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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윅스' 수진이가 가르쳐 준 동화 속 사랑의 진실 본문

드라마를 보다

'투윅스' 수진이가 가르쳐 준 동화 속 사랑의 진실

빛무리~ 2013. 8. 29.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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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한 누명을 쓰고 도망친 장태산(이준기)이 경찰과 폭력조직에게 쫓기며 나날이 액션의 강도를 높이고 있는 동안, 아무것도 모르는 수진이(이채미)는 병원 무균실에서 하루 하루 달력의 날짜를 지워 갑니다. 방사선 치료의 부작용으로 매일 구토에 시달리면서도 수진이가 해맑은 웃음을 잃지 않는 이유는 굳건한 믿음 때문이었죠. 수술은 자신을 건강하게 만들어 줄 것이며, 아빠는 꼭 인형을 갖고 돌아와 줄 거라는 믿음 말이에요. 하늘나라가 어떤 곳인지 몰라서, 엄마도 아저씨도 같이 못 가고 혼자 가야 한다는 게 너무나 무서웠다고 말하던 수진이는 이제 기쁜 마음으로 희망의 그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투윅스' 14일의 시간 중 이제 9일이 남아 있네요.

 

수진이의 그 믿음을 배반해서는 안 되는데, 그 아이의 희망을 꺾어서는 안 되는데, 장태산의 현실은 점점 더 막막해지기만 합니다. 밀항을 하려다가 검사 박재경(김소연)에게 체포될 당시만 해도 큰 염려는 하지 않았죠. 고작 열흘을 남겨두고 필리핀까지 밀항을 했다가 다시 돌아온다는 계획이 오히려 무모하게 느껴졌기 때문에, 어쩌면 검찰에 넘겨지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던 겁니다. 자신의 억울한 사정을, 그리고 수술 날짜까지 꼭 무사히 살아있어야만 할 이유를 모두 박재경에게 털어놓는다면, 문일석(조민기)의 정체를 알고 있는 박재경은 장태산의 말을 믿고 보호해 줄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장태산에게 밀항을 권했던 한치국(천호진)의 선택은 틀린 것이 아니었네요. "문일석이 너를 쫓는 한, 너는 여기서 버틸 수 없어!" 문일석이 어떤 인간인지를 단적으로 증명하는 말이었지만, 저는 그 가공할 잔인함과 세력의 크기를 실감하지 못했거든요. 장태산을 붙잡아 호송하던 인원은 검사 1명, 수사관 1명, 경찰 4명이었는데, 그 6명의 전문인력은 문일석의 한 방에 모두 맥없이 나가 떨어지고 장태산은 문일석의 포로가 되었습니다. 국도 한 복판에서 벌어진 총격전은 한국 드라마에서 좀처럼 볼 수 없던 장면이라 나름 신선하더군요. 약간 어설프긴 했어도 잠시나마 헐리우드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답니다.

 

그렇게 장태산은 악마의 수중에 떨어졌고, 무모하게 혼자 뒤쫓던 박재경도 결국 붙잡히고 말았네요. 문일석은 죽은 오미숙(임세미)이 남긴 디카를 손에 넣기까지 장태산을 죽일 수 없겠지만, 박재경은 현직 검사임에도 불구하고 즉시 죽음의 위기에 처했습니다. 이번 기회에 눈엣가시와도 같은 박재경을 없애려고 결심한 듯, 국회의원 조서희(김혜옥)는 거침없이 문일석에게 살인을 명령했거든요. 문일석은 디카의 행방을 실토하지 않고 버티는 장태산에게, 네가 살고 싶으면 직접 박재경을 죽이라며 총을 쥐어 줍니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봉착한 장태산과 박재경은 어떻게 이 상황을 벗어날 수 있을지, 오늘 방송될 8회의 내용이 궁금해지는 시점이네요.

 

한편 수진이는 약간의 신기(神氣)를 지닌 게 아닐까 싶을 만큼 놀라운 투시력을 선보입니다. 여기서 제가 말하는 투시력은 인간의 마음과 상황의 진실을 정확히 꿰뚫어 보는 능력을 뜻하는데요. 영혼이 맑아서인지, 이 천사같은 아이는 사랑과 오해와 이별의 진실을 엄마보다도 일찍 알아차렸군요. 엄마 서인혜(박하선)와 장태산이 함께 찍은 사진 한 장을 보고 즉시 아빠임을 알아차린 것도 신기했는데, 엄마 아빠가 어떻게 사랑했고 왜 이별했는지를 훤히 알고 있는 듯한 모습에는 정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수진이는 소설가가 되고 싶은 모양이네요. 부디 장태산이 수술 날짜에 맞춰 무사히 돌아올 수 있도록 기도하는 서인혜의 모습은 안타깝도록 간절한데, 그런 엄마를 물끄러미 보고 있던 수진이가 말합니다. "엄마, 내가 이번에 쓸 소설 이야기 해 줄까?"

