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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닥터' 김영광-엄현경 커플, 응원하고 싶은 이유 본문

드라마를 보다

'굿 닥터' 김영광-엄현경 커플, 응원하고 싶은 이유

빛무리~ 2013. 9. 11.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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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본방사수는 '황금의 제국'이다. 그러나 황금만 쫓는 사람들의 냉혹함에 가슴마저 시려올 때면 '굿 닥터'의 따스함에 저절로 눈길을 돌리게 된다. 초반에 박시온(주원) 중심으로만 스토리가 전개될 때는 지나치게 교훈적이어서 오글거린다 싶었는데, 점차 다른 인물들의 캐릭터가 살아나면서 색다른 감동을 주고 있다. 소아외과를 방문하는 환자들의 개별적 스토리도 흥미롭지만, 역시 고정 출연자들의 이미지가 어필되어야 진정한 재미가 살아나는 것 같다. '굿 닥터'는 박시온이라는 주인공을 통해 자폐증 환자를 비롯한 정신적 장애인들의 삶을 재조명하고 있다. 어쩌면 육체적 장애인들보다도 더욱 심한 편견과 차별 속에 살아가는 그들의 삶을 비장애인들이 조금이나마 더 이해하는 계기가 된다면, 그 한 가지만으로도 이 드라마는 충분한 의미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작품의 주제가 오직 그것만은 아닌 듯하다.

 

'굿 닥터'를 관통하는 또 하나의 주제는 바로 '형제애'다. 물론 넓은 차원에서 보면 '인간애'라고도 할 수 있다. 이것은 자신들의 출세나 안위보다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우선시하는 '좋은 의사'들의 이야기이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구별 없이 모든 인간을 공평하게 사랑해야 한다는 이야기니까... 하지만 그 중에도 유독 '형제애'를 감동적으로 그리고 있으니, 아마도 박재범 작가에게는 지극히 사랑하는 형이나 동생이 있지 않을까 싶다. 어쩌면 '굿 닥터'의 등장인물들처럼 몸이든 마음이든 어딘가 많이 아픈 형제가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지금껏 이토록 짙은 형제애를 풍기는 영화나 드라마를 보았던 기억이 없기 때문이다. "내 핑계 대지 마!" 라는 대사를 유행어로 남겼던 '태극기 휘날리며'를 보면서도, 나는 장동건과 원빈의 형제애를 그닥 절절히 느끼지 못했었다.

 

 

박시온을 볼 때마다 죽은 동생을 떠올리는 김도한(주상욱) 교수의 마음은 생각할수록 짠하다. 시온이처럼 자폐증을 앓던 동생 수한이는 형 김도한의 권고에 따라 처음으로 혼자 등교하던 날 교통사고로 죽었다. 동생을 위해 사회적응 훈련을 시켜주려던 것인데 결과가 비극으로 돌아왔으니, 후회와 죄책감은 평생 김도한의 가슴에 남아 그를 괴롭힐 수밖에 없었다. 박시온을 차갑게 밀어내려 했던 것도 서전이 되기까지 겪어야 할 과정이 얼마나 험난한지를 알았기 때문이다. 자기방어 능력도 없는 녀석이 그 와중에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르니까 보호해 주고 싶었다. 하지만 박시온의 굳은 의지가 김도한의 마음을 돌려 놓았다. 그는 이제 가장 혹독한 훈련을 통해 박시온을 진정한 '굿 닥터'로 성장시켜 줄 것이고, 그 과정에서 박시온이 겪어야 할 아픔들을 모두 함께 해 줄 것이다.

 

박시온의 형 시덕이는 어렸을 때 죽었다. 시온이를 따돌리던 동네 아이들이 폐광에 들어갔다 나오면 자기들 무리에 끼워 주겠노라고 하자, 동생의 손을 잡고 함께 들어갔다가 폐광이 무너져서 죽었다. 그런데 솔직히 그 에피소드는 너무 불편했다. 형이 죽은 이유가 동네 아이들의 따돌림 때문이었다는 게 너무 끔찍했다. 동생을 위하다가 형이 죽었다는 설정은 살리되, 왕따 설정은 빼는 게 좋지 않았을까? 폐광에 들어간 이유를 다른 것으로 설정하면 안 되었던 걸까? 만약 내가 시온이라면, 훗날 형을 떠올릴 때마다 사랑과 고마움을 느끼기보다는, 그 당시 형을 죽음으로 몰아간 동네 아이들을 향한 증오심이 앞섰을 것 같다.

 

 

그 증오심이 발전하면 사회 혐오증이 될 수도 있고 인간 전체에 대한 증오심이 될 수도 있다. 그렇게 끔찍한 기억을 갖고서도 박시온처럼 인간애가 넘치는 어른으로 성장했다는 게 나는 좀처럼 공감되지 않았다. 더욱이 자폐증 환자인 박시온을 향한 사회의 차가운 시선과 왕따는 그 후로도 계속되었을 것이고, 어렸을 때의 시온이는 아빠한테 지독히 학대받은 기억과 집 나간 엄마한테 버림받은 기억까지 있는데 말이다. 내가 박시온 캐릭터에 몰입하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는, 그런 환경 속에서 너무 따뜻하고 긍정적인 성품으로 자라난 것이 비현실적이라는 느낌 때문이었다. 그래서 마치 어린이를 위한 동화 같았다. 어쨌든 그 이야기는 이쯤 해 두고...

