 장면은 더욱 길어졌을 듯하고, 주인공은 이름마저 일본인으로 바꾸어 버렸네요..;; 왜 복수를 위해 꼭 일본에 가야만 하는지, 솔직히 무척 못마땅하지만 어쨌든 꾹 누르고 최대한 긍정적인 마음 자세로 보려고 합니다.

 

 

한이수의 아역을 맡은 연준석의 연기가 아주 좋더군요. 1995년생이니 올해 19세의 고등학생인데, 정말 장래가 촉망되는 배우입니다. 4년 전에는 소현경 작가의 화제작 '찬란한 유산'에서 한효주의 남동생으로 서번트 증후군을 앓는 소년 역할을 했었죠. 그 때와는 얼굴이 너무 달라져서 언뜻 알아보질 못했는데 나중에서야 생각이 났습니다. 한참 성장하는 중이라서 얼굴이 좀 변하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배역 자체의 성향이 다르다 보니 표정과 눈빛을 전혀 다르게 연기해서 못 알아보았던 것 같아요. 그 어벙해 보이던 소년이 이처럼 스마트하고 멋진 청년으로 변신하다니..ㅎㅎ

 

 

바야흐로 12년 전, 언제나 반듯하고 긍정적인 소년 한이수는 전학 온 고등학교에서 당돌하지만 우울한 미소녀 조해우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그의 아버지 한영만(정인기)은 가야호텔그룹 회장의 운전기사로서 최근 가족들을 이끌고 더부살이를 하러 들어갔는데, 공교롭게도 조해우는 바로 그 집의 딸이었죠. 하지만 거대한 저택에 살면서도 자기보다 훨씬 불행한 것 같은 해우를 보며 이수는 조금씩 연민을 느끼고, 그녀의 당돌함과 솔직함에 어느 덧 빠져들고 맙니다. 슬픔에 빠진 해우를 달래어 환히 웃음짓게 하고 그녀의 이마에 맺힌 빗방울을 닦아주며 조심스레 키스하던 순간, 인생 전체를 관통하는 남자의 강렬한 첫사랑은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12년 후, 어둠 가득한 눈빛으로 다시 나타난 한이수에게는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조해우 (연기자 : 손예진, 아역 : 경수진)

 

 

손예진의 리즈 시절과 비교하면 뒤처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지만, 어쨌든 경수진이 손예진과 놀라울 만큼 닮았다는 사실 하나는 인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정말 친자매라고 해도 믿을 정도니, 손예진의 아역으로 이보다 더 적합한 배우를 찾을 수는 없겠네요. 연기력도 그리 나쁘지는 않은데, 이제껏 다른 몇몇 작품에서 경수진의 연기를 볼 때는 전혀 느끼지 못했던 단점 하나를 초반부터 발견했습니다. 얼굴을 보면서 들을 때는 목소리가 그렇게 깨는 줄 몰랐는데, 얼굴이 안 비춰지는 상태에서 목소리만 들리니까 정말..;; 툭툭 던지는 말투에다가 청순가련형 외모와 전혀 걸맞지 않게 거칠고 투박한 목소리까지, 멜로의 여주인공으로는 치명적이더군요. 하필이면 맨 첫 장면에서 연준석의 얼굴만 카메라에 비춰지고 경수진은 목소리만 나오는 바람에 그 단점이 극명하게 드러났지요. 상대역 연준석의 깊이 있는 목소리에 비하면 경수진은 타고난 음색이 좀 아닌지라, 연기자로 성공하려면 목소리를 다듬는 데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손예진은 참 복이 많은 여배우네요. 타고난 미모에 목소리와의 밸런스까지 기막히게 잘 맞아 떨어지니까요.

 

 

조해우의 할아버지는 가야호텔그룹의 창업주 조상국(이정길) 회장이고, 아버지는 위세등등한 할아버지 밑에서 못난 아들로 살아온 현임 조의선(김규철) 회장입니다. 흔히 말하는 재벌가의 외동딸이지만, 툭하면 바람을 피우는 아버지 때문에 가정 불화가 끊일 날 없으니, 이 가냘픈 소녀는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군요. 엄마가 부부싸움 중에 내던진 유리화병의 잔해를 꾹꾹 즈려밟고 피투성이가 된 발로 집을 나서던 날, 조용히 따라나와 종일 곁에서 함께 걸어주던 소년 이수는 한기사 아저씨의 아들이었습니다. 당돌한 성격 때문에 여기저기서 얻어맞을 뻔하기도 했지만 그럴 때마다 이수가 든든히 지켜 주었고, 결국 참지 못한 엄마가 훌쩍 멀리 떠나 버렸을 때도 곁에 있어 준 사람은 이수뿐이었죠. 그가 있었기에 해우는 혼자만의 슬픔 속으로 빠져들지 않을 수 있었고, 이수의 존재는 그녀에게 단 하나의 휴식처였습니다. 소녀의 첫사랑은 그렇게 운명처럼 찾아왔는데... 12년 후, 다른 남자의 곁에서 웨딩드레스를 입고 미소짓는 조해우, 그녀는 또 어떤 시간들을 지나왔을까요?
 
 

 

여주인공 해우의 조부와 부친은 '부활'의 악역들로 채워져 있네요. 특히 부친 조의선 역의 김규철은 '부활'에서 끔찍한 악의 축 '최동찬' 역을 맡아, 그야말로 악역의 레전드라 할 수 있는 명품 연기를 보여주었죠. 다소 과장된 느낌이 있긴 하지만 그거야 연기자 나름의 맛갈스런 개성이니까요. '찬란한 유산'의 백성희(김미숙)처럼 차갑게 절제된 느낌의 악역도 있고, '노란복수초'의 비리형사 박창두(정경호)처럼 깐족깐족 얄밉게 구는 악역도 있지요. 첫회부터 심상찮게 휘번덕거리는 조의선의 눈빛을 보니 벌써 최동찬의 스멜이 물씬물씬 풍겨나오는 게, 이번에도 실망시키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1회를 가득 채운 아역들의 분량은 무척이나 싱그럽고 풋풋하고 아련했지만, 이제 머지 않아 비극의 씨앗이 뿌려지고 성인 연기자들이 등장하면 만만찮은 어둠과 슬픔의 기운이 몰려올테니,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해두어야 겠습니다.

 

 

** 덧붙이기 : "상어는 부레가 없어. 그러니까 살기 위해선 끊임없이 움직여야 된대. 멈추면 죽으니까... 자면서도 움직여야 상어는 살 수가 있어. 그래도 바다에선 상어가 제일 강해." / "그래서 상어를 좋아하는 거야? 상어가 강하니까?" / "아니, 불쌍해서... 아무도 상어를 좋아하지 않을 것 같아서..." 1회 초반에 등장한 어린 이수와 해우의 대화입니다. 고통스럽지만 살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움직여야 하는 상어의 운명... 이것이 바로 주인공 한이수의 운명이겠군요. 복수를 위해 누구보다 강한 남자가 되어 돌아왔지만, 목숨처럼 사랑하던 여자는 이미 원수의 가족이 되어 다른 남자의 곁에 눈부시게 서 있고, 아무도 그의 마음을 이해하거나 다독여 주지 않는... 김남길은 '선덕여왕'의 비담에 이어 또 한 번, 지독히 외로운 운명의 남자가 되어야 할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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