 

 

 

"옛날 옛날에 산이랑 해랑 사랑을 했어. 너무 너무 사랑했는데 헤어졌어. (엄마 : 왜 헤어졌어? 그렇게 너무 너무 사랑했는데?) 그러니까 말이야, 해가 맨날 맨날 산을 만나러 왔는데, 산이 너무 좋아서 해가 집에 안 가는 거야. 해가 계속 산 옆에 있으니까 나무도 못 자고, 꽃이랑 풀이랑 새랑 다 잠을 못 자잖아. (엄마 : 아, 그렇구나...) 그래서 할 수 없이 산이 뜨겁고 덥고 땀나고 그런다고 해한테 화를 낸 거야. 잠 좀 자자고... (엄마 : 그래서 해가 엄청 화나서 헤어지자고 했구나?) 그렇지? 그랬겠지? ...사실 산은 잠을 백 밤을 못 자도 해가 좋았는데... 사연이 참 말할 수 없게 슬프지?"

 

여덟 살짜리 아이가 생각해 낸 이야기라고 하기엔 정말이지 너무 슬펐습니다. 수진이는 소설이라고 말했지만 그 내용은 영락없는 동화인데, 그 안에는 남녀가 사랑을 하면서 겪을 수 있는 오해와 이별이 모두 축약되어 담겨 있었죠. 상대를 배려한답시고 했던 행동이 돌이킬 수 없는 오해를 불러일으켜 이별하게 되는 경우나, 사랑하면서도 모질게 굴고 진짜 이별의 이유를 말할 수 없었던 경우가 얼마나 많던가요? 장태산이 서인혜에게 낙태를 강요하고 이별을 통보한 것은 오직 그녀를 위하는 마음이었습니다. 자기는 문일석의 협박을 받아 감옥에 가야 하는데, 그녀 혼자 아이를 낳아 키운다면 자기 엄마처럼 불행해질 게 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말을 듣지 않으면 그녀를 죽이겠다는 문일석의 협박에 장태산은 어쩔 도리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 진실을 몰랐던 서인혜는 이제껏 장태산을 원망하며 살아왔던 거예요. 

 

 

"사실 산은 잠을 백 밤을 못 자도 해가 좋았는데..." 조그만 수진이는 어떻게 아빠의 마음을 알았을까요? 시시각각으로 닥쳐오는 죽음의 위기 속에서도 장태산은 서인혜를 안심시키기 위해, 그리고 한 번이라도 수진이 얼굴을 더 보기 위해 병원을 찾아왔습니다. 휠체어를 타고 가던 수진이는 병원 복도에서 갑자기 구토 증세를 보이며 힘들어하다가, 문득 어떤 힘에 이끌린 듯 장태산이 있는 쪽을 바라보더니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드는군요. 아주 멀찌감치 서 있었는데도, 모자를 푹 눌러쓰고 있었는데도, 수진이는 즉시 아빠를 알아보았습니다. 그 미소가 장태산의 뇌리에 박혀 "쪼그만 게... 그렇게 웃냐... 아프면서..." 못난 아빠는 도망 중에도 흐르는 눈물을 참을 수가 없네요.

 

쫓기다가 위기에 처할 때면 수진이가 맡겨 둔 인형을 십자가처럼 꼭 끌어안는 장태산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수진아, 도와 줘! 아빠 도와 줘!" 간절히 외치는 듯하던 그 모습... 아빠에게 수진이의 존재는 신앙과도 같았어요. 영이 맑고 천사같은 수진이는 어쩌면 자기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아빠를 돕고 있는지 모릅니다. 저는 영적인 힘, 정신적인 힘의 실체를 믿는 편이라선지, 수진이의 그 티없이 해맑고 굳건한 믿음이 꼭 이루어질 거라는 확신이 드는군요. 엄마 아빠의 간절한 기도와 수진이의 믿음은 반드시 좋은 결과를 이끌어낼 것입니다. 꼭 그래야만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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