 

길거리에서 불량배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하던 박시온은 자기를 구하기 위해 달려드는 김도한 교수를 보며 어린 시절의 형을 떠올린다. 그 동안은 김도한 쪽에서만 박시온을 보며 죽은 동생을 떠올렸는데, 이젠 박시온도 김도한의 모습에서 죽은 형을 보게 된 것이다. 알고 보니 두 사람의 만남은 그들 인생에 가장 큰 축복이었다. 이제 그들은 평생 가슴에 맺혀 있던 슬픔을 씻어내고 잃어버린 형제를 다시 찾게 되었으니 말이다. 폭행 사건에 휘말려 경찰서까지 드나들게 된 시온과 도한의 모습을 보면서도, 내 가슴은 행복감으로 촉촉히 젖어 왔다. 이건 정말 흐뭇한 장면이었다.

 

의사들뿐만 아니라 환자들 속에서도 감동적인 형제애는 어김없이 등장한다. 소아외과 병동의 장기 입원환자인 소녀 나인해(김현수)는 뺑소니 사고로 소장의 대부분을 절제한 후, 고질적인 단장증후군에 시달리게 되었다. 평생 수액으로 영양 보충을 받고 늘 감염의 위험 속에 살아야 하는 운명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런 인해에게는 나인영(엄현경)이라는 언니가 있다. 동생 인해가 뺑소니 사고를 당하면서, 꽃다운 20대 아가씨 인영의 삶도 함께 망가졌다. 어려서 부모님을 잃고 단 둘이 의지하며 살아온 자매에게는 너무 큰 시련이었다. 평범한 직장에 다녀서는 동생의 엄청난 치료비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기에, 인영은 결국 룸살롱에 출근하게 된다.

 

 

간담췌외과에서 몇 가지 검사를 받아 본 결과, 인영의 소장을 인해에게 이식해주는 수술이 가능한 것으로 밝혀졌다. 간담췌외과 과장 김재준(정만식)은 인영을 만류하며, 자칫 수술이 잘못되면 인영이 동생을 대신하여 평생 고통받아야 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인영은 무사히 이식 수술만 성공한다면 자기는 상관없다고 대답한다. 동생에게 건강을 되찾아 줄 수만 있다면, 자기 인생은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는 것이다. 혹시 동생이 알게 될까봐, 소아외과에는 꼭 비밀로 해 달라고 부탁까지 하는 그녀였다. 아, 그리고 또 한 사람이 있다. 나인영의 무모한 계획을 알면 큰 충격을 받게 될 사람이, 소아외과에는 나인해 말고도 또 한 사람이 있었다.

 

레지던트 4년차 한진욱(김영광)은 소아외과 의국장이다. 그는 편견이 없고 공정하며 따뜻한 성품을 지녔다. 자폐증을 앓는 박시온이 의국에 처음 등장했을 때도, 거부감을 내비치는 동료들과 달리 가장 먼저 손을 내밀어 준 사람이었다. 왜였을까? 나는 '굿 닥터'를 볼 때마다 한진욱이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아련한 그리움을 느끼며 가슴이 먹먹해지곤 했다. 사회에 적응 못하는 내성적인 사람에게 가장 먼저 웃어주고, 누군가 따돌림을 당하면 망설임 없이 나서서 감싸며 다른 이들을 말려주고... 어느 학교에나 직장에나 한 명쯤은 그렇게 따뜻하고 착한 사람이 있었다. 그런 한진욱이 나인영을 사랑한다. 어린 동생의 기나긴 병을 지극정성으로 간호하는 그녀를 몇 년 동안 지켜보며 서서히 싹튼 마음이었다.

 

그러나 인영은 진욱의 마음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는 일등 신랑감으로 손꼽히는 똑똑한 의사인데, 자기는 룸살롱에서 술 취한 남자들의 시중을 들며 돈을 벌어야 하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마지막 자존심은 지키고 싶었는데, 하필 룸살롱 앞에서 짙은 화장을 한 채 손님들을 배웅하다가 진욱과 딱 마주쳤다. 깊은 수치심에 분노까지 느끼며 인영은 말했다. "신기하죠? 저 이렇게 살아요. 선생님 같은 분은 절대 모르시는 인생이죠!" 그러나 진욱의 놀란 눈빛은 어느 새 연민으로 바뀌어 있었다. "좀전에 인영씨 봤을 때, 나는 의사라서 의사같은 생각을 했어요. 인혜 수술비 마련하느라 고생하는구나... 밤 늦게까지 일해서 건강이 안 좋은 거였구나..." 애써 담담한 어조로 말했지만 아픔은 숨길 수 없었다.

 

 

나는 박시온과 차윤서(문채원)의 사랑보다도, 한진욱과 나인영의 사랑을 더 응원한다. 박시온은 물론 차윤서도 그리 평범한 사람이라고 할 수는 없는데, 그들의 과장된 캐릭터보다는 삶 속에서 언젠가 만났던 듯한 한진욱과 나인영의 평범한 캐릭터에 마음이 더 끌리는 모양이다. 시온이와 윤서의 사랑 못지 않게, 진욱이와 인영이의 사랑도 결코 쉽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잘 되었으면 좋겠다. 춥고 외로워서 얼어붙은 나인영의 가슴을 한진욱의 따뜻한 사랑이 녹여 주었으면 좋겠다. 가끔은 현실 속에서도 꿈 같은 사랑이 이루어지던데, 이건 드라마니까 더, 꼭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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